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19

1119화 제물의 무게 (2)

아르나크 제국의 첩보부에서 나온 르델라가 통신 장치에 손을 얹었다.

“동대륙 남부의 앞마당 장악. 언데드와 타락자를 저지하며 압박 중. 그리고 펜드렌호 토벌군단에…… 흑마법계 초월자가 도착? 베타 님, 설마 지원군이라는 것이.”

[지금부터 정보 제한을 해제합니다. 본부의 비공식 전력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공유. 비공식 흑마법계 초월자는 본부 직속 전력. 반복합니다. 흑마법계 초월자는 본부 직속 전력. 펜드렌호 토벌군단이 사문에 돌입.”
“알파 님, 테르네티아 연방의 선발 부대가 사문에 진입했다는 소식입니다.”
“레프라기움 마탑에서 마렌 왕국 포위망을 신속히 좁히고 있다고 하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정보를 처리하느라 연합 본부는 가동을 멈출 수 없었다. 자칫 정보 전달이 지연되거나 정보 자체에 오류라도 발생하면 적지 않은 인명이 희생된다.

정보가 곧장 현장에 반영되는 가장 어려운 정보전.

각 세력에서 내로라하는 정보원들도 신경이 빠르게 마모되었다.
아무리 교대로 휴식을 취한다고 할지언정 중압감에 짓눌려 체력과 정신력이 고갈되는 고통은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 펜드렌 호수에서 이형체가 급속히 소멸!”
“세계 연합에 고한다. 펜드렌 호수의 사문 폐쇄에 성공했다……!”

그래도 갑작스럽게 터지는 희소식이 그들의 피로를 씻어 주었다. 특히나 승전보는 가혹한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었다.

하지만, 낭보가 있으면 비보도 있는 법.

“펜드렌호 토벌군단의 전투 손실률이 6할 이상…… 회복은 가능하나, 일부 방어 전선으로 복귀하는 데만 최소 3주는 소요될 거라고 예상됩니다.”
“최고 전력 다수 사망. 여기 사망자 명단을──”
“테아렐 군단장께서는 간신히 생존하셨으나 의식 불명 상태라고 합니다. 당장 언제 깨어나실지는 알 수 없다고…….”

델하룬 토벌군단이 그러했던 것처럼 사문을 폐쇄한 병력은 방어 전력으로 운용해야 했으나, 보고받은 바 그럴 여력이 없었다.
펜드렌호 토벌군단은 임무 달성에 그야말로 생명을 바쳤다. 초월자가 전사할 뻔했으니 그 치열함을 감히 헤아려 보는 것은 오만이리라.

정보관 페일이 보고했다.

“마렌 왕국과의 모든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알파 님.”

……!

사룡 네크바엘의 습격이었으나 해당 정보는 극비인 터라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연합 본부에서는 오직 알파와 베타만이 파악하고 있었다.

마렌 왕국 측 인원들과 교신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중앙 대륙 중부 담당자들을 비롯한 정보원들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마렌 왕국이 송두리째 없어졌을 리는 없으니 필시 지역 통신망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다만, 그 범위가 심각하게 넓다.

본부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알파가 명령했다.

[마렌 왕국. 섭리자에게 일임. 봉쇄. 정찰 불허.]

괜히 마렌 왕국으로 진입을 시도했다가 사망자만 늘 터였다. 데우스 위덴, 반토레온, 초대 네크로맨서, 인드렌 등에게 온전히 맡겨야 한다.
그들이 실패하면 세계 연합군이 지원을 보내봤자 무의미하다. 베르덴 폐하께서 그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조용히 연락을 보냈으니 당장 본부에서 개입할 요소는 없다.

[마경은?]

“심층으로 파고들수록 토벌대와 지원대의 거리가 벌어져 전황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만, 교전은 있되 중대한 보고는 아직 없습니다.”

가장 위험할 거라고 여겼던 마경 토벌이 예상보다 조용했다. 이처럼 전쟁을 예측할 수 있어도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었다.

시간이 밀도 있게 흘렀다.

