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1화 신하(神下) (1)
이그나시아가 아주 작정하고 퍼뜨린 국제 신문은 오전 중에 전 대륙의 도시로 배송됐다. 소도시엔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에 닿으리라.
신문이란 매체는 지금처럼 혼란한 시국에서 사회 통제에 용이하기 때문에 루아스 교국도 깊이 관심을 갖고 있었다.
교황 로마누스는 신문을 끝까지 정독하고는 목에 걸린 황금빛 정십자가를 문질렀다.
“악마 숭배자는 처형당해야만 했나? 흠, 대체 왜 이런 기사를…….”
가르간트의 국제 신문사는 여러 세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교국은 그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
그런데도 그들의 심기를 ‘꽤’ 불편하게 만드는 기사를 떡하니 게재했다는 건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압박을 받았다는 뜻.
조건에 해당되는 범인은 한 명뿐이다.
‘당최 의도를 모르겠군요, 이그나시아.’
신문의 마지막 장에 실린 내용은 악마 숭배자의 무조건적인 즉결 처형을 비판하면서, 악마와 계약한 의도나 강제성을 판단해 처벌에 차등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지극히 평범했다.
역사적으로 수십 번이나 거론된 주제였으니까.
모든 악마 숭배자는 처형되어야 한다는 교국의 방침은 제1차 대성전에서 기인했으니, 무려 6~7세기나 이어져 온 논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아스교는 결국 단 한 번도 이 규율을 수정한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악마의 잔혹성은 타협이 불가능한 성질이니.
다만 문제는…… 계외이자 가르간트의 지배자가 왜 느닷없이 악마 숭배자에 관한 윤리를 건드리냐는 것이다.
긴급 정상 회의 참석도 안 하더니,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것일까.
옆에서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쾌락주의자.”
성녀 에르세티아가 쥐고 있던 국제 신문이 콱! 구겨졌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가고 싶지만…… 아무래도 불필요한 혼란만 더 커지겠죠. 비공식적으로 서한을 보내 악마에 관한 기사는 최대한 자중하라 이르는 게 좋겠습니다.”
“……!!!”
당장 중앙 대륙으로 뛰쳐나가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성녀가 달라졌다. 신성에게 언쟁에서 밀린 뒤 성장이라도 했단 말인가?
“왜 저를 그렇게 보는…… 교황, 설마 제가 분간도 못 하고 가르간트로 가서 난동을 피울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죠?”
“아닐 겁니다, 아마.”
“옛 왕과의 전쟁이 목전에 닿은 상황에서 연합의 초월자와 크게 마찰을 일으킬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때와 장소는 가릴 줄 알아요.”
“네? 앗.”
에르세티아와 가볍게 대련하고 숨을 고르고 있는 성자 레온하르트가 아차 하며 입을 막았다.
그를 곁눈으로 잠시 노려보던 그녀가 솔직하게 정정했다.
“……적당히 가릴 줄 압니다. 광휘를 모욕하지 않는다면. 아무튼 계외가 이 시점에서 이런 기사를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악마 숭배자의 처형은 사장된 쟁점이니 과민하게 반응할 것도 없죠. 하물며 계외가 주체니까요. 그녀의 선 넘는 장난에 어울려 줄 이유가 없습니다.”
악마는 루아스교가 산 자를 증오하는 언데드보다 위험시하고 혐오하는 이형종.
예기치 않게 악마 숭배자 이야기가 국제 신문에 실려 순간 발작은 했지만 그 주제를 보면 외교적으로 분노를 표출할 정도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예전부터 이미 이 문제에 대해 확고한 답을 내렸기 때문이다.
현재의 신인들도 그 의지를 잇고 있고.
“성녀의 생각이 옳습니다. 루아스 교국이 아무리 설파해도 악마종의 위험을 사회가 진정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테지요. 이전에도 그러했듯…… 직접 악마들과 맞서지 않는 한 말입니다.”
제1차 대성전의 생생한 기록들은 성소 아벤카에 보관되어 있다. 악마가 얼마나 교활하고, 악랄하며, 악의적이고 지능적인지, 전부.
그렇기에 세계 회의에서 베르덴이 이형종 공존 사회를 의제에 걸었을 때도 악마만큼은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반대해야만 했다!
악마는 불치병이며 병자를 없애지 않으면 끝없이 퍼져 나가는 악의의 전염병…… 빛의 종교의 기나긴 역사가 그렇게 결론 내렸으니.
악마라는 암에 걸린 악마 숭배자들에게는 오직 죽음만이 구원이다.
