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65

965화 신격 – 9

인류란 집단은, 인간이란 개인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숭고하면서도 비겁한…… 그런 모순적인 종족이자 족속이다.

자유를 부러워하며 우월한 자에게는 열등감을 느끼는, 그러면서 뛰어난 사람이 자신들을 이끌어 주길 내심 바란다.
때로는 욕심을 위해서 누가 지도자로서 적합하든 간에, 공동체가 어떻게 되든 간에 지배자의 권좌를 차지하려 한다.

떼를 이루지 못하는 이리.
분열의 위험이 만연한 개미 떼.

인간은 나약하다.

전제군주제 등의 정치 체계로는 인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보완할 수 없다. 왕권은 국가의 상태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왕권이 약화하면 귀족 파벌이 득세하고, 국가가 부패해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면 아랫것의 반란이 일어난다.
국가라는 장치는 결국에 인간을 뿌리째 장악할 수 없다.

인간을 진정으로 다스릴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본연의 인간뿐이다.

압도적인 잠재력에 기반한 특출난 기량.
감정을 현혹하는 매력.
타인을 심복하게 만드는 카리스마.
숱한 시련을 극복하고 위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연한 의지.

타인으로 하여금 질투, 시기, 증오, 모멸, 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마저도 들지 않게 하는 독보적인 사람이야말로 중심이 될 수 있다.
거대한 배로 망망대해를 누비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선장은 지휘하고.
선원은 따른다.

진정한 통솔자들을 내세운 인류는 비로소 자연의 강자로 우뚝 설 수 있다. 그들은 집단을 넘어서 ‘종’을 구원하는 순교자다.

“방주의 창설자…….”

검격이 이어진다.

파멸의 번개마저 가르는 운명의 칼날이 베르덴을 계속해서 몰아세웠다. 뼈가 닿지 않은 선에서 영혼이 상처를 입었다.

콰과과과과과과!

베르덴이 양손을 모아 구축한 파멸이 근거리에서 검기와 맞부딪쳤다. 빛이 난무하는 힘의 격류 속에서 베르덴이 혐오를 내비쳤다.

“현 방주가 실망하겠군. 조직의 창시자가 배신자로 전락한 걸 알면.”
“현 방주의 지도자가 자네를 지켰도다. 그렇다면 자네도 방주의 일원…… 선장일 터.”

세계 회의가 개최되기 전에 금기로 인한 소멸을 각오한 아서는 베르덴을 처단하기 위해 검을 들었으나, 최초의 모험가인 루가르트가 개입한 탓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러한 내막은 일전에 루가르트가 말해 주었기에 베르덴도 알고 있었다.

“행동에는 이유가 따르는 법일지니.”

척력이 강해진다.
그늘이 크게 들썩인다.

<현뢰 - 단제(斷除)>

파멸의 칼날로 양팔을 감싼 베르덴이 이내 한쪽 무릎을 꿇었다. 파멸이 점차 갈라졌다. 허리가 꺾일 것 같다. 상체가 무너지는 순간 베르덴은 손상을 피할 수 없다.

“나는 저항자를 배신했을지언정 인류에게 등을 돌린 적이 없도다. 인류를 위한 선택이었도다. 나를 이루는 이 모든 것은.”
“……!!……!!!”
“왜 내가 운명의 편에 섰는가.”

마안을 통한 마법이 닿기도 전에 아서의 모습이 사라졌다. 정확히 시야 바깥으로 벗어난 놈의 다리가 솟구쳤다.

쩌어어어억!

체격의 차이, 사각에서 날아온 무릎이 베르덴의 안면을 강타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유지하며 공간을 넘었다.
운검이 허공을 갈랐다.

“운명이야말로 인류라는 종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럴진대 전 인류의 왕으로서 어찌 대안 없는 저항에만 의존하고 있겠는가. ‘당신’께서는 내게 깨달음을 주셨도다.”
“…….”
“자네의 행보는 곧 인류 존속에 대한 위협.”

운명이 종말을 겨누었다.

“미쳐버린 저항자가 방주를 멋대로 이용한다고 한들 여전히 나의 이념은 방주의 시작일지니. 운명 파괴자, 자네와 저항자라는 시련을 넘어서는 순간 인류는 영원한 황금기를 맞이하리라.”

베르덴이 손가락을 굽혔다.
의식을 다잡았다.

“모든 인류가, 그걸 받아들이진 않을 텐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

아서는 만인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자애로운 왕이 아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무력의 정상에 오른 종족의 패자(霸者)였다.

“내가 지휘하면 인류는 그저 따라오기만 하면 될 뿐이도다. 간곡한 설득은 무용하도다. 그것이 인류를 다스리는 방법이지.”

