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66

966화 신격 – 10

지축이 요동친다.

‘당신’이 창조한 다섯 번째 세계와 현실이라는 첫 번째 세계를 우연히 잇는 통로인 세계의 틈새 곳곳에 크고 작은 균열이 일어났다.

후우우웅……!

운명의 검 [카엘타리온]이 여태까지 본 적 없는 검명을 일으켰다.
하늘의 빛무리가 불규칙적으로 발광했다.

‘격의 상승. 본래의 경지를 지각한 것이로다.’

아서 타렌폴드가 양손으로 붙잡은 운검을 다리 옆으로 늘어뜨렸다.

‘그러나 나의 경지에는 닿지 않는다. 하물며 운명 파괴자의 영혼은 손상될 대로 손상된 상태. 변수는 없──’

움찔.

아서의 기운이 경직됐다.

‘이건……?’

감정이 들끓었다.

운명 파괴자에게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운명 파괴자의 ‘근처’에서 스멀스멀 감지된다. 먼 과거의 순간에 자리 잡은 불쾌감의 덩어리가 아서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다.

까마득한 세월 속에 깊이 묻어 둔 끔찍한 기억이 들썩였다.
동공에 지진이 일었다.

저항자를 배신해 성가신 마족들의 방심을 찔러 멸족한 뒤.
운명의 왕이 된 뒤.
‘당신’의 운명을 위해서 동지였던 저항자들을 전쟁터에서 베어 버린 뒤.

운명전의 판세가 기울어 조금씩 승리를 점칠 수 있을 때쯤에…… 재정비를 위해서 본국으로 복귀한 아서를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인류의 수도를 잔해조차 남기지 않고 송두리째 지워 버린 채로.

───[나는 저항자가 아니지만. 뭐, 올다르크의 전언이다.]

그것이 포효한다.

───[배신의 대가를 치러라.]

운명전은 저항자의 세력을 철저하게 박살 냈지만, ‘당신’의 세력도 크나큰 피해를 남겼다. 이에 아서는 다스리던 나라를 잃었다.

누가 인류의 통합 국가를 멸했던가.
누가 신하들을 죽였던가.

운명전의 재개까지 견디기 위해 일부러 믿음으로 봉인해 두었던, 상실감과 복수심으로 점철된 기억이 기어 나온다.

‘누구였는가.’

운명 파괴자와 아주 가까이 있는 기운의 원천을 과거에서 찾는다, 그 탓에 아서의 검에 덜컥 제동이 걸렸다.

초월적인 신격이 치솟았다.

* * *

세계수가 뿌리 내린 태초의 땅을 연상시키는, 곧 거센 폭풍이 몰아칠 듯한 드넓은 초원의 언덕 위에 그림자가 서 있다.

흐릿하게 보여 식별할 수 없는 존재, ‘당신’.

그리고.

태초의 마법사, 올다르크 루인 아케나드.

두 명은 완전히 같은 높이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바람이 몰아쳐 풀들이 시끄럽게 나부끼는데도 그들의 주변만큼은 고요했다.

이윽고 두 절대자가 동시에 언덕 아래로 시선을 던졌다. 절대자의 언덕을 ‘올려다보고’ 있던 베르덴을 향해서.

───무엇을 선택할 거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의중을 묻는, 혹은 선택을 강요하는 듯한 기묘한 질문이 던져졌다.

베르덴이 목소리를 내려 하자 갑작스럽게 사방이 어둠에 잠겼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다. 아직 ‘당신’과 올다르크와 대등하게 대화할 자격을 얻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정점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마침내 발을 디뎠다.

눈꺼풀이 꿈틀거렸다.
닫혀 있던 시야가 열렸다.

창세 이래 세 번째로 오직 하나의 이상에 얽매인 진정한 신이 깨어났다.

* * *

흐름이 가라앉았다.

툭.

초위 마법과 절기의 직접적인 충돌에 뒤틀려 버린 틈새의 그늘, 그 정적의 한가운데로 하강한 베르덴이 사뿐히 내려섰다.
신의 무구로 승화한 [인테리스]가 마력에 반응해 광명을 떨쳤다.

존재들이 그를 주목한다.
세계의 틈새가 그를 주목한다.

안개처럼 흐릿하게만 깃들어 있던 신격이 선명히 드러나 초월자의 격과 융합되었다. 이상을 향한 광기 어린 집착을 신성력이 긍정했다.
악마들의 숭고한 믿음이 이전보다도 더 강하게 느껴졌다…….

형태를 빚은 신성력.
심장의 마력이 그를 감쌌다.

‘이것이 나의 권능인가.’