“그래도 악마가 거론된 이상 아예 묵살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으니 국제 신문으로 짧게 반박 기사만 올리라 이르겠습니다.”
“맡기겠습니다, 교황.”
에르세티아가 성창을 빛으로 변화시켰다.
“가족이 왔군요, 성자. 30분간 휴식을 취할 테니 다녀오세요.”
“아, 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눈치를 보던 레온하르트가 성검을 역소환하고는 연무장을 나섰다. 입구에서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인 세리아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기척이 천천히 멀어졌다.
자그마한 일면만으로도 가족의 단란함을 엿볼 수 있었다.
성녀와 교황은 레온하르트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말했다.
“……지금은 계외의 수작보다는 에온이 진의를 알아내는 게 급선무겠죠.”
“예, 확실히 생각지 못한 요구였습니다.”
에온은 루아스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대신해서 처리했다. 덕분에 많은 인명이 살 수 있었다. 게다가 로니아 국왕 살해 건과 긴급 정상 회의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충돌까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웬만한 요구는 들어주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에온은 그 빚을 갚는 대가로…… ‘성자’를 요구했다. 정확히는 성자가 초월자 연합 소속으로서 움직이길 바란 것이다.
왜?
생각해 보면 적당하게 갖다 붙일 수 있는 이유는 제법 많긴 했다.
“성자는 성율성단장이기도 하니…… 성율성단을 견제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이단심문관은 광신적인 면모 자체가 불안 요소니까요.”
“…….”
“교황의 결단을 존중합니다. 하나, 만약 저였다면 성율성단의 재결성을 결정하더라도 조금 더 숙고했을 겁니다.”
성율성단의 재창설은 에르세티아가 의식을 잃은 중에 진행됐다.
에르세티아의 광신은 제일이지만, 이단심문관의 그것은 조금 다르다. 여신의 빛을 숭배하기에 어둠을 자처하는 자들이기에.
언제나 소수로 활동하는 그들이 군단을 이룬다면 통제가 엇나갈지도 모른다. 어둠은 겹치면 겹칠수록 깊어지기 때문이다.
“세계 회의에서 신성이 그랬었지요. 저희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 있다고. 성녀, 저는 어쩌면 옛 왕이 그 미증유의 세상에서 온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렇기에 신성이 최전선에 나서려는 걸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나?
그 초대 네크로맨서를 배경으로 두었을 가능성이 높은 베르덴은 더 큰 위험을 인지했기에 스스로 앞장 선 것일지도 모른다.
“……무례하고 강압적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숭고하긴 합니다. 베르덴이란 초월자는.”
에르세티아는 베르덴에게 잡혔던 입가를 괜스레 손끝으로 꾹꾹 눌렀다.
“세상은 넓어요, 교황. 여신의 빛이 닿지 않기에 어둠이 있는 거니까요.”
“그런 어둠마저 밝히는 게 우리의 사명이지요.”
로마누스가 미소를 지었다.
“초월자 연합에 파견하기 전까지 성자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대륙을 위한 전방위 지원을 맡기겠습니다.”
“당연한 말을.”
성녀 에르세티아는 베르덴의 직속으로서, 성소 아벤카에서의 대륙 폭격을 담당한다. 성창의 주인인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전선을 부탁합니다, 교황.”
“허허, 당연한 말씀을.”
교황 로마누스는 동대륙 남부 제2군단장으로서 직접 전장에 나설 것이다.
로니아 국왕이 성자에게 살해당한 타락이 만연한 땅으로.
* * *
달레힌(Dalehin).
현재 주인 없는 땅의 수도격인 어레인보다 먼저, 베르덴이 중앙 대륙으로 넘어와서 처음으로 지배력을 획득한 도시.
그리고.
최근 세계 회의에서 이형종 거주 구획으로 시범 적용될 지성체의 낙원(예정).
달레힌은 대행직에서 영주로 승격한 뱀파이어, 듀말이 관리하고 있다. 이 수면이 불필요한 이형종의 도시 관리 능력은 우수했고, 베르덴을 향한 충성심도 수준급이었다.
[폐하께서 명령하신 대로 에온의 권역 바깥에서 살아가는 이형종들을 초빙해 새로운 행정을 설계 및 시험하고 있습니다.]
듀말이 공손히 높은 지성을 가진, 그렇기에 인간 사회에 제한적으로 공존이 허락된 존재들을 한 팔로 소개했다.
