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256화.
[최초의 아브타르텔급 메인 퀘스트, 종막의 결과는!?]
[가슴이 웅장해지는 대전쟁을 고화질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MBS에서…….]
[본대륙 NPC들의 반전 합류! 시청자들 소리 질러…….]
[언더독 대항자, 탑독으로 주목받던 집행자를 누르고 승리하다!]
[역대급 규모의 대전쟁, 두 번 열릴 가능성은 없는가.]
[대항자들의 인간 승리! 앞으로 갓오세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신에 의해 잊혀진 역사의 진실!? 자세히 알아보자.]
[카시야르와 고대 오왕의 정체는 무엇인가…….]
“많은 전문가들이 집행자의 승리를 추측했었는데요. 그로 인해 갓오세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죠?”
“집행자가 이길 거라 호언장담했던 전문가들이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퀘스트 하나에 시장 흐름이 뒤바뀌는 게임.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많은 투자자들 또한 동의하며…… 기업에서도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게임사 측에선 게임에 대한 모든 건 현대 최고의 인공지능이 관리하며, 그곳은 또 하나의 세계이기에 자연의 흐름에 맡기는 게 당연하다는 대답으로 일관할 뿐입니다.”
논란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전쟁.
갓오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쟁이라 많은 게 걸렸단 만큼, 그 결과 또한 많은 화제를 일으켰다.
특히 명백한 언더독이었던 대항자 진영의 승리로 끝이 났기에 더욱 그러했다.
-아 ㅅㅂ;; 집행자가 무조건 이긴다 해서 다 꼬라박았는데;
-이제부터 ㅈ문가들 말 안 듣는다,
-하아…… X같다 진짜.
덕분에 집행자들은 배가 아파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껴야 했다.
단순히 자신들은 몰매를 맞고 있는데, 대항자들은 떵떵거리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대항자가 승리하여 보상이 주어집니다.]
[전설급 타이틀, ‘신에게 대적한 자’, 직업에 맞는 ‘대항자’ 무기와 악세사리 세트, 잠재력의 해방으로 격이 한 단계 초월합니다.]
-와, 초월!? ㅁㅊ;; 공짜초월 개꿀이네.
-전설 타이틀에 전설 무기, 악세 세트에 초월? 키야~ 보상 달다, 달아~
-초월이 보상인 건 ㄹㅇ 미쳤네. 초월 하나 차이가 얼마나 큰데. 진짜로 랭커랑 길드들 순위 많이 바뀌겠는데?
-그냥 다 해주잖아!
-뭐!? 다 떠먹여 주는데도 못 받아먹는 유저가 있다고? 에이, 그런 사람이 어딨어~ 집붕이도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지 마라.
-어, 집붕이 어서 오고~
-어서 오라니, 올 곳은 있고? ㅋ
-펙트는 10대 길드 3분의 1은 갈리고 시작하는 게 전문가들이 보는 상황이라는 것임. 이것도 최소치임.
-감옥 안 가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현실에서 일어났으면 사실상 쿠데타 일으키다 진압당한 거나 다름없는 건데, 바로 처형이었음.
-ㄹㅇ 이 정도로 끝난 걸 감지덕지해야지.
-ㅇㅇ 비록 NPC들 호감도 바닥에 대항자들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해야 해서 밀리겠지만 어쩌겠냐 ㅋ 니들 선택인데 ㅋ
가장 큰 이유는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는 보상 때문이었고,
[제목 : 실시간) 집행자 고른 집붕이들 X됨 ㅋㅋㅋㅋㅋ]
[본문 내용]
-잊혀진 역사라 해서 뭐 거창한 거 나오나? 하고 봤는데
신 <<<<< 이 새끼들 개쓰레기 집단이었네 ㄹㅇ
다섯 왕좌의 주인이라는, 아브타르텔의 최강 종족들이 있는데 고대에는 인류가 그 일원이었다 함.
근데 신이란 작자들이 갑자기 지들 세계 멸망했다고 찾아와서 깽판 친 거.
그 여파로 심연이란 게 생겨나서, 아브타르텔 멸망하게 생겼으니까 결국 인류가 희생했는데 그거 때문에 인류가 잠재력 다 뺏기고 겁나 약해졌다는데.
다 들은 건 아닌데 일단 여기까지만 들어도 사실상 인류 입장에서 적폐 집단이 따로 없음.
집행자들은 그런 역적 편에 선 건데…….
