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82

982화 죽음의 문 (6)

에스티리아 왕국에서 며칠을 보내는 동안 왕국만이 아닌 대륙 간 공간 이동진을 통해서 주인 없는 땅의 중추 신호기도 일부 회수했다.

[직접 개조 개시.]

[시작하겠습니다.]

위이이이잉──치익─! 치이익──!

골렘 연구 시설에서 신(新) 중추 신호기를 제작한 알파와 베타가, 기존 신호기들을 실험실로 가져가서 개조 작업에 착수했다.

둘이 제자리에서 손만 움직여도 작업대 자체가 저절로 신호기의 높이와 위치를 실시간으로 조정해 극대화된 효율성.

용접기의 불꽃이 간헐적으로 튄다.
부품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조립된다.

현대의 기술력으로는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미세 공정이 이루어졌다.

[마력 소모량을 증가시켜 통신 가능 거리를 최대로 늘리겠습니다.]

[확인.]

심지어 추가 개선까지.

불과 수십 분 만에 개조된 중추 신호기 두 대가 완성되었고, 정확히 같은 시간이 흐른 뒤 또 두 대가 완성되었다.

모든 기계적인 부분에 있어 녀석들의 판단력과 손재주에는 오차가 없다.

명백히 영장류와 궤를 달리한다.

인류는 물론이거니와 전설적인 드워프 대장장이인 그하룬조차도 이 과정에선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할 것이다.

‘틸버가 저 반의반의 반이라도 따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현재 아티슨 마탑주가 직접 소개한 골렘 연구가 틸버 스팬기어는 주인 없는 땅에서 골렘 부대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알파가 내 준 여러 숙제를 연구하면서 말이다.

재능과 강한 열정이 있으니 기술력이 점진적으로 향상되고 있지만, 지금의 알파와 베타의 모습을 보면 수준 차이에 절망하지 않기 어려울 터.
이를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오직 본인에게 달려 있다.

틸버의 앞날은 베르덴도 알지 못한다.

[권역 통신망 재개방 가능.]

[대륙을 잇는 통신망 성립을 위한 최소 개조 중추 신호기를 확보했습니다.]

“잘했다. 그럼 골렘 연구 시설은 잠시 비워 두도록 하지.”

알파와 베타를 이곳에 머무르게 하기에는 능력이 아깝다. 본래 목적도 달성했으니, 골렘 연구 시설은 공간 이동의 자유가 일부 해방된 후에 활용해도 늦지 않다.
에온의 권역엔 이미 배치해 둔 인공 골렘 부대가 있으므로.

그 전에…….

<기억 공유>

베르덴은 세계의 틈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베타에게 전달했다. 베르덴을 바라보는 베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제 베르덴 폐하는 악마들의 신입니까? 루아스 교국이 강한 적대감을 표할 거라고 예상됩니다.]

“그러니 최대한 숨겨야지. 적어도 눈앞의 고비를 넘기 전까지는.”

* * *

중추 신호기의 재설치는 방해를 받아도 실패해선 안 되는 아주 막중한 임무다.
에온의 위상이 아니면 맡길 수 없다.

“중추 신호기의 절반은 중앙 대륙과 동대륙을, 나머지 절반은 서대륙과 중앙 대륙에 잇는다. 알데반, 그리고 레바나.”
“예, 폐하!”
“너희에게 전자를 맡기겠다. 알데반은 중앙에서 동쪽으로, 레바나는 동쪽에서 중앙으로 통신망을 형성하도록.”

당연하게도 중추 신호기들은 대륙뿐만 아니라 바다에도 배치되어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공간을 연결하지 않고서는 다른 대륙으로 통신이 거의 불가능했다.

알데반은 주인 없는 땅에서 라그벨 왕국을 지나 해양으로, 레바나는 에스티리아 왕국에서 리비안트 공국과 벨디른 공화국을 경유해 해양으로.
그렇게 신호기끼리 특수한 마력 파장을 주고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임무의 골자였다.

물론 중추 신호기의 존재는 최고 기밀 중 하나.

리비안트 공국과 벨디른 공화국은 사실상 에온의 산하이기에 영공(領空) 체류가 가능하니 비행정으로 움직이며 각 지점에 중추 신호기를 남몰래 설치하면 될 뿐이고.
라그벨 왕국은 단순한 이웃 국가이니 처음부터 잠입해서 중추 신호기를 숨기면 끝.

사실상 타국의 영역을 명백하게 침범하는 공작 활동이나, 외부에 발각되지 않으면 그만이니 조금도 거리낄 것 없다.

주권 침해?
국제법 위반?

만약 정직한 누군가가 그렇게 지탄한다면 세계의 정치가들이 비웃음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무력은 곧 권력의 결정체.
에온은 성인군자 집단이 아니라 힘으로 군림하는 초월자 세력이다.

화아아아악!

베르덴 일행이 중앙 대륙으로 돌아왔다.

알데반은 즉시 중추 신호기를 갖고 휘하 부대와 함께 움직였다. 공간 이동진에서 내려오자 암녹색 머리카락의 여인이 그를 맞이했다.

