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21

921화 주검의 영광 (8)

명확히 전해졌다.

너만큼은 절대 들어올 수 없다는 거대한 성물의 의지가.

콰아아아아앙───!

예상치 못한 반력(反力)에 베르덴이 도시 끝까지 나가떨어졌다.
시야가 흔들렸다.
드라벤이 필시 아니무스로 구현했을 영혼의 장막에 베르덴이 등을 기댄 형국이 되었다.

‘매번 쉽지 않군.’

옛 왕의 부활을 막으려고 찾아왔더니 루아스교의 성소가 길을 가로막았다. 확실한 전력이 되어 주어야 했을 천사는 드라벤의 술수로 인해 아군도 적도 아닌 경계에 머물러 있다.

발목을 붙잡는 손아귀들…….

마치 이 세상이 옛 왕의 부활을 바라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이것이 운명인가.’

배후에는 ‘당신’의 운명과 이데라트 연맹장 같은 ‘당신’의 추종자들이 있다. 형언할 수 없는 답답함이 그들과 맞선다는 의미이리라.

초대 마도왕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나 그는 저항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으흐흐흑…….

장막의 재료로 쓰인 영혼들의 고통이 베르덴의 귓가를 스쳤다. 한때 인간이었던 존재들은 사후에도 소모품으로 이용당했다.
지성체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존엄이 더러운 발로 짓밟혔다.

베르덴이 벽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

그러자 장막 표면 위로 무수한 얼굴이 파도처럼 떠올랐다. 그들은 정확히 베르덴을 바라보더니 이내 ‘눈물’을 흘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단 하나뿐인 빛을 목도한 사람들처럼 말이다.

‘영혼과 영혼 사이의 틈…… 여길 노리면 파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어지간한 위력의 <파멸>로는 어려울 테지만.’

베르덴은 영혼의 개념을 조금 더 이해하며 짧게 말했다.

“기다려라. 곧 부숴 줄 테니.”

정말로 말뜻을 알아들은 걸까.

베르덴을 빤히 응시하던 영혼들이 장막 속으로 사라졌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타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들…….
세상은 이렇게나 잔혹하다.

‘억지로 성소의 보호막을 뚫으면 차후에 루아스 교국과 적대하게 될 수도 있다. 드라벤은 교황에게 맡기는 수밖에.’

그래서 베르덴은 운명에 지배받는 세상보다 조금 더 잔혹해지기로 했다.

───죽음은 수단, 그 자체다.

라인델 넥스레온이 언급한 금기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땐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베르덴은 그 문장에 공감했다.
적들의 죽음이야말로 베르덴이 이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되리라.

기회는 있다.

드라벤 르마르크가 옛 왕의 신체 부위들을 손에 넣으면 단언컨대 히아레마르 내해에 떠오른 미지의 섬으로 향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직 놓친 건 아니었다.
베르덴의 대책을 보유한 아드리안이 미지의 섬에 있으니까.

그러니…… 다음 기회를 위해 주변부터 정리하는 게 우선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말이다.

‘그림멜 그롬파르.’

놈을 잡지 못하면 대륙은 무시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잔트라와 같은 사태를 보지 않으려면 여기서 변수 없이 처리해야만 한다.

과연 선택의 결과가 어떨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기꺼이 행동했다. 베르덴은 이미 모든 선택의 결과를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었으므로.

감정과 이성.
둘 다 그림멜의 죽음을 원했다.

베르덴의 끝없는 마력과 함께 들끓는 살의가 극에 다다랐다.

* * *

성소, 아벤카는 4대 신물이나 다름없는 하나의 성물이며, 신인들의 의지를 이해하고 여러 기적으로 응답한다.

로마누스의 기적을 보조한 것도, 성서의 기적을 받은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도…… 벤슬로프의 영혼을 수단으로 삼아 드라벤이 성소 내부로 이동한 것 또한 성소의 권능이었다.

이렇듯 주체가 없는 성소는 선택받은 신인만이 뜻대로 제어할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가진 것이 역대 교황이었다. 루아스교 교황의 다른 이명은 아벤카의 수호자이기도 했다.

실제로 빛의 성소가 교황의 의지를 거스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방금 그 현상은 명백한 거절이었다.

‘성소는 분명 개방했습니다. 죽음의 기운이 깃든 존재가 아니라면 누구든 내부로 들어갈 수 있을 텐데, 어째서 사기가 일절 없는 초월자에게 이렇게나 격한 거부 반응을……!’