베르덴을 대신해 알파와 베타는 한시도 쉬지 않고 정보를 총괄했다. 휴식이 필요 없는 그들의 손에 의해 [마테리아스]의 3차원 지도가 전장의 정보에 따라 계속 변화를 거듭했다.

그때였다.

“뭐?”

테르네티아 연방 토벌군단을 담당하고 있던 정보원 중 한 명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딘엘 왕국 소속이었다.
핏기가 완전히 가신 얼굴이 다급하게 알파와 베타 쪽으로 향했다.

“지, 지금 연방에서───”

* * *

선발 부대만으로 테르네티아 연방 사문에서 영역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크세리온 제국군과 달리 세계 연합군은 개체의 강함만으로 전쟁에 임하지 않았다.

무려 십수 개의 아티팩트가 전개됐다.

루아스 교국의 성물 중에서도 급이 높은 성유물(聖遺物)이 발동됐다. 죽음의 기운이 사라지면서 마력이 스며들 수 있는 땅이 확보되었다.

──────!

다름 아닌 마탑의 장로급과 대주교급이 그것들을 다루니 그 위력이 낭비 없이 활용되었다. 제국의 정예 언데드들이 성스러운 보호막에 들어오자마자 정화돼 소멸했다.
동시에 사문을 중심으로 마법적 성벽이 완성되며 적들에게 공성전을 강제했고, 연합에서는 수성전의 이점을 취했다.

본대가 올 때까지.

선발 부대의 목적은 자명했다. 언데드 정예병들을 밀어낼 수 있는 병력이 도착하면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것이다.

초월자의 힘이 아니어도 사문의 근원체를 단번에 파괴할 방법이 있다.

그러니 접근만 하면 된다.

연합군조차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체를 감추고 있는 일부 마법사들이 때를 기다렸다. 에온의 마법사단과 함께.

파앗!

아티팩트에서 쏘아 올린 빛이 폭발하며 언데드 측의 마법 폭격이 본래의 궤도를 상실. 상공의 마력 흐름이 크게 뒤틀린 채 유지됐다.

전위가 성벽 위로 올라오려는 시체들을 거침없이 처단했고, 후위는 사선으로 화력을 투사하여 저지력을 극대화했다.

대륙을 통틀어 최상위권의 경지를 자랑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이런 수성전은 처음이었지만 곧바로 전쟁에 적응하자, 자연스럽게 어떻게 움직여야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인지 체득했다.

수적 차이가 극심해서 모래주머니 따위로 강물의 범람을 막으려는 것처럼 보였으나, 선발 부대는 그걸 가능케 하는 전력이었다.

물론 애초에 이런 구도가 유효하게 된 것은 초월자 덕분이었다. 제국의 비대칭 전력이 개입했다면 수성전 계획은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다.

군단의 정점들 역시도 제2사령관을 상대로 본대가 당도할 때까지, 과연 치명상 없이 버텨 낼 수 있느냐가 승패의 갈림길이었다.

제2차 초월자 전쟁에 걸맞게.

멀리서 고고한 신성력과 차가운 사기가 맞부딪치며 굉음을 일으켰다.

쩌엉───!

레온하르트가 성검을 최대한 몸에 붙인 채 다리를 놀렸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적의 검격에 대처하고는 급격한 변화를 주었다.

상대에게 혼란을 주며 몰아치는 전법은 그레고르반 추기경의 가르침.

정강이를 베고, 팔꿈치를 들어서 검끝으로 피골이 상접한 얼굴을 찔렀다. 직후에 어깨로 들이받은 다음 아래에서 위로 성검을 쳐올렸다.
손잡이에서 뗀 오른손으로 권격을 내질렀다. 그와 함께 왼손으로 성검을 내리쳤다.

초월적인 신성력에 스쳤을 뿐인데 근방의 언데드가 다수 제거됐다.

레온하르트는 성검 [루엔스]와 한몸이 된 듯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검명이 끊이지 않았다. 두 손아귀만이 아니라 전신이 울리는 것 같았다.

