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52

952화 황금 비고 (3)

한눈에 보기에도 형태, 밝기, 크기 등이 완벽하게 동일한 노란색의 발광체들이 천장에서 약간 떨어진 허공에 떠 있다.
일렬로 늘어선 발광체 간의 거리 또한 자로 잰 듯이 일정했다.

‘아티팩트?’

마력이 은은하게 감지되는데 봄 햇살처럼 따스한 온기도 느껴진다. 이내 빛에 적응한 유니아의 벽안이 정면을 향했다.

황금의 길.

문자 그대로 황금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눈부신 복도가 주인과 손님을 맞이했다. 마그누스 다음으로 아드리안이 승강기를 나섰다.

“사치스러운 구조물이군.”

[후호홋, 의외로 실용적이기도 하답니다. 녹슬지 않는 황금의 경도와 강도, 그리고 흑마법계의 봉인을 가미하면 가히 영원하다 할 수가 있는 특별한 금고가 완성되지요. 무언가를 아주 오랫동안 숨겨 두기엔 안성맞춤입니다.]

마그누스는 폐가 없는데도 숨을 들이켜는 시늉을 했다.

[저도 이 통로는 처음입니다. 제가 직접 관여한 것은 황금 비고뿐이거든요. 황금 비고로 향하는 길을 황금의 길이라고 칭해 제 유골에 새겨 넣었는데, 먼저 깨어난 레지날프가 그 황금의 길을 실제로 구축한 모양입니다.]

두개골, 갈비뼈, 대퇴골.
세 가지 황금 유골을 모으는 자에게 황금의 길이 열리리라.

[황금 비고는 이보다 더 화려하지만, 전반적인 풍경은 비슷합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엊그제처럼 느껴지는 그때가 어언 8세기 전이라니…….]

잠에서 깨어나니 세상이 확 바뀌었다.
마그누스의 현실이 그러했다.

아드리안이 빛과 황금이 만나 생긴 광채 너머를 응시했다.

“이 길 끝에 모든 게 있다는 건가.”

[예, 그럴 겁니다.]

황금 비고에는 총 세 가지 유형의 재물이 있다.

첫째는 마그누스와 카스티안이 훔친 크세리온 제국의 보고(寶庫).
둘째는 레지날프가 수백 년간 대륙에서 수집한 대륙의 각종 무구.
셋째는 역대 마그누스 은행장과 다이나 은행장이 레지날프가 부여한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모아 온 추적 불가능한 다종다양한 현물.

죄인에 더해 대륙의 재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떨치는 3대 은행이 합심해서 일군 결과물이다. 뭐가 나오더라도 상상 이상일 터.

“그런데 안에 뭐가 있는지 진짜로 몰라? 다른 건 몰라도 제국의 보물은 직접 훔쳤다며.”

[저는 훔치는 걸 여러 가지로 도왔을 뿐이지 직접 크세리온 제국 황성 보물고에 들어간 적은 없습니다. 혈통 문제 때문이지요! 물론 카스티안 님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었지만…… 그때의 저는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싫었거든요. 귀중한 물건을 접하면 저도 모르게 가치를 따지려는 자신이. 차라리 죽는 것이 더 세상에 이로웠을 저의 삶이.]

걸음을 옮기는 마그누스.

[길가의 돌멩이보다 무가치한 저에게 호기심은 과분합니다. 사명을 이루는 도구. 옛 왕에게 복수를 다짐한 후부터 전 오직 그를 위해 존재합니다.]

마그누스는 대상인이었던 시절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악인이었다.

돈이 되면 남의 영혼까지 팔아 치웠다.
가난한 자들의 울음소리를 자장가로 삼았다.
경쟁자들을 바닥으로 떨어뜨리면서까지 상회를 공격적으로 운영했다. 양심? 자비? 마그누스에게 선의는 무가치한 상품이었다.

이런 마그누스의 극단적인 배금주의적 행보는 크세리온 제국, 아니 크세리온 왕국의 전쟁에 직접 가담하고 나서야 멈췄다.

비극이 찾아온 탓이다.

옛 왕을 금전적으로 뒷받침해 제국의 군세가 온 대륙을 휩쓰는 데 일조했고.
옛 왕에게 별거 중인 아내가 살해당했으며.
옛 왕에게 아내와 함께 있는 자식…… 을 잃었다.

감당할 수 없는 잔혹한 풍경과 가족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마그누스는 그토록 사랑하던 돈을 손에서 놓았다.
자신의 일이 되기 전까지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지 못한 채 오히려 이를 제물로 재산을 쌓았던 비루한 자의 말로였다.

[제 업보입니다. 그러니 속죄해야지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자기혐오가 덕지덕지 묻어 있다. 생전의 기억을 찾기 전과 후 둘 다 마그누스는 마그누스였지만, 그 태도와 마음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바뀌었다.

