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06

806화 세계 집합 – 하루 (1)

예로부터───보다 정확히는 위계 마법 체계가 완성된 마법계에는 특이 형질이라는 극도로 희귀하고 태생적인 재능이 존재해 왔다.

감정에 직결되어 발현되는 로벨린의 불길.

에스티리아 왕국의 암흑가 로아프라에서 누나 샤를로트와 함께 노예로 전락했었던 에이든의 치유의 마력.

글러트니의 특이 형질 인체 실험으로 죽음과 다를 바 없는 가사 상태에 이르렀다가, 실리스 덕분에 부활한 플로나의 인형사, 아델의 비닉, 로리안의 정신 감응.

아예 태어났을 때부터 마법사였던 유니아의 압도적인 천재성.

카인의 확장 마력회로.

현 오스테아 마탑주 메드란드 케덴의 마력 응집력.

…….

이처럼 상식적인 마법 이론의 범주를 벗어난 능력들이 그것이다.

초대 마도왕의 기억 일부를 이어받은 관리자는 특이 형질을 마도의 부분이라 말했다.
특수한 마력과 마력회로가 마도 개방의 조건 일부를 충족하면서 본인 의지와는 무관하게 발현된 마도의 편린이라고.

또한 암월 다히트 웨스로엘은 특이 형질을, 위계 마법이 존재하지 않았던 고대 마법사들의 잔재라고 판단했다.
그는, 고대 마법사는 신체적으로 위계라는 공통 체계가 없었으니, 동일한 외부 마력을 이용한다 해도 개인 특질에 따라 구현 가능한 마법이 저마다 달랐을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마법적 독창성.
마도(魔道).
그것이 특이 형질의 근간이다.

그러한 특이 형질 중에서도…… 지극히 특별한 힘을 고대 혈통이라고 칭한다. 문자 그대로 핏줄로 이어지는 재능.
고대 혈통의 가계에 속한 모든 존재는 고유한 선천성의 가능성을 얻는다.

케르노든 가문의 근원의 고리.
페스필드 가문의 엘드리움.
초대 마도왕의 위대한 피.
만능의 발로크 베시아스가 레프라기움 마탑을 찾는 과정에서 희생시킨 케르나델 지하 형무소 수감자의 투영.

그리고.

실리스가 이은 고대의 마녀.

이들이 그 예시다.

물론 혈통 개화는 확률이 매우 낮다. 고대의 피가 흘러도 혈통 자체에 깃든 힘이 발현되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고대 혈통을 자랑하는 가문은 훨씬 더 많았으리라.

방주에서 북부의 감시자 역할을 맡은 프로하스 국왕은 보검 [니비스]의 전승으로 고대 혈통의 힘을 가문에 계승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예외 중의 예외, 그야말로 이례적인 경우였다.

어쨌든.

글러트니와 아버지의 인체 실험에 의해 어머니가 희생당한 후 기억과 피를 통해 최후의 고대 마녀가 된 실리스는 고유 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
그 환상은 에스티리아 왕국 수도 전체를 꿈으로 뒤덮을 정도. 조율자의 도움을 받고나서는 전반적인 역량이 더욱 성장했다.

이렇듯 환영 개념에 특화된 실리스이기에 피부로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초월적 존재가 얼마나 드높은지.

“왜 너한테서 내 힘이 느껴지는 걸까? 자세히 설명해 줄래?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정신이 아득해진다.

흡.

갑자기 이그나시아를 가까이서 대면한 실리스가 숨을 멈췄다. 입이 바싹 마른다. 실체화된 극악의 악몽을 맞닥뜨리면 이런 기분일까.

‘이, 이분이…… 현실의 경계를 초월한 경계 밖의 존재이신, 계외(界外)……!’

긴장의 끈을 놓으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꿈속에 갇혀 버릴 것만 같다. 연해와 심해. 각자가 몸담고 있는 환상의 깊이가 차원이 달랐다.
현 에스티리아 왕국 최강의 검사인 에스퍼렌사 공작의 동공은 이미 풀린 지 오래였다.

실리스가 필사적으로 눈꺼풀에 힘을 준 채 입을 벌렸다.