아무리 봐도 교황으로서 판단하건대 성소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다시 말해 원인은 출입자에게 있다는 것.

‘베르덴, 당신은 대체 어떤 존재인 겁니까?’

로마누스가 아연해 있는 사이 마력 연쇄 폭발이 구역을 뒤엎었다. 베르덴이 강하게 튕겨 나간 바로 그 위치였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는 성소에 들어갈 수 없는 모양이로군! 잘됐네! 자네는 나하고 볼일이 있지 않은가!”

그림멜의 기계 장치에 집중된 마력이 고출력으로 사출되었다.
지면에 닿은 마력의 빛이 한순간에 주변의 빛을 흡수하더니 곧 성소의 기반이 흔들릴 정도의 폭음을 일으켰다.

루마엘이 정화의 벽을 펼쳐 폭발 범위와 여파를 제한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교국의 최외곽 한편이 평지가 됐다.

수도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였지만, 어지간한 소도시라면 그 일격으로 거의 2할이 단번에 날아갔을 것이다.
빛과 정화의 천사의 방호가 없었다면 피해는 더 극심했으리라.

성소 바깥에는 초월적인 드워프가.
성소 안쪽에는 첫 번째 하인이.
성소 주변에는 유골룡 두 기와 언데드 군세가.

드워프와 하인은 신인이 아니면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괴물들이다. 성자는 아직 미숙하다. 천사를 향한 기도는 광범위해서는 안 된다.

‘드라벤에게 선대 신인들의 영혼이 있으니 혹여 성소의 보호가 해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만 합니다. 언데드를 배제해선 안 됩니다. 베르덴에게 드워프를 맡긴다면 전부 대응할 수 있으나…….’

로마누스의 턱끝에 식은땀이 맺혔다.

‘베르덴을 믿어도 되는가……! 성소가 절대적인 거부 반응을 보인 존재에게……그에게 수많은 인명을 떠맡기고 이 자리를 떠날 수 있습니까? 루아스시여, 그래도 되는 겁니까? 신뢰해도 되는 겁니까……!’

자문하고.
신께도 물었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애초에 빛의 신탁을 듣고 전파하는 것은 성녀의 역할이었으므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그렇게 느껴졌다.

선택의 기로에 우뚝 선 로마누스는 멈출 수 없는 시간이 원망스러웠다.
평화로웠던 시대였기에…….
수십 년을 교황으로 살아온 그는 이리 극단적인 상황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선택이란 게 이렇게나 무거웠던 것이었나.

쩌적.

아래에서 앳된 성직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추기경 각하! 신성 보호막이!”

유골룡들이 더 이상 숨결을 내뱉지 않고 발톱과 이빨로 빛을 후려치거나 깨물었다.
드래곤의 이빨과 발톱은 마법조차 찢어발기는 예리함을 띠었다. 물론 잠깐 손상된 신성 보호막은 수복되었다.

“두려워하지 마라!”

데엘로 추기경은 빛의 장막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모두를 안심시켰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불안감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로마누스도 그러했다.
드라벤이 수중에 넣은 신인들의 영혼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몰랐다. 여기서 성소의 권능이 정지되면 참사가 일어난다.

고민할 시간은 없는데 망설임은 깊어졌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서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면 전부 감당할 수 있을지, 로마누스는 스스로 확신할 수 없었다.

<아케인──명(明)>

지상에서 번쩍인 검붉은 광선이 교국을 봉쇄한 영혼 장막에 닿았다.
영혼들의 비명이 서서히 커지고, 장막에서 기이한 떨림이 발생했으나 천사의 빛에도 멀쩡했던 그것이 파괴될 리 만무했…….

막대한 살기가 피부를 스쳤다.

로마누스가 저도 모르게 주춤하며 숨을 삼켰고, 천사 루마엘은 눈가를 살짝 떨며 조심스럽게 한 발짝 물러났다.

드라벤이 시야에서 사라짐으로써 첫 번째 기도가 의미를 잃고, 선대 교황의 두 번째 기도만 남았는데, 심지어 로마누스의 신성력 억제에 무관하게 천사는 베르덴을 공격하려 들지 않았다.

────────────!

광선이 더욱 선명해졌고, 더 거대해졌다.

영혼의 장막이 크게 일그러지기 시작하며 끔찍한 절규가 교국을 흔들었다. 뭔가 해방감이 섞인 듯한 비명처럼 들리기도 했다.

상공으로 급상승한 베르덴이 스태프로 드워프를 후려치자 직전의 광채가 재차 번쩍였다.
더 이상 만행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전해졌다.

