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77

877화 축제 협의 (2)

마도국의 만찬은 당연히 풍부하고 호화로웠으나 제국 연회보다는 화려하지 않았다. 식사의 성격에 맞게 필요한 곳에만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랄까.
마법으로 세워진 국가라는 걸 증명하듯이 전반적으로 효율적인 구성이었다.

“입맛에는 맞나?”
“아직 먹지도 않았다만.”

방금 아케나드 마도국의 고위 귀족들의 인사가 끝난 참이다.

반젤리스, 메드레일, 베르덴, 아드리안, 이자벨라는 1층이 훤히 보이는 2층에 착석했다. 마도국 왕실과 그 격에 준하는 손님들을 위한 자리였다.

알파는 베르덴의 곁에 있었으며.
베타는 1층에 있는 레바나의 곁에 머물렀다.

반젤리스는 내내 흐뭇하게 웃으며 베르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알파, 베타, 아드리안, 이자벨라에게도 눈길을 주긴 했지만 잠깐에 불과했다.

‘얼굴 뚫어지겠군.’

베르덴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감정이 담긴 시선인 터라 심히 부담스러웠다.
눈길을 아래로 향했다.

레바나는 어느새 귀족가의 고위 마법사들에게 거의 둘러싸여 있었다.
드높은 가문일지언정 에온의 수뇌부에 함부로 말을 붙일 수는 없는 터라 그나마 지위가 대등한 그녀에게 사람이 몰린 것이다.

에온의 간부인 걸 제외하더라도 레바나는 대우를 받기에 충분한 경지였다.
물론 베타에게는 그를 초월하는 긴장 어린 관심이 쏟아졌다.

“저들도 으레 권력자처럼 이권과 체면에 죽고 못 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도국의 인간답게 마법에 한해서는 나름대로 진심을 다하는 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피를 본 부분도 있지. 누군가에게 선한 것이 진심이고, 누군가에게는 악한 것이 진심이니.”

반젤리스가 살짝 고개를 틀었다.

“데이로스 가문…… 파벌 전쟁에서 패배한 끝에 축출당한 명문가, 라고 200년 전의 마도국 역사에 기록되었었지. 훗날엔 다른 가문들에 의해서 누명을 쓰고 멸문당한 가문이라는 주석이 붙었고. 데이로스 가문의 막내만이 살아남아서 가보를 들고 자취를 감췄다고 들었는데, 네가 그의 후손인 모양이구나.”

이자벨라는 한때 부모님에게 들었던 가문의 역사를 떠올렸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멸문당했다, 그런 것까지 기록됐을 줄은 몰랐습니다. 귀족 가문들은 당연히 자신에게 불리한 역사를 남기고 싶어 하지 않았을 텐데요.”
“역사를 입맛대로 쓰려는 자가 있으면,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로잡으려는 자도 있는 법이지.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는데, 역사 또한 어찌 그렇지 않을까.”

땅이 있으면 하늘도 있는 법.

삶에도 굴곡이 있으니 좋지 않은 날 뒤에는 좋은 날이 있기 마련이다.

“여러모로 고난이 많았을 텐데. 데이로스 가문이 잘 살아남아서 다행이다. 앞으로는 가문에 번영만이 있겠군.”
“예, 그저 번영을 함께 누릴 가문의 사람들이 제 곁에 없는 게 아쉬울 뿐이죠.”

반젤리스가 멈칫했다.

“……그 마음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지.”

그는 천천히 빙글빙글 돌리던 와인 잔을 소리 없이 내려놓았다.

“너희가 요청한 데이로스 가문에 관련된 기록은 정리해서 준비해 놓겠다. 반출은 허가할 수 없지만, 센트럼 안이라면 얼마든지 가져가서 봐도 좋다.”

알파가 물었다.

[검증. 필요 없음?]

