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08

1108화 대공세 (4)

대륙 너머까지 성창을 내던지는 것은 신의 기적에 가깝다. 그 한 번 한 번이 고행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으니…….

루아스교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의 신열을 극복한 에르세티아조차도 몇 번이고 성창의 반동을 계속해서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하아, 하아…….”

비지땀을 쏟았다.

빛이 깃든 듯한 황금빛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볼에 붙었다. 이를 떼어낼 겨를도 없이 그녀는 바닥을 짚은 채 거친 숨을 골라야만 했다.

그래도 동대륙, 중앙 대륙, 서대륙에 걸쳐서 무려 십수 번 성창 폭격을 가한 것치곤 신성력과 정신력의 소모가 적었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진즉 실신했으리라.

‘하지만, 여전히 부족해.’

전쟁에서 에르세티아의 역할은 지대했고, 실제로 그 중요성을 증명했지만 그래 봤자 이제 전쟁 중기에 돌입했을 뿐이다.

크세리온 제국은 건재하다.

결국 성창 폭격만으로는 저지할 수 없는 강적들의 공세가 거행될 것이다. 그 순간에 지쳐 있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문 폐쇄를 위한 지원?

세계 연합에서, 또 베르덴이 기대하고 있는 만큼만 활약하고서 물러날 생각은 없다.
그녀는 만인이 빛을 우러러볼 수 있도록 신앙을 관철할 것이다.

“루아스시여. 당신을 사랑하는 가련한 어린 양들을 위해…….”

에르세티아는 여전히 인간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는 루아스 여신상 앞에서 기도했다. 성갑을 착용한 채로 성창의 촉을 아래로 향했다.

“부디, 제게 끝없는 기적을 선사하소서.”

기도는 마음이고.
마음에는 한계가 없으며.
신성력은 마음에서 비롯되니.

성소 아벤카에 결단코 우연이 아닌 신성한 광채가 내리쬐었다.

* * *

화산 지대의 드워프가 속도를 위해서 특별 개조한 공성 병기가 본래의 형태를 되찾는다. 속도가 더 이상 필요 없으니 용도에 맞지 않는 부품은 거추장스러운 장식에 불과하다.

“앙각 40도. 수평 기준각 고정!”

붉은 화산 클랜장 – 아르쿨이 드워프 병기 부대를 통솔했다.

“날려 버리시오!!!”

룬 기술은 드워프의 것.

드워프 장인들이 폭발 룬을 각인한 금속 구체들이 일제히 포물선을 그렸다. 그 무게만 해도 인간 따위는 가볍게 압착된다.
언데드가 짓눌려 가루가 되거나 터진다.
정확히 고위계와 저위계 흑마법 장막 사이에 작은 크레이터가 생겼다. 마치 운석처럼 떨어진 그것들에서 시뻘건 열기가 번졌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구체마다 반경 25m까지 태워 버리는 폭발이 발생, 저급한 언데드가 잿더미가 되었다.

룬 폭발은 일회로 그치지 않는다.

금속 구체가 파괴되지 않는 한 충전 시간을 갖고 다시금 폭발을 일으킨다.
적의 입장에서는 자기 진영에 지뢰가 단단히 박힌 셈이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닐 터. 아니나 다를까 놈들이 반응했다.

쩌어어엉!

물론 데스 나이트가 츠바이핸더로 내리찍었음에도 금속 구체는 멀쩡했다.

“하하하하하하핳! 미스릴 합금으로 만든 거다, 이 시체 새끼들아!”
“멍청한 언데드 놈들! 아주 백날 때려 봐라. 그게 부숴…… 어?”

시체지기───크립트 워든(Crypt Warden).

그 변종이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팔뚝으로 폭발하는 금속 구체를 잡아 던졌다. 연합 진영에 닿을까 말까 한 터라 드워프들이 술을 들이켰다.

“발리스타로 요격하시오!”
“뭘 병기까지 쓸 필요가 있나!”

레기온의 로드인 그리즈월이 도약해 도끼의 면으로 구체를 받아 냈다. 일탈자. 그의 신체 능력은 극점마저 일부 벗어났다.
룬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에 엄청난 완력으로 이를 쳐 냈다.

콰과아아아앙!

크립트 워든 변종의 상반신이 뭉개지며 곧 폭발에 노출됐다.

그리즈월이 바닥에 착지하고 그대로 선두를 맡아 돌진했다.
양손에 각각 거대 도끼를 쥐었다. 검은 화산에서 베르덴에게 파괴당했다가 아르쿨에 의해서 수리된 아티팩트였다.

“로드를 따르라!”
“연합을 위해!”

아르나크 제국의 레기온을 필두로 발데라 왕국군과 바림티엘 협국군이 사기로 물든 평야를 질주했다.
드워프 전사들 또한 무장해 합세했고 10대 마탑은 상공에서 타격을 가했다.

