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72

1072화 군단들 (4)

모험가 길드 본부는 중앙 대륙과 동대륙 사이에 있는 바다 위의 섬이다.
정확한 지점은 대수림과 동대륙 남부 사이의 중앙.

지역 길드장 임명 및 미스릴 이상의 등급 승격과 강등을 심사하며, 모든 모험가 길드를 관리하는 본부 시설의 기술력은 국제 사회에서도 가히 정상에 필적한다.

마탑이 마법의 시대를 열었다면, 모험가 길드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일상의 평화가 무엇인지 깨닫게 했다.

모험가는 그런 존재다.
모험가들은 이 순간에도 일상의 안전과 평화의 기반을 쌓고 있다.

괜히 강대한 세력으로 모험가 길드 또한 꼽히는 것이 아니다.

“…….”

아르카디옴과 정상 회의를 마치고 꽤 오랜만에 본부로 돌아온 초월자──흑해, 테아렐은 평소처럼 절벽 끝에 앉아 있었다.
파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풍경을 구경하는 것은 그녀의 습관이자 취미였다.

물론, 그 감상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

테아렐이 목표한 바다의 공포는 더 이상 막연한 무언가가 아니다. 명확한 실체를 갖고 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위대했다.

호스트.

바다를 지배하는 괴물의 이름이다.

테아렐은 호스트를 죽여야 한다. 세계를 뒤덮을 바다의 공포를 없애는 것이 그녀가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이상이었으니까.

그런데…….

테아렐의 이상은 그녀만의 꿈이 아니었다.

저항의 씨앗.
사도의 대적자.

초대 마도왕이 인위적으로 개입해 테아렐이 그런 길을 걷게 했다. 이유는 하나뿐일 것이다. 호스트를 상대할 무기로 삼기 위해서.

쏴아아아───!

절벽에 부딪힌 파도가 산산이 부서진다.

테아렐의 감정에 반응한 바다가 크게 요동쳤지만 여느 파도가 그러하듯 결국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붕괴되어 흩어진다.

테아렐이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괴물.’

생각이 얼추 정리됐다.

초대 마도왕은 그 호스트를 능가하는 정체불명의 괴물이다. 혹은 신적인 무언가?
아니면, 괴물도 신도 압도하는 불가해한 것…… 그래, 인류의 어휘로 그를 칭하자면 ‘절대자’가 가장 어울릴 것이다.

‘죽일 수 없어.’

심해를 담은 눈동자가 한층 더 깊어졌다.

‘죽이는 것보다 세상을 멸망시키는 게 더 쉬울 거야.’

마법 역사가 설명하는 초대 마도왕을 몇 번이고 머릿속에 그렸다. 그리고 세상이 알지 못하는 비밀을 그 위에 덧씌웠다.

인간의 형태를 한 무언가가 완성되었다.
그것은 어둠에 가려져 안광만 빛냈다.
감정이 일절 깃들지 않은 시선이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지금조차도…… 상상이지만 망상으로 치부할 수 없다.

초대 마도왕은 살아 있으니까.

‘게다가 그런 초대 마도왕을 패퇴시킨 ‘당신’이란 존재가 하나 더.’

세상을 다시 봐야 한다.

역사는 거짓이다.

주관을 한번 뒤집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야를 바꿀 수 없다. 눈동자가 있음에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이용당할 뿐이다.

‘나는 테아렐이야.’

테아렐은 자아를 재인식했다.

‘흑해, 테아렐.’

기억과 감정은 물론이거니와 머리카락 한 올까지 온전히 테아렐 자신의 것이다. 누가 간섭했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진실을 쫓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굴레를 제대로 인식하려면 그 방법뿐이다.

그때였다.

“……왔네.”

그리운 기척이 다가왔다.

해를 등진 모험가들의 그림자가 테아렐의 머리에 드리웠다. 그냥 모험가가 아니었다. 테아렐과 다르게 옛적에 현역에서 물러난 은퇴자들이었다.

“궁상맞게 멍하니 바다 구경하는 건 여전하구만, 테아렐.”

날렵한 쌍검사 – 적발의 유르발.

“40년 전이었나? 해안 도시에서 다 함께 바다의 일몰을 구경했던 게 새록새록 떠오르는군. 그립다, 그리워! 아! 세월이여!”

거구의 격투가 – 호악(護渥), 다레도르 칼브.

“정확히 43년 전입니다, 다레도르 칼브. 그렇죠, 테아렐?”

장신의 마도사 – 발론셀의 해방자, 에브란.

“우리 파티가 이렇게 완전체로 다시 모이다니. 같이 한잔하면 좋겠는걸요.”

고혹적인 대검 사용자 – 작영(斫英), 라에틸라 베넷.

“오랜만이야, 테아렐.”

마검사 – 다엘.