베르덴은 스스로를 관조하며 정면으로 아서를 마주 바라봤다. 세계의 틈새에 오래 머물면서, 신이 되면서, 다음 위계에 닿으면서 영혼의 이해도가 한층 더 높아졌다.

마도는 정신을 요체로 두고 있어 육신이 없어도 경지의 일부가 남아 있다. 마도란 정신적인 깨달음과 이를 담아 낼 그릇의 합작품.
마력회로의 확장과 위계의 상승 등 이런 육체의 변화가 정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역으로도 진행된다.

영혼의 성장은 경지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후 현실의 몸과 결합했을 때 내면에서의 변화가 비로소 외면에 작용한다.
하여 현실의 몸이 없는 세계의 틈새에서 완벽한 영육(靈肉)의 균형을 이룰 수 없다.

개의치 않는다.

새로운 경지의 조화와 안정은 나중의 문제.

당장 중요한 것은 오직 전력뿐이다.

‘해답을 찾았다.’

베르덴이 손끝으로 왼쪽 눈동자를 훔쳤다. 눈에 새겨진 검흔이 사라졌다. 다른 상처도 그러했다. 밖에 드러난 부상 자체는 무의미하다.
영혼이니까.
다만 영혼이 입은 충격은 남아 있으니, 자칫하면 영혼이 파괴되어 육신마저 사멸할 것이다.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다.

승자는 얻을 것이고.
패자는 잃을 것이다.

베르덴은 진정한 승리의 조건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지했다. 정신 나간 생각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자기 자신마저 파멸시키며 나아가는 베르덴은 이미 광기의 화신이었다.

“여기서 내가 살아남는다면, 네놈은 반드시 내게 죽는다.”

베르덴이 [인테리스]를 겨누었다.

“너희들이 떠받드는 ‘당신’도.”

‘당신’을 향해서도 짙은 살의를 내비치자, 아서가 상념에서 깨어났다. 힘줄이 불거졌다. 섬뜩한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핏발이 가득 선 눈동자에는 그의 오래된 광기가 가득했다.

“이제 겨우 내가 궁극에 도달한 영역의 초입에 들어선 주제에, 감히.”

기가 흉포하게 넘실거리며 주변을 둘러싼 대기를 찢어발겼다. 하늘빛 섬광이 번쩍이고, [카엘타리온]이 쇄도했다.

마법사의 거리?

‘필요 없다.’

베르덴은 마력과 신성력을 동시에 전개하며 그에 맞섰다. 무한한 힘이 깃든 [인테리스]가 아서를 향해 내리꽂혔다.

운명과 종말이 교차했다.

콰아아아아앙───!

비물질까지 아우르는 반발력의 격류가 베르덴과 아서를 동시에 덮쳤다. 직후 파멸의 뇌격이 하늘에서 추락했다.
그것을 운검을 받아 내어 다른 공간으로 날려 버린 아서가 잔상을 남겼다.

우드드득!

운검의 폼멜이 베르덴의 가슴을 부숴 버릴 것처럼 힘껏 후려쳤다. 두 다리를 지면에 디딘 채로 밀린 베르덴이 휘청거렸다.
피할 수 없는 찌르기가 사각에서 머리를 겨냥해 쏘아졌다.

검로를 막아선 팔과 어깨를 직선으로 꿰었다.

영혼이라고 할지라도 아픔은 느껴진다.
오히려 영혼이기에 고통은 더 깊게 전해진다.

아서는 베르덴에게 죽음보다 더한 운명을 선사할 작정이었다. ‘당신’을 입에 담은 같잖은 도발, 그리고 아직 그가 과거의 원흉을 떠올리지 못한 데서 비롯된 불쾌감의 대가였다.
베르덴의 표정이 절망으로 비틀어지는 걸 봐야만 직성이 풀리리라.

“……!”

그런데 베르덴은 되레 웃고 있었다.

카앙! 쩌어엉! 카가가각! 후웅───쩌저적!

인간과 인간에서 기반한 신 사이에서 몇 번이나 불꽃이 튀었다. 연이은 파멸이 검기에 깃든 운명을 연쇄적으로 파괴했다.
맹렬한 격전이었으나, 결코 접전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촤아아아악!

렌디바르에서 구한 로브가 잔혹하게 찢어져 아예 넝마가 되었다.
내부를 헤집는 서늘한 칼날.
빈손으로 파멸을 차단한 아서가 건틀릿을 두른 손끝으로 베르덴의 늑골 사이를 파고들어 갈비뼈를 부러뜨렸다.