“하하하하, 다른 가문도 아니고 데이로스 가문을 사칭한다고? 그건 그것대로 흥미롭군. 설령 데이로스 가문의 후손이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 그런 것쯤은 얼마든지 내어줄 수 있으니까. 가족인데 이런 사소한 부탁쯤이야.”

반젤리스가 슬쩍 말을 이었다.

“그래서 혈통은 언제 공개할 생각인가? 당장 이 자리도 괜찮다고 보는데.”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했을 텐데.”

베르덴은 여지를 주지 않고 단호하게 반젤리스의 제의를 거절했다. 이 골치 아픈 오해는 차치해도, 혹여 위대한 혈통이라고 세간에 알려지면 혼돈은 필연이다.
단순히 협력 관계를 맺는다는 발표와 전혀 다른 차원의 충격이 올 것이다.

‘에온과 마도국이 하나가 된다는 소문만 퍼져도, 모든 대륙은 당연히 환영하는 대신 경계심을 극도로 끌어올릴 터.’

힘이 과도하게 한곳에 집중되면 불안정성은 더욱 커진다. 마도국과 에온의 무력을 위험시한 세력들은 저들끼리 하나로 뭉치겠지.
자칫하면 8세기 전의 초월자 전쟁과 같은 대륙 간 대립 구도가 형성될지도 모른다.

베르덴은 일관되게 범세계적 관점을 견지했다.

“저도 오라버니의 혈통 공개는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부님. 의도가 순수하다고 해도 세계가 어떻게 반응할지 아시잖아요. 더욱이 지금은 혼란을 최대한 피해야 할 시기예요.”

메드레일이 조곤조곤하게 베르덴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 역시 할아버지와 달리 광기가 없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줄 알았다.

반젤리스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긴 하겠지만, 음.”
“조급해하지 마세요. 외부에 알려지는 게 무엇이 중요하겠어요?”

메드레일이 싱긋 웃었다.

“어차피 진실은 진실인데. 그렇죠?”

정정한다.

메드레일에게도 광기가 있다. 아주 반젤리스와 판박이었다. 만약 초월자가 되면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했다.

‘어쨌든.’

베르덴은 화제를 돌렸다.

“마도 축제 논의나 하지.”
“식사 이후에 할 예정이었는데. 일정을 앞당기는 것도 좋겠지. 안 그래도 네게 따로 보여 주고 싶은 게 있기도 하고.”

반젤리스가 기품 있게 스테이크를 썰었다.

“알다시피 마도 축제는 사실상 축제라고는 할 수 없다. 일반인 시각에서는 그렇겠지만, 마법에 기반한 세력에게는 일종의 경연장이니. 마법이란 끊임없이 부딪치고 변화하는 것. 베르덴, 네가 주인으로 있는 최초의 마탑의 의지를 본뜬 정통이지.”

마도 축제의 요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누구의 마법이 더 대단한가?

화합보다는 경쟁이야말로 마탑의 부흥을 위한 최고의 촉진제다.

“지난 마도 축제는 동력원 폭주로 인해 흐지부지되었으니, 그 반작용으로 올해의 마도 축제는 역사상 가장 성대한 규모를 자랑할 거다. 마도국에선 그렇게 전망하고 있지. 하나 나는 고작 경연 따위로 만족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거창한 계획이라도 있나.”
“암월. 다히트 웨스로엘은 악인에 한없이 가까운 초월자였지만 그것과 별개로 위계의 한계를 넘는다는 위업을 이룩했다. 서서히 시간이 흘러가면 다히트의 포악한 행적은 희미해지고, 그 업적만이 남아서 평생 기억되겠지. 이렇듯 세상사는 뭔가 헤아릴 만해지면 어김없이 폐부를 찌른다.”

반젤리스가 헛웃음을 지었다.

“후대에 흔적을 남긴다는 것. 마법사로서, 그리고 초월자로서 다름 아닌 다히트 웨스로엘을 부러워하게 될 줄이야……. 그러니 이대로 지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나. 사실 내가 이런 마음을 먹은 것에는 네 영향도 없지는 않다.”