‘내 상상과 다른 비대칭 전력의 강함……!’

크세리온 제국 제2사령관───라크디온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잔혹한 냉기가 확산했다. 레온하르트가 온몸에 두른 기적에 서리가 꼈다.
신성력이 이렇게…… 물리적으로 얼어붙을 수 있는 거였나? 불가해한 한기뿐만이 아니라 적의 기교 또한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검술의 완성도가 차원이 달라.’

라크디온은 정교한 검격을 구사했다. 힘을 위주로 무식하게 움직이는 전사 계열의 언데드들과는 겹치는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군더더기 없이 성검을 쳐낸 정복의 칼날에 농밀한 사기가 넘실거렸다.

“읏!”

레온하르트가 다리에 제동을 걸고 무리하게 상체를 뒤로 기울였다. 폐가 숨을 토해 냈다. 서늘함이 턱 끝을 스치고, 손을 축으로 삼아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재빠르게 거리를 벌려 성검을 앞세운 순간에 놈은 이미 코앞에 있었다.

완전히 막아내기에는 거리가 너무 좁다.

완력의 차이도 압도적.

라크디온이 검압으로 성검을 밀어내며 끝까지 베면 얼굴이 갈라질 것이다. 레온하르트는 충격을 감쇠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머리를 틀다가──본능을 무시하고 앞다리에 무게를 실었다.

오히려 맞불을 놓은 것이다.

‘나 혼자서는 상대가 안 돼.’

레온하르트에게 닿기 직전에 라크디온의 검기가 가로막혔다.

‘그런데도 대결이 성립하는 것은 순전히 아드리안 씨 덕분이다……!’

아드리안과 라크디온이 대립했다.

끼기기긱……!

광검과 정복의 검에 실린 저마다의 검기가 격하게 마찰을 일으켰다. 칼날이 음산한 귀곡성 같은 비명을 자아냈다.
아드리안이 밀리기는 했지만, 그 틈을 채우는 것이 레온하르트의 역할.

아드리안 뒤에서 빛의 광선을 사출했다.

라크디온이 다른 한 손으로 붙잡듯이 막아내고는 으깨버렸다. 먹힐 거라고 생각도 안 했으니 아쉬워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약속한 것처럼 아드리안이 좌측으로, 레온하르트가 우측으로 빠졌다.

난무亂舞

<성결: 개전>

수백 개의 보랏빛 검기가 라크디온을 난도질했다. 레온하르트는 빛으로 화해 최대한의 검속으로 연격을 퍼부었다.
찰나에 금속음이 겹치다 보니 하나의 소리로 들릴 지경이었다.

아드리안의 감각은 극에 달했다.

‘이놈의 검술은 지극히 정석적이다. 뚜렷한 장점도 없지만, 단점도 없는. 다른 걸 떠나서 가히 성실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군.’

이렇게나 기본기에 충실한 검사는 리반데일 대공 이후로 처음이었다. 아드리안조차도 똑같은 기본기로 맞서면 얼마 가지 못하고 부서질 터.
검술을 배운 지 얼마 안 된 레온하르트에게는 특히 극상성인 셈이다.

‘그렇기에 속도는 내가 우위에 있다.’

라크디온의 방어는 거대한 성벽과 같았으나 검은 닿았다. 저항력이 높아 베지는 못했지만 놈의 갑옷에 흠집이 생겼다.
작더라도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의미.

‘더 빠르게.’

아드리안의 힘줄이 불거졌다.

[……!]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속도에 몰입하는 아드리안의 동작은 레온하르트의 인지 능력을 웃돌았다. 라크디온이 처음으로 기민하게 물러나며 대응했다.

접근전이 지속될수록 광검에 새하얀 서리가 끼기 시작했지만 멈추는 것은 악수다. 시간 벌이라고 해도 죽일 각오로 과감하게 임하지 않으면 허무하게 목숨이 달아날 테니.

머리.
복부.
다리.

