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785

785화 혈맹 (1) [3부 – 2장: 세계 회의]

표면적으로 피울음 역병 사태에 적극 대응한 루아스교의 전력이 움직였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대륙 곳곳에서 발호하고 있는 언데드 무리가 연이어 토벌 중이라는 소식이 각국에 전해졌다.

물론 다른 소식들도 말이다.

───아티슨 마탑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에온에서 개발한 피울음 역병 완화제로 인해 치사율 유의미하게 감소 중. 연금학계 주목.

───에스티리아 왕국, 미들로스 자치령, 벨디른 공화국, 리비안트 공국이 대규모 언데드 토벌에 국가적 협력. 그 중심점은 에온의 초월자이신 천검, 아드리안 첸버스.

───동대륙 중부가 에온을 주축으로 긴밀한 우호 관계 형성! 그런데 오직 도시 연합 카일리언스만 침묵……?

───루아스 교국의 성녀께서 대륙의 악의를 향해 심판을 선언…… 삼정의 추기경, 7인의 대주교, 팔라딘 언데드 사태에 개입…….

───레프라기움 마탑에서 발데라 왕국에 출몰한 고위 언데드 섬멸.

───에온의 식별 골렘. 도시를 구하다.

───신성의 3계명에 반발한 뒷세계가 담합해 혈맹을 조직. 여러 도시 한복판에서 에온과 혈맹이 교전! 엘프가 에온을 지원.

───혈맹의 간부라고 알려진 중범죄자, 33인 살해의 호반체르를 처단한 에온의 열 번째 위상, 중앙 대륙 4강, 군림자가 발언. “혈맹은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주인 없는 땅, 가장 안전한 땅, 엘프도 선호하는 땅.

───혼란스러운 대륙. 연말에 예정된 세계 회의는 연기되나? 세계 회의 주최지인 가르간트의 이그나시아께서 직접 말씀을 경청. “세계 회의를 미뤄? 그건 재미없을 것 같은데? 너희도 재미없어져 볼래?”

───긴급 속보. 세계 회의 일정 변동 없음!

───모든 인간종이 한자리에? 수인 대부족과 이례적으로 화산 지대의 드워프 클랜들이 올해 세계 회의에 참석할 것은 선언. 과연 대수림의 엘프의 행보는?

───델하룬의 제후들은 선대의 과오를 딛고 세계 회의에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국제 무대에서 잠적할 것인가?

───모험가 길드 본부. 범대륙 차원의 국가 기능 마비로 아인종 및 이형종 피해 급증해 긴급 토벌 명령 선포. 미스릴 등급 이상의 모험가가 각지에 파견되었다는 소식이…….

…….

국제 신문 기사가 아주 떠들썩하다.

중앙 대륙의 초거대 도시, 가르간트에 자리 잡은 언론 사업이라 상당히 체급이 커서 웬만한 강대국이 아니면 눈치조차 보지 않는다.

물론 초월자는 예외였다.

혹여라도 초월자들의 심기에 거슬릴까 우려하여, 직접적인 언급이 적었으며 해당 문장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정중했다.

주검의 영광의 세 번째 하인, 만연의 랑데르크가 다리를 꼰 채 차를 한 잔 마시며 읽던 신문들을 고이 접었다.

“이런 걸 보면 언제나 시대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실감 나는군. 불과 300~400년 전만 해도 신문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

유식한 자는 유식하게.
무식한 자는 무식하게.

족보도 없는 것들이 팔다리가 있다고 올라오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 계급의 지배 구조란 그런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권력자는 양손 가득히 수많은 정보를 쥐고 있고, 피지배층은 권력자의 손틈 사이로 흘러내리는 정보의 잉여분을 빨아먹는다.
약자는 주도하지 못한다. 인간만이 아니라 본래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신문이란 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이었다. 단적으로 말해서 정보량이 과하다. 쓸데없다고나 할까?

