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4화 마도 폭주 (2)
에스티리아 왕국은 페르네가 정보상으로서 살아온 나라이자, 베르덴의 영향력이 닿아 있는 동대륙 권역의 핵심.
사실상 페르네는 세계 연합 본부와 동대륙 중부의 명령 체계를 직접 매개하고 있는 셈이다. 그녀는 이곳 동대륙에서 제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왕국 영토에서 초월자 인형으로 추정되는 위협이 발견되고, 통신에 잡음이 심해져 정보 전달에 장애가 생겼다고 판단한 순간.
페르네는 즉각 말이나 비행정 등으로 이동하면서 정보망을 최대한 유지했다.
에온의 마법사들을 호위로 대동했다고 해도 곳곳에 언데드가 만연한 상황.
최고위 언데드와 조우했다가는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렵겠지만, 마냥 도시 안에서 통신 장치가 고쳐지길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도구에 의존하기만 한다면 정보관으로서 자격이 없다. 그녀는 회색 지대의 정보상 출신답게 정보원을 다루며 현장에서 뛰었다.
로아프라의 대륙 간 공간 이동진으로 넘어온 최신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이렇게 빨리 전장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페르네는 에스티리아 왕국으로 왔다는 베르덴에게 알파의 전언을 전달했다.
동대륙 남부 제1사문 폐쇄.
마렌 왕국 사문 폐쇄.
이로써 델하룬, 펜드렌 호수, 테르네티아 연방까지 아홉 개 중 ‘다섯 개의 사문’이 공략되었다는 희소식을 먼저 보고했다.
옛 왕을 제외하고 이제 ‘세 개의 사문’만 처리하면 크세리온 군단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으리라.
마스터가 제3사령관을 토벌.
가레스가 제8사령관을 토벌.
비대칭 전력을 포함해 사령관들이 추가로 제거됐으니 남은 사령관은 셋.
그중 비대칭 전력은 제1사령관 하나뿐이다.
이로써 세계 연합은 승리에 몇 발짝 더 가까워졌다.
다음으로 흉보가 이어졌다.
프로하스 사문에서 거대한 인간과 같은 언데드가 봉인을 부수며 대륙으로 진입 시도 중.
아르나크 제국 국경에서 확전.
마법도시 비렌테 습격.
이데라트 연맹국에서 몇몇 도시와 연락 두절. 현재 조사 중.
마경에서 적룡 사르칸드라 출현──마경에 진입한 토벌대와 지원대의 생사 확인 불가.
제8사령관에 의해 카인 사망.
유리온, 칼리아, 드레드미어, 블루가 폐쇄된 사문에 갇혀 실종.
…….
승리에 대한 대가는 잔혹했다.
“지금 뭐라고?”
베르덴은 스스로도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되물었다.
“카인?”
멜라드 타스티엔은 현실감이 없었다.
누가 죽었다고?
자신의 죽음은 예전부터 각오한 바였지만 쌍둥이의 빈자리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아이들이었으니까.
페르네는 온몸이 떨려 제대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에네트와 검은 야수, 리엔제 등은 숨소리조차도 내지 못했다.
재차 묻긴 했지만, 베르덴은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페르네가 여기까지 온 시점에서 거짓일 가능성은 없었다.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는 정보를 주기 위해서 이곳까지 달려왔을 리 없다.
전부 진실이다.
───이미 알고 있겠지. 초월의 경지를 이룩한 순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베르덴은 푸른 산맥에서 초월을 선택할 때 스스로 다짐했던 각오를 마주해야 했다. 막연한 상상이 아닌 정면으로.
“……! 폐하!”
베르덴이 순간 비틀거리자 에온의 일원들이 다급히 부축하려고 했다. 괜찮다, 베르덴은 이내 손을 내밀어 무언으로 그들을 진정시켰다.
‘일단은…….’
속이 울렁거리며 머리가 지끈거리는 와중에 그는 초월자 인형에게 접근했다. 방금 그 시체에서 포착한 사기의 흔적에 다시 집중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어떻게든 생각의 격류를 왜곡시켜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페르네, 리비안트 공국은.”
“네? 아, 공국도 통신이 불가능해서 비행정을 보내 확인했는데 당시에 크게 습격을 당한 낌새는 보이지 않았어요. 다만 수도까지 거리가 멀어 공왕의 생사는 아직 파악이…….”
리비안트 공국은 전반적으로 침공을 당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초월자 인형에게서 느껴지는 사기는 서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수(水)계 마법의 달인이면서 흑마도사인 멜라드는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초월자 수준의 감지 능력이 없으면 추적할 수 없는 희미한 흔적.’