방주의 이념적 근본은 하나의 제왕학이었다.

진광眞匡

<대암천>

겪어 보지 못한 검압이 광선의 궤도마저 짓눌러 뒤틀었다. 눈꺼풀을 깜짝하지도 않았는데 어느샌가 거리가 좁혀졌다.
아서의 움직임엔 어떤 묘리가 있었으며, 운명의 검은 파멸의 개념을 상쇄했다. <로드 아케인>조차도 그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소멸>

<현뢰 - 경천(驚天)>

[인테리스]가 없는 베르덴이 각각의 손안에 고유 마법을 부여해 충돌시켰다. 그 중심에 있던 아서의 검이 강력한 반력에 휩싸였다.
떨어뜨린다.
마안이 단단히 운검을 쥐고 있는 그의 손아귀를 정확히 포착했다.

<로드 아케인: 재래(災來)>

후욱.

순식간에 검 손잡이를 바꿔 잡으면서 기를 통제해 반력의 흐름에 간섭, [카엘타리온]을 비틀어 검면으로 종말의 벼락을 차단.
하늘로 검을 올려 쳐 힘의 역장에서 벗어나고는, 발밑의 그늘을 단절.
거대한 원을 그리는 참격.

시야에 선이 그어졌다.

본능보다 빠른 이성적 판단으로 <명야(冥夜)>를 전개한 베르덴의 왼쪽 눈동자와 가슴, 그리고 다리에 검흔이 떠올랐다.
망화의 보호막이 흩어졌다. 마안을 지켜 냈지만, 다수의 초월적 존재를 침묵시킨 그도 열세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기술의 차원이 다르다.’

옛 왕과 직접적으로 부딪쳐 본 적은 없지만 그의 신체는 파멸의 초위 마법에 명중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처가 나는 수준에 그쳤다.
그와 비교하면 두 번째 사도의 저항력은 통념의 범주에 속해 있었다.

닿으면 파괴할 수 있다.
한데 닿지 않는다.

이렇게나 완성된 검술과 체술은 앞서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 이조차도 전력이 아니라니, 운명전의 주역 하나하나가 얼마나 강대한지 실감 났다.

무투계의 완성체.

과연 ‘당신’의 검이라고 불릴 만한 지고한 궁극의 경지다. 경멸과는 별개로 놈의 검에서 죽음과 역경이 도사린 시련을 몇 번이고 뛰어넘은 강자의 노련함과 정교함이 느껴졌다.

이대로는 시간조차 벌 수 없다.

‘그때의.’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에서 초위 마법 <멸절(滅絶)>로 주검의 영광의 하인들을 멸했던. 이내 다음의 위계를 깨닫는 과정에서 폭주해 옛 왕에게 본성으로 창조한 새로운 초위 마법을 시전했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그때의, 감각을……!’

벽은 이미 넘었다.
명확히 지각하지 못했을 뿐.

순간이나마 경험한 경지를 재현하려면 다시 한번 자신을 몰아붙여야 한다.

한계를 넘어서.

콰아앙!

무거운 권격에 목이 부러질 듯 휘었다. 베르덴의 다리는 무너지지 않았다.
왼쪽 눈동자는 세로로 된 절상 때문에 닫혔지만, 역천의 마법진이 새겨진 오른쪽 눈동자만은 아서를 노려보았다.

금기 영창: 현상 파괴.

무한의 마도를 통해 의지를 직렬로 연결함으로써 영창을 생략했다.
금기 영창 마법은 키론다르이자 최초의 마탑주인 텔로르 크렌드로스가 그러했듯 이후에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바라던 바다.

까드드드드드득.

자줏빛 마력이 쇄도하여 허공을 난도질해 사물의 상태 자체를 어그러뜨렸다.
궁극의 영창 마법과 운검이 격돌했다.

모든 충격을 흘려보내지 못한 아서가 후방으로 물러났다. 간극이 벌어졌다. 한 번의 도약으로 당장에 좁힐 수 있는 거리다.
그사이에 베르덴이 합장했다.

초위 마법.

<일멸(溢滅)>

베르덴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만천하는 탐염이 밀물처럼 들이닥친다. 아서는 전면을 뒤덮는 칠흑의 해일을 마주했다.

“저항자에게서 비롯된 초월의 마법…….”

강한 것은 견디지 못했을 때 부러진다.
부러뜨릴 때다.
제한된 힘의 상당 부분을 운검에 실은 아서가 전진했다.

지광至匡

최초의 절기가 현현했다.

개開

[카엘타리온]의 검로를 따라서 기가 사방에 있는 모든 개념을 끌어당겼다. 망화의 소용돌이의 범위가 축소되어 검기를 에워쌌다.
그러자 내부에서 붉은빛이 번쩍이더니 <일멸> 자체를 파괴했다.

