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s Chapter 588

2부 255화.

카디움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이게…… 무슨 감각이지?’

더없이 낯설지만, 처음 느끼는 건 아닌 묘한 감각.

동시에 더없이 불쾌한 감각이기도 했다.

그저 바라볼 뿐인 저 눈빛에 닿는 곳마다, 알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고, 무언가 서늘한 감각이 목을 조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

기억났다.

이 서늘한 감각. 이건 위협이었다.

죽음의 기로에 섰을 때, 본능이 세포 단위로 보내어 도망치라 외치는 강력한 경고.

카디움이 힐끗, 뻑뻑한 눈을 내려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내가 죽음을 느꼈다고?’

부정할 수 없는 증거에 카디움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솟구쳤다.

[종말(終末)의 권능 – 레비던트가 발현됩니다.]

-아니! 나를 이길 수는 없다! 그럴 수는 없단 말이다!!

그러며 발악하듯 달려드는 카디움.

종말의 힘을 담은 흉흉한 기세가 끊임없이 솟구치며 주변을 집어삼켰지만…….

서걱-

도현이 가볍게 휘두른 가로 베기 한 번에 양단되어 사라졌다.

-아……?

종말의 권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야 당연했다.

[파명검(破命劍) – 혼(魂)을 시전합니다.]

[대상의 영역에 직접적으로 간섭하여 마나의 흐름을 깨트립니다.]

[타이밍을 맞출 시 시전 중이던 능력에도 간섭할 수 있으며, 그 힘에 따라서 권능마저 간섭할 수 있습니다.]

[지고의 경지의 끝에 도달하여 파명검, 혼이 새로운 영역에 도달합니다.]

지고의 경지에 이른 파명검은 그의 권능을 언제든 베어낼 수 있었으니까.

……하물며 영혼까지도.

콰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

영혼이 찢겨나가듯 잘리는 끔찍한 고통에 카디움이 비명을 내질렀다.

이 고통.

‘……느껴본 적 있다.’

카시야르에 의해 그릇이 부서져 신좌의 자격이 박탈되었을 때.

그때 느낀 감각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

손이 쉴새 없이 떨려온다.

아니, 손만 떨리는 게 아니었다.

지면을 지탱하는 두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볼품없이 흔들렸고, 단전에서부터 무언가 끈적한 게 치밀어올랐다.

“…….”

퉤, 뱉어보니 죽은 피가 뱉어졌다.

그에 불멸의 주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떨려왔다.

[카디움……?]

파지직-

“어딜 봐.”

[투신의 그릇…… 네놈……!]

그 순간, 어느새 눈앞에 도달한 도현의 무심한 물음에 불멸의 주인이 어둠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불멸의 주인은 여타 심연의 강자들에 비해 특별한 능력이 없다.

파멸의 강자처럼 강력한 힘도.

철혈의 강자처럼 드높은 정신과 뛰어난 지배력도.

분노의 강자처럼 분노할수록 강해지는 사기적인 권능도 없었다.

[불멸(不滅)]

오직 그것만이, 불멸의 주인이 가진 힘이었다.

그 덕에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올 수 있었고, 무수한 죽음 끝에서 되돌아오며 얻은 그만의 특별한 힘.

그것은…….

[심연의 편린을 강제로 가져옵니다.]

[심연의 편린을 삼켜 심연 그 자체의 힘을 얻습니다.]

몸을 침식한 심연을 끊임없이 증식시키는 것.

제아무리 심연의 강자들이어도 결국엔 영혼이 있는 생명체들.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초월한 심연을 받아들이면, 정신이 무너지고 영혼이 붕괴되어 끝내 심연에 흡수되어버린다.

그렇기에 심연의 강자들도 심연에 살아갈 뿐, 그 힘을 한계 이상으로 쓰진 않는 것인데…….

[심연을 한계 이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영혼 붕괴가 시작됩니다.]

[불멸의 권능이 영혼 붕괴를 막습니다.]

불멸의 주인은 달랐다.

그의 권능은, 영혼의 죽음조차 막아내는 힘이 있었으니까.

그런 그에게서 뿜어지는 불길함은 여태 느껴온 어떠한 심연보다도 짙고 소름 끼쳤다.

닿기만 해도 침식되어버릴 것 같은 불길한 감각.

[크흐…… 크하하하! 그래, 이거다! 이 힘이 있는 한 네놈은 날 이길 수 없…….]