개중에는 사회 공존을 허락받지 않았지만 듀말이 개인적으로 아는 괴물도 있었다. 갑자기 초대한 것은 아니고, 시민들의 반응을 보며 괜찮을 법한 이형종을 선별한 결과였다.
뱀파이어 공작, 레스카르트.
듀말의 먼 친척.
천 개의 목소리, 므네모시.
도플갱어.
형태 없는 목자(牧者), 니야-카.
실체와 비실체의 중간선에서 탄생한 아스트랄적 종족.
흑각(黑殼)군, 오그룬.
사족보행의 인간형 곤충이며 갑충.
이들은 어레인을 찾아온 이형종들의 우두머리격 존재이며, 듀말 본인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끌어모은 지성체…… 자기소개를 마친 이형의 괴물들이 예를 갖추며 의자에 몸을 실었다.
그들 바로 맞은편에는 대륙 전역에 명성을 떨친 베르덴이 앉아 있었다.
‘이분이…… 주인 없는 땅의 대군주!’
레스카르트 공작은 뱀파이어이기에 땀이 나지 않는 몸인데도 식은땀이 비 오듯이 흐르는 기분에 휩싸였다.
‘소문, 소문, 이상이구나. 듀말에게 들은 게 전혀 참고가 되지 않을 만큼.’
습관적으로 허벅지 위에 얹은 찻잔이 미세하게 떨렸다. 제법 오랜 세월을 살았건만 이렇게나 온몸이 무거워지는 기분은 처음이었다.
최대한 육신의 반응을 억누르고 사전에 모의한 대로 대표로서 입을 열었다.
[먼저, 저희와 같은 이형종들에게 과분한 아량과 기회를 베풀어 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단언컨대 저의 뱀파이어 가문과 이들이 이끄는 이형종 일동은 이형종 거주 구획의 완전한 수립에 태만 없이 최선을 다할 것을 피를 걸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뱀파이어이니 피를 걸겠다는 건가.”
베르덴은 자신의 찻잔을 듀말 앞으로 보냈다.
“시간이 없으니 용건만 간단히 전하겠다. 전쟁이 예정된 건 알고 있겠지?”
오그룬이 양 무릎을 짚으며 상체를 숙였다. 마치 깐깐한 늙은 기사 같은 몸짓이다. 벌레형 종족인데도 말이다.
[듀말에게. 들었사옵니다. 저를 비롯하여. 벌레형 이형종은. 사회 공존을 현재. 허가받지 못했습니다만. 폐하께서 친히. 허락해 주신다면. 당당히 전선에 서서. 저희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사옵니다.]
[벌레형 이형종은 지성을 가졌다고 해도 대부분 감정이 없어 사회적으로 용인받지 못하나, 오그룬은 다릅니다. 그는 사회 밖에서 지성을 가진 벌레들에게 감정을 가르쳐 일군을 이루었고, 또한 개체적 강함도 훌륭하여…….]
“불가하다. 이 전쟁은 너희의 증명 따위를 위한 자리가 아니니까. 타인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이상 분란만 야기할 뿐이지.”
베르덴이 듀말의 말을 끊었다. 지극히 정론이라 아무도 대꾸하지 못했다. 하긴 배신자란 자들이 있는 마당에 이형종을 어떻게 믿고 전장에서 등을 맡길 수 있겠는가.
“너희는 보금자리가 될 주인 없는 땅을 수호하고 ‘다음’을 대비해라.”
[다음이라 하시면……?]
“가까운 것도 헤아리지 못하는데 멀리만 본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 실로 그렇습니다.]
레스카르트 공작은 말뜻을 깨닫고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공을 세워서 종족적 위상을 드높이는 데 매달리지 말고 달레힌의 시민들부터 진정으로 자기들 편으로 만들라는 충고였다.
그리고…… 다음은 ‘종전 이후’의 새로운 세상을 의미하리라.
“이미 듀말에게 들었겠지만 마그누스 은행장이 소개해 준 이형종들이 여럿 더 있다. 그들과의 연대를 도모해 보도록.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리엄에게 보고하고.”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배웅은 됐다. 잘 지내라, 피네.”
“에헤헤. 항상 베르덴 님을 위해 기도할게요!”
베르덴은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피네의 머리를 쓰다듬고 걸음을 옮겼다.
과거 달레힌 영주 병사들의 패악질에서 구원받은 소녀 피네는 17살에 달레힌의 하녀장이 되어 새로운 삶을 구가하고 있었다.
[위대한 대군주시여. 한 가지…… 한 가지 질문이 있나이다.]
