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19

919화 주검의 영광 (6)

교국은 전체적으로 밝았다.

성소에 떠오른 신성한 빛이 중심에서부터 도시를 비추었다. 성소에 가까워질수록 환했으며, 외곽으로 멀어질수록 어두웠다.

공존하는 강렬한 빛과 희미한 어둠.

‘교황은 신의 기적을 준비하는 것 같고, 새로운 성자는 보이지 않는군. 신앙계 초월자라고 해도 경지 적응이 필요하니 이 시기에 교국을 벗어나진 않았을 텐데.’

설마 성자의 미성숙한 전력을 보존하기 위함은 아닐 터였다.
주검의 영광, 심지어 첫 번째 하인이 교국 수도에 침투한 마당에 신인이 즉각 대처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선단 말인가.

‘루아스교의 내부 사정인가. 어쨌든 유골룡 세 기와 언데드 군단에 루아스교의 방어선은 돌파당하지 않는다.’

성소 ‘아벤카’를 중심으로 한 안전지대는 상당히 넓고, 성직자들은 최우선으로 시민들을 그 안으로 대피시켰다.
다만 그들과의 이격 거리가 멀지 않기에 침묵의 사막의 삼파전에서 시전한 <인테리스 대광역>를 쓸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도 마법계 초월자로서 힘을 발휘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흑암의 참화>

흙이나 바위 등 대지의 일부를 재료로 쓴 건물의 잔해들이 떠올라, 하나하나 동일한 크기의 날카롭고 어두운 원뿔들로 재구성되었다.

이는 베르덴이 <아케인>을 전수할 당시 창조한 마법 <대격변>──강렬한 뇌명과 함께 푸른 뇌격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는 <청전의 대격변>처럼, 그것을 중심 토대로 삼아 특정 원소 속성으로 강화한 상위 고유 마법이었다.

파공음에 떨리는 대기.

타아아앙!

흑암의 송곳이 일순간에 날아가 접촉한 사물을 관통했다.
중력이 극한의 밀도로 집중된 암석 파편이다. 순수 물리력만큼은 베르덴의 마법 중에서 최상급에 위치했다.

제5형단 – 아르코스.

마검과 흑암이 충돌할 때마다 드라벤의 다리가 뒤로 밀려났다. 이내 크게 물러나며 자세를 다잡자, 흑암으로 모습을 위장한 일부 석편에서 붉은 광채가 새어 나왔다.

<볼케아>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화산 폭발을 연상시키는 초고열이 반구 형태로 분화했다.

<엘드락사>

드라벤은 화염벽을 뚫고 나와 왼팔로 검보라색의 사슬을 내던졌다. 마도의 그물망이 펼쳐지며 일대를 크게 뒤덮었다.
공간의 빛을 두른 베르덴의 육체가 흔들렸다가 다시 선명해졌다.

‘<전이>가 실패했다. 물질계의 이동을 차단하는 마법인가. 교국을 봉쇄한 힘과는 다른 듯한데.’

베르덴은 본능적으로 마법을 이해함과 동시에 행동을 결정했다.

<아케인──궤(潰)>

파멸의 충격파가 죽음의 기운이 짙게 서린 사슬 그물을 강타했다. 파멸에 노출된 봉인이 흩어지더니 곧 붕괴했다.
마안이 드라벤을 지나서 폭우를 쏟아 내는 구름을 직시했다.

‘진천의 주벌.’

하늘이 개벽했다.

트리플 캐스팅: <뇌거>

7위계의 낙뢰가 내리치자마자 드라벤이 마검을 양손으로 붙잡아 올려 쳤다. 위로 솟구친 죽음이 거대한 벼락들을 갈랐다.
그러자 뿔뿔이 흩어져 사라져 가던 작은 번개들이 밑으로 몰려들었다.

파지직, 파지지직……!!!

베르덴은 일종의 피뢰침으로 삼은 자신의 손을 드라벤에게 겨누었다.

