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83

1083화 강수(強手) (3)

공간 이동으로 대륙까지 넘나드는 게 가능한 현대 마법계에서 <전이> 대책은 강대국이 갖춰야 할 전략 요소 중 하나다.

작게는 공간 파장을 감지하고, 크게는 공간 이동을 차단하는 것.

이러한 공간 방어 체계의 역사는 인류사에 비하면 매우 짧은 편이었다.

마법의 시대가 시작되기 전에는 공간 이동은 오직 고위계 공간 마법사의 전유물이었으며, 대규모 공간 이동은 상상의 영역이었기에.
초대 마도왕은 필시 가능했을 거라고 추정되기는 하나, 어쨌든 <전이> 자체가 군사용으로 대대적으로 활용된 적은 없었다.

제1차 초월자 전쟁은 철저하고도 지독한 지상전이 주를 이루었다. 전략의 가짓수만으론 크세리온 제국이 세계 연합에 밀릴 수밖에 없는 형국.

그럼에도 베르덴은 세계 연합의 주요 거점에 공간 대책을 마련했다.

시타델만을 경계한 것이 아니다.

크세리온 제국이 현대 전술 및 전략을 전부 재현할 수 있다고 최악을 상정했기 때문이다.

상대는 평범한 언데드 군단이 아니다.

동대륙 남부에서 타락자들에 의해 로니아 왕국의 비행정 함대를 빼앗긴 전적이 있다. 베르덴은 연합의 명확한 기술적 우위가 골렘 기술 외에는 없을 거라고 확신한 바 있다.

‘그랬는데도 이 지랄이라.’

가레스는 아칸드와의 충돌 탓에 불편해진 어깨를 억지로 풀었다.
뼈가 부러질 뻔했다.
하지만 정면에서 막지 않았으면 토벌군단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본래 놈이 노린 자리는 군단의 중심부였다.

그가 신체 감각만으로 주둔지 내 마법 활성 구역을 살폈다. 겉은 손상되었을지언정 내부의 마법적 장치는 멀쩡했다.

‘공간 방어 체계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둔지로의 직접적 <전이>는 초월자조차 불가능하다. 간접적으로 사방 수백 킬로미터 이내에서 전이를 시도했다 해도 진즉에 공간 파장이 감지됐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반응도 없었다.

“쯧.”

가레스는 혀를 찼다.

아칸드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생각하면 바로 정답이 나왔다.

‘저 미친 시체 새끼, 성층권으로 <전이>했군.’

현대에서 사용하는 공간 감지 장치의 범위는 문자 그대로 사방에 특화되어 있다. 동쪽, 서쪽, 남쪽, 북쪽, 즉 수평적으로 말이다.
수직적으로는 기껏해야 성층권의 초중반까지 닿을 정도일 것이다. 그 이상은 마법적으로 공간이 불안할뿐더러 높이에 따른 마력 소모 효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바닥으로 처박기에.

다시 말해 아칸드는 성층권 중반 이상으로 공간을 이동해 수직으로 낙하했다. 불안정한 공간과 대기권의 마찰을 아무렇지 않게 견뎌 내면서…… 이런 공습은 또 처음이었다.

가레스가 묻는다.

“통신은.”

근위사단장 미라셀이 고개를 저었다.

“연결이 안 됩니다.”

보아하니 주둔지에 도착함과 동시에 통신 장치의 마력 흐름에도 어떤 수를 쓴 모양.

‘아직 공간 파장 감지는 무반응. 그 짐승 놈은 아직 출발하지 않았을 터.’

델하룬 토벌군단은 델하룬의 군대와 도시 연합 카일리언스, 그리고 마탑들의 병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급 전력이 제법 있지만 아칸드와의 전투에서 무용하다.

쿵!

가레스가 좌우 건틀릿을 부딪쳤다.

“연합군의 공간 방어 체계를 부숴라.”
“예, 대왕.”

미라셀은 아군의 전략 무기를 부수라는 명령에도 반문하지 않고 즉각 복종했다. 백소드를 뽑은 그녀가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가레스가 주둔지 가운데를 두 다리로 가로질렀다.

뒤늦게 침입자의 정체를 깨달은 젠티르 마탑의 장로가 소리친다.

“후퇴! 후퇴하게!”
“옛 왕! 옛 왕 출현!”
“당장 물러나 전열을 갖추시오!”
“크세리온 제국의 황제다!!”

마탑의 장로들, 국가의 장교들──지휘관들이 침과 땀을 튀기며 혼란을 수습하려 애썼다. 소음과 열기로 얼룩진 주둔지.