물론 요긴하게 쓴다면 지배력을 강화할 수는 있겠으나……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몽매한 평민을 다스릴 필요는 없을 터였다.
개 목줄을 당기는 것에 무슨 그런 귀찮은 통치 행위가 있어야 한단 말인가.

퍽.

대충 날린 발길질에 얻어맞은 혈맹의 대원로, 그렌트가 넘어졌다. 그런데도 고통스러운 기색조차 내비치지 않고 굽신거린다.

죽기 싫으니까.

그렌트는 닳고 닳은 육신의 수명을 더욱 늘리고 싶어 하고, 랑데크르가 속한 주검의 영광은 그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힘에서 압도당하고 욕망마저 장악당한 그렌트는 조용하다. 그렌트에게 있어서 랑데르크는 항거할 수 없는 통치자였기에.

‘이야말로 절대적인 힘’.

그렇다.

세상이 이다지도 시끄러운 건 그러한 절대자가 부재한 탓이다. 그러니 여러모로 애매한 것들이 이곳저곳에서 설치고, 잡음을 내고, 소란을 피워 대는 것이다.

올바르지 못한 세상이다.

랑데르크의 신념은 언제나 확고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구축하기 위해선 유일한 절대자가 필요 불가결하다.
그래서 그는 세 번째 하인으로서 주검의 영광에 몸을 담았다.

옛 왕.

수백 년 동안 조직에 헌신하며, 인간을 넘어 모든 존재를 지배할 수 있는 절대군주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 왔다.
갈등 없는 세상은 랑데르크의 오랜 숙원이자, 꿈이었으므로.

‘마침내 거의 다 왔다.’

랑데르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눈은 여느 때보다 맑았다.
초월자처럼 존재로서 나아가야 할 길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마음속에 이상향을 품을 수 있는 건 초월자만이 아니었다.

“암살을 재개하지.”
“예?”
“에온의 주요 요인들을 주인 없는 땅 바깥으로 꾀어내게.”

오랫동안 준비해 온 피울음 역병을 대륙 전역에 터뜨린 시점에서 루아스교의 추적을 살아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병원체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머지않아 병원체가 하나로 좁혀진 끝에 본체가 드러나면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전에 정보를 더 쌓아야 한다.’

랑데르크는 자신에게 주어진 죽음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결국 죽는다는 건 일시적인 상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주검이 다시 이 세상에 군림하시는 그날, 불멸의 세상이 찾아오리라.

“주인 없는 땅 바깥으로, 말입니까?”
“의문을 갖지 말게, 그렌트.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영생을 원한다면.”

꿀꺽.

“영, 생.”

그렌트가 그 감미로운 단어를 듣고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오늘따라 피부 위에 떠오른 검버섯과 주름이 꼴 보기 싫었다.

쿵!

그렌트가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따르겠습니다……!!”

* * *

죽음의 죄인, 고물상, 레지날프가 턱을 매만졌다.

‘혈맹이 이상하다.’

혈맹에 필요한 자금을 크게 지원하면서 까마득한 세월로 다져진 실력으로 아주 은밀하게 내부 정보를 빼 오고 있었는데…… 이번에 파악한 혈맹의 전체적인 움직임이 무척 난잡했다.

교란인가?
아니다.

내부자를 경계해서 정보를 은폐했다고 여기기엔 여러모로 허술한 점이 많다. 혈맹은 아직도 에온에게 선제공격당한 은신처들의 피해를 소화하지도 못한 상태이기도 했고.

뭔가 변화가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시기가 루아스교가 움직인 시점과 일치했으니, 주검의 영광과 관련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설마…… 혈맹을 소모할 작정인가?’

혈맹이 세계를 기준으로 제법 위협적인 세력인 건 맞지만, 주검의 영광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말일 뿐이다.
혈맹 전체가 나선다고 해도 유골룡 하나조차 감당할 수는 없으니.

그렇다면 혈맹으로 무엇을 하려는 걸까.

스슥, 스스슥.

레지날프는 섣부른 추측 대신에 에온에 보내는 편지를 썼다. 비밀스럽게 작성된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러했다.

───암살, 주의 요망.