트리플 캐스팅: <뇌거>

마법사가 스스로 하늘이 되어 내린 징벌(懲罰)이 드라벤을 집어삼켰다. 낙뢰가 승천하며 구름에 닿자 일순간 교국이 파랗게 물들었다.
그 여파로 수십 개의 벼락이 폭우에 섞여 교국에 불규칙적으로 떨어졌다.

“…….”

베르덴은 그 자리에 서서 눈동자만을 움직이고는 모습을 감췄다.

콰아아앙!

5층 건물이 통째로 밀려났다.

서로를 아슬아슬하게 비껴 나간 마법들이 거리에 떨어졌다.

앞발을 내디딘 드라벤이 마검을 몸쪽으로 당겨 칼끝을 세웠다. 이에 베르덴은 스태프를 회전시키곤 파멸의 창날을 더 키웠다.

일격이 맞닿는 순간 명운과 파멸, 두 개의 마도가 반발력을 일으켰다.
교국의 남쪽이 불길한 빛에 휩싸였다.

<현뢰 - 단제(斷除)>

제7형단 – 레기오스.

파멸이 공간을 절단했다.
응집된 사기가 직선을 꿰뚫었다.

“…….”

드라벤에게는 턱을 넘어 목을 가로지르는 절상이 생겼고, 베르덴에게는 우측 어깨를 스친 검의 흔적이 남았다.
유의미한 상처는 아니었기에 두 사람은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후욱─쩌어엉! 카아앙! 카앙──! 카가가가강!

지근거리에서의 공방이 더 격해졌다.

베르덴은 마법계 초월자답지 않게 신체 능력이 뛰어났으며.
<겁화>로 망화의 마도의 최후 영역인 <월식>을 상시 개방했기에 체내에서는 소멸의 화염이 무한의 마력에 붙어 맹렬히 타오르는 상태.

그런 베르덴과 아주 가까이서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동급의 마법계 초월자는, 현시대의 공식적인 초월자 중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드라벤은 자신의 고유 마도로 그 간극을 완전히 좁혔다. 그의 마력회로에는 산 자의 힘이 아닌 죽은 자의 것이 흘렀다.

쿠구구구구구……!

직후 <현뢰 - 단제(斷除)>의 경로에 있던 건물들이 사선으로 절단되어 내려앉았다.

흔들리는 지면,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먼지, 거세지는 폭우.

드라벤이 [인테리스]에 검날을 붙인 채 베르덴의 힘의 방향을 간파했다. 스태프의 궤도가 자연스럽게 틀어지며 빈틈이 만들어졌다.

츠카카카카카칵!

마검이 일순간 굽이치며 [인테리스]의 몸통을 훑고 지나갔다. 베르덴이 재빠르게 손을 뺐다가 다시 스태프를 잡아 손등이 잘리는 걸 피했다.

‘……다르긴 다르군.’

베르덴이 이제까지 참패시켰던 초월적 존재들과 비교하면 힘의 배분과 허수에 섞인 살수가 그야말로 결이 달랐다.

필시 경험의 차이일 것이다.

첫 번째 하인은 800년을 넘게 존재해 온 데다가 초월자 전쟁의 주범에 가깝다. 그 또한 베르덴처럼 초월자를 살해한 초월자였다.

<공파>

공간 충격파를 일으키고 크게 물러섰다.

지잉───울리는 마검의 금속음 사이에 희미한 뇌성(雷聲)이 섞였다. 드라벤이 눈가를 씰룩이며 흘끔 시선을 내렸다.

검붉은 뇌광이 마검에 감돌았다.

‘지정 완료.’

베르덴은 [텔라지움]으로 파멸의 순간 파괴력을 높이는 데 몰두해 왔다.
그하룬이 손수 제작한 금속 구체를 어떻게 해서 단번에 파괴할지 고민하고, 또 연구하는 과정에서 8위계의 실마리를 잡았다.

파멸의 개념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깨달음은 필연.

전류는 전도된다.

<현뢰 - 경천(驚天)>

베르덴이 [인테리스]를 휘두르자 극대화 파멸이 뇌명을 터뜨렸다. 당장 마검을 버리지 않는 한 피할 수 없는 필중의 파멸이다.

콱!

드라벤이 마검을 지면에 꽂았다.