“가주.”

어레인으로 복귀한 이자벨라가 달려와 베르덴을 꽉 끌어안았다. 꽈드드드드득…… 근력이 근력인지라 베르덴도 압박감을 느꼈다.

“걱정하게 했군.”

베르덴이 그녀의 머리를 쓸었다.
알파와 베타는 베르덴의 어깨에 앉아 있었다.

[이자벨라. 안녕.]

“알파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베르덴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도 이자벨라는 잠깐 반응했을 뿐이었다.
8위계에 대해 들었기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알고 있나?”
“관리자님에게 들었어.”

이자벨라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입술만을 뻥긋거렸다.

‘이제 신님, 이라고 불러야 하나?’

형안의 정도를 조절해 일부만을 비춘 베르덴의 본질도 달라졌다.
정확히는 분위기만 그러했다.

신성하다?
거룩하다?

본질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한순이나마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리고 영혼이 경직될 만큼 압도적인 위압감도 받았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세계의 틈새, 아이샤, 두 번째 사도, 틈새의 악마…… 이야기할 게 산더미지.

베르덴의 의념을 전달받은 이자벨라나 그제야 놀란 기색을 보였다.
그래도 당장 뭔가를 묻지는 않았다.

“곧바로 서대륙으로 갈 거지? 그리고 동대륙으로 넘어갈 거고.”
“그하룬에게 받을 것만 받고 바로 출발할 거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네, 우린…… 그래도 다시 여유를 되찾을 날이 오겠지.”

이자벨라가 그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이마에 대었다. 짧디짧은 재회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녀가 말했다.

“내 기억을 봐 줘.”

이자벨라가 단언했다.

“공간 이동 저해의 원인을 찾은 것 같아. 어쩌면 이 사태의 원천까지도.”
“……!”

* * *

영혼을 지닌 언데드.
천국의 언급.
형안으로 포착한 극도로 불길한 기운을 발산하는 아홉 개의 균열의 형상.

이자벨라는 어레인으로 돌아오면서 여러 가설을 세웠다. 이번에 얻은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그중 하나가 특히 베르덴의 기억에 남았다.

중앙 대륙에 나타난 초월자 인형.

그것들은 도대체 뭐를 위해서 사람들을 습격하고 있는 걸까. 옛 왕에게서 비롯되었을 그 존재들은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진 걸까.

그저 혼란을 가중하기 위해서라고 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그럴 거였다면 도시에 최대한의 피해를 주고, 몸을 숨기는 등 유격전으로 국제 사회의 신경을 어지럽히는 게 나았을 것이다.

베르덴이 턱을 짚었다.

‘초월자 인형은 인간을 잡아먹었다.’

인간은 왜 음식을 먹는가.
활동하려고.
활동의 이유엔 생존을 포함한 어떤 목적이 있다. 말인즉슨 목적을 위해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먹기 위해서 먹는 자도 없지는 않지만…… 보통 섭취는 수단에 머무른다. 초월자 인형이 그 수단에 매몰되었다고 하기에는 지능적이었지. 본능 그대로 무차별적이지도 않았고.’

초월자 인형은 식인을 통해 힘을 채워 어딘가에 쓰고 있다, 라고 가정했을 때 그 어딘가가 아홉 개의 균열과 연관이 있다면.
또한 그 균열이 이자벨라가 봤던 것처럼 입구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

‘결과적으로 초월자 인형이 옛 왕의 명령을 받아 균열을 열려고 움직이고 있다면…… 마경에는 이미 그 균열이 발생한 셈인가?’

마경 내부를 확인해 봐야 답이 나오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균열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대규모 언데드 출몰과 세계적으로 공간 이동을 방해하는 근간임은 자명하므로.

……중앙 대륙에 나타난 초월자 인형.

균열이 전 대륙에 걸쳐 존재한다면 서대륙과 동대륙에도 최소 초월자 인형에 준하는 위협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로니아 왕국에도.

“녀석들이 그리도 걱정이냐? 그리 근심이 많아서 무슨 지배자를 하겠다고.”
“그하룬.”

그하룬이 회색 천으로 에워싼 검 한 자루를 들고 나타났다. 동대륙으로 가기 직전에 이미 사람을 보내 그하룬에게 만나자고 전해 두었다.

도시 어레인 근처에 있는 한적한 언덕에 바람이 불었다.

“꼬마 골렘도 멀쩡하군.”

[그하룬. 애송이.]

“크하핫, 건방진 것도 여전하고.”

베르덴의 모습을 본 그하룬이 수염을 쓸며 씨익 웃었다.

“나날이 괴물이 되어 가는군. 그 로브도 엄청나게 뭔가 달라진 듯한데. 내 눈으로도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부족하더군.”
“그래 보인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 뭔가 도사리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하룬은 지금의 상황에 흥미가 깊었다.

용검, 마그라스.

먼 옛날 그하룬의 선조가 제작한 그 검이 소문을 넘어 실물로 나타났기에.
참고로 그하룬은 그 선조를 혐오했다.