“저, 저는.”
“그 상태에서 말을 해? 아하하하하하, 보기보다 대단하구나? 재밌네. 꽤 흥미로워. 질문을 다시 해야겠는걸?”

이그나시아가 고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듯 실리스의 코를 가볍게 톡 쳤다.

몰려오던 졸음이 순간 확 달아났다.

“……!!!”

실리스가 등을 굽히며 폐가 아플 정도로 깊은 숨을 토해 냈다. 정신 차리자. 서둘러 오른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아무도 없다.
왼쪽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소녀에서 여인의 모습으로 변화한 이그나시아가 고혹적인 자태로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희미한 웃음소리는 여전히 오른쪽 귓가에서 들려온다.

꿈인가.
현실인가.

실리스가 반사적으로 손등을 꼬집었다. 아픈 것 같으면서도 아프지 않았다.
모든 신체 감각이 실제의 경계를 벗어난 것이다.

“백금색의 머리카락, 백금색의 눈동자. 세간에서 보기 드문 미형. 들은 적 있어. 동대륙의 에스티리아 왕국에 특이한 1왕녀가 있다고. 인형처럼 아름답고, 인형처럼 행동할 수 없는 백치라서 인형 왕녀라고 한다지?”

이그나시아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데 소문과 다르게 아주 멀쩡하네? 인형처럼 예쁘다는 것만 빼면 말이야. 게다가 에스티리아 국왕, 발르그나 베인 디 에스티리아가 아니라 네가 여기에 있는 보면 비선 실세인가? 베르덴이 직접 관여하고 있는 걸 테고.”

에스티리아 왕국은 공식적으로 에온의 권역으로 지정되었다. 왕국의 사정을 베르덴과 연결시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호흡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리스는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어서 앉은 자리에서 최대한의 예의를 갖췄다.

“실리스 리벤 디 에스티리아가 환상의 초월자를 뵙습니다. 공식적으론 제1왕녀이고, 비공식적으로는 에스티리아 국왕으로서 에스티리아 왕국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찬탈이니? 에스티리아 왕국에 일어난 왕위 계승 전쟁도 네가 일으켰고?”
“둘은 남의 칼을 빌려 죽였고, 둘은 정신을 아예 부쉈습니다.”

제2왕자와 제3왕자는 제1왕자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고, 제1왕자와 에스티리아 국왕은 실리스가 직접 폐인으로 만들었다.

이그나시아는 그 이유 따윈 묻지 않았다. 복수든 뭐든 상관없다. 관심 있는 건 실리스에게 내재된 마법적 잠재력과 성향뿐이었다.
매혹적인 손길이 실리스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었다.

“보아하니 평범한 내력이 아닌 것 같은데. 특이 형질보다 더 특별해 보여.”
“저는 마녀의 혈통을 이었습니다.”
“마녀? 자세히.”

이그나시아의 흥미가 식기 전에 실리스가 그간의 과거를 설명했다. 고대의 마녀와 위계 돌파 사태에서 겪은 경험까지.
당연하게도 글러트니와 방주를 비롯한 극비는 제외했다. 미리 준비한 내용이라 한 번의 버벅거림도 없이 유창하게 말을 끝마칠 수 있었다.

눈동자 속 은하수가 반짝거린다.

“환상을 다루는 고대 마녀라. 심지어 고대 혈통의 마지막 후손. 어머, 너무 재밌는데? 뜻밖이야. 그런데 중간중간 공백이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나한테 거짓말 하는 거야?”
“저, 신성께서 그 부분은 배려를 부탁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배려? 나한테?”

이그나시아가 깔깔 웃었다.
광기가 느껴졌다.

“싫다면 어쩔 건데? 응? 내가 베르덴을 마음에 들어 해서 유하게 대하고 있는 건 맞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건데.”

공간이 격동한다.
실리스의 내면이 붙들렸다.

“당장 네 정신을 뒤집어서 뭘 숨기고 있는지 볼 수 있어. 다시 말해 봐. 베르덴이 나한테 남긴 말이 그것뿐이니? 정말로? 그건 재미없는데? 실망할 것 같은데?”
“그게!”

실리스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

“친구라면, 분명 들어주실 거라고…….”
“……뭐?”

이그나시아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친구? 내가? 베르덴하고?”
“아, 아니신가요?”