‘……그렇습니까.’

로마누스는 잠깐이나마 주저해 버린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결심이 선 그가 전장을 뒤로했다.

“성직자들을 ‘간접적으로’ 조력해 교국에 만연한 언데드를 정화해 주십시오.”

교황 벤슬라프의 영혼이 없기에 무사히 세 번째 기도의 우선순위를 높였다.

여기서 간접적이라는 조건을 명시한 이유는 두 번째 기도 때문이었다. 한번 이루어진 기도는 천사 소환을 해제하거나 다른 기도로 덮어씌우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다.

언데드 토벌이 이루어지는 동안 천사는 베르덴을 습격하지 않는다.

[세 번째 기도, 이루어지리.]

루마엘이 빛의 장막 안으로 들어가 성직자들에게 빛과 정화의 힘을 부여했다.

비로소 각자의 전장이 정해졌다.

드워프는 베르덴이.

조종당하는 신인들의 영혼이 성소의 보호를 없앨 것을 고려해 언데드는 천사가.

그리고.

“성소 아벤카.”

첫 번째 하인은 로마누스가.

“교황을 받아들이십시오.”

첫 번째 하인이 그러했듯이 로마누스의 모습도 자취를 감췄다.
성자, 교황, 첫 번째 하인이 성소 안에 모였다.

* * *

그림멜은 드워프로서 손으로 만드는 여러 발명에 관심이 깊었다. 제 발명품으로 생명을 죽일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 드워프인지 실감했다.

하나 그림멜은 그걸로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의 산물을 넘보았다.

마법.

세상의 마력을 이용해서 신비한 현상을 일으키는 인간의 마법에, 그림멜은 한눈에 반해 버렸다. 광기가 멈추지 않았다.
이제 자신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뇌에 가득 찼다.

‘이 자비 없는 살심…… 짜릿하군!’

자칫 크게 실수하면 당장이라도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위기감. 그리웠다. 대학살의 수인과 죽고 죽인 이후로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물러.’

짙푸른 폭발이 하늘에 길을 만들었다.

폭발 연쇄가 성소의 보호막까지 닿으려 해 베르덴이 직접 나서서 방어했다. 성질이 변질된 마력이었기에 충격이 베르덴의 뼈까지 전해졌다.

허공에 멈춰 선 그림멜이 크게 혀를 찼다.

“성소에 있는 인간들이 위험할까 염려되나? 내가 전해 들은 초월자의 개념과는 많이 다르구먼. 너무도 인간적이야. 달리느라 바쁜데 어찌 발밑의 벌레들을 신경 쓴단 말인가?”
“…….”
“그 점만 고치면 자네는 대학살의 수인보다 훨씬 더 극상의 괴물이 될 걸세. 그런 자네를 제물로 삼아 죽인다면 나는, 내 손은 한층 더 위대해질 테고! 과거 동대륙을 지배했던 나의 전성기가 새롭게 갱신되는 것이지.”

먼 옛날 동대륙의 지배자…….

베르덴이 욱신거리는 신체를 무시하며 시선을 높였다.

“판단하기에 애매했는데. 역시 너도 적임이겠군.”
“음? 적임?”
“마침 나도 제물이 필요하던 참이었다.”

<파멸>의 본의는 단련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에 걸맞은 존재의 파괴를 요구했다.

본래는 첫 번째 하인을 노리고 있었으나 교국을 당장 벗어날 수 없었기에 섣불리 위계 이상의 마도를 끌어올리지 않았다.
교국이 파괴될 테니까.
무고한 희생을 도외시하고 강함을 추구하는 것은 베르덴의 이상에 위배됐다.

하지만…… 지금은 조건이 갖춰졌다.

천사가 성소를 지키고 있고.
영혼의 장막을 파훼할 방법을 찾았으며.
그림멜 그롬파르는 첫 번째 하인보다 존재적으로 못하지 않았으니.

쿠구구구구구구……!

검붉은 마력이 흘러넘치다 못해 쏟아지며 주변에 감돌았다. 처음으로 마도 <파멸>이 7위계의 극한을 넘어 일시적으로 발현되었다.

마도의 위계 돌파.

유니아가 넘었던 한계는, 당연히 베르덴도 넘을 수 있었다. 파멸의 마도가 빠르게 베르덴의 통제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은 2초.’

일단 교국에서 멀리 떨어진다.

츳───

베르덴이 우렛소리와 함께 사라졌다가 그림멜 앞에 나타났다.

그림멜의 동공이 확장됐다.

