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10

810화 세계 집합 – 이틀 (2)

아직 해방의 날은 오지 않았다.
즉, 기회는 한 번뿐이다.

한순간이나마 개념을 무시하고 두 번째로 금기를 어기는 대가로 현세의 존재가 아예 상실되거나 그에 준하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감히 운명의 수레바퀴를 파괴한 자를 직접 처단할 수 있는데 어찌 스스로 희생을 무릅쓰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분의 충실한 종으로서.
영원을 약속받은 인간으로서.

기꺼이 행하리라.

꾸구구구국.

초월의 영역에서도 가히 극강의 범주에 속하는 완력이 검에 실렸다. 검신만 무려 3m를 웃도는 초대형 거검(巨劍)이다.
운명전 이전의 시대를 풍미했던 광신자 노인의 애검이자 애병이다.

“운명이란 처음과 끝의 반복…… 운명을 거부한 자에겐 하나뿐인 최후만이 있으리. 아, 대안도 없이 운명을 파괴한 자여.”

권능의 절반을 회수당해 세상의 틈새에 머물러 있는 광신자 노인의 기운이 가르간트의 풍경 일부를 가리켰다.

“자네의 미래를 내가 정하노라.”

거검을 휘두른다.

초월의 벽, 그리고 또 벽을 넘어선 제왕의 검기가 현실 공간을 향해 날아갔다. 저 골목 바깥으로 보이는 칠흑의 마차를 노리고.

“……!”

그때였다.

쩍.

광신자 노인의 일격이 현실로 나가기 직전 공간 자체가 산산조각 났다.
공간 입구에 걸쳐져 있던 검기가 수천 조각으로 나뉘었고, 동시에 허공 위로 피어난 무수한 검기가 그것들을 모조리 파훼했다.

───!

심지어 그중 가장 커다란 ‘무형의 검기’는 세계의 틈새를 침범하기까지 했다. 정확히 노린 것은 아니나 방향은 확고했다.
광신자 노인이 가볍게 거검을 휘둘러 불의의 공격을 절단했다.

“오직 기로 이루어진 순수한 검기…….”

붕괴되는 입구 너머로 마법사와 검사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낯설지만은 않은 기척들이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만든 가상의 미래에서 본 적이 있기에.

“방주.”

광신자 노인이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거검을 손에서 놓으며 기를 갈무리했다. 칠흑의 마차는 이미 범위를 벗어났다.
기회를 놓쳤으나 현실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기에 금기 위반에는 저촉되지 않았다.

광신자 노인은 일단 한 발 물러섰다.

그는 자신에게만 보이는, 현실과 이어진 공간이 서서히 닫히는 걸 응시했다.
정확히는.
최후의 저항자로 인해서 운명이 확장된 초월자를 바라봤다.

광신자 노인의 관심사가 잠시 바뀌었다.

* * *

어두컴컴한 가르간트의 골목 어귀에서 쉐오른의 안광이 형형하게 빛났다.

근원의 고리.
본래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적으로 꿰뚫어 보는 고대 혈통의 힘.

쉐오른의 자줏빛 눈동자에 떠오른 푸른 고리가 공간을 노려봤다. 천천히 벽과 벽 사이를 관찰하던 그가 말했다.

“……뒤틀림이 사라졌습니다. 제가 파괴했던 공간의 흔적들과 함께.”
“무엇이었는지 알겠나?”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생전 처음 보는 공간적 현상입니다. 하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는 건 틀림없습니다.”

쉐오른이 감지한 건 아주, 아주, 아주 미세한 공간의 괴리감이었다. 고대 혈통을 미리 개안하고 있었기에 겨우 눈치챌 수 있었다.

‘별다른 위험은 느끼지 못했는데.’

그런데도 공간을 파괴한 건 방주의 지도자께서 내리신 명령 때문이었다.
윗분께서는 무엇을 보신 것일까.

“당최 무슨 상황인지는 알 수는 없으나, 아무래도 저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베르덴에게 적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군.”

방주의 지도자가 손끝에 집중시킨 기를 거두어 들였다. 하지만 그의 신경은 여전히 날카롭게 주변을 경계했다.

‘공간 너머에 누군가가 있었다.’

기척이 너무나 불분명해서 뇌리에 남는 부분이 거의 없다. 단순히 헛것을 보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미지의 공간 속에서 어마어마한 힘의 파동이 분명히 느껴졌다. 심지어 그 공격은 빠르고, 또 무겁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 칠흑의 마차를 향해서.

