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58

858화 급진전 (4)

아르카디옴의 게임 – 지적 충돌.

마치 체스처럼 격자로 이루어진 보드에서 기물을 움직이는 놀이지만, 규모가 훨씬 더 크다거나 서로의 왕을 잡는 것 이외에도 여러 승리 조건이 있거나 하는 등 차이가 꽤 있다.

누가 먼저 왕을 사로잡는가?
누가 먼저 태고의 지식을 모으는가?
누가 먼저 세력의 현인들을 잃는가?
누가 먼저 세 명의 절대자 중 한 명을 손에 넣는가?

즉, 체스의 확장의 확장의 확장판인 셈이다.

이렇듯 서로에게 주어진 기물의 종류와 숫자도 많을뿐더러 여러 마법적이고 신비스러운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루자크의 설명을 듣던 베르덴도 호기심이 생길 정도로 말이다.

“각 기물의 특성은 이러하고…… 상식적인 승리 이외의 조건들을 설명하겠소.”

루자크가 다른 부분과 색이 다른 특정 타일을 가리켰다.
그 타일은 총 세 개였다.

“이것들은 태고의 지식이라고 하오. 해당 타일에 도착하면 어떤 기물이든 3턴에 한 번씩, 그리고 한 칸씩 움직일 수 있소. 쉽게 말하자면 태고의 지식을 옮기는 것이지. 여기서 세 개 중 두 개의 지식을 먼저 자신의 진영에 있는 현인들에게 전달하면 승리요.”

[전달 방식?]

“현인에게 두 칸 이내로 근접하면 전달되오. 여기 이렇게.”

루자크가 태고의 지식 타일에 기물을 놓는 순간 해당 타일의 빛이 기물에 깃들었다. 그걸 현인 기물에 가까이 대니 빛이 옮겨졌다.

“당연히 지식을 손에 넣은 기물을 잡으면, 태고의 지식을 빼앗을 수 있소.”

그가 보드 위의 허공을 한차례 손으로 쓸자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지식의 용도는 이것뿐만이 아니오. 태고의 지식 중 하나를 품은 기물로 보드 어딘가에 있는 다섯 개의 특정 타일 중 세 곳을 거치는 순간 세 명의 절대자 중 무작위로 한 명을 불러낼 수 있소.”

베타가 물었다.

[특정 타일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리고 절대자가 무엇입니까?]

“특정 타일…… 일명 절대자 타일들의 위치는 게임마다 바뀌오. 그 위로 기물을 올려놔야지만 드러나는 구조지. 절대자는 보드 위의 신이라고 보면 되오. 저마다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절대자를 불러낸 순간 게임을 승리하는 것이나 다름없소. 그렇기에 승리 조건 중 하나로 취급되는 것이고.”

루자크가 바다코끼리를 닮은 제 코를 부드럽게 쓸었다.

“물론 지적 충돌에서 절대자를 불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소. 조건이 아주 까다롭기 때문이지. 정말로 실력이 천지 차이가 아니라면 진지한 대결에선 아예 배제되는 경우의 수요. 귀빈과 하객의 격차라고 할지라도.”

이번엔 베르덴이 입술을 뗐다.

“그 절대자를 서로 불러낸다면 판은 어떻게 되는 거지?”
“주빈께서도 꽤 관심이 생기셨나 보구려. 나는 본 적이 없지만…… 머나먼 과거에 그런 사례가 있었다고 듣기는 했소. 다만 결과는 전해지지 않았소.”
“궁금하면 시험해 볼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이 아르카디옴의 지식인이오.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야 심해만큼 깊소. 하지만 감히 어찌 그럴 수 있겠소?”

루자크가 동그란 눈동자를 번뜩였다.

“지적 충돌은 바다의 가장 깊은 지성(知性)이자 아르카디옴의 주인인 호스트께서 직접 창조하신 작품일진대.”
“호스트가?”
“아르카디옴에서 진지하지 않은 마음으로 이 게임에 임하는 주민은 없소. 이건 호스트께서 서로의 지성을 대결하라는 취지로 만든 놀이이니. 지식이란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탐하는 것. 그게 아르카디옴의 본질이오. 다시 말하자면 이곳에서의 게임은 오직 진심 승부밖에 없는 것이지. 실제로 그게 규칙이기도 하오.”

옅은 미소를 짓는 루자크.

“다만 주빈과 주빈의 일행께서는 이곳의 주민이 아니오. 아르카디옴에 정식으로 참가한 적이 아직은 없으니 말이오. 규칙의 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는 셈이지. 그렇기에 내가 3수를 양보할 수 있는 것이오. 게임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이들에게 어떻게 정면 승부를 요구할 수 있겠소?”
“…….”
“하나 패배를 자처할 생각은 추호도 없소. 3수의 배려만 해도 크나큰 불리를 떠안는 것이니. 귀하께서 규칙을 다 이해하셨다면 말이지만.”

[이해.]

루자크의 기본적인 설명을 듣던 알파가 주저 없이 한쪽 팔을 들었다.

“역시 주빈의 일행다운 지적 능력이시구려. 그럼 바로 시작해도 되겠소?”