델하룬의 병사는 멍하니 패인 언덕 위에 선 존재를 올려다보았다.

“저자가…… 옛 왕.”

시체들의 지배자라고 듣고 상상했단 것과는 사뭇 달랐다. 옛 왕은 으레 언데드처럼 뼈대가 드러나지도 않았고 살이 썩지도 않았다.
인간이었다.
인간처럼 생겼다.
심지어는 세계 연합장처럼 젊었다. 본능이 공포를 부르짖는 한편 인간의 마음이 속삭인다. 생명체라면 죽음을 숭배하고, 그 앞에 복종하라고.

마치 죽음의 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미라셀이 기예를 발현해 공간 방어 장치를 파괴했다.
폭음에 고개를 돌릴 틈도 없이 죽음의 신을 향해 담청색의 기운을 자랑하는 초월자가 돌진했다. 질주 이후의 두 번의 짧은 도약.

산을 부수는 철권이 지상을 내리찍었다.

쩌억───쿠구구구구구!

언덕이 가라앉아 조금 더 낮아졌다.

작은 크레이터 안에서 가레스와 아칸드가 가깝게 붙었다. 용검 [마그라스]의 검면과 건틀릿이 맞닿아 있었다.

“폴테인 평야의 개전 마법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모양이군. 이렇게 직접 행차한 걸 보면. 이 시발아, 네가 메테오냐?”
“인상적이었지. 무릇 제왕이라면 친림(親臨)을 주저하지 않아야 하니. 운명 파괴자의 왕도는 이 나와 견줄 만하다.”

아칸드가 미소를 지었다.

“너도 왕의 그릇이다. 네가 나서지 않았다면 이미 이곳은 피와 시체로 물들었을 테지. 어떠한가, 부상을 감수해 백성을 구한 기분은.”
“백성은 지랄.”

가레스가 딛고 있는 땅에 금이 갔다.

연환(連環)의 태세.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에서 아칸드의 신체 능력을 경험했다. 간 볼 여유는 없다. 전력을 쏟아붓지 않으면 찰나에 당한다.

연환 – 섬벌殲伐

대기가 난잡하게 흐트러진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정!

가레스의 두 팔과 두 다리가 연이어 교차해 조화를 이루었다. 고유의 권법과 각법이 팔방에서 상대방의 공간을 잠식했다.

제자리에서 용검만으로 방어에 전념하던 아칸드가 순식간에 앞발을 뒤로 뺐다.

사선이 그어졌다.

가레스가 선행(先行)의 감각으로 상체를 비스듬히 틀었다. 갑옷의 끝부분이 잘려 나가며 크레이터의 벽과 후방의 언덕이 갈라졌다.

만물을 극하는 용검 – 마그라스(Magrath).

마그라스와 만물이 충돌하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훼손된다.

‘맞서면 절단된다.’

강성의 태세로는 방어할 수 없다.

가레스가 촉각을 곤두세워 회피에 몰두했다. 귀를 스치는 검압. 검격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살인기나 다름없었다.
반격할 기회는 버린다. 결국에 시간을 끄는 것이 목적이니.

‘위.’

가레스가 뒤로 짧게 도약한 순간 아칸드가 용검을 역수로 잡아 내리꽂았다. 그러곤 용검을 장대로 삼아 몸을 던져 삽시간에 거리를 좁혔다.

“선행(先行)은 본인의 판단에 기인하지.”
“……!”

가레스가 양팔을 교차하려 했다.
피할 수 없다.
움직임을 잘못 읽었으니까.

“오판이다.”

아칸드의 권격이 소리보다도 빨리 가레스의 얼굴을 강타했다. 충격파에 두 사람이 투기장으로 삼은 작은 크레이터 한쪽이 무너졌다.

콰아앙! 콰앙! 쩌어어어엉!

방어와 무관하게 한 방 한 방에 가레스의 거구가 들썩였다. 아티팩트로 분류되는 전신갑옷이 저항력이 손상돼 으깨졌다.
뼈가 부러지고 속이 진탕됐다.
가까스로 앞차기를 막아 낸 가레스가 바위벽에 등을 기댔다.

‘이 새끼, 부활했을 때와는 다르잖아……! 있을 수 없는 신체 능력. 무투계 초월자의 벽을 한 번 더 넘은 수준이 아니야.’

가레스가 몸을 움츠렸다.

‘최소한 그 극단에 도달했다!’

마법계로 치면 8위계의 끝자락.
혹은, 그 이상.