용검은 용검을 다루는 주인을 위해서 탄생한 게 아니라 오로지 드워프의 대의만을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목적이 없는 도구에 무슨 뜻이 있을까.

용검은 창조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무구 자체에 대의를 남김으로써 역으로 소유주를 잠식해 휘둘리게 만든다…… 그렇게 제대로 쓰이지도 못할 무구를 창조하는 것은 드워프의 수치다.

질서의 종말, [인테리스].
만물을 극하는 용검 – 마그라스.

둘 중 무엇이 우월한가?

말할 것도 없이 그하룬 생애 최고의 역작이자 명작인 [인테리스]다.

“흥.”

그하룬이 가볍게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무기를 던졌다. 천이 벗겨지며, 상아색의 검이 자연스럽게 베르덴의 손에 잡혔다.

상아색의 검, [샤이올].

[이슈르의 신기. 확인.]

“내가 너무 오래 살긴 한 모양이다. 설마 신이란 걸 보게 될 줄이야.”
“눈치챘나?”
“당연한 것 아니냐. 네가 사막의 신에게서 빼앗은 신기라며. 명칭부터 신기인데, 신이 아니고서야 그걸 누가 다룰까.”

그하룬의 눈앞에서 갑자기 태양의 창 [라티르]가 번쩍이더니 자취를 감추었다. 대장장이 기술만으로 해석할 수 없는 현상이었고, 필시 베르덴과 관련이 있음을 직감했다.

“신기는 살펴볼 수 있을 만큼 살펴봤다. 신기의 설계도는 아직 들여다볼 수조차 없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그래서 신이 된 소감은 어떠냐.”
“음, 책임감이 더 강해졌다?”
“안 그래도 성실한 녀석이. 그러다가 이 세계까지 책임지려 들겠군. 뭐, 어쨌든 간에 멀쩡히 돌아왔으면 된 거겠지.”

그하룬이 팔짱을 꼈다.

“다녀와라, 베르덴.”
“다음에는 술이라도 가져오지.”

베르덴이 하늘 위로 솟구쳐 올라 주인 없는 땅의 북쪽으로 향했다. 베르덴과 알파의 모습이 순식간에 점으로 변했다.

그하룬이 혀를 찼다.

“술이 중요하냐? 술 상대가 중요하지…….”

* * *

소사이어티 출신 하레스가 대전당 지층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정보, 정보, 정보. 서대륙 전역에서 쏟아지는 정보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기에, 하레스는 정보관의 임무까지 떠맡고 있었다.

‘통신 장치가 없으니 쉴 틈이 없구나.’

최신 정보 문서에 눈길을 준 하레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게다가 이건 대응을 어찌할지…… 멜라드 님께서 아시면 경악하실 텐데.’

블랙 아워의 대전당을 임시로 지휘하는 멜라드는 최근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있다. 서대륙의 정세가 급박하게 바뀌고 있다.

통신 장치가 있다면 곧바로 정보를 받아 판단할 시간이 있었을 텐데, 정보가 늦어지는 만큼 생각할 여유도 사라지고 만 것이다.

무엇보다 대전당에는 제국, 마도국, 루아스교와 맞상대할 만한 존재가 없는 터라 과감하게 나서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응?”

하레스가 문득 기시감을 감지하곤 복도에 멈춰 섰다.

──────!

알 수 없는 울림이 들이닥쳤다. 공간의 파장이 아니라 차원이 비틀리는 듯한 느낌이 대전당 전체에 뻗어 나갔다.

‘이, 이건, 보헤미른 마탑주의……?!’

보헤미른 마탑과의 공방전에서 차원을 넘어서, 대전당에 쳐들어온 진췌의 포화의 비행정 함대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당시 하레스는 기습적으로 <강뢰>에 맞아 죽을 뻔했었다.

“큭!”

하레스가 반사적으로 문서를 등 뒤로 내던지고 지팡이를 빼 들었다. 그런데 나타난 것은 비행정 같은 것이 아닌 잿빛의 마법사였다.

“멜라드는 심층에 있군. 테아렐은 아직도 여기에 있었나.”
“어, 예……? 어?”

[바닥. 정보 문서 확인.]

하레스의 어깨를 두드린 베르덴이 복도에 쏟아진 문서를 몇 개 허공에 띄웠다. 하레스는 아직 당혹감을 감추지 못해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교국의 성율성단…….”

벽안이 에온의 정보관들이 직접 작성한 글귀를 읽어 내렸다. 알파 또한 함께했다. 베타는 전력으로서 주인 없는 땅에 남겨 두었다.

베르덴이 물었다.

“하레스, 이게 언제 들어온 정보지?”
“아, 그, 그것이.”

베르덴의 마력을 감지한 사람들이 그들이 있는 복도로 오고 있다. 하레스는 그제야 베르덴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말을 이었다.

“나흘 전입니다.”

하레스가 목소리에 한층 더 힘을 실었다.

“나흘 전에 성자의 성율성단이 아르나크 제국의 국경을 침범했습니다. 이단 심문을 한다며…… 이에 아르나크의 검이 움직였습니다.”

루아스 교국의 초월자와 제국의 초월자가 마찰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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