‘아직이다.’

베르덴은 바로 팔을 굽혀 오른손을 하늘로 향한 채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초위 마법.

<무암(無暗)>

한차례 응축된 소멸의 힘이 제어에서 벗어났다. 이글거리는 어둠. 실재의 말살. 세상을 불태우려는 듯 주변의 빛을 앗아 갔다.

아서가 물 흐르듯 운검을 역수로 잡아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극단적으로 앞으로 치우친 무게중심.

과過

스스로 마법에 뛰어든 그가 빛을 쫓는 듯 소멸의 개념 자체를 누볐다. 어둠 속에서 붉은 기운이 연이어 번쩍이며 움직였다.
기운에서 넘쳐흐르는 인간의 생명력이 사라지지 않았다.

투확───!

두 번의 초위 마법을 정면으로 파훼한 아서가 단 세 걸음을 앞에 두었다.

‘아직……!’

<멸절─ 감을 잡았다. 마도를 뒤틀었다. 전신에 파멸을 두른 베르덴이 그 자체로 현뢰가 되어 쏘아져 나갔다. 심장을 노리는 운명의 검을 향해 파멸을 내질렀다. 폐閉 <대멸절(大滅絶)>

하늘색의 빛무리와 검붉은 색채가 틈새의 그늘을 반으로 나누었다. 아서 뒤에는 아무도 없었고, 베르덴 뒤에는 악마들이 있었다.
그 광경이 이곳에서의 처지를 대변했다.

베르덴의 영혼에 금이 갔다.

무려 세 번이나 연속으로 초위 마법을 전개하는 것은 불가능한 운용이었다.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에 승리를 확신한 아서가 말했다.

“반드시 희생이 필요하다면 자신이 더 희생하면 된다고 했는가. 무지한 걸로도 모자라 역겨울 정도로 주제를 모르는구나.”

운명이 가까워진다.

“절대자의 가능성은 가능성에 지나지 않았도다.”

아서가 입가를 비틀며 웃는다.

베르덴이 말했다.

“아직.”
“뭐?”

그때 베르덴의 머리 뒤쪽에서 회색의 위성체가 떠올랐다. 술렁이는 기류를 감지한 아서가 처음으로 눈을 부릅떴다.
영혼에 금이 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베르덴은 파멸로 아서의 존재를 붙든 채로 위성체를 높이 올려보내 순백에 가까운 잿빛의 고리를 현현시켰다.

초위 마법.

멸성(滅星): <엔드베일>

거대한 잿빛의 기둥이 틈새의 그늘을 관통하면서 베르덴과 아서를 집어삼켰다.
추락하는 종말.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운검의 공능을 발휘하며 ‘당신’의 힘이 깃든 검막을 만들어 낸 아서가 방어에 전념했다. 베르덴은 저항력조차 완전히 거둔 채 자신의 종말을 맞이했다.

영혼이 조각난다.
전신에 균열이 일어났다.

‘……그렇군.’

베르덴은 잿빛으로 이루어진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기 자신마저 파멸시킴으로써 베르덴은 마도의 핵심을 거머쥐었다.
8위계.
신의 자격.
심장의 무한한 마력과 신성력이 그의 깨달음을 감싸 주었다.

‘이게 내 경지다.’

아서가 일순간 잿빛의 기둥을 갈라 몸의 자유를 되찾았다. 운검이 끝을 장식하려는 도중에 무언가가 날아와 아서를 밀어냈다.

태양의 창, [라티르].

그 정체를 간파한 아서가 중얼거렸다.

“일곱 번째 사도의 신기……?”

이슈르의 창이 베르덴의 눈앞에 떠올라 잡으라고 신호한다. 베르덴은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손길을 내밀었다.

쩌엉!

공간이 뒤흔들리며 나타난 스태프가 [라티르]를 후려쳤다.

“[인테리스]?”

스태프의 머리 중앙을 장식한 푸른빛의 오브가 명멸하며 베르덴을 반긴다. 그리움과 반가움이 스쳐 지나갔다.

베르덴은 단호하고도 망설임 없이 자신의 무구를 붙잡았다.

쩌저저저저저적.

균열이 벗겨진다. 영혼의 피부가 떨어지면서 그 안쪽에서 아직 미완성된 신격과 하나가 된 초월자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베르덴이 변화하며 [인테리스]의 격 또한 새로운 영역에 도달했다.

질서의 종말───신기(神器), [인테리스].

시작은 끝을 향해.
끝은 새로운 시작으로.

세계의 틈새 전역이 격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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