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99

1199화 개편 (5)

루아스교는 에온보다는 베르덴 개인과 여러 마찰을 빚었다.

베르덴의 행보는 선을 넘을 정도로 과감했다.

가르간트의 세계 회의에서는 이종족의 사회 공존 안건을 대의제로 상정해 통과시키고, 프로하스의 긴급 정상 회의에서는 성자의 감정적인 로니아 국왕 살해 건으로 물리적인 충돌까지.

당시에 에르세티아는 베르덴한테 얼굴을 붙잡힌 채 일갈을 들었다.
처음이었다.
몇 번이고 돌이켜봐도 화가 나고, 당혹스러운…… 그녀에게 있어서 베르덴이란 사내는 겪어 본 적 없는 무뢰한이기도 했으니.

누가 원인을 제공했는지를 떠나, 결국 베르덴으로 인해 루아스교의 위엄과 권위에 흠집이 생겼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베르덴은 그릇을 입증했다.’

에온의 이념은 지성체의 존엄을 수호하는 것.

이에 베르덴은 보란 듯이 세계 연합의 장을 자처해 전선에서 사룡과 옛 왕에 맞섰고, 상공에서 추락하는 시타델을 파괴해 연합군의 전멸을 막아냈으며,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옛 왕을 처형했다.

에르세티아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비슷한 결과라도 낼 수 있을까. 아니…… 아니! 단언컨대, 설령 승리했다 해도 그 인명 피해의 격차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했을 것이다.

그리고.

에르세티아는 스칼룸 단층협에서 다대일로 옛 왕을 포위했음에도 끝내 패배하고 말았다. 여신의 선택을 받았음에도 무구한 광명으로 어둠을 물리치지 못한 것이다.

에르세티아가 의자에 주저앉고는 턱을 괸 채 고개를 늘어뜨렸다.

“……많은 교인들이 인간을 지키기 위해 희생했고,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 신인들은 보답하지 못했습니다.”

로마누스와 에르세티아의 기도로 전 대륙에 확산한 피울음 역병의 증상은 완화됐다…… 덕분에 병사자를 최대한 줄일 수 있었으나, 그것은 루아스교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였다.

세계 종교의 위상을 보이려면 먼저 주검의 영광의 계략들을 막았어야 했고, 미처 막지 못했더라도 직접 종지부를 찍었어야 했다.

“우린 루아스교가 어째서 루아스교인지 증명하지 못했어요.”

로마누스는 반박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평화의 시대에 빛은 번영을 누렸지만, 우리도 그 평화에 안주하고 말았습니다. 진정 평화란 지켜야 의미가 있거늘…….”

800년 전에 루아스 교국은 옛 왕을 토막 내고 무엇을 했는가?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옛 왕의 신체들은 신의 기적으로도 도저히 파괴할 수 없었다. 그것들은 바다 깊은 곳에 던져도 어느샌가 해안가로 밀려나왔다.

그런 이유로 루아스교는 여섯 개의 신체를 대륙에 뿔뿔이 흩어버린 다음 잊음으로써 옛 왕을 원천 봉인하기로 결의했다.
완전한 망각은 존재의 소멸과 다르지 않으니까.
제1차 초월자 전쟁의 역사마저 왜곡해 수정했으니 계획대로 흘러갔다면 옛 왕과 크세리온 제국은 재림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검의 영광의 하인들은 악착같이 살아남아 옛 왕을 기억했다.

벨디른 공화국에 유골룡이 출현했을 때부터 대륙에 공표해 말살하는 것이 옳았을까.
망각에 의한 봉인을 위해서 진실을 은폐해 온 것이 독이 되었던 걸까.

과거에 행하지 못한 선택의 결과들이 미련이 됐다.

“성녀.”
“예, 교황.”
“어쩌면…… 옛 왕을 망각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계획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드라벤이 성소 아벤카를 침공했을 때 루아스교를 방해한 자들이 있다.

성녀가 중얼거렸다.

“인류의 배신자.”
“우리의 적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마도 축제를 즐기다가 갑작스럽게 돌변해 루아스교의 방어진을 무너뜨렸다. 직전까지는 완벽한 일반인으로 보였기에, 전혀 상상도 못한 습격이었기에 성기사들의 대응이 늦고 말았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드라벤은 감히 성소의 심부로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운명의 추종자. 에온 측에서 인류의 배신자들을 그렇게 칭했던 걸로 기억해요. 후우, 그들이 추종하는 운명은 뭐고,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집단이 이 대륙에 존재했는지…….”
“필시 아주 오래전부터…… 음?”
“교황?”
“잠깐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로마누스가 이마를 짚었다.

“잠깐…… 생각을.”

정리해 보자.

인류의 배신자들은 주검의 영광의 조력자로 모습을 드러냈으나…….
루아스교는 수백 년 동안 주검의 영광을 쫓았는데 인류의 배신자에 관한 작은 단서의 편린조차도 접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어떤 기록에도 없었다.

이데라트 연맹장과 세계적인 감정사까지 가담한 거대 집단이 이렇게나 감춰져 있을 수가 있는 건가?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건가?