* * *

동대륙에서 26체의 랑데르크를 죽인 아드리안이 잠시 주인 없는 땅으로 복귀했다. 죽음이 죄인이 보낸 서신 때문이었다.

‘……고민되는군.’

블랙 아워의 대전당은 대부분의 방법으로 외부 침입이 불가능할뿐더러 에온의 총전력이 머무르고 있다.
그러니 혹시 모를 대전당의 피해를 걱정할 건 없었다.

그렇다면 주인 없는 땅은 어떤가.

주인 없는 땅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어레인은 비교적 안전하다. 에온의 전력을 항시 배치하고 있고, 근처에는 이자벨라가 데려온 대수림의 엘프들까지 머무르고 있으니까.

‘그러나, 상대는 주검의 영광이다.’

세 번째 하인이 단신으로 대륙에 이만한 피해를 입혔다. 그 윗선인 두 번째 하인과 첫 번째 하인이 초월자라는 건 기정사실.

만약 아드리안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둘 중 하나가 움직인다면, 혹은 둘 다 나선다면……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

“…….”

아드리안은 자기 나름대로 최선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떠올리려고 했지만, 초월자이기에 망설임은 더욱 커졌다.

그때였다.

복도 모통이에서 작은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아이샤가 모습을 보였다.

점술가의 손녀.
피울음 역병을 예견한 아이.
기기묘묘한 예지자.

“괜찮아요.”
“……뭐?”
“주인 없는 땅은 괜찮을 거예요. 언데드가 몰려와도, 암살자가 찾아와도.”

아이샤는 평소와는 다른,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역병을 말살하고 오세요.”

예언인가.
혹은 격려인가.

아드리안은 일순간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아이샤로부터 느꼈지만, 그건 불쾌함과 불길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쨌든.

아이샤의 말 몇 마디가 아드리안의 선택을 도운 건 분명했다.

* * *

혈맹이 암살 활동을 재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죽음의 죄인의 연락이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축될 이유는 전혀 없다.

충분히 대비하고.
경각심만 가지면 된다.

이미 혈맹의 전력은 대대적인 에온의 선공에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상태다. 만전이라고 해도 에온과의 전면전에서 승산이 없는데 말이다.

피를 좀 봤다고 겁에 질려 굴 속에 숨어든 혈맹 놈들이 제 발로 기어 나온다면, 그건 그것대로 환영할 일이었다.

에온의 활동은 지속됐다.

“이번에 에온의 대표로 벨마이르 왕국에 출몰한 언데드 토벌 지원을 담당하셨다고 들었는데, 에온의 위상으로서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딘엘 왕국에서 군림자가 혈맹의 간부를 처리하는 광경을 우연히 목격하고, 처음으로 에온과 뒷세계의 갈등에 관한 특종을 쓴 신입 취재사 ‘카시네’가 활기차게 질문했다.

군림자, 라테온 오프니엘이 팔짱을 낀 모습으로 대답했다.

“에온은 피울음 역병 사태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진정시키고자 한다. 이는 거래를 통한 방호 조약이 아닌 지원일 뿐이다. 명심하도록.”
“그 말씀을 타국의 국정에 최대한 간섭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까요?”
“적어도 이 건에 한에서는 그렇다. 다만, 몇몇 국가가 소위 방역을 통해서 피울음 역병의 피해를 줄였다고 하던데.”

라테온이 이렇게 취재에 임하는 이유는 에온의 태도를 여러 매체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개인적으로 공훈을 널리 알려서 에온의 중추로 인정받을 기회이기도 했고.

‘어떻게든 서열 순위를 높인다.’

열 번째 위상.

라테온은 에온의 서열전에서 초월자인지 몰랐던 아드리안을 지목한 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미친 듯이 두들겨 맞고.
그 탓에 에온의 하위 간부로 결정되었던 기억만 떠올리면 발작이 생길 것 같았다.

라테온이 내심 크게 심호흡하고는 다시 취재에 집중했다.

