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02

802화 겁화(劫火) (1)

끊임없이 불태울 마력이 있다고 해도 <개기식>을 유지하면서 쌓여 가는 신체적 부담은?
정신력의 소모는?
무한의 마도에서 파멸의 마도로 즉시 전환할 수 있는 여력은?

고려해야 할 게 적지 않다.

베르덴도 일상생활에서 항시 마도를 개방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끝에 얼마나 피로감이 심할지는 대충 예상은 할 수 있다.
마법적인 관점에서 따지면 지극히 비효율적인 운용이다.

‘그래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

베르덴이 입술을 매만졌다.

‘강제로 <개기식>이 개방 및 지속하는 마법진을 만들어 신체에 새기면 정신력의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을 터. 이 과정에서 유일한 걸림돌은 신체적 부담. 그 외에는 없다.’

정신과 육체가 충분히 견딜 수 있다면 마도의 전환도 수월할 터. 즉, 육체적 반동을 대신 받아 줄 수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요점이었다.

이에 베르덴이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이론만으로는 답이 없군.’

마도사와 마도는 따로 분리할 수 없는 관계에 있기에, 마도 개방의 대가만을 외부에 전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별도의 매개체 없이 순수하게 단점만 제거하는 편리한 마법적 수정은 마법의 등가교환의 법칙에 위배된다.

아무리 마도 <무한>의 잠재력에 불가능은 없다고 한들 베르덴 자기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가능성은 실현할 수 없다.

‘그러니 경험에서 단서를 찾아야 한다.’

망화의 마도를 개척한 다히트 웨스로엘 본인조차 자기 자신마저 소멸시킨다는 극단적인 사고까지 이른 적은 없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깊게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이득보다 손해가 훨씬 더 클 게 자명했으니까. 다히트에게는 무한정 불태울 수 있는 장작이 없었다.

사실상 이런 시도는 생애 처음이기에 이론만으로 결론을 낼 수 없다. 본디 마법이란 무수한 시행착오로 완성되는 것.
전례 없는 실패조차 유례 없는 성공을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

베르덴이 중얼거렸다.

“……그 전에 다른 것부터 처리하는 게 좋겠지.”

할 일이 제법 많다.

세계 금서 [그링 아르카넘]을 통해 얻은 미등록 [마법서]로 원소를 선택해 강화하고, 그를 [다원의 마법서]에 흡수시키는 것.
최초의 마탑에서 가져온 서적들로 고대의 마법 이론 체계를 터득하는 것.
에온의 마법사들의 가능성을 개화시키는 고유한 마력 체계의 기초를 완성하는 것.
세계 회의에 대비하는 것.
세계 회의 이후의 일을 상정하는 것.
…….

그리고 <개기식>으로 심장의 마력을 소멸시키고, 그 경과를 확실히 지켜보면서 마법진 창조 및 이식을 고려하는 것이 마지막이다.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첫 단추로 삼기에는 여러모로 부적합하므로. 상시 소멸은 잡념 없이 심혈을 기울여야 할 연구다.

당장 주어진 여유 시간은 며칠밖에 없다.

충분하지는 않다.
하나 그리 부족한 것도 아니다.

이미 대부분의 마법적 연구는 틈틈이 머릿속으로 궁리해 두었고, 영창 마법을 비롯한 이론이 담긴 고대 서적을 읽어 왔으니까.
침묵의 사막으로 여정을 떠난 이후, 그리고 최초의 마탑에 방문한 이후부터 폐관에 든 지금까지 꾸준히 말이다.

초월자의 시간은 그렇지 않은 자의 시간보다 길며, 초월자의 오성은 그렇지 않은 자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벗어난다.

그중에서도 베르덴은 특별하다.

“…….”

시야를 닫았다.

베르덴이 마법 연구를 시작했다.

* * *

인간의 번식력은 모든 종족을 통틀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평범한 인간은 감히 가늠할 수도 없는 복잡한 유기 과정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인간이 될 아이는 비교적 간단히 탄생한다.