한때 테아렐과 모험했던 추억의 동료들이 길드의 간곡한 부름에 집결했다.
한 명 한 명 파티에 가입해 활동했던 것이 30년이 훌쩍 넘고, 은퇴한 지도 그 정도 시간이 지났으니 전부 세월을 감출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오직 이른 나이에 초월자로 각성한 테아렐만이 옛날 그대로였다.

“안녕, 모두들. 금방 왔네.”
“얜녕, 모두둘. 금뱽 왔녜. 담담하게 말하면 어른스러워진 것 같냐? 나보다 어린 게.”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했는데 고작 3살 차이야.”
“이제 생긴 건 내가 훨씬 더 늙었잖아. 그러니까 내가 더 어른이지. 인정 안 하면 네가 더 어림.”
“유르발, 유치해.”
“테아렐, 오랜만에 봐도 귀여워요.”

유르발이 껄렁껄렁하게 심해가 깃든 머리카락을 거칠게 쓰다듬었고, 라에틸라가 얼굴을 볼에 문대며 테아렐을 껴안았다.

작금의 모험가 길드에서 테아렐은 누구도 가까이 하기 어려운 존재다.
애초에 초월자란 게 그런 데다가 모험가들에게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전설이었으니까. 테아렐은 현역 모험가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하지만.

다섯 명의 은퇴 모험가는 그녀를 어려워하긴커녕 가볍게 대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테아렐은 동료이자 절친이며. 파티의 막내였으니까.

테아렐은 일상이라는 듯 둘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은 채로 말했다.

“다 건강해 보여. 늙었지만.”
“세월이 지났으니 주름이 느는 거야 당연하지!”

슉, 슉! 타앙!

다레도르의 주먹과 발차기가 순식간에 허공을 격했다. 공기가 몰아치는 소리. 근력은 떨어졌어도 기술의 완성도는 변함이 없는 듯했다.

“크, 옛날이었으면 주먹 한 번은 더 날렸을 텐데. 참 나이가 야속하다니까. 잘못하면 젊은 후배들에게 망신당하겠어. 몸이 늙으면 약해지는 게 필연이라니. 누가 이런 세상을 만든 거야!”
“전 강해졌습니다만.”
“에브란, 넌 마법사잖아! 근데 너도 이제 삭신이 쑤셔서 여차할 때 못 구를걸?”
“이 나이에, 이 경지에 땅바닥에 굴러서까지 살 생각 없습니다. 너나 많이 구르세요.”
“크크큭! 우리 중에서 가장 목숨줄 질겼던 놈이 넌데. 어디 안 구르나 보자고.”

다레도르와 에브란은 20대 때와 다를 바 없이 티격태격했다. 무표정한 테아렐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뭐, 전성기는 아니어도 무투계의 경지가 떨어질 정도로 노쇠하지는 않았군. 테아렐, 너는 예전과 좀 달라진 것 같은데.”
“어디가?”
“여러모로 답답해 보여. 상쾌해 보이기도 하고. 마치 미지를 찾았는데, 또 다른 미지에 직면한 마법사 같아.”

다엘이 미소를 지었다.

“이상에 진전이 있었어?”
“응.”
“다행이네.”

현역에서 물러나 한적한 변경 지방에서 모험가 길드장으로 노년을 보내던 다엘이 풀잎을 밟으며 테아렐 옆에 섰다.

“고대의 언데드 제국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지.”
“응.”
“모험가 총동원령은 길드 역사상 처음이야. 은퇴한 우리에게도.”

다엘이 드넓은 바다를 눈에 담았다.
모험가들이 장난기를 거두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다엘이 검버섯이 피어난 손을 마검에 얹었다.

“자신 있어?”
“무슨 질문이 그럽니까.”
“리더도 나이를 먹으니 마음이 약해졌나 보구만.”
“자신 있냐니. 도망치면 죽여 버린다는 이야기를 너무 돌려 말하는 거 아냐?”
“은퇴했어도 저희는 플레이트를 갖고 있습니다.”

등 뒤에 거검을 멘 라에틸라가 모험가 플레이트 목걸이를 꺼내 보였다.
가공된 흑요석으로 제작된 모험가 최고의 상징.

“우리가 헤쳐 온 모험이 얼마인데, 이건 무덤까지 가져가야죠. 안 그래요?”
“응, 우린 모험가니까.”
“……그래.”

다엘이 턱을 당겼다.

“은퇴식은 수십 년 전에 했지만 역시 우리에게는 부족했었나 봐. 모험가로서 해 볼 거 다 했는데도 아직까지 미련이 있는 걸 보면.”
“음! 그게 모험심이지.”
“본부장이 총동원령을 선포하기 전부터 우리가 본부로 향한 것처럼요.”
“전 대륙에 언데드 군단이 빈대처럼 들끓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이 정도 모험은 우리도 처음이야. 아마 이후로도 다시 없겠지. 남은 인생 안에는.”

