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04

804화 세계 집합 (1)

긴 시간 동안 힘없이 열려 있던 실눈이 조금 더 확장됐다. 투명하고 깊은 벽안이 미세하게 떨리며 아주 천천히 섭리자와 메이아를 향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섭리자가 머리를 늘어뜨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태초의 마법사를 뵙습니다.”
“……!”

그 말을 듣자마자 메이아가 본능적으로 시선을 내리깔며 몸을 숙였다.

태초의 마법사.
최후의 저항자.

올다르크 루인 아케나드.

아득한 태초에 마법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창조한 존재이자, ‘당신’의 운명에 맞서 최후까지 맞서 오고 있는 저항자면서, 현 아케나드 마도국의 건국자가 의식을 회복했다.

마침내.

‘세계는 급하게 출렁이고 있어. 그래서 머지않아 깨어나실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기가 너무 빨라.’

분명 고대하던 순간이었지만 메이아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사실 그녀는 올다르크를 직접 대면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입술이 달싹거린다.

+사막이 저물었군+

고고한 음성이 울려 퍼지는 것과 동시에 감히 측량할 수 없는 존재감이 들이닥쳤다. 심장의 마력이 요동친다.
마치 펄펄 끓는 액체처럼 피와 마력이 역류하는 듯한 기분.

‘숨이……!’

쿵.

메이아가 자신의 멱살을 힘껏 붙잡은 채 이마를 바닥에 부딪쳤다. 초월자로서 이런 식으로 압도당한 적은 없었는데.

8위계과는 비교도 안 되는 힘이다.
이게 9위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판단 불가.

메이아는 마법사든 신앙자든 전사든, 누구든지 그 경지를 보다 명확하게 간파할 수 있는 재주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고유한 통찰력이 흐려져 전혀 통하지 않았다.

섭리자는 미동도 없었는데 대신 이마에 식은땀이 조금 맺혀 있었다. 날뛰고 있는 자신의 마력을 다스린 그가 머리를 들었다.
그렇게 동력원의 마력 속에 잠긴 올다르크를 똑바로 마주했다.

“먼저 보고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사막의 신과 키론다르가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공멸이 아닌…….”

+잿빛과 벽안의 초월자+

섭리자가 흠칫했다.

“알고 계셨습니까?”

+그리운 과거에서 서로를 보았다+

올다르크가 느릿하게 오른손을 쥐었다 폈다. 그럴 때마다 마력의 파동이 레프라기움 마탑 전체를 흔들었다.

+그자는 뭐라 불리는가+

“신성(新星). 베르덴입니다.”

섭리자는 베르덴의 내력을 상세히 파악한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읊었다. 최초의 마탑이 보관하고 있던 [그링 아르카넘]도 손에 넣었을 거라는 말도 물론 잊지 않았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건 솔직하게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베르덴. 그래, 운명이……+

올다르크가 턱을 치켜들었다.
천장이 보인다.
그는 천장 너머의 하늘을 보고 있었다.

+운명의 파괴는 세계의 반발인가, 아니면 세상의 자연스러운 흐름인가. 무엇이 됐든 세계수는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겠지. 대악마 또한. 하나 이미 결론은 정해졌다+

“아…….”

메이아의 마음이 크게 술렁였다. 그 말 몇 마디에 지금까지의 불안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점차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이내 기력을 회복한 그녀가 바닥을 짚고 상체를 일으켰다.

+남은 건 과정을 충족하는 것뿐이지+

두 사람이 대답했다.

“방금 말씀드렸던 대로 마탑의 동력원 중 하나가 줄었습니다만 결국엔 시간문제입니다. 현재 방주의 관리하에 있는 아크는 언제든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고대종의 봉인 또한 건재합니다.”
“세계 각지에, 뿌려 둔 ‘씨앗들’도,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메이아가 힙겹게 말을 이었다.

“가장 큰 변수는, 기생의 대악마와 신성뿐입니다.”

