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20

920화 주검의 영광 (7)

광선이 교국의 수도 끝에 닿으며 성스러운 광명을 자아냈다.

“무슨……?!!”

교황 로마누스가 다급하게 루마엘과 이어진 신성력을 제어했다.
천사는 기적으로 소환된 존재.
교황의 신성력은 곧 루마엘이 현신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이기에 이렇게나마 행동을 억제하는 것이 가능했다.

루마엘이 다시금 정화의 빛을 구축하지 못하고 멈칫했다.

하지만 빛과 정화의 천사가 로마누스의 기도를 듣지 않고 베르덴을 공격했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었다.

“육신이 죽더라도 영혼은 금세 사라지지 않는다.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고, 감각으로도 느낄 수 없지만 잠시 동안 세상에 남아 있지.”

드라벤이 걸음을 옮겼다.

“그날 너희 신인들은 폐하의 몸을 여섯 조각으로 절단하며 스스로 희생을 택했다. 교황 벤슬라프, 성자 에단벨트. 너희에게는 역사적이었을 그 순간을, 나는 잊은 적이 없다.”

벤슬라프가 성서 [오멘코드]를 이용한 기적으로 불사의 의식을 끝마쳐 가는 페하의 사기를 일시적으로 약화시켰고.
안데스 네크라일이 그 틈새를 억지로 확장시키고 유지했으며.
에단벨트가 성검 [루엔스]에 목숨을 바쳐 옛 왕의 신체를 토막 냈다.

드라벤은 굴러떨어지는 폐하의 머리를 목격하고 절망해 피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 감정과 별개로 그때 크세리온 제국이 패배했음은 인정했다. 하여 훗날을 대비하기로 했지. 무너지는 의식장을 벗어나며 루네시카는 교황과 성자의 영혼을 거두어들인 것도 그 일환이었고.”
“그런, 말도 안 되는……!!”
“루아스교, 다크워튼 마탑. 너희들은 영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비웃음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교황과 성자가 루아스의 곁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을 거라 믿었나? 아니. 그 둘은 아니무스에 봉인돼 수단으로 전락했다. 거짓된 교리에 따라서 더러움을 씻고 루아스에게 가지 못한 채! 머지않아 너희들은 진실을 마주하게 될 거다.”

드라벤의 건틀릿에서 인간의 얼굴이 희미하게 일렁였다.
교황 벤슬라프의 영혼이 마치 어쩔 수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교황 로마누스에게도 보였다.

“8세기 전의 신인과 당대의 신인. 과연 루아스의 4대 신물은 누구를 택할까.”

성서가 떨린다.

성서의 선택을 받았던 존재가 한 자리에 둘이나 존재하면서 주체가 모호해졌다. 다시 말해 드라벤의 말이 사실이라는 뜻.

“큽……!”

로마누스는 천사가 세 번째 기도를 듣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며, 고대의 교황과 성서의 주도권을 두고 대립을 이루었다.
성서를 빼앗기진 않을 것 같다.
애초에 성서를 절대로 빼앗길 생각도 없지만,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제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진정 첫 번째 하인이 영혼을 이용해 선대 신인의 존재를 쓸 수 있다면…… 안 돼.’

어째서 드라벤이 성소에 접근하고 있는지 마침내 이해했다. 성소는 루아스교의 중심이자, 신의 선택을 받은 신인들의 권역.

성소 아벤카가 드라벤이 가진 영혼을 신인이라고 인식하면 큰일이다.

“선대 교황이시여……! 당신의 영혼이라면 악에 굴복하지 말고 저항하십시오!!”
“미안하지만 영혼은 아니무스에 저항할 수 없다. 그곳에 서서 성소 아벤카가 침입을 허용하는 순간을 지켜봐라.”

드라벤이 재차 성소로 직행했다.

위대한 주검의 영광을 위해.

* * *

‘벤슬라프는 분명 초대 네크로맨서와 동시대에 살았던 선대 교황. 아니무스에 정말로 영혼을 다루는 기능이 존재한다면, 그 힘으로 교황의 영혼을 불러내 천사를 제어한 건가.’