총 세 번의 연광連光이 사령관의 투구와 갑옷을 손상시켰다. 튕겨 나간 광검의 흐름을 따라서 회전해 놈의 검격을 흘려보냈다.
일순간에 가속한 아드리안이 바로 지척에서 절기를 발동했다.

격화激化

잔상이 생긴 순간 [실렌다르]가 라크디온의 갑옷을 갈랐다.

일도양단이라도 할 듯이 칼날이 놈의 어깨 부분을 파고들었다. 도중에 칼날이 멈췄지만 처음으로 갑옷 너머에 검기가 닿았으니 고무적이었다.
적어도 광검은 비대칭 전력의 저항력을 깨뜨릴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다만…… 무리한 일격이었던 만큼 서로의 거리가 거의 0에 가까웠다.

[대담하군.]

지독한 살의에 촉각이 곤두섰다.
광검을 놓을 수도 없으니 물러날 수도 없다.

‘스치는 것도 허락할 수 없다.’

아드리안이 좌우를 연달아 박찼다. 검의 손잡이를 잡고서 공중에서 허리를 젖혔다. 치명상을 담보로 한 과감한 곡예였다.

후두부 옆을 지나치는 라크디온의 건틀릿.

아드리안은 산디르 파엔 전(戰)에서 체득한 허공 도약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광검을 회수했다. 갈라진 갑옷에서는 어떠한 피도 흐르지 않았다.

그 순간───라크디온이 검을 역수로 잡아 뒤를 찔렀다. 아드리안도 그러하듯이 라크디온도 상대의 움직임에 적응했다.

시야에 서늘한 칼날이 비쳤다.

콰아앙!

그때 레온하르트가 성검을 반대로 던져 아드리안을 강타했다. 아드리안이 날아가며 라크디온의 찌르기가 무위로 돌아갔다.
단순히 멀리 밀어낸 것일 뿐이라 이렇다 할 피해는 없었다.

아드리안이 낙법을 취하곤 자세를 다잡았다.

“적응했나?”
“마지막만 겨우 보였습니다.”
“그거면 됐다.”

초월자들이 라크디온을 사이에 두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여유 부리더니 볼 만한 몰골이군. 이제 와 전력을 내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건가?”

[네 경지에 걸맞은 대우를 해 주겠다고 했을 텐데.]

라크디온이 그들을 주시했다.

[그 이상을 보여 주기에는 셈이 맞지 않다.]

“재수 없네요.”
“그럼 그렇게 죽어라.”

아드리안과 레온하르트가 가속하며 원을 그리듯이 접근했다. 라크디온이 정복의 검을 비스듬히 눕히더니 양측에서 날아온 검기를 일시에 차단했다.

대기를 가르는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레온하르트의 콧잔등 위쪽으로 건틀릿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주먹은 피했지만, 손아귀까지는 어찌할 수 없었다.

‘뭐야, 갑자기 리듬이 달라졌──’

머리를 붙잡힌 그가 던져졌다.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이는 아드리안을 향해 정확히. 라크디온이 이동 경로를 간파한 것이다.

쩌억!

아드리안이 레온하르트를 받아 내자마자 발차기가 날아들었다. 충격에 내장이 진탕됐다. 레온하르트가 바닥에 떨어졌고, 직후 라크디온이 위에서 둘을 향해 쇄도했다.

정복의 검이 땅에 박혔다.

한기가 삽시간에 확산해 옆으로 구른 레온하르트를 얼렸다. 신성력으로 몸을 보호했지만 당장 움직이기는 어려웠다.

사실상 한 명을 봉인해 버린 라크디온이 검을 뽑아 아드리안을 노렸다.

쩌어엉! 쩌엉! 쩌어어엉!

라크디온이 의도적으로 검이 붙어 있는 시간을 늘려 광검을 얼렸다. 두 검이 함께 얼어붙었다. 아드리안이 기교를 펼쳤다.
검과 검이 연결된 채 몇 번의 원을 그렸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런…….’

그리고, 철퇴.

콰아아앙!

라크디온은 검을 놓아 버리고는 아드리안의 가슴을 사선으로 내리찍었다. 그리고 얼어붙은 레온하르트의 머리를 걷어찼다.