올다크르가 작게 웃었다.

+가장 중요한 변수를 제외했구나, 메이아+

“아, 제 이름을…….”

+나의 의지를 잇는 자는, 모두 알고 있다+

메이아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가 곧 정신을 차렸다.
직전 최후의 저항자께서 언급하신 가장 중요한 변수가 무엇인지 생각하다가, 그 뜻을 이해하고는 헛숨을 들이켰다.

“설마. 하, 하오나 ‘당신’은, 잠에…….”

+‘당신’이 깨어났다+

새로운 변화가 하나 더해진 것만으로도 공기가 한없이 무거워졌다. 믿기 어려웠다. 이 또한 시기가 너무 빨랐기에.

+사막이 저무는 과정에서 ‘당신’의 표층의지와 베르덴이 접촉한 듯하군. 그렇게 운명의 수레바퀴를 파괴한 장본인을 인지하면서 ‘당신’이 약간 눈을 뜬 것이겠지+

등골이 서늘하다.
이건 돌이킬 수 없다.

‘역시 베르덴은…….’

메이아가 입술을 짓씹고는 다급하게 물었다.

“저희가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깊이 우려할 이유는 없다. 결국 ‘당신’의 봉인이 완전히 풀리기 전에, 내 재구성된 신체가 완벽히 깨어날 테니+

올다르크가 확언했다.

+내가 그대들을 이끌겠다+

그 단호한 음성에는 어느 누구도 짋어지지 못할 무거운 책임감이 가득했다. 운명 속 존재들은 감히 이해할 수 없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들과는 달리 올다르크는 언제 어디서든 스스로 선택해 왔다.

+하지만, 별개로 현 상황이 예측했던 것과 많이 달라졌다는 건 사실이지+

10개의 동력원이 9개가 되었고.
낯선 마법사가 그 동력원을 흡수해 자기 자신을 재구성했으며.
세상에 나올 리 없는 알파와 베타가 보란 듯이 등장했다. 관리자도 쓰임을 다했으나 아직 침묵의 사막에 존재하고 있다.

그건 올다르크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안배와…… 후회.

단신으로 운명을 거부한 것도 모자라, 설마 자신이 남긴 과거의 발자취를 걷고 있는 마법사가 탄생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한 명의 저항자이자 마법사로서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것.

+내가 직접 세상을 돌아보겠다. 순행(巡幸)을 준비하라, 데우스 위덴. 그리고 메이아.+

섭리자와 대행자가 예를 갖췄다.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뜻을 받듭니다.”

올다르크가 눈을 감았다.

현재 깨어난 의식 절반이,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는 육신을 일시적으로 벗어나 레프라기움 마탑의 영역을 둘러싼 3차원의 공간을 넘었다.

올다르크의 정신이 대륙에 떨어졌다.

* * *

아르나크 제국의 비행정 함대가 행진을 하듯이 중앙 대륙 상공을 비행한다. 그중 기함인 초거대 규모 비행정, 어토리움(Atorium)에 제라클 황제가 탑승해 있었다.

[덩치는 큰데 느려도 너무 느리구나. 조금 더 빨리 가면 안 되겠느냐?]

천공룡 아에로돈이 창문에 찰싹 붙어서 생생한 대지를 구경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자찬하나, 이렇게 황성을 아예 벗어난 적은 처음이라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말했을 텐데. 제국의 위세를 충분히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느리되 깊게 스며드는 것. 그것이 지배의 기본이다.”

[역시 인간은 귀찮은 열등종이라니까. 같잖은 것도 그렇게 신경을 써 대니. 뭐, 그건 그렇고.]

아에로돈이 재빠르게 폴짝폴짝 뛰어와 테이블에 착지했다.

[조사 결과는 어땠느냐? 머리에 드래곤의 뿔을 달고 나타난 워 로드 녀석.]

제라클 황제가 짧게 답했다.

“모른다.”

사실이 그랬다.