베르덴은 직감적으로 알파를 의식했다.

“인공 골렘을 말하나.”

[?]

반젤리스가 긍정했다.

“아케나드 마도국도, 10대 마탑도 어찌하지 못한 인공 골렘 기술이 재현됐다. 심지어 지성까지 부여한 사실상 새로운 생명체라는 형태로. 먼 고대의 수준을 아득히 초월하는 수준이지! 시조께서 골렘과 관련이 있다는 기록은 딱히 없으니, 골렘에 한해선 너희가 시조를 뛰어넘은 셈이다.”

베르덴, 아드리안, 이자벨라, 알파는 마음이 순간 찔렸지만 사소한 반응 하나조차 보이지 않고 진실을 꼭꼭 감추었다.

“……수년 동안 발생한 여러 사건은 나의 권태를 씻어 주었지. 그걸 계기를 삼아서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 마법의 시대를 더욱 견고히 세우고 싶다.”

반젤리스가 와인을 머금고는 직전보다 목소리에 강한 힘을 실었다.

“에온에서도 마도 축제에서 대륙을 놀라게 할 만한 다양한 마법을 선보일 예정이겠지. 최초의 마탑이란 카드도 있으니.”
“그렇긴 한데.”
“에온과 마도국의 새로운 작품을 함께 발표하면 파급력은 배가될 거다. 작은 변화를 거듭하는 것보다 한 번의 강한 변화가 더 효과적이니. 다히트는 새로운 마법의 지평을 열었으나. 그 시대를 대표하는 것은 우리가 되는 것이지.”

베르덴이 눈을 가늘게 떴다.

“대체 무슨 기술이길래 그리 자신하는 거지?”
“갑작스럽게 생겨난 공백을 메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섭섭해할 것은 없다. 내가 독단적으로 개발한…… 아니, 재현한 기술이니. 손녀도 모르고 있을 정도지.”

눈길을 받은 메드레일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에온의 기술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 내가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여파를 최대한 키우기 위한 합동 발표니까. 물론 마도 축제에서 필요한 것은 전부 마도국에서 지원하마. 마도국이 쌓아 온 축제 경험도 전부 공유하지.”

고작 함께 마도 축제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모든 걸 준비해 주겠다, 그것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일말의 간섭도 없이…….

‘더없이 유리한 제안이다.’

반젤리스가 대체 무엇을 만들었는지 의심스럽고, 또 궁금하기도 하나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마도국의 명예가 걸린 이상 에온까지 피해가 올 만한 것은 아닐 테니까.

알파도 특유의 이성으로 계산을 마치곤 베르덴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베르덴이 말했다.

“좋아, 받아들이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마법사가 건국한 아케나드 마도국 그리고 마법 시대의 기반을 확실한 최초의 마탑의 주인. 누가 무엇을 내세우든 간에 마도 축제의 주연은 우리가 될 거다.”

반젤리스가 잔을 높이 들었다.

“지고한 마도를 위해서.”

* * *

부활.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면 만 명 중 만 명은 즉각 존재론적인 혼란을 겪는다. 시간 그리고 삶과 죽음의 괴리감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누구지?

이런 의문이 드는 게 당연했다.

그런 뜻에서 주검의 영광의 첫 번째 하인은 되레 혼란을 느꼈다. 아니무스에 의해서 죽음에서 회귀한 정체불명의 두 존재 때문이었다.

치익. 치이이익. 치이익. 치이이이익───

첨예한 송곳에서 발생한 푸른색 고열이 최상급 마석을 뜨겁게 지졌다. 마석 내부의 마력이 혼탁하게 뒤엉켰다가 다시 풀어지기를 반복했다.
주변에 샅샅이 해부한 매직 아이템과 아티팩트의 잔해가 쌓여 있다.

“어디 보자…….”

난쟁이가 증기가 펄펄 끓어오로는 마석을 손으로 들었다. 마석에는 아주 미세한 마법적 장치들이 달려 있었다.