‘어?’

베르덴은 파멸의 번개에 휩싸인 채로 그림멜을 붙잡고 나아갔다. 그야말로 벼락과 같이 두 사람이 약해진 영혼의 장막에 충돌했다.
영혼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 지점에서부터 멀리 떨어졌다.

쩌적, 콰아아앙!

영혼 장막에 생긴 거대한 균열 너머로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졌다.
교국의 봉쇄가 일부 해제됐다.

순식간에 루아스 교국이 보이지 않는 거리까지 날아간 그림멜이 바위산의 표면을 부수고는 그대로 곤두박질쳐 지면을 굴렀다.
그의 육신에 남아 있는 잔류 현뢰가 불규칙적으로 명멸했다.

“큽, 허억…… 끄아악……!!”

그림멜은 일어서려다가 짧은 비명을 내지르고는 바닥을 짚었다.

‘뭐, 뭐냐, 이 마력은…… 몸이, 영혼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르다.
웃을 수가 없다.

대학살의 수인에게 반토막 나기 전까지 치명상을 입어도 멀쩡히 움직였던 그림멜이 어금니를 깨물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우르르르릉…….

루아스교의 빛이 닿지 않은 어두운 하늘이 전부 파멸로 뒤덮였다. 그에 물든 빗방울들이 검붉은색이 되어 그림멜의 피부에 떨어졌다.

‘다음은 14초.’

베르덴이 [인테리스]를 역수로 잡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비구름에 깃든 수많은 현뢰가 일제히 스태프에 집중되었다.

2초, 14초, 7초, 3초.

총합 26초의 준비 과정을 통해 구축되는 단 한 줄기의 파멸…… 이 새로운 ‘초위 마법’을 쓰게 되면 어떻게 될지는 베르덴조차 모른다.

8위계의 과정을 겪어 본 적이 없었으므로.

그래서 가능한 가장 결정적일 때를 위해 아끼고 싶었지만 이대로 흘러가면 상황에 계속 끌려다니기만 할 터였다.

‘놈들은 많고, 지금 내게는 전력이 되어 줄 만한 조력자가 없다.’

심지어 적들은 제약 없이 움직인다.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는 베르덴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적들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향으로 결단해야 했다.

확실히 끊어 낸다.

그림멜 정도의 전력이 이곳에서 죽는 건 적들도 상정하지 못했을 테니까.

번쩍───!

세상이 간헐적으로 어둡게 발광한다.

겨우 일어선 그림멜의 머리 위에는 평생 본 적도 없는 악몽 같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공포가 드리웠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직 드워프의 관점에서 현상을 관찰했다.

“허어, 헉…… 내가…… 퍼뜨린 불안정한 마력 입자가, 전부 사라지고 있구먼.”

루아스 교국을 중심으로 일정 반경 안으로 공간 이동을 할 수 없도록 사전에 작업한 그림멜의 장치가 파훼되었다.
다시 말해…… 외부에서의 공간 이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림멜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런 개씨발.”

마력 입자가 사라지자마자 두 개의 공간 이동 마법진이 근처에 현현했다. 공간의 빛 속에서 거대한 존재감이 드리웠다.

그들이 고개를 들었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군.”
“그래 보인다.”

7대 마도왕, 반젤리스 루인 아케나드.

아르나크의 검, 로드릭 리반데일 대공.

마도국의 정점과 제국의 수호자가 정예 부대를 이끌고 교국에 도착했다.

* * *

성소 어딘가로 이동한 드라벤이 기척을 감추고 인적 없는 곳에 숨었다. 서둘러 소리까지 차단하고는 로브를 걷었다.

“큭……!!!”

검붉은 전류가 피부와 장기에 스며들어 격통을 일으켰다.

‘마도의 잔재가 항상성을 파괴하고 있다. 심지어 영혼까지 영향을……!’

마지막에 일격을 허용한 것이 육신에 쌓여 있던 마도의 벼락을 일제히 터뜨렸다. 식은땀이 비 오듯이 떨어졌다.

“베르덴, 이 빌어먹을 새끼가.”

대략 수백 년 만에 욕설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코앞까지 왔는데 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이건 맹독이다.
해독할 수 없는 맹독.

이대로 방치했다가 신인을 마주하기라도 하면 위험하다. 부상을 치유할 수는 있으니 벼락이 스며든 부분만 제거하면 된다.

스윽.

드라벤이 단검을 꺼내 복부에 갖다 대고 주저 없이 찔렀다.
그가 스스로 살점과 장기를 절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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