알파가 뒤를 돌아봤다. 베르덴이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루자크를 향해 몸을 돌린 알파가 외눈을 빛냈다.

[확인.]

후웅.

루자크가 손짓하자, 모든 기물이 떠올라 각자의 진영에 내려앉았다. 총 타일은 1,024개. 규모로 보아 상당한 시간이 요구될 것 같았지만…….

“규칙대로 서로에게 시간 제한을 부여하겠소. 나는 10초. 그리고 귀하는 40초. 이 또한 배려의 일부요.”

[응.]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유리한 조건을 마다하는 건 감정적인 결정이다. 알파는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을 내렸다.

“좋소.”

루자크가 상체를 살짝 굽혔다.
보드하고 얼굴이 조금 가까워졌다.

“선수를 두시오.”

딱.

알파가 팔을 움직였다. 곧장 기물이 자신의 진영 바깥을 향해 나아갔다.

“……??”

루자크의 표정이 뒤틀린 건 잠시 후의 일이었다.

* * *

지적 충돌을 비롯한 게임에 진지하다는 확언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루자크는 친절하게 보드 위의 규칙을 설명해 주었다.
여러 속셈이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그 기저에는 3수를 먼저 내줄지언정 절대로 지지 않으리란 자신감이 깔려 있었으리라.

이런 게임에서 작은 실수는 훗날의 패배가 되는 법이다.

그러나 아무리 불리하다고 해도 그게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전에 수습만 하면 언제든 역전의 가능성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베르덴의 마법적 이해력이 독보적이라면, 알파와 베타가 창조주로부터 물려받은 계산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
이 게임에서 경험은 녀석들의 승률에 있어 아주 미미한 요소에 불과하다.

탁딱. 탁딱. 탁딱. 탁딱…… 탁딱. 탁딱…… 탁딱.

루자크가 수를 둘 때마다…… 알파는 뭘 해야 할지 이미 정했다는 듯 여태껏 모든 차례를 1초 미만으로 끝마쳤다.

어느새 서로의 기물들이 맞물려 수많은 타일을 점령하고 있다.

루자크의 속도가 점차 늦어지더니 이내 손끝이 잠깐 떨렸다.

‘이, 무슨.’

정석적으로 허점을 파고들어 왕을 잡아 끝내려고 했는데…… 뭔가 잘못됐다. 상대의 기물들과 맞대고 있는 전선을 내려다봤다.

수를 예측했다.

마법사 기물로 공격하면 앞으로 9수 뒤에 전선이 붕괴된다. 기사 기물을 방어로 돌리면 23수 뒤에는 감당이 안 된다. 시민 기물로 차단하면 15수 이내에 현인 기물이 잡힐 위험이 급증한다.

승패에 중요한 전선 중 하나가 먹힌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태고의 지식 하나를 빼앗겼다. 외부로 드러난 절대자 타일은 두 개. 태고의 지식을 품은 상대의 기물이 그중 하나를 거쳤고, 전선을 유지하면서 다른 기물들을 활용해 누구도 닿지 못한 타일을 대규모로 탐색하고 있어.’

루자크가 눈가를 씰룩였다.

‘설마 절대자를……?’

알파는 한 수 한 수는 이성에 근거하지만 승리는 또 별개다. 절대자 기물이 무엇인지 너무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말인즉슨.

───물론 지적 충돌에서 절대자를 불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소. 조건이 아주 까다롭기 때문이지. 정말로 실력이 천지 차이가 아니라면 진지한 대결에선 아예 배제되는 경우의 수요. 귀빈과 하객의 격차라고 할지라도.

두 존재가 가진 지적 능력의 층계가 다르다는 걸 의미했다.

[째깍째깍.]

알파가 초침 소리를 냈다.
시간 제한.
루자크는 10초가 채 지나기 전에 재빨리 기물을 움직였다. 그의 차가운 이성에 뜨거운 감정이 섞이기 시작했다.

탁. 탁. 탁. 탁. 탁. 탁.

루자크의 속도가 두 단계 더 빨라졌다.
지식과 경험이 조화를 이룬다.
모든 전선을 확대하면서, 다른 태고의 지식 중 하나를 손에 넣고, 상대의 절대자 타일 탐색에 훼방을 놓았다.

지식의 귀빈다운 전술이었다.

딱. 딱. 딱. 딱. 딱. 딱.

하지만 루자크의 모든 전략과 속임수를 알파가 보란 듯이 파훼했다. 알파의 고위 마법사 기물이 무리하게 확대된 전선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휘웅- 쾅!

고위 마법사 기물이 루자크의 지휘관 기물과 마법사 기물을 파괴했다. 이처럼 기물이 저절로 움직여 상대를 공격하고 방어하는 광경은 제법 볼만했다.

베르덴이 턱을 쓸었다.

‘마치 진짜를 본뜻 것 같군. 왜 아르카디옴에서 신성시 여기는지 알겠어.’

전장을 압도함에도 알파의 탐색은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세 번째 절대자 타일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마침 태고의 지식을 품은 기물이 두 번째 절대자 타일을 통과했다.