“너, 바보냐?”

하나 그러한 압도적인 기운을 보며, 도현은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로서는 카디움조차 아무것도 못 하고 벌벌 떠는 걸 보고, 재는 것 없이 곧장 비장의 수를 꺼낸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보다 멍청한 선택이 없었다.

[반항의 연(緣)이 발동됩니다.]

[운명에 강하게 저항하여 상대에게 죽을 확률이 가능 높은 운명을 거스를 힘이 주어집니다.]

[심연의 강자 불멸의 주인의 ‘불멸(不滅)의 권능’에 저항할 힘을 얻습니다.]

…….

거역의 서를 통해 발동한 반항의 연.

그것을 통해 거스른 운명은 면역 세포만이 아니었다.

“겨우 면역 세포 때문에, 내가 너에게 죽을 운명이 존재할 리가 없잖아.”

그것은 그저 다른 것에 대한 ‘거스름’에서 오는 부가적인 효과일 뿐.

진짜는 이것이었다.

[‘멸연(蔑淵)’이 발동합니다.]

[심연의 침식과 간섭을 무시합니다.]

[단, 격의 차이가 클 시 효과를 발동되지 않습니다.]

[격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불멸의 주인의 심연 침식을 무시합니다.]

[그럴 리가 없……!]

“죽음을 느끼고 싶다 했지? 실컷 느껴봐.”

믿을 수 없다는 듯 현실을 부정하는 불멸의 주인을 보며, 도현이 천천히 검을 내리그었다.

하나 지고의 경지에 끝에 도달한 검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파명검(破命劍) – 만상도멸(萬象刀滅)을 시전합니다.]

파명검의 4초식이자 비기, 만상도멸(萬象刀滅).

모든 현상과 존재를 베어내는, 지고의 경지의 끝을 본 지금에서야 도달한 최후의 일격.

——!!

그것이 발현되자 세상이 일순 멎은 듯, 고요해졌고.

이내 발현된 검붉은 검기가 전방을 뒤덮었고, 이내 공간이 비틀리며 불멸의 주인을 집어삼켰다.

만상도멸이 스쳐 가고 남은 자리엔, 오직 한 줌의 재가 남았을 뿐이었다.

[심연의 강자, 불멸(不滅)의 주인을 처치하였습니다.]

[믿을 수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신화급 타이틀 ‘불멸(不滅)을 살해한 자’를 획득합니다.]

[타이틀, ‘불멸(不滅)을 살해한 자’가 타이틀 ‘카시야르의 계승자’에 흡수됩니다.]

[추가 효과가 부여되어 한 차례 죽음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전대 계승자를 뛰어넘고 인정받은 후.

타이틀 카시야르의 계승자의 모든 능력이 해금되며 얻은 능력.

심연이나 신을 처단한 업적을 타이틀의 형태로 얻을 시, 그것을 바탕으로 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로써 만에 하나의 패배할 수마저 사라진 상황.

저벅- 저벅.

순식간에 불멸의 주인을 처치하고 다가오는 도현을 보며, 카디움이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2주 사이 무슨 마법을 부린지는 모르겠다.

아니, 2주도 아니다.

분명 좀 전까지만 해도 놈은 그저 자신에게 발악할 수 있을 뿐인, 쓸 만한 계승자 정도에 불과했다.

‘이 힘…… 이건 계승자 따위가 아니야.’

한 번 상대해본 적이 있기에 알 수 있다.

이 힘은 분명…….

‘카시야르…… 그와 같다.’

자신에게 압도적인 공포감을 선사했던, 그 빌어먹을 인간들의 왕.

물론 그의 강함에 필적한 건 아닐 터다.

카시야르에게선 신의 그릇이 완전할 때조차, 지금보다 더한 공포를 느꼈었으니까.

심연이란 변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모든 신들은 결국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저놈은 카시야르가 아니다. 그저 비슷한 힘을 지닌 자일 뿐.’

카시야르와 맞서고도 죽지 않고 도망쳐온 자신이다.

그와 마주친 신화신들이 모조리 죽었던 걸 생각하면, 이는 엄청난 업적.

저런 흉내 내기에 불과한 자에게 겁을 먹어선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종말의 신 카디움.

그러한 필사의 각오로 카디움이 떨어지지 않는 발을 뗐다.

마음을 먹자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카디움이 고유 신속기, 셀레리타스를 시전합니다.]