뻐어억!

가레스가 단단한 이마로 아칸드의 일권을 막았다. 피부가 터져 피가 흘렀다. 그 틈에 가레스가 앞발을 내디디며 허리를 회전시켰다.

전신에서 기가 폭발하듯 터졌다.

강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죽음을 극복했다고 해도 초월기에 정통으로 맞고 멀쩡할 수 있을까.

붕괴의 유린.

무전 – 암파성(岩破城)

더할 나위 없는 반격이었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가레스가 내지른 일격은 아칸드의 복부에 거의 닿아 있었으니.

하지만 아칸드는 타고난 초월자이면서도 가레스와 같은 무투계 초월자다.

크세리온 제국 권각술 제1형투부터 제7형투.
크세리온 제국 검술 제1형단부터 제8형단.

첫 번째 하인인 드라벤 르마르크가 마도로 기운을 대체하여 발현했던 기술은 전부 아칸드가 직접 창조한 기예였다.

크세리온 제국 권각술 제3형투 – 르사트Rsat

두웅───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칸드의 기운이 주먹을 통해서 가레스의 이마로 흘러들어가 기의 흐름을 파괴하는 소리였다.

어두운 기가 담청의 기를 압도했다.

가레스의 초월기는 타점에 닿기도 전에 와해됐으니 아칸드의 갑옷에 닿은 건틀릿에는 어떤 파괴력도 남지 않았다.

분출하는 피.

“커헉…….”
“초월기, 초위 마법, 신적 기적은 완결하기 이전에 봉쇄하는 것이 최상책이지. 혹 정면 대결 같은 구도를 기대했나?”

아칸드가 손바닥을 내질렀다.

“순진한 초월자로군.”

크세리온 제국 제6형투 – 오브켈Obkel

─────────!

기의 파동이 가레스에게 닿는 순간 강한 물리력이 확산했다. 안 그래도 약해진 지반이 붕괴를 거듭하고 또 거듭해 무너졌다.
주둔지 바깥의 북쪽이 함몰했다. 투기장 역할을 한 작은 크레이터가 소실됐다.

사방이 탁 트였다.

공허한 하늘이 눈동자에 비쳤다.

“……큭.”

가레스가 만신창이가 된 육신을 이끌었다. 정신을 잃지 않았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는 의식을 상실하지 않았다고 믿었다.
바위 잔해가 가득한 바닥을 기어다니다 일어서려고 했으나 곧 엎어졌다. 그리고 다시 무릎을 짚고 땅에서 손을 떼고는 뒤로 팔을 휘둘렀다.

아칸드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콰지직!

용검이 가레스의 왼팔을 절단했다. 초월자의 피가 흙을 적셨다. 가레스는 고통을 삼키고 다른 팔로 놈의 안면을 뜯으려고 했다.

아칸드는 가레스의 손을 마주 잡고는 기를 운용해 힘으로 제압했다.

우드득! 우득!!

가레스의 손가락이 반대로 꺾였다. 손등이 뒤로 접혔다. 이윽고 손목마저 부러지고 나서야 가레스의 등이 다시 땅에 닿았다.

쾅!

용검이 지면에 틀어박혔다.
가레스의 머리 옆에.

아칸드는 방금까지 용검을 잡은 손아귀로 가레스의 목을 압박했다. 그러곤 그를 절벽 끝자락으로 데려가 내리꽂았다.

“큭…… 끄극……!!”
“전쟁이란 만감이 교차하는 혼돈이다.”

절벽 가장자리에 짓눌린 가레스의 머리가 조금 더 뒤로 젖혀졌다.

“보아라.”

가레스는 강제로 토벌군단을 보게 됐다.

“이것이 전쟁이다.”

주둔지는 이미 지옥이었다.

크세리온 제국 제2사령관, 정복의 묵시록, 라크디온.
크세리온 제국 제4사령관, 죽음의 묵시록, 사르카논.

베르덴과의 담화 자리에서 데려온 언데드 네 마리 가운데 둘이었다.

여섯 번째 사도의 최측근.
묵시록의 권속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대주교! 어서, 어서 정화를……!!!”
“빛의 기적이, 잠식되다니?”
“언데드가 너무 많습니다! 전열을, 다시 구축해야 하, 끄가가각.”

성직자를 포함하여 병사들이 죽음의 기운에 물들고 있고, 끝없이 솟아나는 언데드들이 토벌군단의 전열을 깎아 내고 있다.

대주교와 마탑의 장로가 시전한 기적과 마법에도 두 사령관은 흠집도 나지 않고, 또 미동도 없이 생명을 서서히 침묵시켰다.