“통곡하라.”

마검 [모르베인]이 시동어에 반응하며 음험한 기운을 방출했다.
그 상태에서 드라벤이 양손으로 손잡이를 단단히 쥐었다. 앞발에 무게중심을 실으며 마검을 강하게 밀어 올렸다.

사기가 솟구쳤다.

마검이 방출한 죽음의 기운이 파멸을 벗겨 내어 떨어뜨렸고, 그에 유도된 베르덴의 마법이 허공에서 작렬했다.

제1형단 – 글라로스.

드라벤은 이어서 검보라색 화염으로 이루어진 검기를 사출했다. 수직으로 날아오는 마도의 참격이 대로를 크게 갈랐다.

베르덴이 손아귀를 뻗었다.

<공간 지배>

검기의 궤도가 속해 있는 공간을 통째로 붙잡아 비틀었다. 베르덴 옆을 지나친 그것이 교국을 봉쇄한 알 수 없는 장막에 부딪쳐 소멸했다.

거리가 벌어졌다.
먼저 움직이기엔 애매한 거리였다.

드라벤은 호흡을 내뱉으며 마검을 늘어뜨리고는 얼굴을 훔쳤다. 턱과 목을 잇는 상처에 맺힌 핏방울이 손에 묻어났다.
빗방울에 금방 희석되어 사라져 버릴 만큼 미약한 출혈량이었지만, 그럼에도 피였다.

“왜 루네시카가 그토록 너를 경계했는지 이해가 되는군. 수십 명의 초월자를 봐 왔지만 너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초월자가 각성한 지 10년, 20년도 아니고 고작 1, 2년에 사이에 7위계의 극단에 거의 닿을 듯한 경지를 쌓아 올렸다.
이해할 수 없다.
본질적으로 다르기는 하나…… 베르덴이 타고난 한계는 어쩌면 위대한 크세리온 폐하에게 닿을지도 모른다.

“영혼의 차이인가.”
“방금까지 급해 보이더니 이제는 여유롭군.”
“너를 완전히 죽이려면 적지 않은 수고가 든다고 판단했다. 변수는 변수. 완벽하게 대응할 수 없다면 적당히 포기할 수밖에.”

그때였다.

───!

하늘에서 샛노란 빛이 흘러넘쳤다.

* * *

어느새 굉대해진 빛의 균열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커진다.
무언가가 세상으로 나오려 한다.

이미 신의 기적은 완성됐다.

드라벤이 초위 마법을 시전한다고 한들 천사의 강림은 막을 수 없다.

“오, 저게 그 천사라는 거구먼. 부활하고 난 뒤로 예전엔 상상도 못 했던 새로운 경험이 날 달아오르게 만드는군. 역시 살고 볼 일이야.”

그림멜이 그나마 멀쩡한 건물 옥상에 앉은 채로 기계 장치를 만지작거렸다.
드라벤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미안하네. 아무래도 내 마력 연쇄 폭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 같아서 말이지.”
“베르덴에겐 자연 그대로의 마력이 통하지 않는 것 같으니, 네 천적인 셈인가.”
“으하하하하하핫! 천적이라니. 그렇게 말하니까 창피하잖나! 지상 최악의 드워프라 불렸던 이름값이 있는데! 하여튼 나름대로 기술에 변주를 주는 데 시간이 필요했네. 아직 시험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이 셋 중 하나는 먹힐 걸세.”
“이번에는 제대로 시간을 끌도록.”
“지나가고 싶다면 지나가라.”

베르덴이 단호히 말했다.

“목숨은 여기 두고.”
“신성의 경고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교황의 목소리가 교국 전역에 퍼졌다.

“빛과 정화의 현신이시여, 악의가 넘치는 이 땅에 하림하소서.”

<강림: 루마엘>

균열이 마치 눈동자처럼 아래를 향해 기울더니 빛을 조사했다. 하늘과 지상을 잇는 광명의 기둥이 모두의 눈동자에 떠올랐다.

쿠우웅!

