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10

1110화 대공세 (6)

옛 왕의 최측근 네 마리──아마도 제1사령관에서 제4사령관까지는 명확한 자아를 갖고 있으며 저마다의 판단력을 지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단 델하룬에서 확인된 제2사령관과 제4사령관은 그랬으니까.

‘가레스는 놈을 오만한 시체 새끼라고 평가했다.’

아드리안은 거만한 자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드리안 자신이 애초에 그런 부류이기 때문이다.
경지에 오르며 성격이 어느 정도 교정되긴 했지만 근본이 어디 가겠는가.

‘그렇다면 도발은 먹힌다.’

아드리안은 검으로 다른 사령관을 가리키면서 눈은 제2사령관을 향했다. 무엇을 선택하든 싹 다 죽여 버릴 거라는 고압적인 기세를 내뿜으면서 예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그들은 지척에 있는 것처럼 서로 시선을 맞대고 있는 와중.

스윽…….

짧게 턱을 치켜든 제2사령관이 느긋하게 오른팔을 들었다. 아드리안을 가리키며 피골이 상접한 머리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9사령관.]

광검의 끝부분을 노려보고 있던 인간형 언데드가 몸을 움찔거렸다.

[아드리안 첸버스의 목을 가져와라.]

제9사령관이라고 호명된 개체의 모습이 일순간에 흐려지더니 세계 연합의 선발 부대와 가까운 거리에서 나타났다.
뒤늦게 놈이 지나온 경로를 따라서 기류가 몰아쳐 흙먼지가 일었다.

레온하르트가 미간을 좁혔다.

‘빠르다……!’

그의 동체 시력으로도 그 움직임을 전부 파악하지 못했다. 위험하다. 속도에서 밀리면 아차 하는 사이에 선발 부대가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인간에게는 급소가 있으니까.
목이나 주요 혈관에 칼날이 들어오면 초월자 말고는 살아남기 어렵다. 그러니 치명상마저 치유할 수 있는 대주교급의 성직자들을 지켜야 한다.

레온하르트는 판세를 읽으며 자신의 몸으로, 모든 방위에서 루아스 교국의 전력을 보호하기 위해 옆으로 두 걸음 옮겼다.
그러면서 아드리안에게 의념을 보냈다.

───제2사령관이 개입할 조짐을 보인다면 즉각 나서겠습니다. 최대한 전투에 방해되지 않도록.

───마음대로 해라.

대장전은 성립됐다.

───어차피 놈이 개입할 틈조차 없을 테니.

아드리안은 광검을 오른쪽으로 늘어뜨리며 상대를 관찰했다.

피부가 벗겨져 근육의 질감까지 드러난 육신.
얄쌍한 몸체.
양손에 쥔 두 개의 소검.
팔과 다리에 별도로 부착된 여섯 개의 날붙이.

‘속도에 특화된 개체. 나와 같은 부류.’

동대륙 남부에서 처리한 제6사령관은 옛날에 죽은 모험가라고 들었는데, 제9사령관도 언데드로 되살아난 과거의 인물일지도 모른다.
얼굴 피부가 아예 없어 도통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영혼을 이용한 것은 분명할 터. 그렇다면 시체도 없이 과거의 모든 사망자를 대륙에 부활시킬 수 있다는 건가. 혹시…… 레이먼 스승님도.’

아드리안은 보헤미른 마탑주의 실험심에서 서거한 스승님을 떠올렸다.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시신마저 인체 실험 재료로 사용되어 초월자 산디르 파엔의 결손된 팔을 대체하던 광경을 떠올렸다.

그리움은 지울 수 없다.

언데드가 되었더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것이 그의 마음이다. 하지만 뒤를 돌아볼지언정 이상을 추구함에 있어 물러섬은 없다.

만약 스승님이 적으로서 앞을 가로막는다면 기꺼이 베어 넘기리라.
에온의 첫 번째 위상으로서.

“스읍───”

아드리안이 각오를 다지고 앞다리에 힘껏 체중을 실었다. 그에 맞서 제9사령관도 양 팔을 아래로 길게 늘어뜨리며 상체를 숙였다.

애써 시간을 끌지 않겠다.

본대의 진입을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전면전을 벌이기에 앞서 언데드 군단의 전력을 확실하게 줄이는 게 이득이니까.
적의 난입을 상정해 두어야 한다.
이곳을 지켜보고 있는 언데드 놈을 믿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니. 최선의 선택은 레온하르트에게 말했던 대로다.

제2사령관이 끼어들기 전에 제9사령관을 처단하는 것.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출혈은…….

‘감내한다.’

극예極叡

아드리안이 지면을 박차는 순간 여러 잔상이 뒤에 남았다.
보랏빛의 기운이 요동쳤다.
언제라도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서 전속력을 내지 않았음에도 가공할 속도.

[핫.]

제9사령관이 좌측으로 기동하더니, 급제동을 걸고 곧바로 뒤쫓아오는 아드리안을 향해 역수로 쥔 소검을 내리찍었다.

