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62

1062화 신하(神下) (2)

블랙 아워의 대전당.

“이그나시아가 국제 신문을 통해 루아스 교국을 건드렸더군. 다행히 신인들이 크게 반응하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이자벨라가 걸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 시국까지…… 정말 미친 사람이긴 해. 최근 사차원을 연구하며 악마에 관심이 깊어졌다지만, 신문에 떡 하니 악마 숭배자 이야기를 실을 줄은 몰랐다니까.”

[이그나시아. 관찰. 모종의 계략이 있을 가능성. 배제 불가능.]

[단순한 쾌락 추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알파와 베타는 나름대로 의심을 품었다.

아드리안이 피식 웃었다.

“정상 회의에서 재미 못 봤다고 괜히 심술부리는 걸지도 모르지. 본인이 불참해 놓고. 제가 가르간트에 다녀오겠습니다, 주군.”
“됐다. 수위를 보니 연합에 분열을 일으킬 마음은 전혀 없어 보이니까.”

정세에 큰 영향을 주는 것 아니면 이그나시아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개입할 생각은 없다. 그래서도 안 되는 거고.
하물며 연합 측면에서 이그나시아는 다재다능한 전력이다. 군단장은 아니어도 그 정도 급을 이런 일로 문책하는 것 자체가 낭비다.

‘하필이면 왜 악마 숭배자의 처형에 대한 기사를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애써 관심을 갖기에는 공사다망하다.

대전당의 그랜드 홀에 가까워질 무렵 이자벨라가 낮은 목소리를 냈다.
황금색 눈동자가 아드리안을 향했다.

“그런데…… 그거 뭐야?”
“뭔 소리지?”
“마울러가 그랬잖아. 너하고 여제하고 무슨 일이 있었─”
“주군, 어서 가시죠.”

아드리안은 순간 빠른 걸음으로 베르덴을 앞질러 나아갔다. 시선들이 등에 꽂혔으나 절대로 돌아보지 않겠다는 녀석의 각오가 전해졌다.

“뭐 있네.”

[인정.]

이자벨라가 악의적으로 입가를 비틀었다. 엘프가 어째서 사악한 자매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될 것 같은 위험한 얼굴이었다.

‘에네트한테 알려 줘야겠다. 케이렐한테도.’

아드리안에게 서투른 연심을 품은 마스터의 파문 제자와 아드리안의 소꿉친구가 들으면 무슨 반응을 보일까?
이자벨라는 몹시 궁금해졌다.

베르덴도 상당한 호기심이 생기긴 했지만 구태여 내색하지는 않았다.

쿠우웅.

그랜드 홀이 열렸다.

“세계의 정점께 경배를!”

베르덴 일행이 들어서는 순간 알데반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좌우에서 에온에 소속된 수백 명의 구성원이 예를 갖췄다.

‘음, 과장스럽긴 하군.’

세계 연합장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세계의 정점이라니.
과한 호칭이라 낯간지럽다.

가급적이면 제지하고 싶으나 아무래도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저 알데반의 얼굴을 보라.

열두 번째 위상으로서의 자부심이 넘쳐흐르고, 게다가 경외와 감격까지 더해져 입가가 귓불에 닿을 기세였다.
여기서 억지로 찬물을 끼얹으면 알데반은 온종일 시무룩해하리라.

탁.

베르덴이 잿빛의 로브 자락을 펄럭이며 어두운 권좌 앞에서 등을 돌렸다.
나머지도 각자의 자리에 섰다.

정적.
그리고, 격동.

“지금부터.”

베르덴이 한자리에 모인 에온의 모든 구성원을 굽어보았다.

“대마력의 전수를 시작한다.”

오늘, 에온은 한 단계 더 도약하리라.

* * *

침묵의 사막을 여행하며 베르덴은 에온에 특색을 입히겠다고 결심했다.

타인을 위한 마법적 이론.
타인의 가능성을 개화시키는 마법 체계.

누군가가 자기보다 더 잘날까 봐 두려워 자원과 지식을 아낀다면, 베르덴은 가진 것을 베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먼저 위상들부터.”

세 번째 형태의 역천을 육신에 직접 새기는 것은 ‘마력회로를 가진 마법사’에 한정한다. 역천의 각인이 곧 외부에서 활동하는 에온의 마법사단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무투계인 아드리안과 라테온 그리고 대마력을 3단계까지 체득한 유니아와 카인을 제외한 간부들이 도열했다.

베르덴은 서열 순서대로 직접 한 명 한 명 앞으로 찾아갔다.

“이자벨라 데이로스.”
“가주.”
“너는 나를 대리하여 대마력을 각인할 수 있는 유일한 마법사다.”