<로드 아케인: 오결(五決)>

아서의 갑옷이 멸했다. 광신자 노인의 볼품없는 넝마가 드러났다. 과거의 영광이 사라진 그는 현재의 광신자로 돌아왔다.
갑옷을 버린 대가로 충격을 상쇄한 아서가 사선을 베었다.

일광一匡

<로드 아케인: 재래(災來)>

참격이 베르덴의 오른쪽 쇄골을 반쯤 갈랐으며, 종말의 벼락은 스쳐 지나가며 아서의 몸에 흔적을 남겼다.

그렇다.

이는 가르간트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졌던 전투의 연장선이다.

“크크큭…….”

두 번째 사도에게 마법이 닿고 있으나 이렇다 할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에 반해서 베르덴의 영혼은 격통으로 넘쳐흘렀다.

그런데 왜일까.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온다.

초위 마법 <멸절>을 시전한 직후에 느낀 극렬한 파괴 충동이 정신을 중독시켰다. 베르덴은 자기 자신이 망가지는 것조차 즐거웠다.

‘그게, 이 뜻이었나.’

섭리자의 조언.

───본질에 충실해라. 그리고 지배하라. 제어할 수 없는 것을 제어하는 경지가 8위계다.

본질을 통하는 것이 8위계로 승격하는 과정인 건 알고 있었지만, 섭리자의 말뜻은 8위계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방법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운명을 무너뜨려 재구성한 존재.
하여 베르덴의 본질은 파괴.

다시 말해 멸망을 제어해야만 온전한 8위계를 쟁취할 수 있다.
데우스 위덴, 반젤리스 루인 아케나드, 라인델 넥스레온은 각자의 본질을 다스림으로써 평온을 얻은 것이리라.

그러나…… 본능에 의존해야 할 때도 있다.

충동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결과로 이어지므로.

쩌어어엉!

[인테리스]로 전달된 난폭한 파동이 베르덴의 마도를 자극했다.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에서 도달한 8위계 경지를 찾았어도 마법계인 이상 경지를 온전히 발휘하려면 고유 마법을 구축할 별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데 신성력이 길을 밝혀 8위계와 그 격에 걸맞은 마법의 창조로 인도했다.

원소 마법, 성신 마법, 망화의 마도, 무한의 마도, 파멸의 마도, <아케인>, <로드 아케인>, 고대의 영창 마법…….
베르덴이 이제까지 주력으로 삼아 온 모든 것이 순간을 향유했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신격화(神格化)>

베르덴이 미완성된 신위를 강제로 해방했다.

푸른 마력과 검붉은 파멸, 그리고 칠흑의 화염의 빛줄기가 소용돌이치며 한데 모였다. 색이 결합하여 ‘혼탁한 잿빛’이 현현했으니…….
어두운 잿빛의 마력이 올다르크의 마력 운용법을 따라 마력회로를 질주했다.

<신성(神性) 아케인: 강림>

베르덴을 중심으로 항거할 수 없는 회색의 빛이 폭발했다. 단순한 빛이 아니라 번개처럼 잿빛의 전격이 뿜어져 나왔다.

쿠웅.

즉시 운검을 회수한 아서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앞을 주시했다.

영성(領星), 알헤나.

혼돈의 잿빛의 마력에 휩싸인 베르덴이 세 번째 별을 발동했다. 천체의 영역으로 변한 틈새의 그늘에 무수한 별이 떠올랐다.
우주에 있을 법한 성체의 구름이 아서의 하늘을 뒤덮었다.

“도대체 언제 죽일 거지?”
“…….”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신성 아케인: 성운(星雲)>

잿빛의 별들이 일제히 발광하며 감시하듯 아서를 주시했다. 만신창이가 되었음에도 베르덴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신의 광기는 식기는커녕 운명에 닿을수록 더 커져만 갔다.

꾸구국.

‘운명 파괴자.’

아서는 운검의 손잡이를 억눌렀다.

‘왜 안 죽는 것인가.’

뭔가 이상하다.
뭔가 놓친 게 있다.

* *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늘에서 추락한 초신성이 지근거리에서 폭발하며 일대를 분쇄했다. 올다르크의 원소 마법을 떠올리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올다르크와 ‘당신’의 전투를 직접 목격한 적 있는 아서의 눈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이미 영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도다. 신격과는 무관할 터. 고대의 신이라고 해도 저렇게나 힘을 쏟아 내면 진즉 죽었어야 했다.’

섬광이 옆에서 번뜩였다.

콰드드드드득!

좌측으로 날아가며 어둠 속에 검을 박은 아서가 어금니를 깨물었다. 본래 전력의 7할까지 끌어올렸던 힘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아직도 영혼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단 말인가.’

666개의 별빛이 몰려들었다.

유광幽匡

“하아아아아압!”