하지만 자연적인 번식 작용 없이 인간 자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섬세하게 짜맞추는 건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은 복잡한 개체다.

세포, 혈관, 근육, 신경, 장기, 마력회로, 기의 흐름, 그리고 정신 등───심지어 그것들 간의 마치 기계와도 같은 유기적인 연결까지 구성하는 인체의 인위적인 재현은 흔한 천재 따위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생체학의 영역이다.

하물며 구인류의 신체 기관을 모방하되, 그를 모든 방면에서 완벽하게 초월한 신인류를 창조하는 작업은 더욱이 그러하다.

……챙그랑.

글러트니의 수장, 발리온 프레이아가 조촐한 의자에 걸터앉았다.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아주 예리한 수술 도구를 떨어뜨린 그가 자신이 직접 설계한 새로운 인류의 기틀을 유심히 관찰했다.

글러트니의 장기와 조각, 또 생명을 응집한 붉은 조각을 토대로.
극도로 희귀한 이형종들과 특수 개체들의 생체 조직을 배양하고 변형하고 접합하여, 오직 형태만 구인류와 동일한 순수하디순수한 바탕이 눈동자에 반사됐다.

‘이로써 절반은 마련했다.’

물론 8할이든 9할이든 간에 결국 10할에 이르지 못하면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시작점에 도달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이제 기생의 대악마가 넘긴 사르칸드라의 피를 동력으로 삼아 몇 번이고 순환시키며 피와 신인류의 기반이 서로 호환성을 갖도록 만들면 비로소 완성의 목전에 다다른다.

그런데 왜 이렇게나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건가.

‘……초월종, 그것도 다름 아닌 4대 고룡이라고 불리는 적룡의 혈액이다. 이 안에 담긴 잠재적인 힘만 해도 신인류의 기원이 되고도 남을 텐데. 내가 대체 뭘 놓친 거지?’

이성은 합리적인 실험이라고 부르짖는데, 그간의 인체 실험의 경험이 축적된 본능이 속행을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내심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으로서는 이보다 나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무려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방주의 추적을 피해 다니며 확보한 소재들을 그런 식으로 낭비할 수는 없다.

“보다, 완벽한…….”

발리온은 다시 원론으로 돌아갔다.

글러트니는 원초적인 섭식을 통해 약소 종족인 구인류에서 신인류로의 진화를 목표로 한다. 그러한 진리와도 같은 이념은 글러트니라는 특수 개체에서 기인한다.

그래, 섭식.

처음부터 완벽성을 추구하는 건 방향성에 맞지 않다. 인간이 먹어서 성장하고 적응하듯이 신인류도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
서로 잡아먹히고 잡아먹는 포식자와 피식자의 순환은 태초부터 시작되었다.

“보다, 완벽해지는…….”

뭔가.
흐릿하게 보인다.

탁.

발리온이 곧장 수술 도구를 집어 들어 미완성된 신체를 해체했다. 뇌, 페, 간, 신장, 척수, 소장, 대장, 위장, 혀, 췌장, 연골, 눈알…… 물컹거리는 장기들이 순차적으로 그릇에 놓였다.

“어머. 힘들게 모세 혈관까지 구축해 놓고 용혈로 실험해 보지도 않고 폐기하는 거예요? 당신답지 않게 포기가 빠른 것 같네요.”

글러트니의 두 번째 송곳니, 키르에가 문틀에 머리를 기댄 채 속삭여 왔다.

발리온이 그쪽으로 시선도 주지 않고, 부분부분 이식한 수십 개의 붉은 조각을 정교하게 떼어 내며 대답했다.

“너무 성급했다.”
“무엇을요?”
“인간도 엄연히 체계적인 진화종이라는 걸 간과했어.”

유년, 소년, 청년, 장년, 중년, 노년 등 인간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변화하며 결국에는 흙으로 돌아간다.
처음부터 중년부터 시작하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인류도 이와 같다.

신인류가 구인류를 대체하려면 나이라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섭식을 중점으로 하여 점진적인 성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태아(胎兒)를 조형해야 한다.”