기억은 존재의 근간 중 하나다.

마그누스가 터덜터덜 황금의 길을 걷는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찬란한 빛조차도 그 초라함을 환히 밝히지 못했다. 황금의 그늘이 보물을 앞에 두고 응당 신나서 날뛰어야 했을 이들의 분위기를 지그시 가라앉혔다.

그때였다.

후우웅───

마그누스가 황금의 길의 특정한 경계선을 넘으려 하자 벽면이 물결친다. 천장에서 아티팩트의 조명이 간헐적으로 깜빡인다.
기류가 조금 바뀌었다.

유니아가 머리 뒤로 깍지를 끼었다.

‘역시 이 공간 자체가 아티팩트였구나.’

스르륵.

황금의 손뼈를 뻗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은 골격 일부분이 모습을 감추었다. 시야에서만 사라진 것이다.

[어쩐지…… 아노니움 은행과 황금 비고의 좌표가 다르다 했더니, 이런 비밀이 숨어 있었군요.]

갈리아크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뭔 비밀?”

[황금의 길은 황금 비고처럼 문지기를 자처한 제 존재에 반응하고 있습니다. 황금 열쇠가 있어도 제가 없으면 출입은 불가능. 그 조건을 갖추지 않는 한 이 통로를 아무리 걸어도 황금 비고에 도착하지 못하게 되는 거지요. 레지날프가 그동안 보안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마그누스가 뒤를 돌아봤다.

[절 따라서 경계를 넘으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겁니다. 거리가 멀리 떨어지면 안 되니 서로 간격을 좁혀 주세요.]

그하룬이 황금빛 벽을 쿵쿵 두드렸다.

“이 통로는 처음 본다더니 아는 게 많구만.”

[황금 비고는 불사의 의식은 치른 제 존재와 엮여 있습니다. 황금 비고를 근간으로 두고 있는 듯한 이 길도 마찬가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뼈가 알아서 반응한답니다.]

“그것 참 편리하군.”

[후호호호호홋! 그래서 마법이고, 아티팩트가 아니겠습니까?]

한바탕 웃으며 분위기를 환기한 마그누스가 일행 중에서 걸음이 가장 느린 아노니움 은행장을 특별히 부축했다.
은행장은 육체가 늙어 흥분을 주체하기 어려웠던 탓에 지팡이가 떨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될 겁니다, 동지여.]

“아, 가,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마그누스는 지팡이의 역할을 자처하며 은행장과 발을 맞추었다. 그들이 먼저 경계선을 넘었다. 황금의 길이 연이어 흔들렸다.
그 진동이 이는 동안 아드리안 일행도 차례대로 다른 공간에 들어섰다.

* * *

“……허.”

고드가 이내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안경이 코끝으로 흘러내렸다. 갈리아크와 네리엔, 유니아, 아노니움 은행장이 입을 벌렸다.

사방이 폐쇄된 지하 공동.
그를 가득 채운 거대한, 발광하는 황금의 문.

“호오.”

전설적인 드워프인 그하룬도 진심으로 감탄할 만한 광경이었다.
공동 자체는 협소하고 텅 비어 있었으나, 높이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비고의 입구가 공허함을 지워 주었다.

아드리안이 말했다.

“대체 돈이 얼마나 많았던 거냐.”

[자폭하려 했다면, 당시 대륙의 경제를 상당 부분 마비시킬 수 있었을 겁니다. 물론 초월자 전쟁 직후라 경제 여건이 취약했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요! 아무튼 겸손으로는 감출 수 없는 재산을 쌓았습니다. 더러운 돈일지언정 돈에는 죄가 없는 법. 그 재물이 대계의 초석이 되어 주었죠.]

대문에는 평범한 성인의 가슴 높이쯤에 미세한 틈이 있었다.

마그누스가 정확히 틈새에 꽂아 넣은 황금 열쇠를 90도 비틀었다. 그리고 다시 30도 비틀고는, 열쇠를 한 바퀴 돌렸다.

철컥.

기계의 마찰음이 요란스럽게 들려온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흑마법이 반응함과 동시에 내부에 자리한 수많은 톱니바퀴가 맞물린다. 시대의 기술력을 모조리 쏟아부어서 제작한 최대의 금고.
드워프의 기술과는 다르지만, 그 수준은 그들 못지않았다.

“고대의 인간 중에도 제법 쓸 만한 손재주를 가진 녀석들이 있었군.”

[대륙의 최고들이었지요.]

서로 연계된 잠금장치가 풀릴 때마다 마그누스의 골격이 번쩍였다.

아노니움 은행장의 심장이 뛰었다.