눈 깜짝할 사이에 기둥을 타고 내려온 존재가 언데드 군세 한가운데 착지했다. 그것만으로 주변의 언데드가 정화되어 사라졌다.

성직자들은 저도 모르게 기도하기 위해서 손을 올렸다.

“천사님……!”

백색의 깃털로 이루어진 네 장의 날개.
등허리까지 오는 백발.
새하얗고 하늘하늘한 로브.

오직 교황만이 성서 [오멘코드]로 부를 수 있는 세 명의 천사───그중 빛과 정화의 천사라고 불리는, 일명 루마엘이 현현했다.
정적 속에서 그녀가 천천히 눈을 뜨자 빛을 담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루마엘이 조금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있는 드라벤, 그림멜, 베르덴을 차례대로 응시했다.

[……!]

루마엘이 베르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잠시 멈칫했다.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정확히 뭐라고 정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혹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그런 기묘한 반응이었다.

그녀가 이내 입술을 달싹였다.

[교황은 제게 청하시길.]

교황은 총 세 번의 기도를 통해 천사에게 세 번의 부탁을 할 수 있다. 빛의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 그 간청은 반드시 행해진다.

교황, 로마누스는 황금의 정십자가 앞에 손을 모으며 단언했다.

“드라벤 르마르크. 빛에 도전한 옛 왕의 첫 번째 하인에게 숭고한 정화를 안겨 주소서.”

[첫 번째 기도, 이루어지리.]

인간을 가볍게 굽어볼 만큼 신장이 큰 루마엘이 걸음을 옮긴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엔 신성한 기운이 남아 사기를 차츰 지워 없앴다.
유골룡 셋이 푸른 불꽃의 눈동자로 쳐다봤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

“시간을 벌어 주어서 고맙습니다, 신성. 드라벤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염치없지만 신성은 저 드워프를 맡아 주십시오.”
“그러지.”

베르덴은 군말 없이 날카로운 살의를 그림멜에게 향했다. 그리멜은 즉석에서 개조한 기계 장치를 몸에 두르고 음험한 웃음을 흘렸다.

철컥.

갑자기 드라벤이 마검을 회수했다.

“본래 교황을 죽이기 위한 수지만, 네 목숨 또한 교황보다 못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으니 결코 손해는 아닐 터.”

드라벤의 천천히 기괴한 문양이 새겨진 건틀릿을 들어 올렸다.

“아니무스에 깃든 영혼은 응답하라.”

아니무스의 권능과 연결된 건틀릿이 반응하자 비명이 난무했다. 그를 들은 사람 대부분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귀를 막았다.

한 사람의 것이 아닌 수백, 수천, 수만 그 이상의 목소리가 섞인 듯한 혼잡함이 머릿속에 들어가 뇌를 헤집는 기분이었기에.
그중에서 근엄하고 인자한 음성이 점점 더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과 달리 베르덴은 놀란 이유는 저 비명 때문이 아니었다.

‘아니무스라고……?’

만약 기막힌 우연의 일치로 명칭이 동일한 것이 아니라면, 놈이 언급한 아니무스는 베르덴이 아는 그것임이 틀림없었다.

3대 전설인 세계 금서 – 그링 아르카넘과 5대 전설인 용검 마그라스처럼 6대 전설에 속해 있으며, 그 필두에 자리 잡은 세계의 전설.

1대 전설: 영혼을 다루는 욕망 – 아니무스(Animus).

화아아악!

루마엘이 초월적인 신성력을 손끝에 집중시키며 빛으로 화했다.

드라벤이 말했다.

“교황 벤슬라프. 나를 도와라.”

초월자 전쟁 말기, 옛 왕을 봉인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바친 800년 전 교황의 영혼이 왼쪽 건틀릿에 깃들었다.
동시에 물리적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거림이 메아리쳤다.

[두 번째 기도, 이루어지리.]

루마엘이 이에 화답하며 그야말로 빛처럼 드라벤이 아니라 베르덴 앞에 당도했다.
그녀의 손바닥이 베르덴에게 향했다.

“……!”

[용서하시길.]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천사의 알 수 없는 사죄와 함께 번쩍인 정화의 광선이 베르덴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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