이그나시아가 제 턱을 짚고는 골똘히 생각 속에 잠겼다. 급작스러운 침묵에 실리스는 최대한 조용히 숨만 내쉬었다.

“아하핫.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러던 그때 얕은 실소가 터져 나오더니 사방이 요동치고, 뒤이은 폭소가 실리스의 정신세계를 강하게 뒤흔들었다.

이그나시아가 팔찌를 응시했다. 베르덴이 준 통신 장치가 보란 듯이 그녀의 손목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렇네. 언제든 사적으로 연락이 가능하고, 같이 있으면 재밌고, 취미나 성격도 맞는 것 같고, 죽으면 허전할 것 같고, 죽이기 싫고, 장래가 기대되고. 이런 상호적 관계를 보통 친구라고 한다지? 그렇다면 친구가 아니라고 부인하긴 어렵겠네.”

따악.

이그나시아가 손톱을 튕겼다.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실리스를 둘러싼 정신적 속박이 유리창 깨지는 소릴 내며 해제되었다.

“마음에 들었어. 좋아. 정신계를 건드리겠다는 말은 취소할게. 친구로서 친구의 수하를 함부로 망가뜨리면 안 되는 거잖아?”

이그나시아가 가까이 붙더니 실리스의 어깨를 강하게 감쌌다.

“대신 실리스 리벤 디 에스티리아, 너는 나하고 놀아 줘야겠어. 세계 회의가 개최될 때까지. 베르덴은 통신 장치로 대화할 수 있으니까, 아무리 급한 용무가 있어도 해결할 수 있을 거고. 아핫, 설마 이렇게까지 배려해 줬는데 이런 사소한 요구를 거절하진 않겠지? 에이, 설마.”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
절벽이다.
설령 베르덴 본인이 와도 말릴 수가 없을 것 같은 강렬한 눈빛이다.

실리스가 미소 지었다. 어떠한 불편함도 보이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인형으로 연기하며 살아온 왕녀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에스티리아 왕국이 감히 모시겠습니다, 환상의 초월자시여.”
“이름으로 부르렴, 어린 마녀야.”
“네, 이그나시아 님.”

에스티리아 왕국 마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 이동하고 있다.
루벤 드 에스퍼렌사 공작과 칼리아 등 실리스를 제외한 다른 일행이 작금의 상황을 깨달은 것은 조금 나중의 일이었다.

* * *

이자벨라가 전신 거울을 등지면서 암녹색 머리카락을 들어 올렸다.

“어때, 이 착장은?”

두 인공 골렘이 한쪽 팔을 들었다. 인간으로 치면 손가락 역할을 하는 자그마한 골렘 손가락을 하나 치켜올렸다.

[좋아.]

[좋습니다.]

“그래……? 흠, 아까부터 너무 추상적인데. 좀 더 성의 있게 봐줄 수 있어?”

알파와 베타가 서로를 바라보더니 종이 뭉치를 들고 왔다. 깃털 펜을 든 녀석들이 각자의 종이에다가 숫자를 그렸다.

[10점 만점. 8점.]

[저는 8.5점입니다.]

“점수로 보여 주니 확 와닿네. 그래서 만점이 아닌 이유는 뭐야?”

[!]

무려 초대 마도왕이 창조한 인공 골렘 특유의 연산력이 발동했다. 이자벨라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최적의 해답이 도출되었다.

[인공 아티팩트, 황금의 죄인의 액세서리, 그리고 외모 간의 어울림. 바깥으로 드러난 등. 이 두 가지를 중요한 매력으로 판정. 다만 드레스의 색이 더 어두운 게 조화로울 것이라고 판단.]

[저는 그와 더해서 반묶음 머리가 잘 어울린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해당 드레스의 세부적인 디자인이 이자벨라의 매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판단했습니다.]

“드레스가 가장 문제구나? 음, 여기서 가장 비싼 건데, 역시 가격이 다는 아닌가……. 좀 더 노출을 늘려 볼까? 아니, 너무 과한가? 가주는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알파와 베타가 멈칫했다.
정보가 부족하다.

[연산 실패…….]

[베르덴 폐하의 여성 취향은 전해 들은 적이 없습니다.]

“나도 그렇긴 해.”