알파가 상당한 전력을 일제히 세 번째 절대자 타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익……!”

[…….]

루자크는 머리가 뜨거워질 정도로 대응했으나 번번이 막히고 말았다.
참패, 참패, 또 참패.
도대체 어디까지 내다보는 것인가? 수싸움에서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도착.]

“아!”

루자크가 경악했다. 겨우 빈틈을 발견한 곳에 집중하는 사이 때를 놓쳤다. 알파가 손에 넣은 태고의 지식이 마지막 절대자 타일에 닿았다.

파아아앗!

강렬한 푸른빛이 보드 판을 덮었다. 마치 세계를 아우르는 것처럼. 이내 빛이 가라앉은 자리에는 특정 마법사 기물이 놓여 있었다.

루자크가 침을 삼켰다.

“마법의, 절대자.”

[흠. 공격?]

명령을 들은 마법의 절대자가 15타일 이내에 있는 상대의 기물을 가리켰다. 손끝에서 피어오른 화염의 색이 점차 변하더니 ‘백색’으로 화했다.

‘……! 저 화염은, 세 명의 절대자라는 게 설마.’

베르덴, 알파, 베타가 절대자 기물의 마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백색의 화염이 명멸한 순간 루자크의 기물들이 증발했다.
본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거의 비어 버린 지적 충돌의 전선을 내려다보며 루자크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마, 말도 안 돼. 내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런 기력은 한 자릿수의 귀빈이라고 해도 불가능한 것인데. 이건, 호스트가 아니라면…….”

[포기?]

루자크가 흠칫했다.

“……더 해 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소.”

[질문 가능?]

알파는 루자크를 위로하는 대신 당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물어보시오.”

[확인.]

보드의 정체를 잠시 뒤로하고, 알파가 기다렸다는 듯이 베르덴을 가리켰다.

[이름. 대답.]

* * *

완패의 충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어째서 자신이 이렇게 패배했는지 머릿속으로 복기하던 루자크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이름?”
“저택 앞에서 셸브론은 네 이름을 말하며 인사를 건넸었지. 반면 너와 셸브론은 우릴 그저 주빈이라고 칭했고. 왜 그런 차이가 있을까.”

베르덴이 똑바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베타가 첨언했다.

[셸브론은 진실에 거짓을 섞었으며 몰래 적의와 조소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등장한 루자크는 게임을 유도해 질문을 내기로 걸었습니다. 우연은 드뭅니다. 의심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셸브론이 눈을 부릅떴다. 그를 흘겨 본 루자크가 다시 베르덴을 마주했다.

“그리고 너는, 내가 말하기 전까지 주빈이 정확히 누구인지 몰랐었던 것 같고. 호스트가 나를 주빈으로 대우하겠다는 것치고는 여러모로 예의가 없었지.”
“…….”
“질문이 어렵다면 바꾸겠다.”

베르덴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그링 아르카넘]을 통해서 우리가 이곳에 온 건, 정말로 호스트의 의도인가?”

침묵이 내려앉았다.

셸브론은 안절부절못했다. 루자크는 똑바로 베르덴의 시선을 감당했다. 이내 루자크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렇소.”

콰앙!

셸브론과 루자크가 각자의 자리에서 중력에 의해 짓눌렸다. 육체가 겨우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압력에 둘이 격하게 신음했다.

“절반은 거짓이군.”
“그렇게나 정교하게 거짓을 간파하다니…… 흐흐, 역시 주빈께서는 초월자였나 보구려. 그것도 내적 통찰력이 심히 뛰어난.”
“끄흐으으으윽……!!”

루자크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생기를 잃지 않았다. 베르덴에겐 익숙한 눈이었다. 탐구심으로 가득 찬 그런 눈빛이었다.

‘정황을 보면 나를 데려오라는 호스트의 명령은 사실이나, 그 과정에서 루자크가 셸브론을 이용해서 이 자리를 만든 것 같은데. 단순히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나? 주빈이 온다고는 들었지만, 누구인지는 듣지 못해서?’

합리적인 추측이지만 정보가 부족한 이상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정답으로 이어진 길은 하나뿐이다.

이곳의 주인을 만나는 것.

“호스트는 어디에 있지?”

셸브론이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호, 호스트께서는……!”
“?!”

그때, 베르덴의 감각이 반응했다.

순간…… ‘거대한 눈동자가’가 이곳을 주시하는 느낌이 엄습했다.

똑똑.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

베르덴이 <염동력>으로 문을 개방하자 이전엔 어둠에 가려져 보지 못한 존재의 모습이 조명 아래에 훤히 드러났다.

인간형의 몸체에다가 머리 부분에 ‘문어’를 얹은 듯한 장신의 존재가 뒷짐을 진 채 바닥에 엎어져 있는 루자크와 셸브론을 내려다봤다.
그러곤 베르덴의 옆에 있는 알파와 베타에 시선을 두었다.

{일찍 도착했군, 애셔.}

예의 지적이면서도, 뭔가 달라붙는 듯한 음성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호스트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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