“성녀, 분명 스칼룸 단층협에서 옛 왕이 신성력이 깃든 검기를 방출해 초월자들의 전력을 전부 무위로 되돌렸다고 했었죠.”
“그렇습니다만…….”
“운명의 추종자들과 옛 왕이 동일한, 모종의 신을 숭배한다…… 하지만 그들은 신성력을 빛의 신인마저 간파할 수 없을 정도로 임의로 숨길 수 있다…… 과연 신앙심을 어디까지 감출 수 있는가……?”

로마누스의 중얼거림이 뚝, 하고 멈췄다.

“성소 학살 사태 후 루아스 교국은 이단 심문으로 운명의 추종자를 찾아내 제거했습니다. 성율성단이 그 역할을 대대적으로 맡았고, 추종자들은 마치 어디에나 있다는 듯 각국, 각지에서 발견됐습니다. 그렇지요?”
“네, 그렇죠.”
“성녀는 우리 교국의 이단 심문을 얼마나 신뢰하고 계십니까?”

에르세티아가 흠칫했다.

“……혹 교황은 이단 심문의 기능을 의심하고 있는 건가요? 실제로 심문을 당한 자들은 추종자들이라는 게 본인들에 의해 드러났습니다.”
“아니요, 이단 심문의 기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는 그저 누가 그 기적을 쓰느냐에 주목할 뿐입니다.”
“무슨…….”
“지금부터 제가 말하는 것은 전부 가정이니 가볍게 들어 주십시오.”

로마누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빛의 교인 중에 추종자들이 있다면.”
“……!!”
“내부에서 우리를 기만하는 자들이 있다면.”

에르세티아가 경악했다.

로마누스는 계속해서 그녀를 마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추종자들이 수백 년 이전의 먼 옛날부터 교국에서 암약했다면.”
“과도한 억측이…….”
“고대에서 망각에 의한 봉인을 그들이 주도하고는 현대에서 실패하게 만든 거라면!”

그가 테이블을 내리쳤다.

“제법 많은 것들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습니까, 성녀.”

로마누스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에르세티아가 입을 다물었다. 온화하고 인자한 교황이 이렇게나 격노한 적은 그녀가 알기로 처음이었다.
그리고, 에르세티아가 생각하기에도 그것은 충분히 생각해 볼 법한 가정이긴 했다. 마치 잃어버린 퍼즐을 찾은 것처럼 말이다.

에르세티아가 천천히 손을 모았다.

“결전지에서도 등장한 그 외눈박이 거인은 펜드렌 호수의 사문에서 성염의 대주교를 살해했습니다. 당시 증언에 의하면 운명을 언급했다더군요.”
“그리고 그 거인은 베르덴을 향해 아버지라고 부르며 찬양하기도 했습니다. 베르덴이 신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는 신에서 비롯된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사도라든가……?”
“천사일 수도 있지요. 아무튼 베르덴을 믿는다면, 조금 더 믿음을 준다면 중요한 것은 성염의 대주교가 추종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교국의 고위직에 추종자들이 눌러앉아 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다.

“어디까지 생각하시나요?”
“삼정의 추기경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저희 신인들은요?”
“저는 성녀를 신뢰합니다. 레온하르트는 신인으로 선택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요. 그리고 선대 신인들 또한 추종자는 아닐 겁니다. 저희는 루아스 여신의 선택을 받은 존재들이 아닙니까.”

옛 왕을 망각으로 봉인하자는 결정은 신인들이 내렸지만, 그 결론은 대주교들과 추기경들이 함께 추진한 것이다.
망각에 의한 봉인은 타당해 보였기에, 그들이 진심으로 설득했다면 굳이 거부할 만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에르세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교황과 같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같은 마음이고요. 결국 우리를 인도하는 것은 항상 루아스 여신뿐…….”

그녀가 이내 격정적으로 어금니를 깨물며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당장이라도 간자들을 모조리 색출해 심판하고 싶군요.”
“지금은 어렵습니다. 교인을 상대로 이단 심문을 행했다가는 혼란이 클 겁니다. 서약자의 계약이라면 이단 심문을 대신할 수 있지만, 애석하게도 서약자는 실종된 터라…….”

로마누스의 눈에 마지막까지 군단장으로서 책무를 다한 서약자 유리온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의 희생은 찬란한 빛처럼 숭고했다.

“상황은 이해하고 있어요. 그러니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소처럼 지내야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개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추종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교묘하게……순수한 빛의 교인을 모아야겠지요.”

에르세티아가 물었다.

“그럼 베르덴의 신격에 대한 건은 일단 미뤄두는 거죠?”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베르덴이 반드시 처단해야 할, 용납할 수 없는 이단의 신이라고 해도, 이제 전쟁이 끝난 상황에서 제2차 대성전까지 일으킬 여력은 없으니까요.”

둘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단 내부 문제부터 해결합시다, 성녀.”
“예, 교황.”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성녀와 교황을 찾은 사람은 다름 아닌, 동대륙 남부에서 유리온과 함께 싸웠던 정의의 그레고르반 추기경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급보입니다.”