유람을 마치고 돌아온 레그리트를 마법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관찰해 봤지만 어떻게 정의를 내릴 수가 없었다.
드래곤의 뿔이 결합되다니?
아르나크 제국의 지식만으로는 뭐라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세계 회의에 데려간다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육체와 정신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는 것만큼은 확인했다. 리반데일 대공이 직접 확인한 바지. 그녀는 훌륭한 전력이야.”

[그 레그리트라는 여자. 확실히 우리와 비슷한 존재감이 느껴졌는데. 인간이면서도, 드래곤이라…… 내가 알아봐 줄 수도 있는데, 어떠냐. 나한테 맡겨 보겠느냐?]

“레그리트에게서 신경 꺼라. 그리고 네게는 달리 할 일이 있을 텐데.”

제라클 황제가 책을 덮었다.

“한 번이라도 마탑의 보안에 걸리는 순간 책임은 못 진다.”

[천공룡을 뭘로 보는 것이냐! 이 몸이 열등종이 만든 보안에 걸릴까! 어떻게든 나를 마탑에 들이기만 하거라. 동력실은 알아서 찾아갈 테니까!]

아에로돈이 오만한 웃음과 함께 늠름하게 상체를 세웠다.

[후후후. 기다려라, 올다르크 놈! 동력원에 뭐가 있는지 내가 다 까발려 주마!]

아에로돈은 혹시 모를 실패 따위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과연 해츨링 상태라고 해도 드래곤은 드래곤이었다.

제라클 황제가 턱을 괴었다.

‘발각되면 어떻게든 아에로돈을 빼 온다. 설령 그 마탑과 척을 지게 되더라도.’

마탑과의 갈등, 그리고 드래곤.

가치로 보나 뭘로 보나 둘 중 무엇이 중요한지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 * *

대륙 각국의 혼란으로 인해 모험가 길드는 이미 긴급 토벌 명령을 선포했다. 그로써 미스릴 등급 이상의 고위 모험가는 의무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 파견되었다.

혈섬血閃

붉은 검기가 거미 형태의 이형종, 디아크라네의 다리를 절단했다. 동시에 독이빨을 회피한 레이라가 바닥을 굴렀다.

[──!───!!]

디아크라네로부터 산성 체액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며 마치 초음파 비스무레한 울음소리가 대기를 흔들었다.
근방에 있던 생물들이 몸을 크게 비틀더니 머리가 하나둘씩 폭발했다.

물론 레이라의 청각은 멀쩡했다.

현재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전신 갑옷은, 유골룡 사태에서 활약한 보상으로 벨디른 공화국의 비밀 국고 테르사우에서 가져온 [이아든의 흑혈]의 아티팩트였으므로.

레이라의 기운에 둘러싸인 검이 다시 핏빛으로 물들었다.

혈검血劍

허공에 수놓인 8개의 검기가 디아크라네의 관절 부분을 잘라 낸다. 그대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산성 체액을 뚫고 들어간 그녀가 새빨간 검흔을 이형종의 머리에 남겼다.

푸화아아악!

디아크라네가 몇 번 움찔거리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육중한 몸에 걸맞은 진동이 잠시 숲을 떨게 만들었다.
디아크라네의 배 위에 거미줄로 붙어 있는 수십 명의 사람 머리가 달랑거렸다.

‘토벌도 이걸로 끝.’

최근 길드 분위기를 보아하니 세계적으로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방주의 교류전까지 생략하고, 애써 주어진 할당량을 아주 초과해서 토벌에 임한 보람이 있었다.
물론 보수도 적지 않으리라.

뭐, 아무튼.

‘이제 주인 없는 땅으로 갈 수 있겠어.’

수개월 전에 애셔, 아니 베르덴이 악마의 저주에 대한 정보 수집에 진전이 있었다는 연락을 보낸 적이 있었다.
이후 충분한 자료가 모이면 연락하겠다고 했고, 아직 서신은 오지 않았으나, 그래도 에온의 권역으로 향할 작정이었다.

