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204

1204화 종전 선언 (1)

아드리안이 몸을 뒤척였다. 먼저 신경에서 통증이 전신으로 퍼진 뒤에야 눈을 떴다. 고통은 익숙해져도 고통이지만, 그런 고통을 견뎌내는 것에는 이골이 난 지 오래였다.

“오늘은 일찍 일어나셨습니다, 아드리안 님.”
“…….”
“방금 막 해가 중천을 지났습니다. 먼저 식사부터 하시겠습니까?”

에네트가 검신이 긴 검을 조용히 손질하며 인사를 건넸다. 부스스한 머리카락. 기색을 보아 그녀도 방금 일어난 듯했다.
에네트는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는 검 상태를 살펴보곤 한다. 마스터의 템플에서 퇴출된 지 몇 년이나 지났음에도 습관은 몸에 새겨져 지워질 줄은 몰랐다.

욱신.

침상에서 내려오자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관통하는 자통(刺痛)에 순간 멈칫했다.

‘내상은 깊지만…… 그래도 다리는 붙었나.’

어제와 달리 옛 왕에게 절단당한 왼쪽 다리에 힘이 들어왔다.
파악!
절도 있게 발을 차올렸지만 절단 부위에 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도중에 기절하듯 정신을 잃을 것 같지도 않았다.
더 이상 별도의 보조는 필요 없는 수준.

‘적어도 15일은 요양해야 혼자서 운신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원활하다.’

기대를 벗어났다. 다름 아닌 초월자 자신의 육체가 말이다. 당연한 말이나, 아드리안은 이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회복력이 이상해졌군.’

전반적으로 재생이 묘하게 빠르달까.

다만 육신을 관조했지만 정확히 뭐가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
감각이 크게 무뎌진 탓이었다.
아무튼 전투까진 무리지만, 외부 활동은 재개할 수 있다. 원인은 나중에 파악해도 늦지 않다. 뭐 때문인지 알 것도 같고.

“주군께서는?”
“베르덴 님께선 현재 세계 연합의 장들과 이틀째 회의 중이십니다. 아마 종전 선언의 시기를 조율하고 계실 겁니다.”

옛 왕이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고 엿새가 지난 시점.

세계 연합의 인도 아래 국제 사회는 본래의 궤도를 되찾는 중이었다.

전쟁은 성공적이었다.

아홉 개의 사문을 폐쇄하지 못해 감당하기 어려운 언데드 군세가 쏟아지는 걸 신속하게 막았고, 비대칭 전력급인 언데드 사령관들을 처단했으며, 그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던 사룡 네크바엘과 옛 왕을 죽음으로 돌려보냈다.

많은 마을, 타운, 도시가 잿더미가 됐다.

8세기 전의 제1차 초월자 전쟁.
3세기 전의 이종족 전쟁.

오늘날의 제2차 초월자 전쟁은 거기까지는 아니나, 사상자와 실종자는 역사적으로 하위 세계급 전쟁으로 기록되기에 크게 모자람 없는 숫자였다.
그 대신 재산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 손실은 대륙급 전쟁 정도에 불과했다.

여기서 세계급 전쟁은 세 개의 대륙 전체가 전란에 휩싸이는 것을 의미하고, 대륙급 전쟁은 두 개 이상의 대륙에 동란이 일어나는 것을 뜻했으니…… 즉 규모에 비해 피해가 적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전쟁은 성공적이었다.

아드리안은 일단 에네트와 식사부터 했다. 자신의 몸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항상성은 끊임없이 영양을 갈구했기에 끼니는 걸러서는 안 됐다.

“내가 잠든 사이 별일은 없었나?”
“아드리안 님이 다시 까무룩 기절한 사이 화산섬의 마탑주가 연락했습니다. 지금 에온의 기술력으로 구축 가능한 최고급의 골렘 의체를 특별히 주문하고 싶다는 요청이었습니다.”
“골렘 의체? 절단상은 루아스교의 대주교급들이 직접 치료했을 텐데.”
“그렇긴 합니다만…….”