그레고르반 추기경이 목소리를 낮추면서 은밀하게 소식을 전하는 순간, 성소의 밀실이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해졌다.

에르세티아가 경직된 얼굴로 되물었다.

“마울러 가레스 시릴리아드에게서 악마와 계약한 정황이……?”

* * *

사도들과의 대화를 마치고 베르덴은 대전당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았고, 만날 사람도 많았다.

등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당연히도 누군지 알고 있기에 베르덴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가주!”

이자벨라가 베르덴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끌어안다 못해 업혔다. 베르덴은 자연스럽게 두 손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받쳤다.

“제니아하고 회포는 잘 풀었나?”
“……덕분에.”

십수 년간 흔적조차 찾지 못한 여동생하고 마침내 재회했다. 대악마 이페아카른의 계약자라는 말에 많이 놀라기는 했지만 이제는 진정됐다.

베르덴과의 만남을 회상했다.

가르간트에서 베르덴이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이런 날을 맞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베르덴이 있어 살아갈 수 있었다. 이자벨라는 더 이상 베르덴이 없는 하루는 상상할 수 없었다.

“사랑해, 베르덴.”
“…….”
“아이는 최소 두 명이야…….”

이자벨라의 직설적인 고백에 베르덴이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그보다 훨씬 더 먼 미래를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결혼이라.
베르덴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세상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잘 상상이 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윤곽은 좀 잡히는 듯했다.

“내 고향에 집부터 짓자.”
“가까운 날에 알아보도록 하지.”

베르덴은 그렇게 약속하고는 화제를 전환했다.

“아드리안의 상태는 어떻지?”
“잘 움직이는 것 같다가 지금 또 기절해 있던데. 하기야 나무뿌리를 체내에 심고 잘린 다리를 붙인 채 억지로 싸웠으니 당연하겠지만. 에네트가 옆에 붙어서 간호하고 있어. 떨어질 줄을 모르더라.”
“그렇군.”
“왜? 어디 가게?”
“그래, 당장 갈 곳이 있다.”

베르덴이 블랙 아워의 심부로 향했다.

“가서 할 말도 있고.”

* * *

블랙 아워를 창설한 최초의 8인 중에서 그 리더가 거의 삶의 절반을 할애한 끝에 간신히 완성한 작품이 하나 있다.

인공 아티팩트 [영속의 모래시계].

그 내부에는 블랙 아워 창설 이래 행했던 모든 연구 기록이 담겨 있다.
그건 루아스교의 신물처럼 블랙 아워의 근간이라, 만에 하나라도 분실되거나 파괴되면 당대의 블랙 아워의 지도자는 가히 자격을 잃는 것과 같다.

베르덴은 [영속의 모래시계]를 탈취해 다히트와 일대일 마법전을 벌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고, 끝내 블랙 아워를 찬탈했다.

“…….”

케이먼 베르몬트는 무려 수십 년 만에 보는 [영속의 모래시계]에 빠져 있었다. 최초의 8인. 지나간 추억과 악몽이 눈앞에 펼쳐졌다.

다히트의 반란, 그리고 숙청.
가까스로 탈출했으나 흑염에 의해서 죽어가고 있을 때 맺은 악마와의 계약.
긴 세월이 흘러 블랙 아워를 찬탈하겠다고 찾아온 잿빛의 사내.

털썩.

케이먼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미끄러지듯이 계단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과거에서 헤엄치고 나서야 겨우 인정할 수 있었다.

드디어 돌아왔구나.
친구들과 함께했던 집에.

“나중에 죽어서 하르칸을 만나게 된다면 절이라도 해야겠습니다. 마지막에…… 베르덴 당신을 우리에게 보내 줬으니.”
“서로에게 인연이었지.”

베르덴은 알파와 베타, 그리고 이자벨라를 데리고 블랙 아워의 최심부로 들어섰다. 또한, 그림자 악마도 일행에 합류했다.
녀석은 투하르에서 발견해 베르덴이 직접 거둔 소악마였다.

케이먼이 말했다.

“이페아카른에 관련된, 마경에서 찾아낸 것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자리부터 옮기지.”

베르덴이 통찰력으로 케이먼과 계약한 최고위 악마를 꿰뚫어봤다.

“파르니움, 리버레아스로 가는 길을 열어라.”
“……!”
“그리고, 녹시아스에게 이렇게 전해라.”

어둠의 대악마 – 녹시아스.

베르덴이 3대 대악마 중 하나를 언급하며 단호하게 선언했다.

“내가 너희를 위하겠다.”

케이먼의 그림자가 요동쳤다. 그 안에서 어둠으로 온몸을 감싸고 있는 악마가 현현했다. 과거 베르덴 일행이 블랙 아워에 침투할 수 있도록 차원을 열어 준 파르니움이었다.

쿵!

파르니움이 예를 갖췄다.
어두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기다렸…… 나이다…….]

어둠의 대악마를 합류시킨다.

베르덴의 세력 개편안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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