베르덴은 인위성을 직감했다.
‘함정이다.’
중앙 대륙의 초월자 인형들에게서는 일절 발견되지 않은 잔흔이었으니. 다분히 의도적이다. 그럼 도대체 누굴 노리고 미끼를 던진 것일까.
에스티리아 왕국과 리비안트 공국은 하나의 특징을 공유한다. 두 나라를 베르덴이 공식적으로 권역이라고 선포했다.
“리비안트 공국에 다녀오겠다.”
“공국이요? 지원을──”
“지원은 됐다. 공국 국경에도 일체 접근하지 말고 지금처럼 왕국의 방비에 전념하도록.”
베르덴은 당장이라도 출발할 것처럼 마력회로를 활성화했다가……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로 나지막이 말했다.
“미안하다, 멜라드.”
베르덴은 카인을 포함해 주변인들의 죽음을 자신의 탓이라고 여겼다.
에온을 여기까지 이끈 것은 그였다.
“신성……!”
화아아아악!
멜라드는 슬픔에 잠긴 것도 잠시 그의 잘못이 결코 아니라고 말하려 했으나, 그럴 겨를도 없이 베르덴은 리비안트 공국으로 향했다.
* * *
전체는 부분을 대변하지 않는다.
세계 연합이 승기를 잡아 가고 있다고 해도 각각의 전장에서는 절규가 끊이지 않았다.
끝내 함락당한 도시.
원군을 요청하는 연합군들.
나날이 증가하는 사망자의 수.
언데드 군단의 불규칙성.
…….
공간 이동이 있어도 전 대륙을 아우르기에는 세계 연합의 역량이 한참 부족했는데, 셧다운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은 오죽할까.
전쟁이 발발하고 수십 일이 지났으며 그동안 전쟁은 진즉 중반에 접어들었다. 언데드가 지치지 않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그런 언데드의 움직임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연합의 군세가 움직이니, 전개는 멈추지 않고, 그 밀도는 너무 높았다.
연합 본부에서는 반복되는 통신에 환청이 들리는 듯했고, 전장에서는 아군의 고통 어린 비명과 참상에 익숙해져 감각이 무뎌졌다.
해소되지 못한 피로가 점차 쌓여갔다.
[지도 갱신했습니다.]
[확인.]
연합 본부에서는 오직 알파와 베타만이 밤낮없이, 교대 없이, 피로 없이 활동을 이어 나갔다. 둘이야말로 연합 정보 체계의 중심이었다.
3차원의 지도 [마테리아스]를 확대해 연락이 끊긴 이데라트 연맹국 도시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확인 결과 생존자는 전무하고, 일부 도시는 흔적도 없이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사령관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전력.]
근방에서 대규모 언데드 군단이 확인되었다고 하나 그쪽으로 관심이 기울지 않았다. 초대 마도왕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억에 깃든 초고도의 연산력.
알파와 베타는 이성적 직관을 발휘했고 그 판단은 서로 일치했다.
[긴급. 옛 왕. 대륙 진출 확인.]
페일이 흠칫했다.
연합 본부가 술렁였다.
“옛 왕……?”
“옛 왕이라고?”
[이데라트 연맹국에서부터 남진 중입니다.]
베타는 [마테리아스]를 조작해서 파괴된 도시들을 선으로 잇고, 그 흔적에서 얻은 정보로 아칸드의 이동 경로를 예측했다.
가르간트, 주인 없는 땅, 하이랜디아.
중앙 대륙을 떠나지 않는 한 적어도 셋 중 하나는 경유할 것이다.
[적룡 사르칸드라. 섭리자. 대응에 착수.]
알파가 외눈을 빛내며 중앙 대륙의 중심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외. 중앙 대륙 내 모든 초월자. 집결.]
“즉시 하달하겠습니다.”
[이곳. 병기 군집. 설치.]
특유의 지성으로 머지않아 해당 지역에서 벌어질 미래의 풍경을 그렸다.
거대한 협곡은 새로운 무덤이 될 것이다.
[아칸드 리니게아 타인 크세리온. 척살.]
알파가 옛 왕 사냥을 준비했다.
[안 되면. 적어도. 팔 하나.]
베르덴 폐하께서 자처하는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
오직 그뿐이었다.
* * *
주인 없는 땅의 중앙에는 대규모 광산을 기반으로 삼은 드워프 요새가 있다.
매일같이 들려오던 망치 소리가 마침내 멎었다.
“아니, 스승. 진짜로 갈 겁니까?”