이자벨라는 등에는 이미 두 번째 형태의 역천이 새겨진 결과 마족이 되었고, 마도 <침식>으로 타인의 저항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
역천의 각인처럼 상대에게 깊게 간섭하는 마법적 작용을 오차 없이 완벽하게 흉내 낼 수 있는 마도사는 이자벨라뿐이다.

“더없는 영예에 감사를.”

이자벨라가 마도를 개방했다.

위상과 단원 간에 차등을 주기 위해서 간부진만 마법진이 자리할 신체 부위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게 했으니…….
그녀는 마력만 주입하면 언제든 원상복구가 되는 로브 [이비네스]를 인위적으로 훼손해 새하얀 명치를 드러냈다.

각도가 각도인지라 베르덴만이 볼 수 있었으나, 그녀가 얼마나 대담하고 유혹적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모든 영광은 가주를 위해.”

파아아앗.

베르덴은 손수 부드러운 상반신 가운데에 역천을 작성했다.
두 번째 형태와 세 번째 형태를 동시에 보유한 이자벨라는 어느 의미에서 베르덴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였다.

애정으로 가득한 시선으로 베르덴을 올려다보던 그녀는 들뜬 한숨을 뱉고는 [이비네스]를 수복하며 한 발 물러섰다.

두 번째 위상이 대마력을 하사받았으니 세 번째 위상의 차례였다.

“늘그막에 이런 축복을 받다니. 우리만큼 호사를 누리는 마법사들은 또 없겠지.”

힘의 현자 – 오스가르 파르건은 오른 어깨에 역천의 문양을 받았다. 새로운 마법적 경지를 느낄 수 있음에 그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호호, 언제나 신성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분발해야겠군요.”

지혜의 현자 – 멜라드 타스티엔은 손목 아래쪽을 선택했다.
피부와 동화된, 마법적으로 당최 해석할 수 없는 마법진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며 그녀도 어린애 같은 미소를 지었다.

“존재의 은혜로 기억하겠습니다, 폐하.”

통제의 레바나는 마법적으로 활용도가 가장 높은 손바닥을 지정했다. 에온의 정점이자 8위계 초월자가 고안한 마력 운용법을 얻었다는 사실에 저절로 몸과 호흡이 떨려 왔다.

“폐하께서 바라시는 힘에 의한 자유를, 이 땅에.”

그레이브 러드워스는 좌측 어깨 후면에 은총을 받았다.
블랙 아워 찬탈에 이어 보헤미른 마탑과의 전쟁,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그는 어느새 베르덴의 사상에 깊이 감화되었다.

“더 위대한 에온을 위해.”

이자벨라의 연금술 스승인 알더니스는 손목 위에 대마력을 부여받았다. 여전히 아카데미 교수의 마음을 가진 그는 세력 전체의 강화야말로 자신의 사명이라 생각했다.

“너의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군.”

오스테아 마탑주 – 메드란트 케덴은 팔뚝과 상완 사이에 떠오른 마법진을 관찰했다. 오스테아 마탑은 탐험과 탐구를 추구한다. 그는 위상으로서 베르덴을 탐구 대상으로 지켜볼 것이다.

마지막 알데반의 순번.

“세상은 폐하의 것입니다.”

왼쪽 팔뚝에 마법진을 새긴 알데반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그랜드 홀에 울려 퍼졌다. 손등에 각인하고 싶었지만, 보헤미른 마탑 장로와의 전투에서 그는 양손이 결손되어 어쩔 수 없었다.

알데반이 물러난다.

그렇게 열두 번째 위상을 끝으로 간부의 대마력 전수는 끝났다.
다음은 이곳에 모인 마법사들의 순서였다.

베르덴은 시간을 들여서라도 한 명 한 명 역천을 조각해 주었다. 동시에 에온은 네 개의 마법사단으로 재편되었다.

원소계에 특화되어 무력 제압 및 섬멸에 특화된 ‘천궤의 반전’.

정신계와 부여계 그리고 다양한 마법적 기교를 구사하는 ‘역성의 항렬’.

마법계 연구 및 해석에 초점을 맞춰 에온의 모든 발전을 도모하는 ‘인과의 전도’.

암살, 첩보, 잠입 등 특수전에 전문화된 ‘침묵의 암위’.

이들은 이제 에온의 공식적인 전력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재무 부문, 연구 부문, 정보 부문 같은 기관은 기밀로 취급되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작명은 보헤미른 마탑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베르덴은 개의치 않았다. 이러나 저러나 해도 그가 보헤미른 마탑에서 소년기를 보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쿵.

