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07

1107화 대공세 (3)

알 수 없는 저주의 영향이 연합 함대에도 닿았지만 누구도 해를 입지 않았다. 단지 함대의 기체들만이 격하게 흔들렸을 뿐.

‘이 느낌은…….’

메리사 페스필드는 난간을 붙잡은 채 어둡게 물든 호수를 응시했다.
기시감이 들었다.
검은 화산 지대에서 세계 연합장, 당시에는 비공식 초월자였던 베르덴과 조우해 곤란을 겪었던 좋지 않은 기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초월자.’

메리사의 동공이 흔들렸다.

“말도 안 돼……! 제국이 전혀 알지 못한 흑마법계 초월자가 있었다고?”

믿을 수 없었지만, 그녀가 알기로 이 정도의 이적을 벌일 수 있는 흑마법사는 초월의 격에 완전히 적응한 초월자뿐이었다.

쩌어억…….

흑마력에 노출된 이형체 군집들이 부패한 시체에서 가스가 터지듯 갈라지며 끈적거리는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따개비처럼 몸체에 다닥다닥 박힌 입과 눈동자가 벌벌 떨렸다. 그러고는 일제히 연합군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함께…… 녹아내리자…….]

그들은 저주받았다.

콰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작!
까드드드득! 까드드득!

좌측의 이형체가 눈 깜짝할 사이 우측의 이형체를 덮쳤다. 이형체 군집이 연합군을 공격한 것처럼 촉수 형태로 변화해 다른 군집을 강타했다.
촉수에서 분비되는 보랏빛 체액이 군집의 표면을 녹였고, 돌변한 동족에 맞서 공격당한 군집이 촉수로 반격했다.

이형체가 이형체들과 뒤얽히며 구역질 나는 현장을 만들어 냈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너무도 명확해서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크세리온 제국에 내분이 발생했다.

“이게 대체…….”

하지만 이형체의 파편들이 호수를 장식하는 광경은 연합군에 안도감이나 희망의 불씨 대신 다른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오직 적에게 향했다고 하더라도 저주 마법 특유의 불길함은 생명체, 그중에서도 루아스 교국의 신자들의 마음을 압도했기에.

다엘이 미간을 좁혔다.

“시전자의 감정을 전이시키는 7위계 저주 흑마법 <르비다의 독배>…… 위험한 마법이지만, 분명 언데드 계통의 이형종을 저렇게까지 잠식할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모험가 길드의 정상에 오른 마검사인 그는 다양한 마법 지식에 해박했다. 7위계 마법에 대한 정보 또한 여러 번 접한 적 있었다.

“테아렐, 대체 누가 온 거지?”
“음.”

테아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난간 아래를 뚫어져라 내려다봤다. 통찰력을 발휘했다.
빛이 닿지 않아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호수 아래에 누군가가 있었다. 저주를 유지하고 있는 그는 사문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가라.

대화는커녕 의념조차도 주고받지 않았지만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테르네티아 연방에서 전선을 밀고 있다고 본부를 통해 들었는데. 분신 같은 걸 이용해 두 개의 전장에서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 건가.’

격상의 흑마법계 초월자.
불길하고도 찬란한 흑마력.

존재감이나 마력이나 베르덴과는 아예 다른 존재로 느껴졌지만,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테아렐은 그 정체를 확신했다.

‘역시 재주가 많네.’

연합 본부의 지원군은 베르덴이다.

테아렐은 제 직감을 믿었다. 그러나 그걸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그녀는 진중한 심해처럼 입이 무거운 여인이었다.

“테아렐?”
“모르겠어. 다크워튼 마탑일지도.”

테아렐이 난간에서 몸을 떼고 통신 장치의 채널을 변경했다. 각 지휘관이 차고 있는 팔찌에서 테아렐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전군, 사문으로.”

지금까지 펜드렌 호수에서 치른 전쟁과 비교하면, 베르덴이 저주로 장악한 이형체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녀의 연합군이 당장 두 걸음은 전진할 수 있을 정도랄까.

목적지까지 단 한 걸음 남은 시점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조력인 셈이었다.

군단장의 진격 명령은 절대적인 터라 어느 누구도 반문하지 않았다. 흑마법계 초월자가 진정 아군인지 확신하지 못한 이들조차도 말이다.

테아렐의 명령이 하달되자마자 곧장 통신 장치가 시끄럽게 울렸다.

───해상 제207함정, 사문으로의 진출 명령을 확인했습니다.
───해상 제2주함, 따르겠습니다!
───해상 제141함정, 가속 중.
───비행 제23함정, 고도 하강. 쾌속 전진.
───해상 제7함정, 좌측 방어 전개하겠습니다.
…….
…….
…….
───비행 제1주함, 어토리움. 출력 최대. 사문 진입까지 남은 시간 16분 34초 예상.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전속력으로 기동하면 2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 그 거리를 나아가기 위해 피와 땀을 흘려야만 했다.

치열한 교전 중에 반파되어 버린 함선들을 제외한 모든 함대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테아렐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해상 제1주함, 모험가 길드. 진군 개시.”