소름 돋는 건 이제 본대륙 신대륙 할 것 없이 모든 종족이 다 알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임.
(슬픈 눈으로 배웅하듯 손 흔드는 사진)
잘 가라. 멀리 안 가마…….
-와, 미친놈들이었네;;
-집행자도 피해자지. 알고 선택한 것도 아니고 모르고 있던 건데.
-ㅈㄹ 길드전 때 월령단이 대놓고 유저들 무작정 죽인 거 봐놓고 뭔 ㅋㅋ 사람들도 계속 아무리 봐도 집행자가 나쁜 놈들 같다 했는디.
-그냥 유리하다 싶어서 간 거잖슴 ㅋ;; 의리가 있지.
-본대륙 NPC들을 봐라, 얼마나 의리의리하냐. 연설하고 일제히 뛰어드는 거 보는데 내가 다 가슴이 웅장해지더라.
-리오르 키야…… 내가 알던 그 가리온한테 쩔쩔매던 황자가 맞냐.
-거인이랑 용들 간지가 진짜 ㅎㄷㄷ 포스 지리더라.
-그 부분 하이라이트 영상들 죄다 하루 만에 조회 수 4억 돌파함 ㅋㅋㅋ
-나,,,,67세,,,, 강칠복,,,오랜만에,,,가슴이 뛰는 걸,,,,느꼈소,,,,아직,,,협은,,,살아있더구려,,.
-어르신, 그거 부정맥일 수도 있습니다. 건강검진부터 받아보심이.
-떼잉,,, 요즘 것들은… 낭만이 없어…
-둘이 뭐하냐고 ㅋㅋㅋㅋㅋ
-컨셉 지독하네 ㄹㅇ
둘째로는 자신들의 미래가 보이는 현상황이었다.
덕분에 집행자들은 눈치를 보느라 설 곳을 잃었고, 대항자들은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불리함을 극복하고 이긴 탓인지.
전우애가 생긴 사람이 많았고, 이번 일로 인해 향후 1년은 대항자들이 더욱 앞서갈 것으로 추측되는 탓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활약을 한 게 누구냐,
그리 묻는다면 모두가 같은 답을 했다.
“무조건 카이저지.”
“카이저.”
“멸살이랑 여제, 검성도 눈에 띄긴 했는데…… 역시 카이저지.”
“카이저 아니었으면 졌어.”
“젠장, 또 카이저야. 그를 숭배해야만 해.”
“아아, 내가 누구? 카신 보유국의 자랑스러운 국민.”
“솔직히 그동안 유난이다 싶었는데 이번엔 카신이 맞다. 카이저 아니었으면 본대륙 NPC들 다 적으로 합류했을걸?”
“용족도 못 왔지. 그렇게 생각하니 멸살도 큰 공 세우긴 했음. 거인들 데리고 왔으니.”
카이저, 그야말로 이번 전쟁의 최대 공로자라고.
“난 엘리자.”
“아, 엘리자…… 엘리자는 인정이긴 해.”
“지하드도 엄청 멋있어졌던데. 찰리도 그렇고.”
“그 찐따 같던 고블린이 맞나 싶을 만큼 세졌긴 하더라. 뭔 드래곤 슬레이어처럼 변했던데.”
“여제랑 검성 파티도 멋졌음.”
“멸살이 거인도 데리고 오고, 사왕도 끔살 내주긴 했는데…… 그래도 카이저한테 못 비비긴 해.”
간혹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른 이들도 활약을 했다라는 의견이지, 이번만큼은 누구도 카이저가 일등 공신임을 부정하지 못했다.
심지어 활약한 인물로 꼽은 이들의 반은 카이저의 가디언들이니 말 다 한 셈.
한 편, 그렇게 모두가 전쟁 이후 일로 떠들썩해 있을 때…….
도현은 세상의 흐름을 파악할 새도 없이, 바쁜 갓오생을 보내고 있었다.
-훌륭했네, 친우의 후예…… 아니, 투신이여.
-그대를 도운 게 신의 한 수가 되었군.
-감사합니다, 모두 카이저 님 덕분입니다.
-아아, 위대한 영웅이시여…….
그중 가장 먼저 한 것은 동료들과 드라카르나 요툰하임, 아스트라와 님프 여왕 아리드나, 그 외의 이종족들.
“오랜만입니다, 영웅님. 덕분에 사르기스도 이제 평화를 찾았습니다. 그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았다면 영광…….”
