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48화.
[월드 메시지]
[침입자의 수장의 등장으로 대륙 퀘스트의 돌발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
“엥?”
“월드 메시지? 이게 뭐임?”
긴장감 넘치는 전시 상황 속.
갑작스레 떠오른 월드 메시지에 유저들은 혼란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가뜩이나 하늘을 집어삼킨 저 거대한 어둠과 소름 끼치는 눈동자 때문에 난리인 판국에 갑자기 뭐?
돌발 퀘스트가 발생했다고?
[침입자들의 수장이 세력을 이끌고 옵니다.]
[하늘을 집어삼킨 눈 ‘라그 베헤모스’가 깨어나기 전까지 그들의 습격에 대항하십시오.]
[점령당할 시 침입자들에게 땅의 소유권을 빼앗깁니다.]
심지어 평범한 돌발 퀘스트도 아니었다.
무려 대륙 퀘스트의 돌발 퀘스트가 발생한 것이다.
“침입자들이 움직인다…… 그들의 습격을 막으며 재앙에 대비하라?”
“습격이라니? 또 뭐가 일어나려는 건데!?”
“침입자? 그게 뭐임? 이런 얘들이 있었어?”
“정황상 적대 세력 같은데…… 아니, 전 심연의 강자를 잡는 것도 모자라 다른 적대 세력까지 막으라고?”
“땅의 소유권을 빼앗긴다는데? 뭔가 심각해 보이는 거 기분 탓이냐.”
월드 메시지까지 떴으니 쉽게 이길만한 적대 세력은 아닐 터.
갈수록 커져가는 스케일에 엘라니스에 있는 유저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쉴 틈 없이 떠드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탕.
“NPC들은 이거 암?”
“모르지. 우리도 이제 알았는데 알겠냐.”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님?”
“10대 길드가 어련히 말해주겠지. 우리는 간부급들은 만나지도 못하는데 뭐.”
“안 그래도 미카즈키 길드랑 랭커들 앨로윈 만나고 있지 않냐?”
“레피아스랑 시아나도 있고…… 보니까 라이하스도 다른 님프 간부들이랑 얘기하고 있다던데 우린 그냥 흘러가는 흐름 보고 합세하면 되는 거지.”
“레이드 참여하게?”
“그럼 안 하냐? 대륙 퀘스트면 참가만 해도 보상이 엄청날 텐데, 이걸 못 먹으면 병X이지.”
“내 말이. 다른 대륙에 있는 얘들은 참가하고 싶어도 못 하고 있는 판에.”
“하기야…….”
하나 그것도 잠깐일 뿐.
혼란스러운 분위기는 차츰 진정되어갔다.
그도 그럴 게 이미 10대 길드와 NPC의 수제자들을 비롯한 하이 랭커들이 대비를 갖추어가고 있는 탓이었다.
그뿐이랴.
“그럼 엘프 마을 쪽은 누구 모인 거냐?”
“거긴 뭐, 카이저 파티지. 광신도는 아직 이동 중이라곤 하던데 엘프 마을 쪽으로 향하는 거 같고.”
“의외네. 이쪽부터 올 줄 알았는데.”
“10대 길드들이 이미 선점해서 그러지 않을까? 적절하게 분배하긴 해야 하니까.”
엘프 마을에는 여제와 검성, 아스트.
그리고 광신도와 해링턴이 있는 카신교가 배치되어있다. 이쯤 되면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더 드는 게 사실이었다.
무려 첫 대륙 임무니만큼, 어떤 보상을 줄지 아무도 모르는 탓이었다.
그리고 그건 커뮤니티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간도 아니고 이종족들이니까 엄청난 유물 같은 걸 줄지도 모름.
-ㄹㅇ 뭐가 됐든 월드 퀘스트 보다는 스케일이 크겠지.
-당근 빠따루지. 스케일 차이가 있는데.
-제국 NPC들이랑 여기 NPC들은 살아온 세월부터가 다름. 당연히 희귀한 것도 더 많겠지.
-키야, 10대 길드 마스터들은 보상도 최상급으로 얻겠지? 하, 부럽다.
-혹시 모르지. 우리도 이번에 침입자들인지 뭔지 하는 놈들 때려잡으면 좋은 거 얻게 될지.
-아, 그럼 그건가? 솔직히 레이드는 한계가 있으니까, 돌발 퀘스트는 우리 같은 쩌리들을 위한 추가 콘텐츠인 거지.