제자리에서 빛을 모조리 베어 버린 아서가 다리에 힘을 실었다. 쿵! [인테리스]를 흘려보내고, 아래에서 대각선 위로 운검을 쳐올렸다.
베르덴의 손이 아서의 손목을 붙잡아서 검로의 완성을 차단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직전까지만 해도 감당하지 못했던 아서의 근력을 베르덴이 견뎌 냈다. 영혼이 비틀린다. 그 소리가 분명 귀에 들렸지만, 베르덴의 마안은 끝없이 아서의 눈을 직시했다.

흘러내리는 피눈물.
그 안에 깃든 끔찍한 개념.

피잇.

아서가 고개를 비틀었다.
종말의 광선이 피부를 찢었다.

‘대체 왜 안 죽는가……!’

함성을 내지른 아서의 고유 검술이 코앞에서 검풍을 일으켰다. 폭풍을 이루는 검격 그 하나하나가 살인기(殺人技)였다.
스태프를 치워 버리고, 팔다리를 난도질한 뒤 베르덴의 심장을 찔렀다가 검을 빼냈다.

‘죽였───’

<신성 아케인: 심판>

잿빛이 구체에 둘러싸인 [인테리스]의 오브가 눈앞에 쇄도했다. 아서의 방어 검술이 가까스로 이를 막아 내고, 쳐냈다.

그런데 떨쳐 내려고 해도 도저히 스태프가 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운명이 종말에 이끌리고.
종말이 운명에 이끌린다.

서로 정반대의 개념에서 비롯된 [카엘타리온]과 [인테리스]가 아서조차도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인력을 일으켰다.

선택해야 한다.

“큭……!”

아서가 결국 운검을 옆으로 내던져 [인테리스]를 베르덴에게서 떨어뜨렸다. 아서의 기술은 검술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베르덴의 심장과 턱을 강타한 그가 달려들었다.

콰아아아앙!

바닥에 넘어뜨려 짓누른 아서가 베르덴의 목을 조였다. 양손으로. 건틀릿이 피부를 점차 찢어 버리며 뼈를 작살내려 했다.
목에서 피가 분출했다. 영혼은 분명 손상되고 있다.

“영혼의 요체를 베었을 텐데……!”

아서의 눈빛이 점점 괴물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바뀌었다.

“어째서, 멸하지 않는가.”

콰득!

베르덴이 공간을 지배해 역으로 아서의 숨통을 억눌렀다. 서로 죽으라고 목을 조였다. 짙은 살의가 더 숨결을 틀어막았다.

‘이건 불가능하도다.’

아서는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몇 번이고 죽였는데, 몇 번이고 죽었어야 정상인데. 운명 파괴자는 고통만 느낄 뿐 영멸의 전조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뭔가 잘못됐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문득 아서 타렌폴드가 베르덴의 머리카락 색깔을 직시했다.

잿빛.
잿빛.
잿빛.
잿빛

잿빛?

‘잿빛……?!’

그 순간에 봉인된 기억이 완전히 풀리며 의문의 정체가 드러냈다.
내면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럼 누가 모든 것을 설계했단 말인가. 여기까지 이어지는 가능성을.

‘가능성.’

태양의 창 [라티르]를 쥔 손길.
신기가 신앙자에 의해 들어 올려진다.

‘운명 파괴자를 세계의 틈새에 보낸 건.’

시간의 개념.
가능성의 집합체.

‘히안테. 이 가증스러운……!!’

공간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콰드드득!

투창된 [라티르]가 아서에게 적중했다. 베르덴의 몸에서 나가떨어진 그가 곧바로 균형을 찾았다. 그의 가슴에 창흔이 생겼다.

[죄송합니다…… 우리의 신이시여…… 회복이 늦었습니다.]

일곱 번째 사도의 신기를 손에 쥔 하드라스가 베르덴을 부축했다. 그를 따라서 악마들이 베르덴의 뒤를 받쳤다.
재생을 마친 악마의 군단에도 아서는 베르덴만을 노려보았다.

“언제까지 농간을 부릴 작정이냐.”

정확히는 베르덴을 둘러싼 힘의 원흉을.

“모습을 보여라!”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이내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크크크큭…….]

베르덴의 어깨 뒤로, 악마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물체가 드리웠다.

베르덴이 흠칫하며 시선을 높였다.
마찬가지로 위를 올려다본 하드라스의 온몸이 경직되었다.

[알아차리는 게 늦었군, 배신자.]

태초의 드래곤──잿빛의 용이 베르덴의 진영을 보호하듯 감쌌다. 언제나 베르덴을 지켜 주었던 초대 마도왕의 로브 [아인베르]처럼.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