어떤 원리가 작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천사가 적으로 돌아섰다. 교황이 어떻게든 해도 당장 전력이 되기는 어려울 터.

‘설마 그 건틀릿이 1대 전설일 줄이야.’

아니무스는 그 실물이 제대로 목격된 적 없다는 전설이라고 관리자에게 들은 적이 있는데, 교국에서 맞닥뜨리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심지어 주검의 영광을 주도하는 첫 번째 하인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니.

필시 교국을 봉쇄한 힘도 아니무스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베르덴은 3대 전설, 그링 아르카넘의 주인으로서 1대 전설에 잠재된 힘이 얼마나 대단할지는 짐작도 되지 않았기에 애써 부정하지 않고 현실 그대로를 받아들였다.

1대 전설을 가져와야 한다.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그나저나.’

루마엘의 기습을 받은 베르덴이 교국의 지하에 처박혔다. 전투 여파로 무너져 내려 각 건물의 지하가 연결된 듯한 광경이었다.

충격은 꽤 있었어도 전력을 내는 데는 지장 없는 상태였지만, 그는 당장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주변을 아주 잠시 둘러봤다.

‘왜 교국 아래에서 마력 반응이…….’

차원을 넘어 교국 수도에 도착했을 때부터 극히 희미하게 느껴졌었는데, 지하로 내려오니 마력이 조금 더 크게 감지됐다.
다만 거침없이 위치를 특정하기엔 불분명했으며, 지금의 베르덴에게는 거기에 할애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화악.

베르덴은 아공간에서 미니 골렘을 꺼내 마력을 불어넣었다.
알파가 깨어났다.

[루아스 교국. 도착?]

“성소는 함락되기 직전이고, 교국 아래에선 알 수 없는 마력이 느껴진다. 잔트라를 날려 버린 그림멜의 기술일 가능성이 적지 않아.”

알파의 몸체에 공간 이동진을 담은 시계 형식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걸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파도 잘 알고 있었다.

“원인을 찾으면 통신해라. 즉시 그 좌표로 가서 내가 직접 제거할 테니.”

혹시라도 마력이 폭발하거나,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면 공간 이동진이 자동으로 발동해 알파를 지킬 것이다.
베르덴은 자기 자신의 마법진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명령 확인. 임무 수행.]

알파가 <투명화> 기능을 발동하고는 서둘러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갔다. 뭐랄까. 막중한 역할을 맡은 것이 상당히 기쁜 듯했다.
이제까지의 정황만 따지면 창조주에게 버림받은 알파와 베타는, 항상 자신의 쓸모를 입증하기 위해서 행동을 주저하지 않았다.

‘알파라면 걱정은 없다.’

악마의 피난처를 경유해 블랙 아워의 근간이자 수많은 연구과 지식이 보관된 [영속의 모래시계]를 빼낸 것도 알파다.
덕분에 다히트 웨스로엘과의 블랙 아워 찬탈전이 성립되었다.

알파 또한 에온의 필두 중 하나다.

<전이>

드라벤의 움직임을 포착한 베르덴이 지하에서 사라졌다.

도도도도도.

교국 아래에는 작은 발소리만 남았다.

* * *

교황 로마누스가 신성력을 집중해 천사의 힘을 통제했다. 균형의 추가 잠깐 기울면서 첫 번째 기도가 우선시되었다.

파앗───콰과과과과과광!

빛이 지나간 자리에 신성 폭발이 일어나며 수백 마리의 언데드를 정화했다.

그림멜의 기계팔 주변에 떠오른 다섯 개의 마력 응집체가 회전했다. 그것들이 차례대로 쏘아져 나가며 루마엘을 공격했다.
마력 폭발이 시민들의 시체가 널린 작은 구역을 날려 버렸다.

“천사가 명령을 잘 듣지 않은 것 같은데! 그거 고장 난 거 아닌가!”
“닥쳐라.”

드라벤이 벤슬라프의 영혼을 이용해 루마엘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했지만 기이하게도 벤슬라프의 영향력이 너무 약했다.
정확히는 갑자기 약해졌다.