권능이 없더라도 그의 속도는, 신들조차 따라잡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을 정도.

비록 신좌를 잃었더라도 그 속도는 가공할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일전에 마주했을 땐, 일말의 과정조차 보이지 않았으나…….

“이젠 보인다고 했을 텐데.”

[흑룡의 세 번째 힘, ‘흑천뇌옥(黑天雷獄)’을 시전합니다.]

[열두 개의 흑뢰(黑雷)를 원하는 곳에 내리쳐 검은 번개의 감옥을 형성합니다.]

—콰릉!

일시적으로나마 지고의 경지의 끝에 도달하여, 말도 안 되는 힘을 얻게 된 지금,

하품이 나올 만큼 느렸다

푸욱-!

-커헉……!

사냥꾼에게 몰이된 사냥감처럼.

순식간에 흑천뇌옥으로 만든 영역에 둘러싸인 카디움이, 어느새 다가온 도현의 검에 복부가 뚫려 피를 토했다.

-죽어라……!

휘청거리는 무릎을 펴고 반격하는 집념을 보여주는 카디움이지만…….

그의 권능은 이미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

서걱- 푹,

빠각!

종말의 힘을 발현하는 족족 종잇장처럼 베이며, 일방적인 폭행이 이어졌다.

그래, 그것은 폭행이었다.

과거 신화신의 정점에 도전하였으나 무너지고, 또다시 도전하려는 자와 그를 막으려는 예언의 남자의 숭고한 전쟁?

이곳에 그런 거룩한 것은 없었다.

푹! 푸걱-

-크, 크어…….

“손맛 좋네.”

그저 일반적인 학살만이 있을 뿐.

“말도 안 돼…….”

“……저 괴물을 저렇게 압도한다고?”

“길드전 때의 카이저가 아니잖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유저들이 기함을 토하는 것도 당연했다.

-와씨…… 뭘 보고 있는 거야 내가.

-이게 가능한 거임?

-젠장, 또 카이저야. 그를 숭배해야만 해.

-사람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ㄹㅇ 쥰나 잘해버리는데;;?

-신이라고 부르니까 진짜 신이 되어버린wwwww

-카이저, 그는 신이야! 카이저, 그는 신이야! 카이저, 그는 신이야!

-그냥 답대가리가 안 보여서 조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와씨;; 이거 해볼 만한 거냐? 그런 거냐? 나 기대한다? 대가리 또 깨진다?

-카퀴니 뭐니 지X해도 결국 마지막엔 카이저 바짓가랑이 붙잡을 거잖아! 맞아, 아니야. 맞아, 아니야. 인정 해 안 해 인정 해 안 해!!

-이, 인정할게; 진정해;;

-개추요;;

그건 방송으로 보고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였기에, 채팅방의 스크롤이 끝도 없이 올라갔다.

-저자는 대체…….

-저 괴물 같은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

“와…….”

“이게 뭔…… 아니, 허.”

이종족들은 물론, 유저들까지 우러러보는 시선으로 올려다볼 따름이었다.

-아아, 예언이. 예언이 옳았구나.

-세계수시여…… 말씀하셨던 게 이것입니까.

-카이저, 다크 엘프의 은인이여. 이제는 닿지도 못할 만큼 강해졌구나.

-예언의 남자가 나타났다!

-아아…… 정말, 정말 감사해요, 카이저 님. 당신에게 세계수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예언과 고대의 약속에 대해 조금이나마 전해진 이종족들.

그중에서도 카이저에게 깊은 은혜를 받은 님프 여왕 아리드나와 아스트라, 알테리온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도현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를 올리는 그녀와 어딘가 감상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는 두 영웅.

그런 그들의 모습에, 그들을 따르는 군단 또한 경의를 표했다.

척, 척, 척.

치열한 전장 속에서도,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경의를 표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무언가.

하지만 이들 중 돕겠다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방해가 되겠지.’

‘믿겠다, 계승자여.’

‘저희도, 저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체급이 어느 정도 맞아야 도움이라도 주지, 이 정도 격차에선 그저 방해가 될 테니까.

카이저라는 희망을 얻어서일까.

-엘프의 힘을 보여주어라!!

-로칸테 님의 희생이 헛되게 만들지 마라! 우리에겐 바르하임과 바르하임의 주인이 함께하신다!

-와아아아아!!!

-님프들이여, 저희도 마지막까지 맞서 싸우도록 해요!