-오, 그럴싸한데?
보상에 눈이 돌아간 탓일까.
아니면 든든한 멤버들 덕에 아득했던 긴장감이 풀려서일까.
유저들은 ‘침입자들의 습격’을 자신들을 위한 추가 콘텐츠라 자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모든 이들이 그러는 건 아니었다.
-스읍, 뭔가 불안한데…….
-그런 거면 보통 월드 메시지까지 뜨나?
-왜 이렇게 느낌이 싸하지.
-10대 길드들은 뭐 반응 없어? 일단 반응부터 보고 생각해야 할 거 같은데.
오히려 불길함을 느끼는 이들도 흔치 않게 있었으니까.
하지만 정황상 이벤트라 생각하는 게 신빙성이 높았기에 대다수의 유저들은 이 상황을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보통 역배보다는 정배가 이기기 마련이지만…….
띠링-
이번에는 아니었다.
긍정 회로를 돌린 지 채 20분도 되지 않아 소식이 터진 것이다.
-씨X 미친!!
-니X럴 이게 맞냐? X된 거 같은데.
└왜? 뭔데 호들갑들이냐.
-앨로윈의 저택에 있던 랭커들이랑 NPC들 싹 다 뒤졌단다. 침입자인지 지X인지 하는 놈 하나가 다 죽였다는데?
└이런 씨X! #!%#!#%!
들러리들을 위한 이벤트라 생각했던 ‘침입자들의 습격’의 정체에 대한 소식이 말이다.
-앨로윈의 저택이면…… 미카즈키 길드 아니냐? 야마모토가 죽은 거?
-모르겠음. 야마모토 봤다는 사람이 없어서.
-마지막에 죽은 건가? 아니면 살아있나?
-아니, 그게 중요하냐 지금? 침입자인지 나발인지 하는 놈 겨우 하나한테 하이 랭커들이 싹 다 뒤졌다는 거잖아 지금.
충격적인 소식에 유저들은 경악했다.
벚꽃이 휘날리는 줄 알고 기대하며 나갔더니, 실은 쓰나미에 휩쓸린 건물 잔해의 파편들이었음을 깨달은 거나 다름없는 상황.
그리고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야, 이거 생각보다 더 심각한 거 같은데? 방금 지인한테 들은 건데 하…… X된 거 같다.
-또 왜. 뭐가 문젠데.
-여기서 더 X될 수가 있다고?
-씨X, 현기증 날 거 같으니까 빨리 말해.
-죽으면 부활이 안 된대.
-??
-? 뭔 소리임?
-말 그대로 부활이 안 된다고.
-? 설마 죽으면 접속이 안 된다는 소리임?
-접속은 되는데 엘라니스에서 부활을 안 하고 엘라니스 밖에서 태어난대. 그리고 다시 못 들어온다는데 하, 씨X…….
-잠깐만 그럼…….
-죽으면 대륙 퀘스트 참여 못한다는 소리잖아?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그럼 랭커들이 죄다 죽으면 전 심연의 강자 못 막는 거 아님?
-……어?
-씨X?
졸지에 어릴 적 오락실에서나 해본 원 코인으로 끝판왕 깨기 도전자의 심정이 된 유저들은, 당연히 난리가 났다.
이건 매우 심각한 일이었다.
아무리 난이도가 지X맞아도 결국 클리어할 수 있는 건 게임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아닌 게임인 이상 기회는 몇 번이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기회가 단 한 번뿐이라면?
웅성웅성-
“뭐? 죽으면 끝이라고?”
“……? 침입자 한 명한테 랭커들이 다 죽었다고?”
“……그게 진짜야?”
이 소식은 빠르게 퍼지며 접속 중인 유저들의 귀에도 들려왔고.
우오오오-
쿵. 쿵. 쿵. 쿵.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의심할 틈도 없이 사달이 일어났다.
이곳은 기본적으로 산과 숲에 둘러싸여 있는 마을.
덕분에 볼 수 있던 것이다.
저 멀리 언덕에서부터 내려오는 엄청난 물량의 인영들이.
그리고 그것들을 발견하기 무섭게 눈앞에 메시지 창이 정신없이 떠올랐다.
[침입자들의 습격이 시작됩니다.]
