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s Chapter 479

2부 146화.

야마모토 겐도.

과거 그가 어떤 사람이냐 물으면 사람들의 의견은 하나로 통일되었었다.

“위대한 슬레이어지. 몬스터를 베어 죽인 이들은 많지만, 무려 세 번이나 슬레이어의 자격을 얻은 이는 그가 처음일걸.”

“당연하지. 그토록 모든 습성을 파악해서 완벽한 죽음을 선사한 건 그만이 할 수 있으니까.”

“마치 PVE의 시나랄까?”

슬레이어.

한 번도 공략되지 않은 몬스터를 그야말로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하게 공략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타이틀.

갓오세 전투 타이틀 중에서도 수집 난이도가 최악에 수렴한다는 극악의 타이틀을 무려 세 개나 가진 남자.

그것이 야마모토 겐도였으니까.

이는 어떠한 실력자도, 심지어는 멸살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순히 잘 싸우는 거랑 완벽하게 공략하는 건 달라. 이보다 완벽하게 대상을 공략할 순 없다고 시스템이 직접 인정해야 하는 것이니까.”

“보스의 특성, 약점, 사소한 습관까지. 모든 걸 파악하고 공략해야만 하지. 전투보다는 사냥에 가깝달까.”

잘 싸우는 이들은 많지만, 사냥을 잘하는 이들은 적었으니까.

심지어 사냥을 잘하면서 사소한 습성까지 모두 공략해내는 이는 더 적었고, 그게 처음 등장한 몬스터라면 더더욱 희귀했다.

그것이 야마모토가 10대 길드가 되기 전부터 이미 유명했던 이유였다.

대인전에서 가장 만나기 싫은 사람이 시나라면, 보스전을 두고 경쟁하기 가장 싫은 사람은 야마모토다.

그런 말이 돌 정도로 경쟁자에게 있어 재앙에 가까운 존재였으니까.

하나 그것도 모두 옛말이다.

그때만 한 실력이 아니라서?

아니, 그런 이유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지금의 그에게 슬레이어보다 더욱 유명한 이명이 생겼을 뿐.

-월영검(月影劍)의 주인.

마법검.

마법을 견딜 수 있는 희귀한 광물과 역사에 남을 만큼 뛰어난 명장의 조합이 있어야만 탄생할 수 있는 검.

그렇기에 검 중에서도 그 존재가 극히 적은 검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세 개의 마법검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월영검이었다.

그야 당연했다.

월영검은 무려 십대명검 중 하나였으니까.

그리고 십대명검이 다 그렇듯 월영검은 직접 주인을 선택한다.

무기 자체에 에고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월영검의 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그저 월영검의 주인이 된 것만으로 슬레이어라는 이명이 삽시간에 과거의 구석에 처박힐 만큼.

사아아-

또한, 월영검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에고를 지닌 만큼, 소유자의 감정 상태에 반응하여 달빛을 낸다는 것.

그리고 지금.

“워, 월영검이……!”

“심기가 불편하신 게 틀림없어.”

“설마 두 사람이 싸우게 되는 건가?”

“이런 긴급 상황에 설마…….”

월영검이 섬뜩하리만큼 시린 빛을 내고 있었다.

그에 순간 자기도 모르게 움찔한 시아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불꽃을 더욱 크게 피워올렸다.

시린 달빛과 뜨거운 업화가 서로 닿을락 말락 아지랑이처럼 피어 있는 모습은, 마치 두 기운이 기 싸움을 벌이는 듯 보였다.

꿀꺽.

싸늘한 침이 감돈다.

쥐 새끼 하나 꿈틀거리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심정으로 두 거물의 기 싸움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하나 그것도 잠시.

스으.

주위로 피어오른 시린 기운이 차츰 멎어가더니, 이내 검집에서 손을 뗀 야마모토가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하가 폐를 끼쳤군. 이쯤 하는 게 어떻겠나.”

“……싫다면?”

“끝을 보고 싶다면…… 나 또한 어쩔 수 없겠지.”

“허.”

기가 찬다는 듯 탄식을 내뱉으며 살기를 드러내는 시아나와 달리, 야마모토는 그저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살의도, 곤란함도 느껴지지 않는 무심한 눈빛.

어떠한 감정도 담겨 있지 않는, 그저 사실을 전달하는 것 같은 느낌.

한데 왜일까.

“…….”

시아나는 자신을 앞에 두고 이런 반응을 보였음에 자존심이 상하는 것보다, 왠지 모를 불안함이 더 크게 와닿았다.

한 판 뜨자고 하는 순간, 일말의 고민 없이 검부터 뽑아 들 것 같다.

그것이 시아나를 머뭇거리게 만들었지만, 이내 불꽃을 짙게 피워올렸다.

물러나기엔 그녀의 자존심이 불길처럼 드셌던 것이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던…….”

그 순간이었다.