반쯤 자포자기 상태였던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

“영웅이 저 타락한 신을 몰아붙이고 있다! 더욱 힘을 내서 도우라!”

“예, 폐하!”

“앞으로 조금. 조금이면 됩니다. 다들 힘내서 제국의 병사들을 도우세요!”

“알겠습니다, 성주님!”

리오르 황제와 제이 루드델.

-그대를 믿고 있었네, 친우의 후예여. 바하르곤의 용들이여 전력을 쏟아라.

-흐하하하! 그 남자가 생각나는 자로군. 그대에게 요툰하임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요툰하임을 위하여!

“……넘어섰으리라 생각했는데 말도 안 되게 성장해서 왔구나, 카이저.”

용왕과 거왕, 그리고 멸살까지.

모두가 카이저가 잡아준 승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멈추지 않고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단자앙!!

-다, 단장이! 단장이 위험해.

-젠장, 저리 비켜! 꺼지라고!

특히 평소 단장에게 더없이 두터운 신뢰를 보이던 단원들은, 처음 보는 단장의 모습에 당황을 넘어 불안장애가 도진 모습이었다.

상상도 못 해본 광경이라 역설적이게도 더 대처를 못 하게 되는 것이다.

그저 조급한 마음에 어떻게든 돕기 위해 나서려 해보지만…….

-네…… 상대는…… 나다…….

-아오, 말도 느려터진 놈이 마법 시전은 왜 이렇게 빨라? 좀 놔 보라고! 금방 돌아올 테니까.

-그…… 럴 수는…… 없…… 다…….

따닥, 딱-

따다닥-

이미 권왕을 상대로 기운을 많이 뺀 다칸으로선.

작정하고 붙잡는 것에 몰두하는 고통이와 무법자들을 떨쳐내기 쉽지 않았다.

그건 다른 이들도 비슷했다.

-어딜 벗어나려 하는 거지, 어린 여왕이여.

-놔! 놓으라고! 단장이 위험하다잖아, 저리 안 꺼져! 꺼지라고 좀!

-단장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도다. 네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를 짓밟고 올라가는 것뿐이다. 왜, 그건 힘들어 보이는가?

-……아아아아아악!!

상대가 무려 왕좌의 주인 중 하나인 해왕.

해박한 지식과 결계술의 대가로 왕좌의 주인이 된 요정왕과 달리, 바다 전역을 지배하는 자가 상대였던 상황.

당연하게도 내내 밀리는 쪽이었던 레비로선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지금처럼 버티는 방식을 집어던지고 달려들었다간 제압당할 것이고, 그렇다고 계속 버티자니 단장이 위험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아니, 사실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차라리 희생하면 살릴 수 있는 것이라면…….’

그랬다면 고민할 여지도 없었겠지만, 뭘 고르든 결국 돕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으니까.

[지하드 블랙이 ‘고대룡의 숨결’을 시전합니다.]

[볼카른 블랙이 ‘탐식의 용후(龍吼)’를 시전합니다.]

—–!!!

[지하드 블랙이 ‘용의 발톱’을 시전합니다.]

[볼카른 블랙이 ‘탐아의 파쇄’를 시전합니다.]

콰아아아아앙-!

“오, 많이 치는데? 나중에 나랑도 대련 한 번 하자.”

-키륵! 그건 좀…… 일단 도와줘 얼른!

“안 그래도 준비하고 있다, 지하드.”

-리자!

가장 든든한 전력인 볼카른 블랙?

지하드와 검성 여제를 한 번에 상대하느라 그럴 여력 따윈 없었다.

오히려 열세라 도움을 받아도 부족할 상황.

황당한 일이었다.

고작 유저 하나가 개입했을 뿐인데, 유리했던 흐름이 정반대가 되어버린 게.

-이거…… 어쩌면……?

-나 대가리 깨진다? 어?

-카이저 펀치 x100

-가냐? 가는 거냐? 그런 거냐?? 나 기대해??

-와, 이게 이렇게 되네 ㄷㄷ 절대 흐름 못 뒤집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 신은 못 하는 게 없으시다고~

-전지전능하신 카신 복음 10번 읽고 와라.

-아 X;; 죽고 오니까 이게 갑자기 뭔 난리임?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항자 골랐지;;

-ㄹㅇ 집행자가 무조건 정배라매;; 전문가들 모아서 방송할 땐 언제고. x같네 진짜.