[하늘을 집어삼킨 거대한 재앙이자 전(前) 심연의 강자, ‘라그 베헤모스’가 깨어나기 전까지 침입자들이 엘라니스를 점령하는 것을 막아내십시오.]
[침입자의 습격]
-등급 : 돌발 이벤트
-설명 : 침입자들의 수장이 세력을 이끌고 엘라니스를 습격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집어삼킨 눈 ‘라그 베헤모스’의 강림을 앞둔 지금. 그들이 엘라니스를 차지하면 무척 위험할 것입니다.
이종족들과 힘을 합쳐 그들의 습격을 막아내십시오.
기여도에 비례하여 차등보상이 지급됩니다.
-퀘스트 성공 조건 : 라그 베헤모스가 깨어나기 전까지 세 곳의 핵심 지역 중 두 곳 이상 지켜낼 시 클리어.
-퀘스트 성공 시 : 1~100위까지 차등 특급 보상 지급, 100위 이하 기여도에 따라 S~D등급 보상 지급.
-퀘스트 실패 시 : 엘라니스의 소유권이 박탈된 채 ‘라그 베헤모스’와 조우.
[남은 시간 : 29 : 13 : 45]
[엘프 마을 (0 / 1)]
[님프 마을 (0 / 1)]
[루팔로의 숲 (0 / 1)]
[엘라니스에서 가장 핵심적인 세 곳 중 두 곳이 점령되면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며, 땅의 소유권이 침입자들의 손에 넘어갑니다.]
[주의! 모종의 기운에 의해 사망 시 재참여가 불가능하며 핵심 지역에 입장이 불가합니다.]
“아…….”
사형 선고와도 같은 메시지가.
이 순간 유저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다.
“……X됐다.”
* * *
월드 메시지가 뜨고, 흐름은 급변했다.
전력을 갖추며 재앙에 대비하는 거?
그런 평화로운 방법은 이제 없었다.
콰아아아-
우어어!
당장 눈앞에 쳐들어오고 있는 무수한 심연의 마수들을 상대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었으니까.
대비고 나발이고, 당장 전쟁이 열린 것이다.
수백, 수천 마리가 넘어가는 저 마수들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필드 보스급.
[심연의 마수 네리드]
[심연의 괴수 바히드라]
[심연의 마수 그란바데]
…….
그 중에는 네임드 보스마저 섞여 있었고, 개중 몇몇 개체는 레이드 보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강력한 힘과 크기를 자랑했다.
과장이 아니라 오우거의 3배는 되는 괴수도 있었다.
집채만 한 바위를 던져 방벽을 부수려고 시도하는 모습은 가히 호러 그 자체였다.
“이런 미친……!”
“네임드 보스가 몇 마리야 대체!”
“씨X 이 정도면 이게 레이드 아니냐고.”
“레이드도 이따위로 물량 공세를 펼치진 않아.”
“이런 X같은 난이도인데 죽으면 끝이라고? 이게 게임이냐?”
그간 레이드 보스 하나를 여럿이서 공략하기만 해왔지.
설마 보스 몬스터들과 대규모 물량전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했던 유저들로선 욕이 절로 나올 만한 상황.
더 문제인 건 마수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타다닷.
파밧!
“젠장, 화살이다! 방패 들어 올려!”
“암살자들이다! 고개 들어! 들어오지 못하게 똑바로 주시해.”
“아오! 저 마수라는 것들만 해도 죽겠는데 침입자들은 또 왜 저렇게 날쌔?”
침입자들의 습격이라는 이벤트명답게 날뛰는 마수들 사이로 침입자들이 움직였다.
대다수가 궁수와 암살자로 이루어진 그들은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탱커와 딜러 역할을 제대로 해주는 마수들과 재빠른 침입자들의 시너지는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침입자들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다.
서걱- 석-
-그분께서 명하셨다. 엘라니스에 종말이 있기를…….
-뚫어라. 그리고 바쳐라.
암살자들은 어찌나 현란하고 재빠른지 랭커급은 되어야 비빌 정도였으며, 궁수들은 로빈훗에 빙의한 것마냥 화살을 쏘는 족족 명중시킨다.
심지어는 전설 스킬인 ‘피어싱’과 같은 스킬까지 난사하니 죽을 노릇.
쿵! 쿵! 쿵! 쿵!
쿠구궁!
그리고 그 뒤로 거대한 몸집을 들이밀며 다가오는 수천 마리의 거대한 마수들.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놈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은…….
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절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