“나 또한, 그 날의 등불 의식 이후 많은 발전을 이루었네만…… 그대는 여전히 누구보다 빛나고 있군.”
“아르니스 제국은 언제나 그대와 함께할 걸세.”
“……깃털 패. 다음에 쓰게. 받지 못한 거로 알고 있을 테니.”
“브리온의 구원자시여.”
그리고 본대륙의 수많은 NPC들까지.
그들과 전쟁의 승리를 서로 축하한 것이었고.
두 번째로 한 것은 카시야르와 오왕들을 만난 것인데…….
-여, 잘 성공했더라?
-믿고 있었어요, 우리의 그릇이여.
-암, 이 정도는 해야 우리의 의지를 이을 자격이 있지.
-그게 가만히 기다리기만 한 사람이 할 말이야, 하르? 잘한 건 인정해야지. 잘했어, 카이저.
-……훌륭하게 해냈더군. 천왕진기의 수련이 부족해 보이는 게 아쉽긴 하다만 그래도 게을리하지는 않은…….
-천왕진기? 너 그걸 줬어? 어쩐지 왜 전이랑 다르게 찝찝~한 기운이 느껴지나 했더니만 그거였네.
-생사결이 하고 싶었나, 카시야르. 이거 참 우연이군. 나도 그러던 참인데.
-이 새끼들은 모처럼 모였는데 왜 또 지X…… 흠흠. 난리야? 계승자 앞인데 체통 좀 지키자.
“…….”
기대했던 것과 달리 참으로 개판 오 분 전인 만남이었다.
의지의 형태로 만났을 땐 애써 이미지 관리를 한 것인지, 아니면 함께 모이니 이상한 시너지가 나는 건지는 모르겠다.
피식,
하나 모인 그들을 보니 오히려 더 편한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과 동료들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나 보네.’
하기야 저들도 엄연히 따지면 신이 아닌, 강한 인간들이니 말이다.
……조금 많이 강한 인간들이긴 하지만.
의지가 그 정도 강함인데, 본체는 어떨까 궁금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이건 뭐.
‘이 다섯이면 세계 제패하겠는데.’
얼마나 무식하게 강하면 그저 모여서 떠들기만 해도 이런 힘이 느껴질까 싶다.
그렇게 때아닌 감상을 품고 있는데, 순간 조용해진 분위기에 고개를 들어보니 모두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그중에는 카시야르도 있었다.
터벅,
평소의 양아치 같던 건들거리는 분위기가 아닌, 어딘가 진중한 얼굴로 다가온 그가 툭 어깨에 손을 얹었다.
-고맙다. 네 덕에 아르케리온이 완성되었어.
운명의 조각을 완성하여 만든 운명, 아르케리온.
그것은 다섯 번째 왕좌의 이름이자, 인류가 과거 올랐던 자리였다.
아르케리온이 상징하는 것은 자유.
모든 잠재력을 타고난 종족답게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아갔고.
그로 인해 모험가라는 이명으로 많이 불렸던 고대 인류이기에 아르케리온의 주인이 될 수 있던 것이다.
-지금의 인류는 우리의 피가 옅어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뭐가 됐든 다시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의 끈을 얻게 된 거지. 다 네 덕이다.
“……뭐, 다 같이 한 거죠.”
-그래.
괜히 머쓱하게 답한 도현을 보며, 카시야르가 피식 웃었다.
그리곤 도현의 뒤쪽을 힐끔 곁눈질하더니, 지그시 눈을 감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얘기 잘 나눠봐.
-함께 고생한 친구들이잖냐.
엘리자와 지하드, 찰리가 있는 곳을 힐끔 본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럴 생각입니다.”
-그래. 대화 나눠서 좋았다, 내 후예…… 아니, 카이저. 앞으로도 너에게 맡겨도 될 거 같네.
“……?”
업무를 바지사장에게 떠넘기고 잠적하는 회장님이 떠오르는 뉘앙스에, 도현이 미간을 찡그렸다.
설마 강해진 거 같으니 뒷일을 맡기고 놀겠다는 소리인가?
하나 다행히 카시야르가 그 정도의 양아치는 아니었다.
-우리는 과거의 망령이나 다름없는 존재들. 이제 와서 이곳의 일에 간섭할 수는 없어. 인과율에 어긋날 거거든.
“아.”
-신계가 왜 멸망했는지 알아? 다 가진 놈들이 더 욕심부려서야.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하는데 끝까지 해 먹고 싶어서 건드리다가 결국 모든 걸 잃은 거지.