-역배를 참아? ㅋㅋㅋㅋ 그럼 죽어야지~

-누가 봐도 악역인 상대편에 선 것들이 무슨 ㅋㅋㅋㅋ 꼬시다 꼬셔~ 이제 니들 설 자리 없겠다?

-ㅆXXX 뒤진다 진짜. 접속 제한 시간 풀리면 딱 기다려라. XXXX거니까.

-뭔 소리여 ㅋㅋㅋ 너 이제 갓오생 ㅈ됐는데. 역적된 니가 뭔 수로 대항자인 날 어떻게 죽일 건데?

-야얔ㅋㅋㅋ그만해라ㅋㅋㅋㅋ. 얘ㅋㅋ ㅋ울ㅋㅋ겠ㅋㅋ닼ㅋㅋㅋ

-기회충 컷~ 컷~ 컷~

그에 채팅방에는 온갖 호들갑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들의 기대에 보답하듯.

번쩍.

—–!

-크아아아!

“이제 그만 가라. 질리게도 버텼다.”

지상과 하늘을 누비며 폭행…….

아니, 전투를 벌이던 도현이 피투성이가 되어 발악하는, 카디움을 향해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잘 가라.”

불멸의 주인을 처치했던 그 일격이었다.

발악할 힘도 남지 않은 카디움이 견뎌낼 리 만무한 일격이기도 했다.

한데 왜일까?

-크…… 크흐…… 크하하하하!!

목전에 들이닥친 죽음을 두고 정신이 나가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카디움이 피를 튀기며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소리를 낼 때마다 연신 피를 토해낼 정도로 내부가 망가졌음에도, 멈추지 않고 웃는 모습에선 광기마저 느껴질 정도.

-그래…… 네 놈을 이길 수는 없다. 그리고 난 이제 죽음을 맞이하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승리다, 투신이여.

“……?”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도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나 그냥 무시하고 검을 휘두르기엔, 알 수 없는 불길한 감이 느껴졌다.

당장 놈에게서 떨어져야 할 것 같은 느낌.

하나 그 생각을 했을 땐, 이미 늦은 후였다.

스으-

정확히는 놈의 손이 빨랐다.

살기도, 공격 의사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순간적으로 놓친 작은 움직임.

탁,

검지와 엄지를 맞부딪치며 손가락을 튕기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하나 그로 인해 벌어진 일은, 그야말로 정확히 허를 찌르는 신의 한 수였다.

[일곱 번째 운명의 조각 ‘군주의 수(手)’를 발견하였습니다.]

[여덟 번째 운명의 조각 ‘고귀한 결속(結束)’을 발견하였습니다.]

[아홉 번째 운명의 조각 ‘등가교환의 추(錘)’를 발견하였습니다.]

……

[열 번째 운명의 조각 ‘운명의 지침(指針)’을 발견하였습니다.]

체스 말, 브로치, 동전.

각기 다른 형태의 조각들이 뒤엉키며 허공을 떠다닌다.

[모든 운명의 조각이 한 곳에 모였습니다.]

[인벤토리에 보관된 다섯 개의 운명의 조각이 반응합니다.]

[하나의 운명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씨X.’

-목적은…… 이루었다, 세라피엘라. 뒤는 너희에게 맡기도록 하지.

죽어가면서도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었다는 듯.

후련한 미소를 머금는 놈을 보며 도현이 다급하게 물러나려 했지만, 의미가 없었다.

[종말의 신, ‘카디움’이 신좌를 포기하고 신들을 강림시키고자 합니다.]

[조건이 부족합니다.]

[카디움이 삶과 윤회를 포기하고, 부서진 신좌를 완전히 파괴합니다.]

[희생의 운명이 받아들여집니다.]

[운명을 돌리기 위해선 압도적인 격을 지닌 자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놈이 신좌에 오르는 것조차 포기하고, 모든 걸 바쳐 신들을 강림시키려 하고 있었으니까.

비상이었다.

‘이런 얘기는 없었잖아!’

억울함에 가밀리온과 루미사르를 탓해보지만, 그야 그들도 모르는 게 당연했다.

운명의 조각이란 것 자체가 카시야르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것.

당연히 이 정도까지 모든 것을 희생하여, 제3의 운명을 만들려 드는 신은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경고! 희생의 운명이 완성될 시 메인 퀘스트에 실패합니다.]

‘젠장……!’

이대로 가다간 이기고도 지게 생긴 상황.

하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

서걱-!