“썩 나쁘지 않구먼. 조금만 더 하면 내 기술력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겠어. 지금이 마법 시대라고 했었나? 아주 마음에 들어! 예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 이렇게나 많으니 딱 내 취향이야. 그때도 이런 게 즐비했으면 네놈을 진즉 죽여 버렸을 텐데. 그렇지 않나?”

술과 고기로 몇 시간째 배를 채우고 있는 수인이 날카롭게 이를 드러냈다. 그가 등 뒤의 날개를 거칠게 움직였다.

“원한다면 그때처럼 몸을 토막 내 주지.”
“그래그래, 결국에 누가 누구한테 죽을지 결판은 내야지. 일단 ‘약속’부터 지키는 게 먼저지만. 그러니 마지막 선택권이 주어질 그때까지 잘 부탁하겠네. 으하하하하핫! ”
“오냐, 미치광이야. 크하하하하하!”

수인이 큼지막한 마수의 다리를 던졌다.

그를 받은 난쟁이가 고기를 씹어 먹으면서 몸을 기울였다.

“이보게. 날짜에 변동은 없는 거겠지? 연구에는 시간 엄수가 중요해서 말이네.”

첫 번째 하인이 조금 늦게 답했다.

“……없다.”
“좋구먼! 짐승아, 우리 이참에 내기라도 하는 게 어떻겠나?”

난쟁이는 소도시 하나쯤은 날려 버릴 수 있는 마석 폭탄을 가볍게 던졌다가 다시 잡으며, 활기찬 얼굴로 말을 이었다.

“마도 축제에서 누가 더 많이 죽이는지.”
“하나만 더 추가하지. 누가 더 강한 놈들을 많이 죽이는지도,”
“오, 그거 참 훌륭한 제안인데? 더 재미있어지겠군.”

지상 최악의 난쟁이와 대학살의 수인이 동시에 첫 번째 하인을 바라봤다.

“자네도 끼겠나?”
“…….”

다시 생명을 얻자마자 당황하기는커녕 미친 듯이 웃은 존재들. 이들은 애초부터 어떠한 혼란도 없이 강력한 목적의식을 품고 있었다.
마치 부활할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대체 그자들이 무슨 시체를 넘긴 거지.’

첫 번째 하인은 옛 왕의 부활만 이뤄진다면 그 과정이 어떻든 상관없었다. 그런 그조차 이번만큼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뭘 깨운 거냐.’

* * *

아케나드 마도국은 절차를 중시하면서도 매사에 효율성을 고려한다. 에온의 방문 목적은 어디까지나 마도 축제를 의논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무도회 같은 사교적인 일정은 처음부터 배제되었다.

덕분에 만찬이 끝난 이후 베르덴 일행은 자유를 얻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데이로스 가문에 관련된 기록이에요. 좀 많죠?”

이자벨라가, 메드레일이 가리킨 책장을 가만히 바라봤다.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베타가 권수를 계산했다.

[총 87권입니다.]

“……많긴 하네요.”
“최소 100년 이상 존재했던 아케나드 마도국의 명문가였으니까요.”

메드레일이 첨언했다.

“그래도 사소한 것 하나까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으니, 데이로스 가문에 대해 알기엔 부족하지 않을 거예요.”

이자벨라의 황금빛 눈동자가 수십 권의 책등을 훑었다. 메드레일이 말한 대로라면 분명 저 안에 있을 것이다.
레그리트 나르실리아처럼 마족의 특성을 다룰 수 있게 해 줄─── 이자벨라와 융합한 특수 개체에 관한 정보가.

* * *

한편.

베르덴과 아드리안은 반젤리스를 따라 아케나드 마도국의 전당에 도착했다.

[……!]

알파가 외눈을 빛냈다

역대 마도왕들의 초상화가 걸린 벽 한가운데, 초대 마도왕의 살아 숨 쉬는 듯한 얼굴이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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