그리즈월의 양옆으로 곧 아카데미의 교장과 완벽한 모험가가 자리했다. 일마리온과 카스티안이 스태프와 검을 휘둘렀고, 그리즈월은 그대로 들이받았다.

언데드 군단의 최외곽이 뚫렸다.

“둘 다! 최대한 중심부까지 선도하게!”
“좌측을 맡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우측을.”

서쪽 연합군이 세 부대로 갈라져 그들 최고 전력을 뒤따랐다. 좌우에서 폭음이 일었다. 과연 대륙은 넓고 강자는 많다.

붕, 콰자자작!

그리즈월이 하위 언데드로 학살을 벌이고 있다가 낯익은 한기를 느꼈다.
험악한 그의 얼굴에서 야만적인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하하하, 도련님께서 오셨군.”

그리즈월은 차디찬 북부 출신이고, 프로하스 선대 왕이 임명한 대전사이기도 했다. 오직 강자와 싸우기 위해 프로하스를 나선 그는 제국의 로드가 되었지만 여전히 뿌리를 잊지 않고 있다.

쩍!

그리즈월이 언데드 사이에 숨어 있는 엘더 리치의 두개골에 도끼를 짧게 박아 넣고 남쪽을 향하여 팔을 흔들었다.
엘더 리치의 시체가 교수형당한 죄인처럼 매달린 채 출렁거렸다.

북부식 인사였다.

저 멀리 남쪽 산등성이에서 한 청년이 그리즈월의 환영에 응했다.

* * *

“전장 한복판에 있으니 만면에 미소가 가득하군요, 그리즈월.”

에레스가 손인사로 흔들고 있던 언데드를 강하게 붙잡았다. 뼛속까지 얼어붙어 있던 놈이 얼음 파편이 돼 흩어졌다.

리엔제 근위전사장이 말했다.

“이런 전쟁은 그에게도 처음이니까요. 물론 저희도 그렇지만요…… 폐하.”
“예, 리엔제.”
“날뛰어도 되겠습니까?”

북부의 피는 전투를 즐기며 혈투를 사랑한다.

다른 북부인과 비교해서 참을성이 많았던 리엔제도 어마어마한 숫자가 난전을 벌이는 전장을 참기 어려워했다. 상대가 언데드든 인간이든 간에 죽여야 할 적만 있으면 충분했다.

프로하스의 왕으로서 어떻게 그 충동을 억누를 수 있겠는가.

“명령을 들을 수 있도록 귀는 열어 두시길.”
“예, 폐하.”

리엔제가 송곳니를 드러냈다.

“왕명이다. 모조리 찢어 죽여!”

대전사들이 크게 울부짖었다. 북부인들이 에레스의 양옆을 지나쳐 갔다. 에레스는 보검을 땅에 꽂은 채로 바위에 걸터앉았다.

에레스는 북부의 한기가 온전히 자리잡은 곳에서만 모든 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테르네티아 연방의 중심부는 그런 한기와 거리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니비스]로 한기를 이 땅에 부여할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기에 일단 후방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동쪽으로 고개를 향했다.

“저게 엘프의 전투…….”

정글로 남하해 숲과 숲을 넘나들어 전장에 도착한 엘프 부대가 유연하고도 유려한 궁술과 검술, 그리고 정령 마법을 구사하며 가세했다. 집단적인 움직임은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정교했다.

이렇게나 본격적으로 엘프가 전투에 임하는 것은 그도 처음 봤다.

고대 정령의 힘을 빌린 메르퀴엔의 폭풍 화살과 저항력이 꽤 높은 언데드를 저항감 없이 베어버리는 카란스의 검격도 볼만했지만, 그중 발군은 세계수의 관리자였다.
가르간트의 세계 회의와 프로하스에서의 긴급 정상 회의에도 참석한 세렌디아.

“강하군요.”

대수림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 관리자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지 못하나, 세렌디아가 그중에서 하위권은 아닌 듯했다.

다음으로 북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테르네티아 연방 토벌군단은 수십만의 병력으로, 에레스를 기준으로 동쪽으로 파상공세를 벌여 언데드 군단을 깎아 내고 있는 중이었다.
소용돌이의 나선처럼 움직이며 내부를 파고들다가 동쪽의 엘프와 합류하여 즉각 중심부를 찌르는 전술의 전조였다.

‘이 과정에서 토벌군단의 강습대가 취약한 부분을 돌파해 내부를 휘젓는다…… 인데. 단순히 비행정에서 뛰어내릴 생각인가.’

베르덴이라면 단신으로 군단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 터였지만, 그러지 않는 걸 보아 아무래도 폴테인 평야에서의 개전 마법으로 인한 반동으로 힘의 운용에 문제가 생긴 듯했다.