[종말의 신, 카디움을 처치하였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을 달성하여…….]

혹여나 하고 끝까지 휘두른 검에, 목이 베인 놈이 후로도 운명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었으니까.

기류가 변하고, 구름이 걷히며 하늘 전체에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이미 형성되고 있는 운명을 파괴할 수 없습니다.]

[아브타르텔의 신들이 현세에 강림하려 합니다.]

[여신, 세라피엘라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천둥과 번개의 신 토르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전쟁의 신 아레스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한데 모인 운명의 조각을 공격해도, 통하지 않는다.

‘방법이……?’

결국, 눈을 질끈 감은 그때였다.

-엘리자!? 어디 가! 돌아와, 위험해!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뜨자, 지하드를 밟고 점프하여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작은 털 뭉치가 보였다.

“……엘리자?”

-리자리자!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눈빛으로 호기롭게 외치며 날아오는 모습.

한데 그런 엘리자의 몸이 이상했다.

털 하나하나에 기이한 빛이 깃들어 찬란하게 반짝이고, 이마에는 기이한 문양이 새겨지고 있던 것이다.

“너, 왜……?”

-리자…… 리자리자.

무어라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느껴졌다.

어딘가 슬픔이 느껴지는 물에 젖은 목소리.

그럼에도 흐트러지지 않은 단단한 톤과 눈빛에서.

-리자…….

엘리자가 하려는 선택이 무엇인지.

-안 돼, 엘리자!

엘리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하드가, 상대하던 볼카른마저 뿌리치곤 다급히 소리치며 날아왔다.

하나 도현은 그저 엘리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미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지하드 소속 가디언 ‘엘리자’가 ‘바르하임’의 길을 걷습니다.]

[수인족들의 땅을 수호하는 수호신의 길을 택했습니다.]

[가디언 퀘스트를 완수합니다.]

[압도적인 격을 지닌 자가 걷고자 했던 운명을 포기하고, 희생을 선택했습니다.]

[형성되어가던 희생의 운명을 되돌립니다.]

[새로운 운명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신들의 시선에서 짙은 당혹감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도현은 만류 대신, 다른 말을 건넸다.

“……엘리자.”

-리자.

“고마워.”

-……리자.

이제는 빛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눈을 귀엽게 접으며 웃은 엘리자의 마지막 답을 끝으로.

번쩍-!

[신수의 왕, 바르하임이 강림합니다.]

[바르하임의 가호가 발현됩니다.]

[주변 일대에 깃든 어둠을 걷는 신역을 형성합니다.

[완전한 심연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심연화된 땅을 정화합니다.]]

[심연화된 땅이 사라져 심연의 눈이 닫힙니다.]

[심연 웨이브를 성공적으로 막았습니다.]

[막대한 힘을 발휘하여 엘리자가 잠에 듭니다.]

바르하임이 된 엘리자가, 찬란한 기운을 뿜어내자 지독했던 어둠의 기운들이 걷히고.

오염된 땅이 정화되며 심연의 눈이 닫혔고.

[모든 운명의 조각을 완성하였습니다.]

[약속된 운명 ‘아르케리온’이 완성됩니다.]

[투신(鬪神), ‘카시야르’가 봉인을 풀고 깨어납니다.]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직업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아브타르텔급 메인 퀘스트 ‘종막(終幕) – 약속의 날’이 대항자의 승리로 끝이 납니다.]

[고대 인류의 역사가 갱신되며 봉인되어있던 고대 인류의 오왕(五王)이 깨어납니다.]

—–!!

-아아…….

-이 기운은.

-성공하였구나, 계승자여.

일전에 의지로만 마주하였던 고대 오왕과 투신 카시야르.

그들이 잠들어있던 세계 곳곳에서 깨어나며, 그들과 함께 봉인되어있던 힘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대항자가 승리하여 아브타르텔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신들에 의해 잊혔던 진정한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십시오.]

“……역사의 진실?”

“아브타르텔이 변화했다고? 카시야르? 오왕? 이게 다 뭐야?”

“이게 대체 무슨…….”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무엇 하나 알 수 없었지만,

“제군들이여!”

-엘프들이여, 그리고 자랑스러운 군단들이여!

-요툰하임의 위대한 전사들이여.

“사르기스 시민 여러분, 그리고 인류 여러분.

“얘들아아!!”

이것 하나는 분명했다.

-승전보를 울려라!

“이겼다!!!”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전쟁의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본편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