더 이상 자연의 풍력에 의존하지 않는 마법 시대의 전함들이 서서히 발진했다. 이형체들이 서로를 죽이는 전장을 파고들었다.
우회할 여유는 없다.
사실상 교전지 중심지를 가로지르는 것이라 여파를 피할 수도 없다.

콰과과과과광!
쿠우웅!

아르나크 제국과 10대 마탑이 각 선단에서 충격을 감쇄하며 진로를 방해하는 적들을 최대한 제거했으며, 보호막을 넘어와 갑판으로 침입한 이형체는 성직자와 전사가 처리했다.

그 순간 이형체가 폭발했다.

“흐어억……!!”
“끄아아아아아아악!”
“큽, 이제는 호수 물에 닿는 정도로도 완전 오염이 시작되는 건가……!”

이텔 왕국 소속의 기사단장이 깔끔하게 병사들의 오염된 살점을 발라냈다. 볼과 팔뚝을 깊게 파내면서 보여선 안 될 것이 보였다.
다행히도 뼈와 장기까지는 오염되지 않았으니 아직 늦지 않았다.

“성직자! 어서!”
“루아스시여……!!”

기도에 실린 치유의 기적이 떨어져 나간 근육과 살을 채웠다.
신체를 절단하거나 장기를 절개하기 전에 오염된 부분을 제거하면 비교적 낮은 등급의 기적으로도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사상자들을 발판으로 삼아 토벌군단은 이제 최고 속도에 다다랐다.

테아렐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콰과과광!

테아렐의 동료인 에브란의 마법에 이형체가 가득한 적의 선박이 침몰했다. 잔해가 호수 아래로 가라앉는 걸 보던 연합군의 눈이 커졌으니.

마침내…… 수백 척의 함선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해로가 완전히 열렸다!”
“앞으로! 앞으로오오!”

수십 일간 펜드렌 호수 위에서 떠나지 못한 이들이 함성을 질렀다. 물리적으로 함대를 차단할 방해물은 더 이상 없다.
당연히 암초도 없다.
이형체들이 물밑에서 접근하고 있기는 하나 그들은 베르덴에게 발목이 잡혔다. 이형체의 목소리가 조금씩 등 뒤로 멀어져 갔다.

다엘은 수면 아래에서 저주를 퍼붓고 있는 모종의 초월자가 누군지 파악하려고 했지만 그의 감각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어둑한 보랏빛의 균열이 코앞에 있다.

테아렐은 해상 제1주함의 가장 앞자리에 선 채로 다가올 변화를 맞닥뜨렸다.

후우웅.

크세리온 제국의 공간이 펜드렌호 토벌군단을 하나둘씩 집어삼켰다.

전쟁 23일 차.

델하룬 다음으로 세계 연합이 사문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 * *

육체 너머의 정신────영혼이 울리는 감각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솨아아아…….

해상 함대가 고요한 물살을 가른다.

펜드렌호에서 울려 퍼지던 소음이 일절 닿지 않는 사문의 세계.

“정찰에 실패해서 살벌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별천지잖아?”
“그러게요. 바림티엘 협국의 소금 사막을 보는 것 같아요.”
“오염도 전혀 없는 듯해.”

흰 구름이 정지한 하늘은 소름이 끼치도록 파랬고, 지상을 뒤덮은 바다는 한없이 투명했기에 위의 하늘을 고스란히 반사했다.
함대는 그 사이를 지나고 있었다.
마치 두 개의 하늘을 분단하는 경계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

테아렐은 속도를 천천히 늦추라는 수신호를 보내곤 말릴 새도 없이 하선했다. 갑판에서 뛰어내린 그녀의 다리가 발목까지 잠겼다.
보다시피 투명한 물은 약간의 오염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무거운 함선이 아무런 저항 없이 움직일 수 있는데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얕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모순이었다.

철퍽!

다엘도 아래로 내려왔다.

“테아렐.”
“알아.”

테아렐이 정면을 응시했다.

“나도 봤어.”

수평선에 거대한 물체가 자리를 잡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저건 나무의 일종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하는 게 맞았다.

모험가 길드가 정립한 토벌서를 정독한 모험가라면 모를 수 없는 개체.

“저건…….”

다레도르 칼브가 커다란 근육을 움찔거리며 눈을 가늘게 뜨다가 그 정체를 식별했다. 노안이라 시력이 전성기보다 나빠진 탓이다.

“소울 트리?”
“뭐? 소울 트리라고?”

생명체를 붙잡고 그 생명력을 양분 삼아 자라나는 이형종으로, 성장을 마치면 위험도가 특수 개체급으로 급상승하는, 나라를 절망으로 물들이는 나무.

소울 트리의 최근 발견 및 토벌된 장소는 리비안트 공국이며, 주요 토벌자로는 베르덴과 레이라의 이름이 명단에 기록되어 있다.

어째서 저 나무가 사문에 있는지는 몰라도…… 뭔가 심상치 않았다.

첫째는 소울 트리의 크기.

사문에 있으니, 가칭 죽음의 소울 트리는 길드에서 오랫동안 수집한 정보와 궤를 달리하는 압도적 규모를 자랑했다. 세계수를 본 적은 없지만 세계수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둘째는 사문의 근원체.