본래 테아렐의 이명은 그녀에게서 비롯되었지만 그녀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그녀의 별명을 지은 것은 다엘이었다.

흑요 등급 모험가 파티 – 흑해(黑海).

“유르발, 다레도르. 에브란, 라에틸라, 테아렐.”

흑해의 리더, 다엘이 선언했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 모험이다.”

인간을 벗어나 혼자 남겨졌던 초월자를 중심으로 다섯 명의 인간이 재결합했다. 다섯 명의 극점이 다시 현장에 돌아왔다.

모험가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그리고.

중독적인 모험을 위해.

* * *

이자벨라의 마경 토벌을 허락한 베르덴은 드워프 요새로 돌아갔다.
물론 이자벨라도 데려갔다. 겸사겸사 엘로리스도 소개시킬 생각이었기에.

엘로리스는 그하룬의 자격시험을 통과해 갑옷 제작 의뢰에 성공했다. 그하룬과 그하룬의 제자, 외수 라이너스가 동반해서 작업할 거라고 한다.

───이 잿빛이 네 신성력이라…… 이러다 에온 자체가 종교가 되겠군.

베르덴은 세계의 틈새처럼 차원이 아예 다르지 않은 한 신격을 해방할 수 없다.
신이니까.
그 여파가 크기에 루아스교의 신인들이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 회의에서 철저하게 신성력을 감췄어도 성녀, 교황, 성자는 저마다의 이상 반응을 보였을 정도였으니.

그래서 베르덴은 온전한 신성력을 이자벨라나 그하룬에게 보여 주지 못했는데…… 엘로리스가 바로 그 역할을 대신해 주었다.
악신의 잔재로 부활했어도 그녀는 신이 아니라 사도이자 신관이었다.

‘악마의 신이니까 줄이면 악신…… 음, 굳이 줄여 부를 필요는 없겠지.’

베르덴은 문득 떠오른 쓸데없는 생각을 머리에서 치워 버렸다.

‘엘로리스는 갑옷이 완성되면 통신 장치와 함께 내 신전으로 보낸다.’

제2차 초월자 전쟁에서는 신성력의 티끌조차도 드러내선 안 된다. 만약 그래야 한다면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하나는, 패배에 임박하거나.
다른 하나는, 오직 그 수로 승리의 쐐기를 박을 수 있거나.

전자는 물론, 후자도 좋지 않다.

치열하되 막다른 곳까지 몰리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차라리 물러날 공간이 있을 때 피를 쏟아 내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것은 세계 연합장의 역할이기도 하다.

직접 처리하고, 궁리하고, 확인해야 할 사안이 너무도 많아서일까.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했다.

긴급 정상 회의가 끝난 지 반나절하고 하루가 더 지났다. 앞으로 하루나 이틀 정도 더 지나면 하나씩 토벌 군단의 준비가 완료될 것이다.
이미 대륙 곳곳에서 베르덴에게 직통으로 진행이 보고되고 있다.

‘아칸드와의 회담까지, 앞으로 5일.’

베르덴은 머릿속으로 그린 시계 초침의 움직임을 놓친 적이 없다.
시간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만남은 베르덴이 몸소 시간을 할애할 가치가 차고도 넘쳤다.

“어서 오십시오, 쉐오른 장로님.”
“허허! 환영해 줘서 고맙네, 베르덴. 자네 시간을 최대한 빼앗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찾아오게 됐네. 잿빛의 로브, 아주 잘 어울리는군.”

방주의 세 장로 중 일인, 공간의 초월자인 쉐오른 케르노든이 주인 없는 땅에 내려왔다.
북부의 감시자가 말했듯이 키퍼, 아세트로 올딘과 함께.

“공간의 개념은 잘 활용하고 있나?”
“예, 덕분입니다.”
“내가 아니더라도 자네는 훗날 그 경지에 닿았을걸세. 스스로도. 아무튼 내가 자네를 찾은 건 공간과 관련이 있는데…….”

쉐오른 장로가 아까부터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베르덴을 응시했다.
짧은 침묵이 대화를 단절했다.

“……?”

베르덴과 아세트로가 동시에 마음속에 물음표를 띄우는 순간이었다.

“아세트로, 잠시만 둘이 있게 해 주겠나?”
“예, 장로님.”

아세트로는 의문을 갖되 반문하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비웠다. 방주의 장로는 모든 선장으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왜곡된 공간에서 벗어난 아세트로는 이제 둘의 대화를 들을 수 없다.

쉐오른 장로가 말했다.

“베르덴.”
“말씀하십시오.”
“자네는 인간인가?”

인간이란 종을 위한 집단이 인간임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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