어미의 뱃속에 머물고 있는 인간이야말로 인류의 시초다. 과거 사망한 박사가 격렬하게 주장했던 신체 이식만으로는, 글러트니가 진정으로 원하는 신인류를 창조할 수 없다.

“그러나 신인류의 시초를 조직하려면 소재가 더 필요하다. 사르칸드라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존재의 일부가.”
“적룡을 그렇게나 웃도는 존재라니. 그런 게 있을까요?”
“어떻게든 찾아봐야─”

발리온이 순간 손을 멈췄다. 그의 선명한 붉은 눈동자에 대륙에 군림하고 있는 여러 후보들이 스쳐 지나갔다.

“피울음 역병은 어떻게 됐지?”
“감염자를 해부해 보니까 증상이 점차 약해지고 있던데요. 아무래도 루아스 교국에서 역병의 근원을 제거한 것 같아요. 그래도 대응이 빠른 걸 보면 세계 종교이긴 하네요.”
“루아스교의 전력을 생각하면 오히려 느린 거다. 평화에 찌들어 자만했나 보군. 어쨌든 쥐굴에만 숨어 살던 주검의 영광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이제 곧 폭풍이 닥칠 거다.”

툭.

발리온이 신인류의 바탕으로부터 아직 뛰지 않는 심장을 분리했다.

“재료는 거기서 구한다.”

글러트니에게 죽음과 함께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전쟁은 곧 수급처다. 발리온이 노리는 건 초월자들의 혈육(血肉)이었다.

* * *

사각사각사각.

고도의 <염동력>으로 조종되는 여러 깃펜이 종이의 공백을 채운다.
에온을 위한 마법적인 지식과 이론이 정리되고 정립되어 수천 장에 달하는 문서가 다수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사실 요점만 고려하면 분량은 이보다 훨씬 더 줄어들 터였지만, 비교적 이해력이 그리 높지 않은 마법사들이 배울 엄두를 내려면 부가 설명과 세세한 주석이 필요 불가결했다.

베르덴이 자기 자신만을 위했다면 애초에 따로 필기할 것도 없었다.

이윽고 허공에 나열되어 있는 기록들이 주제에 맞게 분류되어 각각의 종이 더미 위에 내려앉으니, 마치 서적의 초안처럼 보였다.

‘……이거라면 에온의 약 3할, 아니 2할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

마음 같아선 에온의 마법사 모두가 습득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최대한 낮추고 싶었지만, 이것저것 고려하며 설명을 늘렸다가는 어느 문서는 수만 장에 육박하고 말 것이다.

당장 그만한 양의 이론서를 정리할 여유도 없을뿐더러 마법사 한 명이 고작 책 하나 독파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걸 제대로 이해하는 건 또 별개고.

과하면 독이 되는 법.

그중에서도 에온의 고유 마법 체계 기초는 블랙 아워와 소사이어티에서도 나름 마법에 일가견이 있는 마법사가 먼저 익힐 것이다.

강물이 흐르듯, 위에서 아래로.

베르덴은 시간만 충분히 있다면 교수 노릇도 할 생각이 있었다. 그 이상으로 그는 에온의 정점으로서 진심이었다.

본래 가진 게 없었기에 그런 걸까.

베르덴은 겨우 손에 쥔 것을 놓아 버리는 법을 잘 알지 못했다. 굳이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었다.

“후우.”

베르덴이 대부분의 작업을 마치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닷새 동안 극도로 활성화되어 있던 감각이 점차 진정되었다.

세계 회의까지, 약 8일.

이제 마법 연구는 앞으로 최대 나흘까지 진행할 계획이며, 당초 목표로 했던 작업은 두 개밖에 남지 않았다.

마법서 등록.
상시 소멸 활성화.

베르덴은 지체할 것 없이 아공간에서 [미등록 마법서]와 [다원의 마법서]를 소환했다. 마력회로를 활성화했다.
리비안트 공국에서 지금까지, [마법서] 등록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화아아악!

마력에 반응하며 책장이 열렸다.

‘내가 선택할 원소 속성은 화염.’