죽음의 소울 트리가 뿌리와 줄기로 사문의 근원을 감싸고 있다. 근원체를 파괴하려면 소울 트리를 먼저 토벌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셋째는 크세리온 제국.

연합 본부에서 모든 군단장에게 공유한 사령관의 인상착의에 대한 정보, 이에 일치하는 존재가 죽음의 소울 트리 앞에 있다.

테아렐이 입술을 달싹였다.

“크세리온 제국 제4사령관, 사르카논.”

다크워튼 마탑주와 일대일 마법전을 벌인 제국의 비대칭 전력 중 하나.

“밖으로 나가서 본부에 전달해 줘. 비대칭 전력을 보내 줄 수 있냐고.”
“즉시 전하겠습니다.”

사문에서는 대륙과 통신이 안 되기에 밖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통신 장치만 사문 밖으로 아주 잠깐 빼서 연락하면 되니 조심하면 문제는 없다.

메드란트가 지상으로 내려왔다.

“격상의 적이다. 연합에서 비대칭 전력을 보내 줄 때까지 기다릴 건가?”
“잠깐만.”

테아렐이 손가락을 접어가며 수를 셌다. 베르덴은 사문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니 제외하고 현 토벌군단 전력만을 계산에 넣었다.

초월자 한 명.
극점 다수.
국가급 전력 다수.
연합 제일의 함대 보유.
아티팩트 다수.

“내가 잘하면 상대할 만하다고 생각해.”

테아렐이 차분히 숨을 내쉬었다. 심해가 깃든 눈에 중압감이 내리깔렸다. 그녀가 초월자의 격을 온전히 드러냈다.

“지원받고 움직이고 싶어도 쟤들이 기다려 주지도 않을 거고.”
“그것도 그렇군.”

[흑해, 테아렐.]

죽음을 연상케 하는 옛 왕의 최측근이 천천히 한쪽 팔목을 올렸다.
그의 손가락뼈가 그녀를 가리켰다.

[너는 죽을 것이다.]

죽음이 선고되자 테아렐의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박동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불쾌감은 신경계에서 떠나지 않았다.

“싫어.”

물론 테아렐은 개의치 않았다.

“너나 죽어.”

이 또한 저항이리라.

* * *

테르네티아 연방.

서쪽에서는 성난 드워프의 함성이.
동쪽에서는 죽음을 역행한 자들에 대한 대자연의 분노가.
남쪽에서는 영혼마저 시리도록 차가운 북부의 한기가…….

각 방위에서 몰아치면서 드넓게 퍼져 있던 제국의 전장을 강제로 축소시켰다. 초대규모 언데드 군단은 사문을 중심으로 집결했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북쪽에서는 언덕과 산봉우리에 새롭게 설치한 마력 입자포가 활약했다.
그것들은 발사 준비가 될 때마다 해당 사문을 크게 에워싼 언데드를 포격했고, 토벌군단은 언데드 군단의 반응을 보며 외력을 받는 순간에 놈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통찰했다.

아드리안이 말했다.

“더 이상 새로운 패턴이 나오지 않습니다.”
“좋아, 여기까지 보면 될 것 같군.”

앞마당을 점거한 뒤로 시간을 제물로 삼아 진군을 이어 나가, 모든 병사가 사문을 인지할 수 있는 거리에 도달했다.
합류 부대도 근처까지 와 있다.
테르네티아 연방 사면 섬멸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때가 된 것이다.

“본대를 제외한 나머지가 언데드 군단을 바깥에서 깎아 내며 시선을 끄는 동안 우리는 이곳을 파고들어 내부 진형을 좌측부터 무너뜨린다. 그렇게 엘프 측과 합류해 적의 영토를 장악함과 동시에 너희가 사문으로 진입을 시도하면 1차 목표는 달성.”

언데드 군단은 연합군보다 최소 수십 배는 많기에 완전한 섬멸은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 깊게 들어가 사문의 근원체를 없애는 것이 급선무다.

“이해 안 가는 부분 있나?”

레온하르트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저기, 진입 방식은 비행정에서 뛰어내리는 거죠? 저희야 괜찮지만 다른 분들까지 저 방공망을 맨몸으로 돌파하기에는 어렵지 않나 해서요.”
“물론 이동수단은 있다.”
“아, 역시. 그럼…….”
“경로를 간단히 설명하지.”

베르덴이 펜을 높이 들더니 상공을 가로지르듯 움직이다가, 급격히 방향을 틀어 지도 위 언데드가 득실거리는 지점에 내리꽂았다.

레온하르트가 눈을 깜빡였다.

“예? 이게 뭐죠?”
“에온식 강습.”

토벌군단의 초월자들과 국가급 전력 다수, 그리고 정예병들을 실은 베르덴의 비행정───아르시스가 전장이 모형판처럼 보이는 상공까지 떠올랐다.

“연합장님, 이거 맞아요?”
“꽉 잡아라.”

그리고.

“다친다.”

후욱,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기회를 포착하자마자 급강하하여 언데드 군단의 장벽과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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