베르덴의 과거는 여성과 이성적으로 밀접할 수 없는 그런 과거다. 심지어 소꿉친구인 로벨린까지도 말이다.
당연히 답을 모를 수밖에.
그러나 어느 의미에서는…… 이건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8.5점.]

[8.8점입니다.]

이자벨라가 새로운 의상을 착용하고 자세를 잡을 때마다 즉각적으로 점수가 튀어 나왔다. 횡보를 하다 어느 순간 점수가 오르기 시작했다.
8.88점. 9.01점…… 이제는 소수점 두 자릿수까지 나와 평가를 세분화했다.

이윽고 최근까지 구해 온 수백 벌의 옷을 시착해 본 그녀 앞에 최종적으로 일곱 개의 드레스가 일렬로 나열되었다.
하나같이 알파와 베타가 공통적으로 9.60점 이상을 준 의상들이었다.

“이 중에서 딱 하나만 골라야 하는데…… 대체 뭐가 좋을까.”

[…….]

이미 해가 졌다.

온종일 의상 평가를 하며 시간을 보낸 녀석들은 창밖으로 어두워진 밤을 쳐다봤다. 높이 차오른 겨울의 달빛이 프레임을 감쌌다.

그때,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똑똑똑.
가벼운 노크 소리.

문이 열리자 짐으로 양손을 가득 채운 유니아가 등장했다. 시력이 좋은 그녀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는 장식용 안경까지 쓴 채로.

“뭐야, 언니. 아직도 옷 보고 있었어? 설마 저걸 다 착용해 본 거야?”
“중요한 날이니까. 그런데 그건?”
“흐흐, 선배 카드로 싹 긁었지. 내일은 아침부터 마법 상점가 싹 훑어보려고. 상인들이 죄다 날 우러러본다니까? 돈 쓰는 거 진짜 재밌다.”

얼마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에온에는 자금이 꽤 많다. 현금 흐름도 마련되어 있다. 간부 한 명이 아무리 사치를 부려도 모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이자벨라는 소비를 자중하라는 충고를 하지는 않았다.
대신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유니아, 여기 드레스 중에서 제일 괜찮은 거 하나만 골라 줄래?”
“내가? 그래. 뭐, 그쯤이야.”

유니아가 그게 뭐 별거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수락했다.

[지금입니다.]

[확인.]

알파와 베타가 소리 없이 뒤뚱뒤뚱 이동하다가 슬그머니 도주했다. 그렇게 이자벨라와 유니아만 남은 방의 문이 곧 닫혔다.

유니아는 다음 날 아침에 해방되었다.

* * *

이그나시아가 제공한 가르간트의 저택 현관에서 베르덴이 시계를 슬쩍 바라봤다. 외출을 기다리는 평범한 사람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피부를 강조하는 진남색 드레스를 입은 이자벨라가 조금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목걸이, 핸드 체인, 반지 등 형태의 아티팩트와 마법 물품만이 아니라 세간에 공개되지 않은 황금의 죄인의 최고급───크리스타 등급의 액세서리가 눈에 띄었다.

“기다렸어?”
“아니.”

흔한디흔한 인사다.

이제 세계 회의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미 준비는 마쳤다. 베르덴은 남은 이틀쯤은 느긋하게 보낼 생각이었다.
오늘은 더욱 그렇다.
초대 마도왕이든 ‘당신’이든 운명이든 뭐든 잠시 뒤로하고 말이다. 그게 이자벨라 데이로스와 나눈 약속이니까.

사실 약속이 아니어도 다르진 않았을 것이다.

베르덴이 팔을 내주었다.

“출발하지.”
“……! 그래.”

이자벨라가 애써 기쁨을 감추며 기다렸다는 듯이 팔짱을 끼었다. 현관문이 열렸다. 따사로운 겨울의 아침 햇살이 쏟아졌다.

히히힝.

드레드미어가 홀로 이끄는 칠흑의 마차가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

방금 막 잠에서 깨어난 칼리아가 팔짱을 끼며 눈을 깜빡였다.
뭘까.
끝까지 가면 모두가 승리하는 경주에서 갑자기 폭주하는 마차한테 크게 추월당한 듯한 이 알 수 없는 기분은.

일단 썩 유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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