“귀먹었냐? 간다고 몇 번 말해.”
“진짜로 노망이 나셨나?! 전장에 가서 도대체 뭘 하겠다고……!”
라이너스가 만류했지만 그하룬은 이미 요새를 떠날 채비를 갖추었다. 정통 중의 정통 드워프. 한 번 결심한 순간 고집을 꺾는 일은 없었다.
“그하룬이 뭔가를 각오한 것 같군!”
“보고만 있지 말고 스승 좀 말리십쇼!”
“요망한 세상이 뭔 변덕을 부린 건지 우리 형제는 어느새 300년 가까이 살아왔다. 세월만큼 닳은 마음을 진심으로 움직일 만한 일은 흔하지 않지.”
제라딘이 큰소리로 물었다.
“살아 돌아올 자신은 있느냐!”
“죽을 거였으면 진즉에 죽었지.”
“으하하하! 그거야 그렇지!”
제라딘이 한바탕 실컷 웃고는 보란 듯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다녀와라!!!!! 내 동생!!!!!!!!!!!!!!!!!!”
“다녀오세요, 그하룬 님!!!!!!!”
“이런, 씹!”
요새가 쩌렁쩌렁 울렸다.
드워프들이 다 함께 전장으로 나가려는 그하룬을 배웅했다.
“오냐.”
그하룬은 술병을 흔들며 등에 ‘거대한 기계 장치’를 짊어진 채 발걸음을 내디뎠다.
라이너스는 고막이 나간 것 같은 귀를 부여잡으며 그하룬과 제라딘을 번갈아 바라봤다. 고민할 여유는 많지 않았다.
“아오, 시발.”
라이너스가 황급히 짐을 챙겼다.
“같이 갑시다, 스승!”
* * *
리비안트 공국───마르테스.
4년 전에 보헤미른 마탑을 탈출한 베르덴이 파이테 영지를 지나 처음으로 방문한 도시.
이곳에서 그는 모험가 이리스와 글러트니의 암살자 테온을 만났고, 또 글러트니의 박사와 그 실험체들을 처단했다.
까악───까악───
베르덴은 지금도 그 풍경을 선명하게 기억하지만, 다시 방문한 마르테스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남아 있지 않았다.
시민들이 가랑이에서부터 목덜미까지 나무 기둥에 꿰여 거리를 장식했다.
까마귀들이 시체를 파먹었다.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파이테 영지에서 토벌한 도적의 현상금을 지급하며 환영해 주었던 마르테스 시장.
수십 권의 책을 빌려주었던 도서관장.
잠시 머물렀던 로릭스 여관의 주인.
광산에 발생한 언데드의 토벌을 주선했던 마르테스 모험가 길드장, 오스카.
마그누스 은행의 직원들.
베르덴에게 이끌려 박사의 은신처를 습격했던 차석 기사, 제이슨.
마르테스로 피난을 온 파이테 영지의 사람들.
…….
전부 죽었다.
베르덴의 기억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사람들이 처참한 주검이 되었다. 부패한 살점 너머로 흘러내린 장기가 똬리를 틀었다.
베르덴은 죽음의 길을 걸었다.
그 길의 끝에는 마르테스의 광장이 있었다.
“아…… 베, 베르덴…… 님.”
“허억, 헉…….”
언데드에게 둘러싸인 채 죽어 가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상인 콘라드와 파이테 영주였다.
혼자서 세상에 떨어진 베르덴이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이들이었다.
델하룬 사문에서 본 적이 있던 제국의 제7사령관이 예의 철퇴를 위협적으로 늘어뜨렸다. 당장이라도 둘의 머리를 깨부술 것처럼.
휙, 카가각.
다른 언데드가 던진 통신 장치가 베르덴의 앞으로 날아왔다. 놈은 아칸드와의 회담에 참석한 네 마리의 언데드 중 하나였다.
[받아라. 폐하께서 전할 말씀이 있다고 하신다.]
베르덴은 <염동력>으로 통신 장치를 들어 손에 쥐었다.
그러고는 물었다.
“다크워튼 마탑주는 어떻게 됐지?”
[구태여 묻는구나.]
크세리온 제국의 제1사령관───기근의 묵시록, 제르마엘이 짧게 대답했다.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라.]
베르덴은 격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통신 장치를 켰다. 채널이 연결됐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잡음은 전혀 없었다.
───어떤가. 가까운 이들의 죽음과, 그 고통은.
“…….”
───운명의 수레바퀴를 파괴했을지언정 그 이상 운명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초월자로서도 충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테지. 이건 네가 선택한 길이다.