중력 속성이나 공간 속성도 좋은 선택지였지만, 주력으로 사용하는 망화를 극대화하려면 화염 속성을 골라야만 했다.

다히트도 자신만의 [마법서]를 갖고 있었으나, 그건 찬탈의 장 때 그의 죽음과 함께 소멸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렇게 전격 속성과 대지 속성을 포함해 세 가지 속성이 강화됐다. 성공적으로 등록을 마친 뒤 곧장 [다원의 마법서]에 흡수시켰다.

───!

화염 계열의 마법적 역량이 한층 더 충만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망화의 불씨를 피웠다. 동일한 마력을 소모했음에도 예전에 비해 밀도가 높아지고 화력이 강해졌다.
언제나 그랬듯.
지금의 베르덴은 사막에서 대륙으로 복귀한 날, 그 과거보다 강했다.

‘정신적 피로는 조금 있지만 육체적 피로는 거의 없다. 당장 시도해 봐도 되겠어.’

베르덴이 합장했다.

<무한 - 망화(亡火)>

본격적으로 마도를 개방함과 동시에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상상했다.
특히 최악의 결과를 상정했다.

‘예상 이상으로 위력이 강해져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어디까지나 내 힘을 제물로 삼는 셈이니 내상을 입을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는 심하지 않을 터. 최소한의 제어력만 유지한다면 문제 될 일은 없다.’

실패의 위험도는 적고, 성공의 과실은 크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개기식(皆旣蝕)>

베르덴이 마안을 번뜩이며 체내에 소멸의 영역을 전개했다. 마도의 화염이 주인을 향해 달려들며 입을 쩍 벌렸다.

무한이라는 끝없는 장작 더미에.
검은 불꽃이 확산했다.

* * *

대륙의 어느 해안가에서 아드리안도 나름대로 단련을 이어 나갔다. 극한의 검속으로 바다와 하늘을 베고, 어느 정도 힘을 소모했다 싶으면 명상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주군께서 곧 나오실 때가 됐는데.’

아드리안은 대전당에서 연락이 오길 고대하며 홀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통신 장치에 불이 들어왔다.

“주군께서 나오셨나?”

───당장 이쪽으로 와!

이자벨라의 음성이다.
다급해 보인다.
즉각 자리를 박찬 아드리안이 에온에서 미리 작성한 마법진의 기틀을 향해 대전당의 제2제어권을 발동했다.

화아아아악!

공간을 뛰어넘어 대전당으로 이동한 아드리안이 전력으로 질주했다. 순식간에 짙푸른 복도의 풍경이 좌우를 스쳐 지나갔다.
곧 대전당의 심층에 도달하자 이자벨라를 비롯한 사람들이, 활짝 열려 있는 주군의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드리안이 멈칫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방의 내부 공간이 완전히 새까맣게 물들어 있다. 그림자 따위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하게 일렁이고 있다.

“망화인가?”
“어마어마한 마력이 느껴지길래 바로 와 봤더니 이 상태야. 가주가 뭔가 한 것 같은데. 도저히 접근할 수가 없어.”

침식의 마도를 개방한 이자벨라가 고유 마법을 시전했으나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그녀의 마력이 지워졌다.
사물도 마찬가지다.
저 어두운 불길로 가득 찬 공간은 그야말로 소멸 지대였다.

그나마 접근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건 초월자밖에 없으리라.

아드리안이 말했다.

“주군이라면 무사하시겠지만…… 그래도 확인해 볼 필요는 있겠군. 마냥 기다리기만 하기에는 힘의 밀도가 너무 높아.”
“부탁할게.”

아드리안이 광검 [실렌다르]로 검막을 펼치며 걸음을 옮겼다.

“……!”

갑자기 전율이 일었다.
초월자로서.
경지라고 하기보다는 방대한 힘 자체가 공간을 압도하고 있다.

아드리안은 더 나아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다가 검막을 해제했다.
그러고는 나지막이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주군?”

그때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불쑥 손이 튀어나오더니 문틀을 붙잡았다. 쩍. 소멸과 압력을 견디지 못한 대전당의 벽이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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