달리 할 게 없으니까.

무엇보다 모험가 길드 본부에서 지시하는 대로 대륙의 여러 장소를 오가다 보니, 포르메네 자유국의 동쪽까지 와 버린 터라 주인 없는 땅까지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었다.
모험가 길드를 통해 이카루스의 국제 마차를 고용하면 금방이다.

물론 세계 회의가 개최되는 가르간트로 갈 수도 있긴 하지만, 바쁠 텐데 괜히 방해가 되는 일은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초월자라…….’

어느새 경지의 차이가 극명하게 벌어진 베르덴을 떠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처음 와 보는 지역이었지만 숲의 풍경은 다른 곳과 비슷했다.

유일한 차이점은 하나뿐이었다.

마경.

먼 동쪽으로 눈길을 향하니 그 마경의 경계선이 보인다. 날카롭고 거대하며 어두운 산맥이 지평선을 차단하고 있는 광경.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한 명의 모험가로서 그녀는 순수하게 호기심이 동했다.

* * *

블랙 아워 최초의 구성원이자 악마의 계약자인 케이먼 베르몬트가 악마로 변한 상태로 기괴한 숲을 크게 휩쓸었다.
콰자자자자작!
온몸에 포자가 다닥다닥 달려 있고, 머리가 꽃잎처럼 여덟 개로 갈라진 짐승들이 이내 조각나며 널브러졌다.

[하아, 하아…….]

케이먼이 비틀거리다가 절벽에 기댄 채 풀썩 주저앉았다. 곧 <악마화>가 풀리며 인간의 모습이 드러났다.

“악마처럼 끔찍하고, 듣도 보도 못한 생물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역시, 녹록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악마의 생김새가…… 자유분방하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그림자가 일렁인다. 케이먼과 계약 관계에 있는 최고위 악마, 파르니움의 분체가 속삭였다.

[그래도…… 상당히 가까워졌구나…….]

“……예, 그렇긴 합니다.”

마경에 들어섰을 때 느꼈던 기묘한 기분이 조금 더 강해졌다. 아직 조금이긴 하지만 처음에 비하면 몇 배나 커진 것이다.

마경의 악마와 가까워지고 있다.
아마 그 끝에는 기생의 대악마, 이페아카른이 있겠지.

케이먼이 절벽에 머리를 기댔다.

“오늘따라 블랙 아워의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군요. 분명 신성이 다히트로부터 블랙 아워를 찬탈했겠죠?”

[그분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대륙의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어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파르니움의 분체가 그리 말하니 걱정은 되지 않았다.

케이먼이 몸을 일으켰다.

[더…… 휴식을 취해도…… 된다…….]

“아뇨, 괜찮습니다. 이미 회복했으니까. 악마하고 계약해서 이 부분은 편하긴 하군요.”

마경에 온 목적은 단 하나다.

핏빛검 레이라에게 깃든 기생의 대악마의 저주를 해주할 방법을 찾는 것.
그게 신성과의 약속이었다.

“갑시다, 파르니움.”

[알겠다…….]

다시금 칠흑의 악마로 변한 케이먼이 더욱 깊은 땅으로 향했다.

마경을 넘어, 마해로.

* * *

에온의 상징이 새겨진 비행정 함대가 가르간트의 항구에 정박한다.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쪽에 쏠렸다.

히히힝.

드레드미어가 필두로 이끄는 칠흑의 마차가 거대 도시에 내려섰다.

베르덴이 말했다.

“나는 이그나시아부터 만나고 오겠다. 자유롭게 쉬고 있도록.”
“알겠어, 선배!”

유니아가 양손을 겹쳐서 내밀었다.
벽안이 반짝반짝 빛났다.

“돈은 충분할 텐데?”
“내 카드 쓰는 것보다 남의 카드 쓰는 게 기분이 더 좋잖아.”
“…….”

유니아가 베르덴의 마그누스 은행 카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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