‘영혼이 일그러졌다고……?’

아니무스에 집중하니 벤슬라프의 절규가 그의 영혼에 들려왔다. 마치 고문이라도 받는 듯한 그런 반응이었다.
아니무스를 손에 넣은 이후로 이런 적은 여태껏 없었다.

───신의 힘으로 빚어진 천사에게 감당할 수 없는 기도를 했으니 대가는 불가피. 신살(神殺)은 천사의 의무가 아닙니다.

루마엘의 목소리가 벤슬라프의 영혼에 전해졌고, 그 울림은 이어 드라벤의 영혼에 깃들어 결국 그에게 닿았다.
교황 로마누스는 들을 수 없는, 교황 벤슬라프를 향한 천사의 순수한 충고였다.

‘무슨 헛소리냐.’

드라벤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마치 베르덴을 신으로 보는 듯한…….’

콰아아아앙!

대지의 격류가 높이 솟구치며 드라벤과 그림멜의 앞길을 막았다. 벽을 관통한 [인테리스]가 드라벤을 스쳐 지나가며 그림멜에게 날아갔다.

“으하하하핫! 첫 번째 기술부터 시험해 보겠네!”

그림멜은 자연 마력을 인위적으로 건드려 전신의 푸른 번개를 생성했다. 드워프의 기술로 만들어진 마법의 전격이었다.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아래로 흐르는 뇌류.

파지지지지지지직!

그렇게 충돌 직후 스태프에서 뻗어 나온 검붉은 전격이, 그림멜에게 직접적으로 닿지 못하고 밑으로 유도되었다.
이내 파멸을 견디지 못한 발밑의 땅이 성대하게 폭발했다.

그사이 베르덴은 연속적으로 공간을 넘나들며 드라벤의 지척에 섰다.

서로 무기를 쥐고 있지 않다.
드라벤의 마검은 아직 검집에 꽂혀 있다.

크세리온 제국 격투술.

드라벤의 권격을 날리고 그대로 회전해 발차기로 상단을 노렸다. 일격을 흘려 내 베르덴이 손바닥으로 다리를 막아 냈다.
관리자에게서 배운 기술과 다히트 웨스로엘의 근접 격투술이, 베르덴의 경험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하나가 되었다.

각자의 마도가 직접적으로 깃든 신체가 연속해서 부딪쳤다.

‘마도의 파괴력은 내가 밀린다.’

드라벤은 불리함을 깨닫고는 마검을 꺼내기 위해 거리를 벌렸다.
그 순간 베르덴이 진격했다.

<로드 아케인: 천멸(扦滅)>

다히트의 화염은 공식적으로 선보일 수 없지만, 망화와 파멸을 결합한다면 교황이라고 해도 간단히 간파하기는 어려울 터.

종말이 들이닥친다.

‘……! 관통당하면 즉사.’

찰나 속에서 드라벤은 점차 다가오는 베르덴의 손끝에서 죽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평정을 잃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지금!’

촤아아아아아악!

드라벤의 가슴 부분이 로브째로 갈라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아슬아슬하게 몸을 틀어 피해 낸 그가 빈틈을 파고들었다.
쩌억!
베르덴의 관자놀이를 무릎으로 찍어 버리고 그의 안면을 붙잡아 내리꽂았다.

“베르덴……!! 네놈은 대체 뭐냐.”
“보면 모르나.”

드라벤의 손가락 사이에서 베르덴의 벽안이 명멸했다.

“마법사다.”

교황 벤슬라프의 영혼이 뒤늦게 힘을 발휘하여 두 번째 기도를 내세웠다. 첫 번째 기도와 두 번째 기도가 충돌했다.

<광휘정련>

루마엘의 빛이 일대를 뒤덮었다.

모든 이의 시야가 새하얗게 변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드라벤에게 가까이 있던 유골룡 하나가 붕괴되어 추락했다.

<비아코르>

드라벤은 근방의 시체로 이동하는 고유 마법을 시전해 성소로 이동했다. 반복해서 사용할 수 없기에 아껴 둔 수단이었다.
성소 아벤카와의 거리는 이미 가까워질 대로 가까워진 상황.