얼음이 부서졌다.

‘목이, 뜯겨 나갈 것 같다……!’

레온하르트가 간신히 몸을 제어했다. 다행히 그는 신앙계 초월자. 기적으로 부상을 치유할 수 있는 터라 지속력은 막강했다.
또한 파멸의 마도를 경험하면서 아드리안의 맷집은 극도로 단련되었다.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다.

카가가가각!

라크디온이 발휘하는 힘의 규모에 차이는 없었으나 강약에 변주를 주는 것만으로도 우위를 점했다. 기본 검술을 완성했기에 되레 변화에 능한 것이다.

상처는 늘어갔지만 초월자들은 철저히 라크디온을 붙들었다.

접전이 이어졌다.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릴 정도로.

마침내 때가 왔다.

와아아아아──────!

수많은 기척과 함성이 전장을 흔들었다.

‘본대가 도착했군.’

결과적으로 치명상 없이 견디기는 했지만 지원을 받으려면 개입할 틈을 열어 줘야 한다.
폭풍에 함부로 몸을 던질 수 없는 법이니.

그런데 라크디온이 주도하는 격류에 아드리안과 레온하르트가 잡혀 있으니, 조금이라도 어긋나버리면 아차 하는 순간 찢겨 죽을 터.

‘어떻게든 이 흐름을 끊어야 한다.’

아드리안은 판단하자마자 사선에 들어섰다. 상체를 숙이고는 시선을 정면으로 향한 채 극단적으로 근육과 신경을 팽팽하게 당겼으니.
그의 검기는 활시위에 올라간 화살과 같이 상대를 겨냥했다.

계열界裂

세계를 가르는 참격이 작렬했다.

기운이 극렬하게 번쩍거렸다. 라크디온을 둘러싼 공간조차 단절됐다. 그 여파가 테르네티아 연방 사문 전체로 퍼져 나갔다.
레온하르트는 몸이 갈라질 것 같은 살벌한 예기에 크게 물러났다.

일대에 내려앉은 정적.

[…….]

산디르 파엔을 끝장낸 초월기에 라크디온은 멀리 떨어져 나갔다. 땅이 파헤쳐졌다. 놈이 밀려난 흔적이 여실히 남았다.
운명에서 비롯된 정복의 검이 지이잉───격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초월기로도 절단할 수 없나. 저 검을 파괴할 수는 없겠군.’

아드리안이 광검을 떨쳤다. 입가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냈다. 본대의 도착과 함께 최상위 전력들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본래의 네놈 따위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경지. 운명 파괴자의 영향은 이토록 깊군.]

라크디온이 검을 늘어뜨렸다.

[사령관의 숫자는 경지의 차이를 반영하지 않으나 권속은 다르다. 첫 번째에 가까워질수록 강한 권속을 의미하지.]

크세리온 제국 제2사령관.
정복의 묵시록.

라크디온은 묵시록의 권속 중에서 두 번째로 강한 존재다. 그가 비로소 정복(역병)의 권능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이제 셈이 맞군.]

* * *

대륙에서 전쟁이 이어지는 한편 방주의 장로인 쉐오른 케르노든은 사막을 지나고 있었다.

세계 연합에서 힘겹게 공간을 안정시키고 있는 걸 알고 있기에 아크로 돌아가지 않았다. 장거리 전이는 부담이 될 테니까.

그래서 한동안 지상에 머무르게 된 쉐오른 장로는 윗분에게 허락받고는, 단신으로 침묵의 사막으로 향했다.
방주에서 개입을 명하지 않는 한 전투에 나설 수는 없는 터라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모래사막을 유영하는 작은 선박이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오오…….”

얼마 전 베르덴이 선물한 작은 나뭇가지를 손에 든 그가 도시를 발견했다. 나뭇가지는 투하르로 들어갈 수 있는 일회용 통행증이었다.

“이곳이 투하르로구나.”

쉐오른 장로가 베르덴과 관리자가 구축한 새로운 투하르의 수도───누하라(Nuhara)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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