‘쉐오른 장로가 정확한 순간에 공간을 파괴하지 않고, 내가 흩어진 힘의 잔재들을 없애지 않았다면 큰 소란으로 번졌겠지. 베르덴을 향한 적의가 아주 깊은 듯한데.’

특히 마지막 찰나의 순간에 미지의 공간으로 검기를 쏘아 보냈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어렵지 않게 막아 냈다는 뜻일 터.

막강한 존재다.

힘의 편린으로 가늠해 보아 지금까지 상대했던 강자들 중 손꼽히는 수준. 어쩌면 그 이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르간트에 뭔가가 있다.’

그러니 찾아야 한다. 적어도 방주의 선장들이 대거 참석하는 세계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방주의 지도자는 행동 방침을 결정했다.

* * *

아티슨 마탑의 번외 장로인 관제하는 인드렌이 명상을 하다 말고 갑자기 주름이 생길 정도로 눈살을 강하게 찌푸렸다.

기류가 흔들린다.

인드렌과 같은 공간에서 매직 아이템을 연구하고 있던 펠디안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왜 그러십니까, 선조님?”
“요즘 괜찮다 싶더니 또 기분이 나쁘구나. 이젠 짜증이 나.”

초월자의 직감은 쉽게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인드렌 특유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그 반응은 세상이 다시 크게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참고로 표정에 다 드러날 정도로 짜증을 낸다면 적중률은 100%다.

“호호, 원래 주기적으로 세상이 한 번씩 흔들리지 않습니까. 지금이 그런 때인 거겠지요. 선조님은 너무 안정된 걸 바라십니다. 이참에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게 어떠십니까?”
“초월자에게 성격의 변화를 바라다니. 나보고 죽으라는 얘기냐?”
“그럴 리가요. 저는 누구보다 선조님이 오래오래 사시길 바라고 있답니다.”
“그래야 마법 연구를 과감하게 할 수 있으니까?”
“그야 가족이니까 그렇지요. 물론 선조님이 제가 통솔하는 아티슨 마탑의 가장 강력한 억제력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요. 호호호.”
“에휴.”

인드렌이 한숨을 내쉬었다.

펠디안느가 깃펜을 끄적거리다가 갑자기 손을 멈췄다. 그러고는 어깨 너머로 턱이 보일 만큼만 살짝 고개를 돌렸다.

“선조님은 언제나 필요 이상의 변수를 극도로 싫어하셨죠. 그리고 일부는 혼란스러워도, 전체는 안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고요. 그렇죠?”
“응? 그래, 점진적인 변화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발전이니까. 그런데 그건 갑자기 어찌하여 물어보는 것이냐?”
“변화를 통제해야 한다는 선조님의 이상. 그걸 세간에서는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펠디안느가 속삭였다.

“운명이라고 합니다.”
“운명?”

인드렌이 턱을 짚었다.

“운명이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음,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그럴 수 있겠어.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이상은 그런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운명이라니? 당치도 않지.”
“역시 그렇지요?”
“그래도 신선했다. 그래, 너처럼 생각이 열려 있는 마법사이기에 그런 관점을 내놓을 수 있는 거겠지.”
“칭찬이시죠?”
“글쎄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보느냐?”

인드렌이 물었다.

“운명에 대해서.”

펠디안느가 옅은 미소를 머금고는 고개를 바로 했다. 시선을 높이자 창가 너머로 구름에 반쯤 가려진 달을 보았다.

“글쎄요. 어떨까요?”

* * *

달빛이 아름다운 새벽.

“…….”

마법계 총회의에도 참석했던 무모한 지식인, 퀘론 렉클로스는 아르나크 제국이 머무는 저택에서 깊이 생각에 잠겼다.
어리숙한 모습으로 양손을 모은 채 고심하고 있던 그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제라클 황제 폐하…… 진심으로 세계 회의에 ‘그 안건’을 던지실 건가요? 세계 회의의 참고인으로서 저를 부르셨으니 가감 없이 말하는 겁니다만, 투표를 통과할 리가 없어요. 그도 그럴 것이 역사적으로 몇 번이고 시도했다가 실패한 계획이 아닙니까. 차라리 다른 안건을 올리시는 게 나을 텐데요.”

각 국가와 세력이 세계 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안건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다. 약소국과 강대국의 차이가 있긴 하나 어쨌든 아르나크 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라클 황제가 말했다.