베르덴은 [인테리스]로 바닥을 짚어 분위기를 환기했다. 대마력의 여운에 정신을 못 차리던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세웠다.

“이로써 대마력의 전수를 완료했다.”

드높은 존재감이 들어찼다.

“물론 대마력의 전파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되레 시작이지. 에온의 일원으로서 자격을 갖춘 마법사는 언제든 기회가 주어질 거다.”

고고한 벽안이 한때 현대 마법사였던 단원들에게 기울었다. 지성체의 존엄에 의거해, 블랙 아워의 인체 실험에 직접 실행한 대가로 마법사의 죽음을 선택한 이들이었다.

“설령 마력회로가 없다고 해도.”
“……!”

앞으로 배포될 에온의 영창 마법은 위계 마법을 상실한 마법사가 터득하게 할 계획이다.
물론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마법사의 마력으로 발현되는 위계 마법과 다르게 영창 마법은 외부의 마력을 이용하여 마법적 현상을 일으켜야 하니까.

아무리 종류가 다르다고 하지만 한번 죽어 버린 마법을 되살리는 것은, 식물인간이 된 사람을 살리는 것과 비슷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창 마법을 체득한 마법사는 정식으로 외부에 에온의 이름을 걸고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얻으리라.

───만약 마법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

연구 부문 총책임자이자 전직 블랙 아워의 상위 간부였던 올노르드가 과거 베르덴이 지나가듯이 한 말을 떠올리고 숨을 삼켰다.

‘내가, 다시 마법을…….’

인체 실험의 속죄로 마법적 경지를 버렸다. 한데 이렇게 다시 기회가 아른거리니 억지로 덮어 둔 작은 미련이 불쑥 고개를 쳐들었다.
폐하의 자비에 욕심을 부리는 꼴이라니!
너무도 추하다는 걸 알지만, 올노르드도 어쩔 수 없는 마법사였다.

그런 올노르드에게서 비행정 정비 등 여러 가지를 배운 울프윈은 속으로 기도했다.
보헤미른 마탑의 비공식 실험체였으며, 이제는 인과의 전도에 소속된 그는 올노르드가 부디 마법을 되찾기를 바랐다.

실험자와 피실험자.

서로를 증오해야 마땅할 관계는 에온의 아래에서 중화되었다. 그들은 하나의 하늘을 짊어지고, 자신의 꿈을 꾸며 살아간다.

“두 번째 초월자 전쟁이 임박했다.”

베르덴이 말했다.

“세계는 연합했으나, 주검의 영광이 옛 왕과 함께 되살린 크세리온 제국 또한 막강하다. 우리 중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곳곳에서 배신자들이 암약까지 하는 전장의 혼란은 너희로 하여금 이성을 앗아 가겠지.”

이 중 한 전장에서 수만, 수십 만이 죽어 나가는 전쟁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드라벤의 일생을 이해한 베르덴을 제외한다면.

“그러니 방향을 잃어버렸다면 나를 찾아라. 내가 언제나 앞에 있겠다. 죽음이 두려워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 내게 기도하라.”

베르덴은 단언했다.

“필요하다면, 내가 너희의 신이라도 될 테니 .”

신을 자처하는 베르덴의 모습은 그야말로 이단의 그것이었지만, 그 누구도 베르덴을 부정하지 못하고 경외감만 내비쳤다.

투하르에서 온 배교의 무나딤과 배교자 라미샤, 또 아리온 바르슬란은 신앙을 깊이 알기에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끌끌끌, 역시는 역시로군.’
“크크큭, 오만하긴.”

괴짜 연금술사인 리토 바르슬란과 절개를 지닌 망치라 불리는 그하룬이 웃으면서 베르덴의 포부에 찬사를 보냈다.

아드리안이 갈채했다.

아드리안을 시작으로 하여 수백 명이 베르덴에게 믿음과 경의를 전하니, 베르덴이 최전선에 서겠다면 그들은 기꺼이 그 뒤를 따르리라.

이윽고 박수 소리와 환호가 서서히 그쳤다.

예정대로 대마력의 전수를 마친 베르덴은 명령을 하달했다.

“각 마법사단은 주어진 임무를 집행하라.”
“예, 폐하!”
“그리고, 우리가 내려가는 즉시 대전당의 심층을 전면 폐쇄하라.”

베르덴은 그 자리에서 악신의 잔재가 담겨 있는 은빛 기둥을 소환했다. 특유의 불길함이 그랜드 홀 전체에 퍼져 나갔다.

“실험의 여파가 유출되지 않도록.”

태고의 모험에서 얻은 악신의 잔재에 베르덴의 피를 먹일 때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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