루아스교에서는 일정 등급 이상의 치유의 기적을 세간에 베풀지 않는다.
절단된 신체를 수복하는 기적은 대주교급은 돼야 가능해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가, 모든 이를 치료할 수 없어 필연적으로 차별의 문제를 떨쳐낼 수 없으니 공평하게 누구의 청도 들어주지 않는 방침을 고수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은 일부 예외를 적용했다.

목숨이 경각에 달한 부상자부터 시작하여 고위급 치유를 시작했으니, 병상에 누운 인류는 여신의 빛을 찬양했다.
물론 루아스교가 보듬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류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모든 중상자를 치료할 역량도 없었다.

에온은 그 공백을 직접 채웠다.

범용 골렘 의체의 양산.

신체 절단자들은 치료 대신에 골렘 의체를 착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또한 골렘 의체는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마석으로 마력을 채울 수 있으므로 수인과 드워프도 착용이 가능했다.

이 소식에 루아스 교국의 치료를 기다리기 어려운 부상자부터 모든 인간종이 환호했다.
마도 축제에서 베르덴이 직접 발표한 골렘 의체가 전쟁 중에도 기억에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으므로.

루아스교의 반응은 미묘했다.

부담이 줄어들어 좋으면서도…… 교국의 영향력을 빼앗기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은근히 표출했다. 하나 이단심문관들처럼 광신적인 신앙자가 아니면 대부분 부정적이지는 않다고 전해 들었다.

‘골렘 의체의 유용성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자신의 신체를 수복할 기회마저도 버리면서 착용할 정도인가 싶은데…….’

화산섬의 마탑주───적해(赤海)───벨트로아 리움 솔라스텔은 최후 결전지에서 요격당해 추락한 뒤 주변을 에워싼 고위 언데드들에게 저항한 끝에 빈사 상태로 실려 갔다.

한쪽 팔은 어깨까지 잘리고, 한쪽 무릎은 과도하게 꺾여 덜렁거리고, 부패한 뼈에 장기가 상하고, 척추가 부러지기까지.

과연 마탑주답게 여러 아티팩트로 무장했다고 해도 즉사하지 않은 게 용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잘린 팔을 재생받을 자격을 최우선적으로 얻었다.

그런데 그걸 포기해?

아드리안은 자신이 마법사가 아니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마법계를 선도하는 마탑주로서 혁신적인 최신 마법 기술을 적용할 기회를 마다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화산섬의 마탑은 최초의 마탑을 포함한 11대 마탑의 일각으로서 에온과 동일한 방향을 지향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골렘 의체를 달아서 에온과의 우호도를 외부에 증명하고 싶다는 건가.”
“본인도 골렘 의체에 깊은 흥미가 있는 것 같지만, 그 또한 주된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라고 멜라드 님께서 말했습니다.”
“미친 놈이군.”
“아무래도 마탑주니까요.”

벨트로아는 잘린 팔을 골렘 의수로 대체해 최대한 화산섬의 마탑에 이익이 되는 선택을 했다.
과거 유니아에게 붙잡힌 장로를 되찾으려고 주인 없는 땅에 와선 주군을 협박하며 시험했던 태도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줏대 없다고 보일 수 있으나, 벨트로아의 유연함도 엄연히 마탑주의 자질이었다. 마탑의 장들은 정치적인 인물들이기도 했다.

“주군의 남은 업무들은 뭐가 있지? 가급적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걸로.”
“이자벨라 님이 대행하고 계신 걸 제외하면 디아문 마탑 방문, 마렌 왕국 시찰, 동대륙 남부 관리, 아티슨 마탑주 병문안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요.”

에네트는 눈치껏 무투계의 아드리안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선별했다.

첫 번째, 디아문 마탑 방문.

디아문 마탑주를 두고 경쟁한 반타룬이 전쟁 중에 실종됐고 알버트는 살아남았다.
반타룬은 마울러를 뒤에 뒀고, 알버트를 후원하는 것은 베르덴이니 이제 디아문 마탑은 에온의 영역에 들어왔다.
물론 반타룬이 있었어도 에온이 압도적이라서, 전 마탑주의 아들인 알버트 윈디로브가 탑주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러므로 디아문 마탑에 에온의 권력자가 얼굴을 비춰 반타룬 파벌을 압도함으로써 알버트의 권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었다.