“의의로군. 무모한 지식인이라면 오히려 웃으며 받아들여야 하는 거 아닌가?”
“아, 뭐. 참고인이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폐하의 손을 잡고 아주 축배를 들었을 겁니다. 저의 사조(師祖)님과 스승님이 바랐던…… 그리고 저도 숙원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마경이란 건.”

퀘론은 과거 마경을 탐사하다가 실종된 마법계 초월자의 손제자다. 그 또한 마경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키퍼가 아니었다면 적룡의 꼬리 비늘을 가져오다 도중에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탐구를 어찌 멈출 수 있단 말인가?

최초의 모험가를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누구도 횡단하지 못한 마경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미지로 가득 차 있는데.
진정한 마법사라면 그 공포감에 중독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인간된 도리로서 실패할 확률이 9할을 훌쩍 넘는데 좋다고 마냥 긍정할 생각 같은 건 없습니다. 마경은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불리한 환경이에요.”
“그러니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겠지.”

제라클 황제가 손수 술병을 들어 테이블 위에 놓인 빈 잔을 가득 채웠다. 특유의 훈제 향이 후각을 자극했다.

“그렇지 않나, 붉은 화산 클랜장.”
“실로 그렇소.”

화산 지대에 거주하는 모든 드워프를 대표해서 나온 붉은 화산의 클랜장, 아르쿨이 단번에 독한 술을 들이켰다.
짧고 굵은 팔뚝이 붉은 수염에 묻은 술방울을 거칠게 훔쳤다.

“인간의 그 조촐하기 짝이 없는 생산품으로는 한계가 있겠지. 하나 우리 드워프의 무기가 있다면 다르오.”
“기대하고 있다. 당연히.”

아르나크 제국이 드워프 종족과 물밑에서 협력을 맺었다. 한눈에 봐도 고작 하루이틀 이어진 관계가 아니었다.

퀘론은 눈가를 긁적였다.

‘아이고, 앞날을 도저히 모르겠군.’

인간이 이토록 다른 종족과 힘을 합치는 경우가 있었나? 적어도 3세기 전 발발했던 종족 전쟁 이후론 처음이었다.

심지어 에온은 그 배타적인 엘프 종족과 동맹을 선포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수인은 어떤 세력과 손을 잡을까?
모른다.
모르는 이가 보더라도 세계의 균형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발생한 여러 사태는 모종의 징조를 보이는 듯하다.

‘어렵구나, 어려워.’

세상은 폭풍에 휩싸였다.

다만 폭풍의 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부는지 아직 알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알아봤자 뭔가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퀘론 렉클로스 같은 유형의 사람은 그저 거력에 휘말릴 뿐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퀘론은 미래에 대한 걱정은 잊어버리고 방긋 웃었다. 그리 근심이 많았다면 애초에 마경에도 가지 않았으리라.

변화의 시대는 곧 탐구의 시대.

그는 초월자는 아니었으나, 마법계의 자타 공인 진정으로 제 목숨보다 지식의 탐욕을 우선하는 미친 마법사였다.

퀘론이 물었다.

“그런데 가결에 필요한 표는 어느 정도 확보하신 건가요? 사안이 사안이니 강대한 세력의 표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할 수 있는 만큼 손은 써 뒀지.”

제라클 황제가 손등과 술잔으로 교묘하게 입가를 가렸다.
그는 웃고 있었다.

“적어도 누군가는 이유조차 묻지 않고 열렬히 찬성할 거다.”

* * *

세계 회의까지 약 하루가 남았다. 전날보다 더욱 시끌벅적해진 거리와는 달리 에온의 하루는 오늘도 느긋했다.

그들은 마치 대가족처럼 달빛의 정찬과 동급인 가르간트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한데 모이고는 점심 식사를 같이했다.

베르덴이 말했다.

“아직도 돌려보낼 기미가 없는 걸 보니 실리스가 마음에 들었나 보군. 이그나시아의 성격과 어느 정도 맞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만.”

에스티리아 왕국 대표로 온 실리스는 측근들과 함께 환상의 안식처에 머무르고 있다. 연락을 해 보니 초월자의 손님으로서 대우받으며 상당히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칼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만이 아니라 둘째 오라버니도 덩달아 끼어들게 됐다. 에드몬 할아범하고 함께 초월자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기대하더니. 잘됐지.”
“이그나시아는 워낙 변덕스러워서 감당하기 힘들 텐데. 데려올까?”
“됐다. 알아서 하겠지.”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그나저나 혈색이 아주 좋은 걸 보니 어제 무척 즐거운 하루를 보냈나 보군, 이자벨라.”