“……!!”

그녀가 답하기 무섭게 야마모토의 손이 번뜩이더니, 어느새 뽑힌 월영검이 달빛을 뿜어내며 쇄도했다.

세포 하나하나에서 경종을 울린다.

시리도록 차가운 달빛이 목을 베려던 그 순간,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꽃이 피어났다.

쩌적, 쩌저적-

월영검이 휘둘러진 검로대로 피어나던 얼음꽃은 이내 시아나의 목 바로 앞에서 결정을 맺었고, 그 뒤로 반 박자 늦게 시아나의 불꽃이 작렬했다.

콰아아앙!

업화의 불꽃이란 이명답게 엄청난 화력.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불기둥은 가히 보는 이들마저 넋을 잃을 만큼 강렬했지만, 정작 시아나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사아-

야마모토가 그저 월영검을 한 번 휘두르자, 저 하늘에서 달빛이 내리꽂히며 불꽃에서 완벽하게 보호해준 것이다.

그녀로선 경악스런 일이었다.

‘……시그니처 특성을 섞은 스킬이었는데?’

방금의 불기둥은 그녀의 시그니처 특성인 ‘업화의 불꽃’을 담은 스킬이었으니까.

전력은 아니었지만, 저토록 쉽게 막을 불꽃이 아니었다.

그뿐이랴.

‘얼음꽃…… 레피아스?’

홱 눈길을 돌리자 어딘가 심각한 얼굴의 레피아스가 보인다.

그가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업화의 불꽃을 써볼 틈도 없이 목이 베였을지도 모를 일.

죽진 않았더라도 치명상을 입었을 확률이 높았다.

그녀가 슬쩍 거리를 벌렸다. 놈의 거리 안에선 위험하다는 걸 자각한 것이다.

……아니.

사락-

이곳 전체가 위험하다.

달은 지상 전체를 비추니까.

특히 이곳 아브타르텔의 달은 위성 따위가 아닌, 신에 근접한 무언가로 분류된다.

-월영검의 주인과 싸울 일이 생긴다면 결코 밤에는 싸우지 마라.

달빛이 깃들 때의 야마모토는 누구도 대적할 수 없으니.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말이 불헌 듯 떠올랐다.

그때는 사람들은 참 띄워주는 걸 좋아한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말이 공감되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달빛이 깃드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 검이 날아들 수 있다고.

거리를 벌려도 놈의 거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저게 어딜 봐서 검사란 말인가!

그냥 마법사지.

‘저게 월영검…….’

더욱 무서운 건 야마모토 개인 자체도 슬레이어라는 이명을 달고 살았던 실력자라는 것이다.

검술 자체에선 검성을 비롯한 정상급 검객에게 밀리더라도, 사냥감을 공략하듯 철저하게 유린하는 쪽에선 가히 적수가 없을 정도로.

그리고 그가 저렇게 세게 나온다는 건, 자신에 대한 공략도 대비가 되어있다는 뜻일 터.

시아나가 마른침을 삼키던 그때.

“음? 왜 다들 이곳에 모여 계십니까? 다들 들어오시죠. 대리인께서 부르십니다.”

젊은 님프 NPC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아…….”

“음.”

어디선가 탄식이 흘러나왔다.

압박감에 꾹 참고 있던 숨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것.

시아나와 야마모토간의 묘한 기류도 풀어졌다.

여왕의 대리인이 부른 이상 더 기 싸움을 이어갈 수는 없던 것이다.

다행히 마침 한바탕 공방이 오간 후, 서로 탐색전을 하고 있던 상태라 싸우는 중이라곤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흔적을 보고 눈치껏 끼어든 걸지도 모르고.

뭐가 됐든 흥이 깨진 건 사실.

“……들어가겠네.”

“허, 그러던가.”

그게 끝이었다.

야마모토가 미련 없이 등을 돌리곤 대리인, 앨로윈의 저택에 들어간 것이다.

그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레피아스가 슬쩍 다가왔다.

“뭐 하고 있지. 안 들어가고.”

“……들어갈 거야.”

뒤늦게 상념에서 벗어난 시아나의 툴툴거리는 반응에 레피아스가 피식 웃었다.

그리곤 은밀하면서도 묘한 목소리로 조언하듯 말했다.

“말했지. 세상에 강자는 많다고.”

“뭐래, 계속 싸웠으면 내가 이겼거든?”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한층 낮아진 목소리에 시아나가 고개를 돌렸다.

조금 더 진지해진 레피아스의 눈빛을 마주하던 그녀가 홱 고개를 돌렸다.

“……싸움은 끝까지 가봐야 아는 법이니까.”

“그건 맞지.”

“됐고, 들어가자. 긴급 상황이라 늦으면 뭐라 하겠다.”

“그래.”

후다닥 들어가는 시아나를 보던 레피아스가 피식 웃었다.

그녀는 알까.