두 번째, 마렌 왕국 시찰.

마렌 국왕이 사망했다. 사룡의 습격에서 피난하던 중 맹독의 비를 조우해 측근들하고 함께 작은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사촌에 이어 팔촌까지 포함해 왕가의 혈통은 여럿 있어서 왕위쟁탈전이 벌어지겠지만…… 왕국의 문제는 그런 것 따위가 아니었다.

사룡 네크바엘의 독기가 확산해 국토를 잠식했고, 수많은 도시가 파괴됐다.
죄다 독에 부식되었다.
시체도 찾지 못하는 국민이 대다수였다.

저항력이 떨어지면 접근도 할 수 없어 금지가 되기 직전인 상태인 터라 각국의 최고 권위자들이 파견되어 시찰을 나설 예정이었다.

세 번째, 동대륙 남부 관리.

로니아 왕국과 하부 수인 부족이 끝장나서 동대륙 남부가 비었다.
곳곳에 퍼진 언데드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재건은 어렵기에 세계 연합에서 거주 구역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에온에서는 카인, 엘로리스, 멜라드, 알더니스가 직접 화력에 특화된 천궤의 반전 마법사단을 지휘하고 있는 상황.

많은 국가들이 그 영토를 탐내고 있어서 노골적인 압박이 필요했다.

네 번째, 아티슨 마탑주 병문안.

아티슨 마탑주───펠디안느는 인드렌과 더불어 시타델에 잠입해, 시타델이 이동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추정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인드렌만 실종됐다.

펠디안느는 최근 드문드문 의식을 차리고 있다고 하니, 그에게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들을 필요가 있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전부 내가 처리하지. 순서대로.”

아드리안은 베르덴의 권위를 공식적으로 대신할 수 있다.
그것이 평소 그의 역할이었다.

“전부요……? 괜찮으시겠습니까?”
“그까짓 부상으로 과하게 쉬었다. 리엄 어레인에게 연락해서 임시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대규모 비행정을 준비하라고 이르도록.”
“예, 아드리안 님. 그리고 침묵의 안위를 통해 공간 이동진을 준비하겠습니다.”

아드리안은 망가진 갑옷 대신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외출 준비를 마쳤다. 몸을 두른 흰 붕대가 보이든 말든 상관없이 광검만 제대로 챙겼다.
에네트는 당연하다는 듯이 아드리안을 수행하면서 곁에서 떨어질 줄은 몰랐다.

“…….”
“…….”

복도를 지나던 도중에 목발을 짚고 다니는 군림자 라테온과 마주쳤다. 라테온은 아드리안과 에네트를 물끄러미 보더니 히죽 웃었다.

“사이 좋아 보이는군.”

아드리안이 그의 목발을 걷어찼다.

쿠당탕!

“아악……!”
“새끼가.”
“사이 좋아 보인다고 했는데 왜 지랄이야!”
“누가 그딴 식으로 웃으래.”
“아니, 내 입으로 내가 웃겠다는데 참견을…….”
“됐고, 호위단이 필요하니 따라와라.”

라테온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호위? 목발 짚는 거 안 보여? 나 환자야. 쉬어야 된다고.”
“알아.”

아드리안이 턱짓했다.

“가서 쉬도록.”

에네트가 아무렇지 않게 라테온의 발목을 잡고는 질질 끌었고, 라테온은 좆 까라는 듯 휴식을 거부하고 그레이브와 함께 호위단의 지휘를 맡았다.

“망나니 자식.”
“그러게 왜 건드려선.”

뭐, 아무튼.

아드리안이 복귀했다.

* * *

세계 연합의 길고 긴 회의가 끝났다.

사실 하루에서 하루 반나절이면 될 터였지만 딱 하나가 문제였다.
시타델의 잔해들로 생겨난, 상하가 반전된 지하 도시에서 발견된 금속 때문이었다.

‘운철이라.’

광산을 건설해 채광해야 할 정도의 희소 운석…… 운철이라고 부르는 게 적합하겠지. ‘세라시움’이라고 명명된 운철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워낙 희귀해서 연구된 적이 거의 없지만, 그렇기에 가치는 압도적.