‘우리 은행의 금고보다 훨씬 더 복잡하지만…… 비슷한 구조다. 그렇군. 아노니움 은행의 금고 설계 기술이 여기에서 나온 것인가……!’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축복과도 같다. 비로소 3대 은행의 탄생 배경을 이해한 아노니움의 은행장은 감동에 겨워 떨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황금 비고가 열린다.

점점 커지는 유니아의 벽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아드리안이 어깨를 세게 치며 방방 뛰었다.

“와, 와……! 우리가 보는 게 진짜야? 환영 같은 게 아니라? 저게 진짜라고?”

[물론입니다.]

마그누스가 공손히 황금 비고를 가리켰다.

[전부 실물(實物)입니다.]

모두가 드넓은 내부에 들어섰다.

아노니움 은행에서 제작한 진열대에 일렬로 놓여 있는 무기와 방어구. 수많은 원통과 상자는 무구로 가득 채워져 있다.
상급 이상의 마석, 그리고 미스릴과 같은 광석은 산을 이루었다. 광석은 제련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많았다.

이 또한 약과였다.

대륙을 뒤집어 놓았던 여러 특수 개체의 다양한 부산물도 철저하게 보존되어 있으며, 최상위 금속의 주괴가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비교적 적은 양으로 보이나, 그 가치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찔했다.

마법 물품, 현대에서는 주로 매직 아이템이라고 불리는 것도 한둘이 아니었다.

“미친…….”

갈리아크가 식은땀을 흘리며 웃었다.

“저기 있는 것들만으로도 소국 몇 개는 무장시킬 수 있겠는데? 진짜 대륙 연합군이든 뭐든 창설하고도 남겠잖아.”
“어버버버.”

고드와 네리엔은 말하는 법을 잊었는지 입술만 떨었다. 평범한 모험가들에게 황금 비고의 진가는 자극이 심했다.

“황금 비고는 닫혀 있었는데, 이걸 대체 어떻게 옮긴 거야? 따로 문이 있나?”

아노니움 은행장은 그 광경에 매료되었다가 이내 답해 주었다.

“아노니움 은행엔 황금 비고에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가 따로 있네. 다이나 은행과 마그누스 은행에서 보내온 무구를 비밀리에 옮겨 왔지. 물론 사라진 물건들이 어디에 도착하는지는 오직 은행장밖에 알지 못하네.”

레지날프와 카스티안이 언급한 대로였다.

───그렇게 황금 비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비고에는 여타 금고와는 구별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다른 점?

───바로 일방향이라는 점이오. 비고에 보관된 것을 외부로 꺼낼 수는 없지만, 외부의 것을 비고에 보관할 수 있소. 장기적으로 무언가를 숨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지.

아드리안은 죄인들과의 대화를 떠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어때 보이나, 그하룬.”
“고대 아티팩트가 두 개 보인다. 그것도 상당히 뛰어난 것들이야.”

그하룬이 특유의 관찰력을 발휘해 재보(財寶)의 산을 꿰뚫어 보았다.

“과연. 엄청난 보물이라고 할 만하구나. 그야말로 악착같이 모아 뒀어. 오래 살았는데도 이렇게나 눈이 즐거운 적은 처음이구나.”

사막의 신기가 베르덴의 부름에 응답했다는 말을 듣고 다시 조사에 나섰으나, 그하룬조차 아직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답답하던 차에 머리를 식힐 겸 아드리안의 제안을 받았는데…… 따라온 보람이 있었다.

“대륙의 세력을 규합해 이 곳간을 푼다면 엄청난 전력이 될 거다. 베르덴이 보면 좋아하겠군.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닐 터.”

그하룬이 두리번거렸다.

“크세리온 제국의 보고는 어디에 있지?”

[전설적인 드워프라고 들었습니다만 혀를 내두를 정도의 안목이군요. 따라오십시오. 카스티안 님의 공간이 따로 있거든요.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들어간 적이 없지만요.]

모두가 황금 비고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이리저리 구경하는 사이에 마그누스가 둘을 중앙으로 안내했다.
숨겨진 중앙 원판이 회전하면서 그들을 지하로 옮겼다.

“장치투성이군.”
“그게 낭만인 거다.”

[역시 뭘 좀 아십니다.]

쿠웅.

원판이 바닥에 닿았다.
동시에 황금의 빛이 어둠을 밝혔다.

마그누스가 멈칫했다.

[카스티안 님은 그날 황성에서 ‘세 가지 물건’을 보관 용도의 아티팩트에 담아서 갖고 나오셨다고 했습니다만…… 후호홋, 설마. 그게 저런 것들일 줄은 몰랐군요.]

아주 느리게 박동하는 거대한 심장.
은하수처럼 빛나는 돌.
어두운 수정의 구체.