자신이 뱉은 말이, 자신이 질 확률이 높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는 것을.

‘야마모토 겐도라…….’

수많은 NPC들을 두고도 주인으로 선택하지 않던 그 콧대 높던 월영검이 유저를 골랐다고 할 때만 해도 그저 호기심에 불과했다.

유저가 정점에 이른 NPC보다 강할 수는 없으니, 그저 게임적 시스템이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때문에 그 행운아 유저에 대한 흥미만 들 뿐이었는데…….

‘직접 만나 보니 소문 이상이네.’

만약 자신이 저 남자와 싸우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왠지 쉽사리 이길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전력을 드러낸 것도 아닌데.

그의 검을 막을 때 엄청난 반발력을 느낀 것이다.

‘세상엔 역시 강자가 많아.’

불헌 듯 스승님이자 칠강(七江) 중 한 명인 푸른 마탑주.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세상엔 많은 천재들이 있고, 상식을 초월하는 강자들이 있으니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

당시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겸손함은 강자의 미덕이 아닌, 약자의 열등감을 억누르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런 자신이 겨우 1년 사이 이리 달라진 이유는 저런 강자들이 즐비하기 때문이겠지.

‘아니, 굳이 따지면 반년인가.’

문득 떠오른 기억에 레피아스가 피식 웃었다.

정확히는 제국에서 월드 퀘스트, 잊혀진 왕의 무덤이 열렸을 때.

그때가 시작이었던 것이다.

잊혀진 왕을 만났을 때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을 느꼈던 것이다.

‘카이저.’

한데 그저 과거의 망령이라 생각했던 인물이, 그런 잊혀진 왕을 당당하게 잡았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10대 길드들조차 애를 먹던 심연의 재앙을 상대로 압도적인 공략을 보여주기까지.

레피아스로선 갓오세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충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를 떠올리니, 문득 궁금해졌다.

-근데 카이저 파티는 다 모였는데 왜 정작 카이저는 안 보임? 카이저 본 사람?

-어? 그러고 보니…….

-맞네? 설마 이번에도 카이저가 대륙 퀘스트 연 거 아니냐? 매번 자기가 열고 사라졌었잖아.

-설마 그러겠냐…… 라고 하고 싶지만 ㄹㅇ 가능성 있음. 그간 해온 게 있어서.

-ㄹㅇㅋㅋㅋㅋ

-아니, 월퀘는 그렇다 쳐도 만약 대륙 퀘스트 연 게 맞으면 역적 아니냐고 ㅋㅋㅋㅋ

-ㅇ? 잊혀진 왕 때 연 거는 어니스트 길드 아니었음? 대역죄인 될 뻔했었잖아.

-ㄴㄴ 그건 단독행동 하다가 안 깨워도 될 걸 깨운 거고. 월퀘 자체를 연 건 카이저였음.

-아 ㄹㅇ? 당시 참여를 못해서 몰랐네. 와, 이번에도 연 거면 진짜 뭐 있는 거 아니냐.

-뭐 언젠가는 오겠지. 그보다 생각보다 일이 척척 잘 진행되는 거 같음. 이종족들 우르르 모인 거 보니까.

여러 커뮤니티와 플랫폼에서 떠들고 있듯이 카이저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가.

이런 상황에서조차 모습 한 번 비추지 않는 그였지만, 분명 무언갈 대비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드는 건 왜일까.

‘이번에는 질 수 없지.’

레피아스의 푸른 눈에 묘한 빛이 어렸다.

그로서는 무척 드문 감정인 호승심이었다.

그동안 마음을 달리하고 혹독한 수련을 감내해왔다.

스승의 인정을 받기까지 한 데다 시그니처 특성 또한 얻은 지금, 그때의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해진 것이다.

“나타나지 않는다면, 우리가 먼저 공략하겠다. 카이저.”

카이저가 직접 듣고 있을 리는 없지만, 마치 그에게 직접 말하듯 진지한 얼굴로 내뱉은 그가 성큼 걸음을 옮겼다.

어느덧 이곳에 남은 건 레피아스뿐.

저택 안에는 자신과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인 이들이 즐비하는 만큼 자신이 있었다.

끼익-

그렇게 호기롭게 저택 안으로 들어간 순간.

레피아스의 걸음이 멈추었다.

그런 그의 얼굴은 다른 사람처럼 달라져 있었다.

호승심이나 호기로움 따윈 일체 없는 심각한 얼굴. 딱딱하게 굳은 그가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피 냄새?’

바람도 불지 않건만, 짙은 혈향이 코를 찌른다.

왠지 모를 불길함을 안고 안으로 들어간 순간, 레피아스는 보았다.

거실 벽면 곳곳에 튄 피와 바닥에 웅덩이진 대량의 피.

그 주변으로 처참하게 쓰러져있는 님프 NPC들.

“넌……?”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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