“에온은 사태가 종식되는 대로 대대적으로 해당 행위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신성의 3계명의 위반을 확인했을 경우 그에 걸맞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만약 저항한다면.”
“후회할 짓 하지 말라고 권고해 주고 싶군.”

카시네가 입꼬리를 움찔거렸다.
특종이다.
소문대로 에온의 행보 하나하나가 대륙을 크게 흔들고 있다.

이렇게 에온에 가까이 머무르는 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카시네는 당장 취재사의 본능을 우선시했다.
지금까지 기회만 없었을 뿐이지 그녀는 취재를 위해서라면 전쟁터에도 나갈 수 있었다.

카시네가 빠르게 군림자의 발언을 메모하고는 재차 입을 열었다.

“그럼 다음으로…….”

쿠우우우웅!

가까이서 굉음이 들려오더니 방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짤막한 비명을 지른 카시네가 팔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허둥대는 동안 전쟁 무구를 챙긴 라테온이 복도로 나갔다.

“무슨 일이지?”
“비행정의 기습입니다.”

지금 라테온은 신입 취재사와 휘하 전투 부대를 데리고 에온의 비행정을 이용해 벨마이르 왕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주인 없는 땅 바로 옆인 터라 공간 이동진까지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에.

“전투 준비. 에온에 보고해라.”
“예.”

라테온이 곧바로 선실을 빠져나가 널찍한 갑판 위에 섰다. 뒤늦게 따라 나온 카시네가 낯선 비행정 세 척을 보곤 움찔 떨었다.

“저게 뭐죠……?”
“혈맹이다.”

라테온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가장 가까운 적 비행정에서 라테온 이상으로 몸집이 큰 사내가 등장했다.
전신 갑옷과 체격에 걸맞은 묵직한 장검으로 완전무장 한 채로.

“네 새끼가 군림자냐?”

피의 경비대 수장───피드락.

극점 이전의 경지인 무투계 상위라고 알려진 혈맹의 최고 간부. 그 정체를 파악한 라테온이 가볍게 목을 풀었다.

“공적이 제 발로 찾아왔군.”
“저, 저기요…….”
“취재는 나중에 이어서 하지. 지금은 구경이나 하도록.”

라테온은 양손에 검과 방패를 든 채로 앞으로 전진했다. 주인 없는 땅의 서쪽에 불과하지만, 그는 그곳의 왕이었다.
군림자라는 이명에 걸맞은 위용을 바로 드러낸 라테온이 명령했다.

“정지.”

에온의 비행정이 멈춰 섰다.

콰아아앙!

그로 인해 안전거리 없이 지근거리에서 따라붙고 있던 피드락의 비행정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더니 크게 충돌했다.

“꽑!”

카시네가 갑판에 코를 박았다.
코피가 터졌다.
동시에 선체의 반동을 이용한 라테온이 과감하게 돌진했다. 당장 피드락과 격돌하며, 두 사람이 검을 맞대었다.

카가강! 카앙! 카가가가각!

검격이 부딪칠 때마다 충격파가 일면서 대기가 떨렸다.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살벌한 교전에 혈맹의 조직원이 주춤했다.

“피드락 님의 검압을 간단히 견디다니…… 역시 ‘열 번째’에 위치한 ‘하위 간부’라고 해도 초월자 세력은 초월자 세력이…….”

뻐억!

갑자기 라테온이 움직임을 비틀어 혈맹 조직원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대로 안면이 으깨진 놈이 비행정 아래로 추락했다.

정적이 일었다.

피드락이 정말로 궁금해서 물었다.

“뭐 하냐?”
“시발, 누가 열 번째야.”

* * *

며칠이 지났다.

대륙의 겨울이 차츰 깊어져 가고 있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베르덴은 생명이 거목을 쓰다듬으며 이 땅의 공간 좌표에 집중했다.

이윽고 베르덴이 천천히 눈을 떴다

알파가 물었다.

[공간 좌표. 안정?]

“그래.”

베르덴이 긍정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마침내 침묵의 사막을 떠나 대륙으로 복귀하는 날이 밝았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