“…….”
───그 길을 걸으면서 진정 아무것도 잃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 그깟 희생을 자처해 만인의 죽음을 대신할 수 있을 거라고 희망했나? 네가 흘린 피가 그리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나?
“……”
───어리석다, 베르덴.
통신 장치가 진동했다.
───과거의 전쟁에서 대륙은 이미 ‘당신’의 것이 되었다. 네가 딛고 있는 대지, 네가 이고 있는 하늘. 그 전부가. 차후에 재개될 운명전은 그때 미처 찍지 못한 마침표를 새기는 뒷정리에 불과하지. 사도의 의미를 간과해 자만하지 마라.
아칸드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내가 ‘당신’의 선봉장이다.
아칸드는 죽음의 권능을 다루며 압도적인 병력으로 운명을 이행하는 존재.
그가 움직인다는 건 초대 마도왕의 저항자 세력을 몰락시킨 ‘당신’의 본대(本隊)가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지금부터 주인 없는 땅으로 향해 네가 일군 권역을 절멸시킬 거다. 감히 누구를 적으로 삼았는지 그 영혼에 새겨 주마.
아칸드가 조소하며 덧붙였다.
───너는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콰직!
통신 장치가 으깨졌다.
베르덴의 손에서 잔해가 후두둑 떨어졌다. 마력이 술렁였다. 그가 움직일 기미를 보인 순간 제7사령관이 콘라드의 머리통을 붙잡았다.
“끄어악, 억!”
[접근을 시도하면 즉시 이 둘을 죽이겠다.]
제르마엘은 인질을 내세우며 마르테스 전체에 숨겨 둔 언데드를 불러냈다. 그리고 도시를 꾸민 많은 시신을 기근의 권능으로 장악했다.
시체가 바싹 말랐다.
그로부터 뻗어 나온 사기가 언데드에게 깃들었으며, 수많은 망자(亡者) 자체가 의식을 이루어 묵시록의 권능을 강화시켰다.
<기근: 탈진(脫盡)>
마르테스에 괴성이 울려 퍼지며 베르덴에게 저주의 의식이 가해졌다. 사도로부터 받은 권능이 그 신체를 점차 잠식했다.
그런 베르덴을 강제로 봐야 했던 콘라드가 힘겹게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저희 상인, 집안의 가훈……! 기억, 하십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이……!! 그러니까!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베르덴 덕분에 고블린과 오크의 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콘라드, 그가 마차에 타서 재잘재잘 떠들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복수만, 꼭, 부탁, 드립니다……!!”
“다행히, 가신들은……마르테스가 아닌, 고향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때…… 도적들을 토벌하고 마시던 술이…… 기억나는군요.”
파이테 영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것을 위해 모든 것을 잃지 마십시오, 폐하.”
두 사람은 죽음을 받아들였다.
제1사령관과 제7사령관, 그리고 무수한 언데드로 이루어진 도시. 이야말로 베르덴을 겨냥한 아칸드의 비장의 한 수이리라.
다시 말해…… 놈들을 몰살시킨다면 아칸드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 크세리온 제국 전력에 채울 수 없는 공백이 생길 것이다.
그러니 더 인내할 필요는 없으리라.
마도 폭주.
마음의 통제력을 놓은 베르덴에게서 검붉은 마력이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벽안이 같은 색으로 물들었다.
피부가 갈라졌다.
외계에서 파멸의 운성을 추락시킨 대가로 과부하된 파멸의 마도는 극성을 넘었기에 개념적으로 심화되어 베르덴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제1사령관은 섬뜩한 전율감을 느꼈다.
신격과는 다른 또 하나의 영역.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마도 현신의 단계를 한층 더 초월한 경지.
모든 마도가 여태까지 도달한 적이 없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너희는, 오늘 죽지 않는다.”
어두운 광채가 번쩍인 찰나에 베르덴이 제7사령관 앞에 현현했다.
[……!!]
놈은 반 박자 늦게 반응해 콘라드를 앞세워 철퇴를 휘둘렀다. 베르덴은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직선으로 [인테리스]를 내질렀다.
현뢰가 폭발했다.
잔류 번개와 함께 사나운 뇌성이 확산했다. 그러나 콘라드도 파이테 영주도 소멸하지 않은 채로 언데드의 몸체만 절반이 날아갔다.
“──────!”
베르덴이 그대로 다리에 힘을 싣고 허리를 비틀어 이격(二擊)을 가했다. 파멸의 빛이 마르테스의 절반을 집어삼켰다.
<로드 아케인: 재래(災來)>
제7사령관이 절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