힐끔 도현을 본 카시야르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뭐…… 나름 믿을 만한 후예도 얻었고 말이야.
그에 도현 또한 피식거리며 마주 웃자, 카시야르가 한 가지 조언을 덧붙였다.
-그래도 완벽한 건 아니니까, 더 정진해. 카디움과 불멸의 주인을 잡은 거. 그거 온전한 네 힘이 아니지?
도현은 반박하지 않았다.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고의 경지 때문에 일시적으로 도달한 힘이었으니까.’
엄연히 따지면 순수하게 지고의 경지 하나 때문에 얻은 힘은 아니었다.
투신(鬪神) 특성과 파명검(破命劍)의 특수성.
그리고 카시야르의 계승자라는 타이틀이, 일정 수준에 오른 지고의 경지와 공명하여 특수한 시너지를 낸 것이니까.
하나 이는 달리 말하면…….
‘언젠가 얻게 될 힘은 맞다는 소리지.’
언제고 지고의 경지의 끝에 도달하게 되면, 그와 같은 힘을 얻게 될 테니까.
하나 그건 미래의 얘기고.
전쟁 당시 지고의 경지가 없었다면 객관적인 수준은, 딱 카디움 한 명을 겨우 이길 만한 정도였다.
‘대항자 보상으로 한 번 더 초월하게 됐으니, 지금 붙으면 아마 수월하게 이기긴 하겠지.’
하지만…….
-네가 상대한 카디움은 신의 그릇이 부서져, 신좌에서 내려왔던 상태다. 다른 신화신들도 그 정도일 거라 생각해선 안 되는 거지.
“알고 있습니다.”
-뭐, 그놈들이 미친 게 아니고서야 우리가 있는데 다시 쳐들어오진 않겠지만. 안 그래, 얘들아?
오만함 그 자체인 태도였으나, 오왕들은 당연하다는 듯 수긍했다.
-당연한 일이지.
-차라리 건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 아주 박살을 내주게. 그놈들만 생각하면 아주…… 후우.
-진정해요, 루시.
-……그러는 세라스부터 손에 힘 좀 풀어줄래? 어깨가 조금 뻐근해지려 하는데
-어멋. 저도 모르게 그만.
-나한테 뭐라 하더니 너희가 더하는 것 같은데…….
-입 다물어요, 하르.
순서대로 기사왕(騎士王) 루슬레인 발레몽부터.
마도왕(魔道王), ‘루시르 엘 레이하드와 성왕(聖王), 세라스.
그리고 암왕(暗王) 하르의 대답을 끝으로, 카시야르가 다시 말을 받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럼 앞으로도 기대하마, 카이저.
-우리의 후예여.
-그대를 선두로, 우리의 후손들이 만들어갈 미래를 고대하지.
-기회가 된다면 또 보자.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자마자, 마도왕의 공간 전이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오왕.
짧은 만남에 비해 빠른 이별이었다.
세상 일이 다 그러는 것이다.
만남이 있다면, 언제고 이별의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니까.
그것은 지금처럼 짧을 수도, 혹은…….
-……주인.
-리자리자…….
-…….
이 녀석들처럼 긴 여정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도 있겠지.
그런 그들을 위한 배려일까.
[투신(鬪神) 카시야르에 의해 공간 전이되었습니다.)
-……리자?
-여긴…….
신수의 섬, 라크시아.
그중에서도 인간의 발이 닿지 않는, 수인족의 땅의 끝.
솨아아아-
폭포가 떨어지는 절벽 위로 이동된 도현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왜인지 그런 도현의 눈치를 보는 지하드와 전신의 털까지 축 내린 엘리자.
어딘가 씁쓸해 보이는 얼굴의 찰리를 보던 도현이, 달싹이던 입술을 애써 열었다가,
도로 다물었다.
어쩐지 쉽사리 입이 떼어지지 않는다.
녀석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허락 없이 떠올라 틀어막고 있는 것 같다.
띠링-
[충성도 : 10 / 100]
[충성도가 낮습니다. 기회만 생긴다면 언제든 도망칠 것입니다.]
-이 악마 같은 인간!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 몰라도 죽어서도 편히 두질 않는구나!
-난 이제 끝났어…… 더러운 인간의 종이 되어버린 것이야…….
-잠깐! 뼈! 뼈 맞았어! 뼈는 반칙이잖아! 키엑!
충격적인 첫 만남 때부터.