<전이─ 베르덴이 공간을 넘으려고 하다가 마력 폭발이 코앞을 막았다. 잔트라에서 그러했듯이 불안정한 마력 입자가 그 자체로 차단막이 되어 외부에서의 공간 이동을 방해했다. “첫 번째 기술은 완벽하지 않지만 제법 먹히기는 하더군. 검붉은 마력은 이걸로 대응하면 되겠고, 그럼 두 번째 기술이네.” 마력의 성질 변화. “퍼엉.” 발밑에서 발생한 폭발이 베르덴의 공간 역장을 부수었다. 이전과 다르게 베르덴의 육체에 위협적인 충격이 가해졌다. “역시 자연 그대로의 마력만 아니면 어느 정도 충격은 받는 것 같구먼. 딱히 생체 실험을 즐기지는 않지만 자네라면 괜찮겠어.” 그림멜이 옆에 널브러진 인간의 시체를 짓밟아 으깼다. 피와 장기 조각으로 더러워진 기계 다리가 베르덴을 향해 까딱거렸다. “내 실험체가 되어 주게, 베르덴.” 베르덴은 당장 그림멜을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우선순위를 잊지 않았다. 놈을 찢어발기는 것은 첫 번째 하인 다음이다. 콰과과광! 콰아앙! 콰과과과과광! 그림멜의 뒤바뀐 마력 폭발을 감내하며 베르덴이 움직였다. 두 명의 교황으로 인해서 명확한 적아의 구분도 없이 신성을 발현한 루마엘이 이번에는 드라벤만을 노렸다. 따라잡을 기회는 지금뿐이다. “……!!!” 마력 폭발에 정확히 맞은 베르덴이 크게 숨결을 토했다. 내장이 진탕되었다. [아인베르]의 저항력이 일부 손상되기까지. 하나 그 힘을 되레 추진력으로 삼아 드라벤의 옆을 지나쳤다. 쿠웅! 성소를 둘러싼 신성한 장막을 박차고 스태프를 회수해 회전을 거듭했다. 극단적으로 무게중심을 낮춰 흑마법을 피한 그가 정확히 드라벤의 몸통을 노렸다. ‘흘려 내고, 넘어간다.’ 드라벤이 파멸의 창날을 경계하며 손을 쓰려던 순간, 파멸의 형태가 일순 변화하여 삼차원의 구체로 바뀌었다. 시야가 좁아졌다. 변수에 변수가 더해지며 조급해진 드라벤이 눈을 부릅떴다. <현뢰 - 경천(驚天)>

쩌어어어어억!

드라벤의 몸을 파고든 파멸이 신체 구성 요소를 파괴했다. 검붉은 피가 목울대를 때리고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벤슬라프의 영혼이 불안정하다. 천사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는 이상 시간을 더 지체할 수는 없다……!’

버틴다.

드라벤은 함성을 지르며 스태프를 잡아 내던지고 마검을 휘둘렀다.
베르덴 또한 물러서지 않고 손으로 잡아내려 했으나, 억지로 힘을 거두어들인 드라벤이 앞으로 몸을 던졌다.

악인의 손이 성소 근처에 닿았다.

“성소 아벤카.”

베르덴이 그의 숨통을 노렸다.

“교황을 받아들여라.”

쿠웅!

드라벤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베르덴의 일격이 바닥을 때렸다. 놓쳤다. 그 사실을 깨달은 베르덴이 당장 시선을 높였다.

“로마누스! 내가 쫓겠다!”
“성소에는…….”

교황 로마누스가 루마엘로 그림멜을 막으면서 입술을 짓씹었다. 외부인을 성소에 들일 순 없지만 이미 규칙은 깨져 버렸다.

화악!

성소를 둘라싼 빛의 장막이 일부 열렸다.

“지금 성소를 개방했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신성.”

베르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막 안쪽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반발력이 베르덴을 튕겨 냈다.

로마누스가 입을 벌렸다.

“어……?”

성소 아벤카가 교황의 뜻을 무시하고 베르덴의 출입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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