“나 혼자서 적진에 왔을 거라고 생각했나? 이 또한 순진하군.”
“……!!!”

꿈쩍도 하지 않은 악력에 가레스의 눈동자가 이내 충혈됐다.
실핏줄이 터졌다.

“전쟁은 단신으로 관철되지 않는다.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 모든 걸 해내려는 건 오만함이지. 가장 강대한 존재들조차 집단을 이루었으니. 생명이든 도구든 가진 모든 걸 부딪쳐야만 비로소 전쟁이다.”
“…….”
“언제까지 위대한 전쟁을 모독할 셈인가, 가레스 시릴리아드.”

아칸드가 나지막이 말했다.

“대악마의 힘을 꺼내라.”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에서 아칸드는 가레스를 보고 노예라고 칭했다. 노예. 계약자. 대악마의 영향을 받는 앞잡이.
운명의 부산물인 대악마의 기운을 운명의 사도가 못 알아볼 리 없었다.

으득.

가레스는 제압당한 상태임에도 주저했다. 기생의 대악마의 힘을 꺼내면 돌이킬 수 없다. 주변에 루아스 교국의 성직자가 있으니까.
흔적이라도 발각되었다간 루아스교 전체의 표적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아직 여지가 있나 보군.”

우드득…….

가레스의 목이 뽑힐 것처럼 압력이 가해졌다. 그는 자신의 토벌군단이 뭘 해내기도 전에 망가지는 광경을 계속해서 보고 있었다.
그를 대왕으로 숭상하는 미라셀이 죽음에 물들어 죽어가는 모습까지도.

“시, 발.”

가레스가 입가를 비틀어 웃었다. 그의 눈이 역안(逆眼)으로 변했다.
여신이고 뭐고 좆 까라 그래.

콰드드드드득!

신체가 복구되었다. 잘려 나간 왼팔이 날아와 그의 몸에 붙었다. 상처가 사라지고, 이페아카른의 권능이 일부 발현되었다.

가레스가 놈의 손목을 붙잡았다.

쿠구구구……!

이전과 다르게 아칸드의 팔이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초월자의 힘에 대악마가 더해져 운명의 사도에 대적했다.

“말했을 텐데.”

아칸드가 원격으로 용검을 회수했다. 가레스의 가슴을 짓밟고, 하늘로 치켜든 용검의 칼날을 주둔지로 겨누었다.

“모든 걸 부딪치라고.”

크세리온 제국 검술 제1형단 – 글라로스Glaros

거대한 검기가 토벌군단을 향해 날아갔다. 정확히 미라셀이 있는 공간을 노린 것이다. 가레스가 구속을 풀고 막아 낼 틈은 애초에 없었다.

“아…….”

병사들의 얼굴이 아연해졌다.

심연이 깃든 듯한 검기가 자신들을 향해 쇄도하자 전의가 상실되었다. 피할 만한 생각도, 실제로 회피할 여력도 없었다.

미라셀이 죽음을 직감하고 어금니를 깨문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토벌군단이 반파되기 직전 뭔가가 검기를 정면에서 차단했다. 그것이 포효를 내지르더니 아칸드의 기예를 허공으로 날려 버렸다.
드래곤의 것을 닮은 커다란 꼬리가 죽음이 만연한 대지를 두드렸다.

“죽여 주는 등장.”

수왕, 안티아스.

수인족의 정점이 도착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인체를 물들이던 죽음이 서서히 물러갔다. 그들의 귓가에 발소리가 들렸다. 당장 뒤를 돌아보자 또 다른 죽음이 거기에 있었다.

“옛 왕이 직접 왔나.”

죽음의 이해자, 라인델 넥스레온.

세계 연합의 비대칭 전력 두 명이 도착했다.

* * *

베르덴이 통신 장치에 대고 말했다.

“아칸드는 델하룬에서 결판을 내려고 하지 않을 거다. 후퇴는 막을 수 없겠지. 그러니, 우리는 그때를 노린다.”

───알겠습니다, 베르덴.

성녀 에르세티아가 대답했다.

───성창 폭격, 거의 준비됐습니다.

성소 아벤카에서 그녀가 동대륙의 델하룬을 향해 창끝을 겨누었다.
과거 유골룡을 노렸던 것처럼.

“그래.”

베르덴 또한 [인테리스]를 역수로 잡아 동쪽을 향해 겨누었다.
마도 <무한>에 의해 공간이 격동했다.

“신호를 기다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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