[충성도 : 20 / 100]
[충성도가 낮습니다. 주의가 필요합니다.]
-와, 왔어? 주인.
눈치를 살피며 함께하던 모습.
-그, 그치? 내가 좀 손이 빨라 엣헴. 더 주워올까? 말만 하라구!
-이야, 언데드들 어둠까지 두르니까 너무 멋지다~ 역시 지크야~
-어둠……? 폭탄…… 어둠 폭탄……!
-……이런 젠장. 찰리!
-자네 정녕 저 근사한 군단을 폭탄 따위로 사용할 겐가? 그럴 생각이라면 정말 실망일세. 자고로 예부터 훌륭한 위인들은 모두 곁을…….
-케헤헬! 모두 나를 떠받들어라!
금쪽이 같은 고집을 꺾느라 생쇼를 벌이던 기억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의 충성도가 올랐습니다.]
[충성도 : 69 / 100]
[가디언과의 관계가 친밀합니다.]
-주인, 어서 오고.
띠링!
[가디언 ‘지하드 블랙’이 가디언 특성에 맞는 행위를 원활하게 누려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충성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충성도 : 75 / 100]
-자세가 흐트러졌어! 제대로 안 해!?
따닥, 딱……!
-어허! 똑바로 합니다! 실시! 케륵!
…….
수많은 추억들이 스쳐 가고,
[충성도 : 98 / 100]
[가디언 ‘지하드 블랙’의 충성도가 무척 높습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놓아줄 때가 되었다.
이곳과 현실을 오가는 자신과 달리, 녀석에겐 녀석의 삶이 있으니까.
스윽.
-……주인?
도현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지하드는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스르르, 쥐고 있던 주먹에 힘을 푼 도현이, 조심스레 지하드의 머리 위에 얹었다.
“잘 지내라.”
-……응.
평소라면 기겁하며 도망칠 녀석이, 그 손길을 가만히 받아들이다 답했다.
갈라진 목소리로.
-……잘 지내, 주인.
“그래.”
인사를 마친 도현이 머리에서 손을 뗐다.
그리곤 평소와 달리 도현의 옆에도, 지하드의 옆에도 있지 않고 축 늘어져 있는 엘리자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리뀨리! 리뀨…… 리뀨!?
-리뀨뀨!
저 멀리서 뛰어놀던 리뀨리 둘이, 엘리자를 발견하고 소리치다 묘한 분위기를 눈치채고 바위 뒤에 숨는다.
……한데 제 시야만 숨기면 안 보이는 줄 아는지 엉덩이가 다 드러나 있다.
엘리자와 하는 짓이 똑같은 아이들이었다.
“엘리자.”
-리자…….
“고마워. 네 덕에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어.”
-리자리…….
“알아, 이젠 함께할 수 없는 거.”
사실 함께하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저 바르하임으로서의 의무를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니까.
지금껏 바르하임 없이 살아왔기에 누구도 질책하지 않을 것이다.
수왕도 그렇고, 수인들도 그렇고, 저기 있는 리뀨리들까지 모두.
하나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억이 전부 떠올랐지?”
바르하임으로 각성하며, 전생의 기억을 이어받았으니까.
아직 미숙한 바르하임이기에 일부만이 전승되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엘리자가 저들에게 짊어지게 된 무게감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신수의 왕, 바르하임.
그 자리를 비우는 것이 신수들에게.
그리고 수인족과 리뀨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차라리 바르하임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모를까.
새로운 바르하임이 강림한 상태로 잠적하면, 신수들과 리뀨리들은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추게 된다.
그것이 엘리자가 이토록 눈치를 보고 있는 이유였다.
도현이 싱긋 웃으며 엘리자의 머리를 검지로 쓰다듬어주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좋은 친구들이 생겼더라.”
-……리자.
“친구들도 지키게 되고, 우리 엘리자도 이제 어른이 다 됐네. 엘리자라면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도현이 옅게 입꼬리를 올렸다.
미소는 희미했고, 눈빛은 여전히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만큼은 선명하게 전해졌다.
“다음에 웃는 얼굴로 보자.”
-……리자!
-나도 그간 고마웠어, 엘리자.
-리자리…… 리자!
그런 셋을 보던 찰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처음 보는 주군의 얼굴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보지 않는 것이, 주군에 대한 최선의 배려이리라.
[가디언 ‘지하드 블랙’이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지하드 소속 가디언 ‘엘리자’가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 사이로.
그 알림만이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
에필로그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