“저 구체는 고대 아티팩트로 보이는데…… 이 둘은 또 다르군.”

그하룬이 먼저 심장에 다가섰다.
난폭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살아 있는 드래곤의 심장을 대체 어떻게 구한 거냐.”

[옛 왕은 거대한 유골룡을 조종했으며, 드래곤을 토벌한 적도 있습니다. 게다가 주검의 영광의 하인을 부리기까지. 저야 흑마법에 대해선 자세히 아는 바가 없지만, 심장을 저렇게 보관하는 방법이 따로 있었을 테지요.]

드래곤의 심장…….

아드리안이 성체 드래곤의 실제 장기를 본 건 처음이었다. 그하룬은 기껏해야 붉은 화산 클랜에 보관되어 있던 용혈을 쓴 게 전부였다.
참고로 용혈은 베르덴의 [인테리스]를 제작하는 데 쓰였다.

“호오오오.”

그하룬이 입맛을 다신다.
창조 욕구가 샘솟는 듯했다.

‘드래곤의 심장을 대체 어떤 용도로 써야 하는진 모르겠지만 그하룬에게 맡긴다면 어마어마한 무구가 탄생할 터. 예상을 뛰어넘는 큰 수확이다. 주군께서 기뻐하시겠군.’

아드리안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머지 보물에 관심을 두었다.

“저 돌은 뭐지? 최상위 금속 함유량이 높은 광석 같은 건가?”

마그누스가 턱뼈를 짚었다.

[죄송합니다만, 저도 처음 보는 거라 잘…….]

“아니, 여태껏 셀 수 없이 많은 광석을 봐 왔지만 이런 건 본 적이 없다. 단언컨대 최상위 금속 따위는 아니야. 이건…… 그러니까 이건…….”

그하룬이 유심히 밤하늘을 담은 듯한 돌멩이를 응시했다. 아주 낯선 기분. 생소한 감각이 그하룬의 신경을 두드렸다.

“모르겠는데?”
“…….”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냐. 뭐, 어쩌라고.”
“모르면 가져가서 살펴보라고.”
“오냐, 고맙다.”

그하룬이 멈칫했다.

“근데 이게 네 거냐?”

[후호호홋, 황금 비고의 소유권은 베르덴 님에게 있습니다. 이 제국의 보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가 그렇게 결정했으니까요. 이걸 대륙 연합군 재창설의 교두보로 삼아 주시길.]

베르덴의 것이라면 아드리안의 것이기도 했다.
베르덴의 대행자니까.

“황금 비고에 대륙 연합체를 무장시킬 만한 힘이 있다는 건 확인했다. 그럼, 다음이군.”

아드리안이 물었다.

“대륙 연합군 창설 계획이 뭐지?”

관건은 연합의 구성이다.
무구가 저렇게 많아도 서로 손을 잡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마그누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시죠?]

“뭐?”

[네?]

“뭐?”

[네?]

“……??”

마그누스가 가슴뼈에 손을 얹었다.

[보다시피 저희는 언데드입니다. 아무리 진실을 밝히고 호소한들 누가 믿어 주겠습니까? 루아스교에 토벌된 뒤 황금 비고를 빼앗기고 끝이겠지요. 그래서 베르덴 님을 택한 겁니다. 베르덴 님이야말로 연합의 구심체로서 적임이니까요.]

“주군께서는 언제 복귀하실지 모른다.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나?”

[그러니 아드리안 님이 하셔야죠.]

마그누스가 두개골을 들이밀었다.

[권한 대행자시잖습니까. 베르덴 님의.]

“…….”

아드리안이 표정이 굳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잠깐 바깥에 다녀오지.”

* * *

침묵의 사막에 공간 이동진이 전개되며 중추 신호기가 연결되었다.
통신 장치에 불이 들어왔다.

“잠시만요.”

이자벨라가 관리자와 베르덴을 뒤로하고 조용한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무슨 일이야?”

───주군께선 깨어나셨나?

“뭐?”

이자벨라가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관리자님 찾아간 지 지금 하루도 안 지났는데 가주가 벌써 깨어났겠어? 갑자기 왜 그래?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거야?”

───그건 아니…….

“그럼 뭐야. 급한 용건도 없는데, 설마 지금 그거 물어보려고 공간 이동진까지 열어 달라고 해서 통신한 거 아니지? 장거리 공간 이동진 작성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다 아는데. 게다가 장거리 공간 이동진을 계속 유지하는 게 얼마나 비용이 많이 드는지 너도 아는데. 그렇지? 에이, 설마.”

───…….

변명은 할 수 있다.
하나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야.”

───나중에 설명하마.

이자벨라에게 더 혼나기 전에 아드리안이 통신 장치를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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