하긴 등가교환의 법칙상 그만한 초위 마법을 쓰고 온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저 크세리온 제국의 방공망은 최상위 언데드들로 구현된 게 자명하다. 7위계급의 마법을 쏟아붓지 않는 이상 없애기 어려울 정도이니, 초월자가 아닌 이들을 보호하며 돌파하기에는 소모가 클 텐데.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난입하겠다는 걸까.’

에레스가 영역을 확장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의문은 단번에 풀렸다.

화아아아악─────────!

중형급과 대형급 사이의, 어두운 성채를 떠올리게 하는 금속 선체의 비행정이 무시무시한 각도로 곡선을 그리며 급강하했다.
그건 방주의 지도자께서 하사한 여섯 번째 선장의 아르시스였다.

“설마.”

아르시스가 최고위급의 두터운 마법적 보호막과 격돌했다. 충격파가 터졌다. 보호막의 균열을 흑염이 비집고 들어갔다.

리치들의 보호벽이 일부 무너졌다.

아르시스가 그대로 언데드 군단의 내곽을 휩쓸며 불시착했다. 지면이 움푹 파였고, 아르시스가 회전을 거듭해 지상과 마찰을 일으키다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가까스로 멈췄다.
뒤늦게 어마어마한 굉음이 터져 나와 넓은 전장을 강타했다.

비행정이 발명된 이래로 저런 방식의 운용은 듣도 보도 못했다.

“아무리 아르시스가 견고해도…… 경이롭군요.”

에레스는 경이의 답파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모험적인 인물이라고 느꼈다.
나쁘게 말하자면 미친 사내가 따로 없었다.

* * *

충분한 속도가 실린 아르시스는 돌진 자체만으로도 가히 병기에 가까웠다.
안 그래도 견고한 금속 선체에 여러 방위 마법진을 설치해 저항력을 높였으니 베르덴을 기준으로 웬만한 충격도 너끈히 견딜 수 있었다.
정밀하게 계산한 대로 실제로도 그러했다.

‘엔진이 손상된 건가. 당분간 온전하게 운용하기는 어렵겠군. 그래도 어떤 소모도 없이 이곳 사문에 거의 근접했다.’

아르시스를 조작해 문을 개방했다.

탑승객은 안전했다.
심란해 보이기는 했지만.

수인 대부족의 산왕이 털이 헝클어진 채로 눈가를 부르르 떨었다.

“뭐, 뭐 이렇게 무식한…….”
“무모한 건 여전하네요, 읍.”
“이거, 충격을 감쇠하지 않았으면 초월자도 위험한 것 아니었나……?”

핏빛검 레이라는 멀미가 났는지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고. 헬리온 마탑주인 트리톤은 피가 빠진 얼굴로 바닥을 짚었다.

“…….”

레온하르트는 어떠한 안전 대책도 없었을 경우를 상상했다.
침을 꼴깍 삼켰다.
충격을 전부 받았다면 솔직히 그의 저항력으로도 멀쩡하지 못할 것 같았다. 정말로 운이 안 좋으면 죽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드리안이 앞장섰다.

“살았으면 나와라. 적진이다.”

물론 그도 심장이 뛰었다. 아드리안은 높은 곳을 좋아하지 않기에. 먼 상공에서 급강하하는 비행정은 더더욱 그러했다.

바깥으로 나오자 죽음이 만연했다.

전 방위에서 아르시스를 향해 언데드가 몰려들고 있었다. 곧바로 움직이지 못한 걸 보니 놈들도 상당히 당황했던 모양이었다.

“아르시스가 불규칙적으로 휘저은 덕분에 적군의 진형이 생각보다 더 크게 흐트러졌군. 다행히 엘프의 합류가 더 빠르겠어. 기왕 놈들에게 공백이 생긴 셈이니 이용하도록 하지. 계획을 다소 변경한다.”

마도 <무한>

“선발대는 즉각 사문으로 향해서 본대가 진입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장악해라. 모든 길목은 나 혼자서 확보하겠다.”

망화가 전신에서 피어올랐다. 베르덴을 걱정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었다. 그가 하겠다고 하면 맡기는 것이 답이다.

“만약 여의치 않으면 사문 밖으로 후퇴하도록.”

선발대의 주 목적은 정찰에 있다. 사문 내부에 뭐가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본대가 진출하기에 앞서 전력 파악이 필요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주군.”

아드리안은 그리 대답했지만 당연히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절대로 말이다.

“그럼…….”

베르덴이 하늘을 가리켰다. 허공에 생선된 흑염이 거대한 원을 형성했다. 테두리가 이글거리는 그것이 특유의 열기를 뿜어댔다.

<막하(莫下)의 륜>

소멸의 태양이 낙하했다.

“산개.”

흑염이 폭주해 들이닥치는 언데드를 흔적도 없이 지워 버렸다. 폭음 속에서 아드리안과 레온하르트의 선발 부대가 사문으로 직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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