이자벨라가 헤실거렸다.

“아하하, 알고 있었어?”
“가르간트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 신성과 두 번째 위상이 교제하고 있다고. 뭐, 제국 연회에서부터 소문이 퍼졌으니 뜻밖이라는 반응은 없어 보였다. 잘 어울리기도 하니까.”

칼리아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그래서 어디까지 갔지?”
“궁금해?”

이자벨라가 손끝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칼리아의 동공이 흔들렸다. 곧 이자벨라가 칼리아를 데리고 발코니로 자리를 옮겼다.

“…….”

모든 시선이 한곳에 쏠렸다.
베르덴은 묵묵히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그때 알파가 보란 듯이 외눈을 환히 빛내면서 유니아를 쳐다봤다. 그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많이 환기되었다.

[베르덴 폐하 카드. 많이 씀?]

“어? 아, 그럼! 엄청 썼지. 뭐 샀는지 보여 줄까?”
“제가 보도록 하죠.”

멜라드가 유니아가 꺼낸 영수증을 <염동력>으로 가져와 살펴봤다. 며칠 동안 긁은 것치고는 자릿수가 상당히 많았다.

“유니아, 그리고 카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신성의 돈을 이렇게 물 쓰듯──”
“맞다!!”

유니아가 훈계받기 전에 깜빡 잊고 있었다면서 크게 손뼉을 마주쳤다.

“선배, 선배. 혹시 이리스가 누군지 알아?”
“내가 원소 마법을 가르치고, 나를 처음으로 선배라고 부른 마법사다. 지금은 모험가를 관두고 아카데미에서 조교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만났나?”
“그럼 그것도 진짜구나? 통곡의 기사란 언데드를 함께 토벌했다는 거.”

베르덴은 처음으로 도살자 갈리아크를 만나게 된 언데드 토벌전을 떠올렸다. 갱도 지하에서의 전투는 여전히 생생하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

“이리스 덕분에 중상을 피했었지.”
“정말입니까?”

카인이 흠칫했다.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선배가 그렇다고 하니 맞겠지만.”
“이리스가 선배를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었구나? 근데 그런 언데드 하나에 고전할 줄이야. 선배도 그런 시절이 진짜로 있긴 했네.”

유니아가 손톱을 튕겼다.

“아깝다. 그때 우리가 선배를 딱 만났으면 좋았을걸. 어? 잠깐만. 그럼 선배가 우리를 선배라고 부르게 되는 건가? 그때 선배는 엄청 약했으니까…… 선배가 후배가 된다고?”
“금방 경지를 따라잡혀서 달라지는 건 전혀 없을 것 같은데. 후배한테 맞고 사는 선배보다는 차라리 지금이 낫다.”
“앗, 그건 그렇지.”

멜라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 이상한 이야기는 그만하──”

……!

멜라드가 전신의 마력회로를 활성화하며 입구를 쳐다봤다.

뭐지?
거대한 기척이 다가온다.

베르덴과 아드리안은 물론이고 전원이 앉은 채 전신의 감각을 끌어올렸다. 발코니에서 대화 중이던 이자벨라와 칼리아 또한.

───아, 안 됩니다! 이쪽으로 가시면 안 돼요오오!

지배인이 필사적으로 말리고 있지만 발소리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윽고 문고리가 크게 돌아갔다.

벌컥!

“움직이면 죽는다.”

아드리안의 광검 [실렌다르]가 침입자의 목에 드리웠다. 카인과 군림자의 칼날은 각각 침입자의 복부와 다리를 겨냥했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여긴 무슨 일이냐.”

베르덴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침입자와 시선을 교환했다.

“흑해(黑海), 테아렐.”
“신성.”

모험가 길드 본부의 최고 전력이자, 현 마법계 초월자로서 바다의 지배자라 불리는 테아렐이 갑자기 행차했다.
다른 강대한 기척들이 황급히 가까워지고 있는 걸 보니 독단적으로 찾아온 듯했다.

“착각이 아니었어.”

테아렐은 광검이 닿을 듯 말 듯한데도 미동도 없이 오직 베르덴만을 응시했다. 이내 그녀의 심해의 색깔이 담긴 눈동자가 일렁이며, 코끝을 움찔거렸다.

“바다 냄새.”
“뭐?”
“너에게서 바다 냄새가 나.”

테아렐이 나지막이 물었다.

“말해 줄래? 최근에 무슨 물건을 얻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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