모두가 거기에 주목했다.

그것은 일종의 전리품과도 같았으니까. 크세리온 제국과 맞서 싸운 세계 연합에 속한 일원이라면 모두 소유권이 있다.

오직 지분만 다를 뿐이다.

그리고.

그 지분 산출을 논의하느라 모든 사람이 발언할 게 많아졌다.

소국들도 눈에 불을 켰다. 강대국이고 뭐고 간에 한 줌이라도 더 가져가야만 이번 전쟁에서 잃어버린 것을 채울 수 있으니까.

강대국들은 방어가 탄탄해서 손해가 덜했지만 힘이 미약한 세력들은 사실상 재건이냐 쇠락이냐 기로에 선 셈이라 악착같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다름 아닌 제라클 황제가 은근히 그들 편을 들어 불을 붙였다. 하물며 회의장에는 수왕과 계외도 있었다.

‘달래도 모자랄 판에…….’

결과적으로 세라시움 지분 안건은 진척은 있었지만 결론은 나중으로 미뤘다.

베르덴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세라시움 광맥이 주인 없는 땅에 있어서 다행이군.’

시타델은 ‘당신’에게서 비롯된 것.

세라시움도 의심스럽다.

베르덴은 그 모든 게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타국에 매장되어 서로 수작을 부리면 상당히 골치 아플 터였으니까.

어쨌든.

종전 선언까지 앞으로 약 8일이 남았다. 질질 끄는 감이 있지만 적절한 여지였다. 전쟁이 시작되고 끝난 그 기간도 상징적이고.
국제 사회가 안정을 거의 찾았을 때 베르덴이 딱 깃발을 꽂는 셈이었다.

그전에 할 일은 이제 많지 않다.

아드리안 덕에 시간이 생겼으니 베르덴은 개인적인 일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초대 네크로맨서와 세 명의 죄인들을 만나기 전에…….

“세렌디아, 지금 데리러 가겠다.”

세계수로부터 독립한 엘프들을 맞이해야 한다.

이는 사도에 관한 건이었다.

* * *

식탁을 가득 채운 음식들이 작은 입에 들어가더니 전부 분쇄됐다. 분쇄…… 그래, 씹는다기보다는 그렇게 표현하는 게 더 어울렸다.

자기 자신을 베르니아라고 명명한 신인류가 싱긋 웃었다.

“채소 요리를 꽤 잘하시네요?”
“혼자 살다 보니…….”
“이제 좀 배가 찼어요. 잘 먹었습니다.”

베르니아가 턱을 괴었다. 베르덴을 닮은 소녀를 앞에 둔 호세는 아직도 현실감이 들지 않아 괜스레 시선을 돌렸다.

발리온과 키르에가 의식을 잃은 채로 누워 있었다.

전투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키르에는 아직 신인류가 탄생했을 때의 충격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발리온은 어느 순간 비명이 들리지 않아 찾으러 가보니 쓰러져 있었다.

그렇게 강한 존재들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필시 소녀의 짓이리라.

호세가 침을 삼키고 고개를 바로 했다.

“여러모로 궁금한 게 많은 얼굴이네요? 후후, 뭐든 물어보세요.”
“……당신은 누구입니까?”
“신인류요.”
“…….”
“베르니아요.”
“…….”
“농담이에요.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면 목적이 아닌 수단을 위해 만들어진 개체라고나 할까요?”
“수단이라면…….”
“어느 의미로는 숭고한 수단이기도 하죠.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비한…… 무슨 변화인지 알고 싶죠?”

호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베르니아의 보조개가 깊어졌다.

“밤하늘을 본 적이 있나요? 반짝반짝 환히 빛나는 별들을 봤던 추억.”
“물론 본 적이 있습니다.”
“그거 다 가짜예요.”
“……?”

호세는 이해가 안 돼서 되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그거 다 가짜예요. 전부. 이제 슬슬 눈치챈 사람이 생길 거예요.”

베르니아가 눈웃음을 지었다.

“변화의 시작이죠.”

* * *

가르간트의 고층 건물에서 누군가가 창문을 깨고 뛰어내렸다.
시체를 수습했다.
그 사람은 천문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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