도플갱어 므네모시의 말에 베르덴이 잠시 걸음을 멈췄다. 어깨 너머로 시선을 던지자 육체가 반투명한 니야-카가 대신 말을 이었다.
[만약 저희가 역사적 소임을 다하다 스러진다면, 유산은 동족에게 전해질까요?]
지성체는 단순히 집단을 존속시키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근본적인 번영을 지향한다. 처지가 나아지길 바란다. 미래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 망각되지 않기를 원한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특별한 이형종인 자신들이 사라지는 순간에 일궈 온 모든 것이 무의미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놓지 못했다.
이에 베르덴이 확언했다.
“너희도 지성체로서 존중받을 것이다.”
비록 한마디에 불과했지만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믿음으로 행하겠나이다.]
그것이 화자(話者)의 무게였다.
* * *
달레힌의 이형종들과 짧은 만남을 가진 베르덴은 홀로 구석진 복도로 향했다. 달레힌에 방문한 이유가 여기 또 하나 있었다.
끼익.
밖에서 잠긴 문을 열었다.
포근함이 도는 어둠 속에서 형체가 꿈틀거리더니 곧 입체감이 두드러졌다.
[……!!]
그림자 악마.
베르덴이 투하르에서 발견한 그 녀석이었다.
사막의 신앙에 대항하는 배교자를 지휘하던 세 명 중 하나인 카타만.
멸절된 고대 신의 신앙이 있어, 소원을 들어주는 기괴한 조각상을 혼란 속에서 몰래 가져갔다가 전쟁이 끝나고 변사체로 발견된 인물.
그림자 악마가 카타만을 죽였다는 정황과 증거는 자명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얌전히 잘 있었다던데.”
악마의 장담할 수 없는 위험성과 루아스 교국에 발각당할 일말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잠시 초대 네크로맨서에게 맡겨 놓았는데……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따라와라.”
[……!!!!]
베르덴은 악마의 신이니까.
그림자 악마는 그림자에 덩그러니 떠오른 눈알로 펑펑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기어갔다. 녀석을 확실히 다룰 수 있게 됐으니 블랙 아워의 대전당으로 데려갈 심산이었다.
그림자 악마가 베르덴의 발밑으로 스르륵 스며든 그때였다.
[카, 타…… 만…….]
“……!”
베르덴의 영향 때문인지 존재감이 조금 성장한 그림자 악마가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카, 타, 만?]
그림자 악마는 자신이 살해했던 카타만의 이름을 불렀다. 카타만은 대체 기괴한 조각상에 어떤 소원을 빌었던 것일까.
* * *
에온의 위상들이자 소사이어티의 삼현자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렇게 셋만 모이는 것도 오랜만이구먼.”
“저야 그렇다 치더라도 두 분은 대전당에 머무를 상황이 아니니까요.”
“마탑주 자리를 비워 둘 수는 없으니까. 더군다나 이 상황에는.”
멜라드는 대전당에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 반면에 오스가르는 디아문 마탑에, 메드란트는 오스테아 마탑에 머무르고 있다.
세력이 커지면서 소사이어티 시절처럼 딱 셋이 모이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오스가르가 나이에 맞지 않게 요란스럽게 기지개를 켰다.
“그래도 디아문 마탑은 사실상 정리가 끝났네. 가레스가 초월자 연합에 들어갔으니 반타룬도 할 말이 없어진 게지. 진즉에 끝날 일인데 예정보다 너무 오래 걸렸어.”
“초월자를 뒷배로 두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요.”
“그래, 수틀리면 전쟁이니. 뭐, 결국 아드리안이 마울러를 상대로 승리했지만!”
세 명의 현자는 초월자와 목을 걸고 싸운 경험이 있다.
멜라드와 오스가르는 산디르 파엔 토벌전에 참여했으며, 메드란트는 혼자서 드라벤 르마르크와 맞닥뜨렸다.
그러고도 살아남았다.
죽을 때까지 자랑해도 될 업적이었다.
메드란트가 팔짱을 꼈다.
“마탑의 가치를 생각하면 그것도 날로 먹은 거나 다름없다.”
“물론 그렇긴 하네. 빌어먹을 전쟁만 아니었으면 좋으련만.”
오스가르는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라며 한탄을 하다가 씨익 웃었다. 수염을 어루만지는 그의 표정은 마법사의 그것이었다.
“그나저나 기대되는군.”
공사다망한 현자들이 이렇게 대전당에 집결한 것은 상부의 부름 때문이었으니.
“과연 우리도 더 강해질 수 있을지.”
베르덴이 대마력의 전수를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