────쩌엉!

칼날이 부딪치는 소리는 이미 수십 합을 주고받은 뒤에 모두의 귓가를 스쳤다.
머지않아 대기를 찢는 금속음이 폭풍처럼 잇따라 몰아쳤다. 소리는 그들의 속도를 전혀 따라잡지 못해 유령처럼 허공을 맴돌았다.

두 사람의 무기는 서로의 저항력을 손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공격을 허용하면 그대로 전투의 불리함으로 이어질 터.

난무亂舞

기예와 기예 같은 검술과 엇갈릴 때마다 대기는 격자로 조각났다.
서슬 퍼런 검기가 빗발쳤다.
육안으로는 그들을 명확히 인지할 수 없었다. 기와 사기의 흐름과 눈부신 불꽃의 비산(飛散)만이 그들의 실재를 증명할 뿐.

절대적인 속도 자체는 누구 한 명이 압도한다고 할 수 없는 차이. 전투의 판도를 바꾸려면 누군가가 먼저 사선에 몸을 들이밀어야 한다.

치열한 격전에서는 사소한 부상조차도 치명상으로 즉결될 수 있으니, 언데드이기에 그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제9사령관이 거리낌 없이 간격을 좁혀야만 했으나…….

선수를 친 것은 아드리안이었다.

광검 [실렌다르]가 밀어내듯이 여러 개의 칼날을 찍어 누른다.
아래로 그림자가 들이닥친다.
제9사령관이 물러나며 회전해 초월자의 살가죽을 갈라 팔뚝, 복부, 어깨에 자상을 남겼다. 선혈이 묻어 나왔으나 기껏해야 찰과상.

아드리안은 파고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언데드의 날붙이가 살을 파고들 때마다 핏방울이 허공을 적셨다. 가레스와의 전투로 망가져, 그하룬이 수리해 준 갑옷의 얇은 부분도 뚫리기는 했지만 역시 그뿐이었다.

모든 검흔은 뼈와 신경계를 비껴갔고, 또한 급소를 외면했다.

숱한 전투를 통해 정련된 전투 감각이 아드리안을 ‘몰입’으로 이끌었다.
생각할 것도 없다.
육체가 최적의 움직임을 찾아냈다. 그 길을 따라서 검이 나아갔다. 볼에 칼날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 대신 반의반 박자를 선점했다.

한시도 닫히지 않는 하늘색 눈동자.

겉모습만은 아드리안의 패색이 짙었지만 고작 몸을 더럽힌 정도로 그는 간격을 거의 장악했다. 그 사실은 언데드도 이해하고 있었다.

더 이상의 접근을 허용하면 안 된다.
생전의 감각이 그렇게 판단했다.

[──!]

지근거리에서 검기가 충돌하자───제9사령관이 아드리안에게 후퇴를 강요하려고, 팔과 다리를 비틀어 무려 여덟 개의 칼날로 서로 다른 요해(要害)를 노리는 극도의 기교를 펼쳤다.
물러나는 것 이외에는 어디로 피하든 생명선을 찢어발기는 불가피한 검로의 향연이었다.

그리고.

아드리안은 찰나의 여유조차 없이 전진하며 광검을 양손에 고쳐 쥐었다.

‘부족하다.’

주군과의 격차는 따라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계속 벌어졌다. 8위계에 도달했음에도 주군은 횡보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장의 폭을 넓혔다.

원소 마법.
흑마법.
마법진.
무한과 파멸의 마도.
신격.

주군께선 스스로 가장 큰 위험을 자처하는 경향이 크다. 그런 위험에 온전히 대처할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고 판단하기에.
그 판단을 전혀 부정할 수 없다는 것에 아드리안은 분노가 치밀었다. 검이 되고자 했거늘, 결국 지켜지는 쪽은 바뀌지 않았다.

언제나 필요한 것은 강함.

아무리 못해도 8위계급의 존재를 상대로 선전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주군께서 짊어지고 있는 짐을 크게 나누어 들기 위해서는.

베르덴의 이상이 드높아지면 아드리안의 이상 또한 한없이 드높아지니.
광기의 순도는 그에 비례한다.

──────!

서로 딛고 있는 대지를 중심으로 검격이 거듭해서 맞물렸다. 아드리안이 허공을 연신 밟아 반경 10m의 공간을 전장의 틀로 가두었다.
제9사령관이 그 경계선에 닿을 때마다 아드리안이 끌어내어 몰아쳤고, 광검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기예를 발했으며, 그건 절기로 승화되었다.

무수한 잔상이 겹쳐 본체를 구별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대기 자체에는 검흔이 새겨졌다.

멈춰 선 보랏빛 검격들은 아드리안이 절단한 공간의 경로를 의미하는 듯했다. 수십, 수백. 이내 그 이상의 첨예한 균열이 모두의 시야를 뒤덮었다.
동시에 커다란 검명이 울려 퍼졌고, 허공에 수놓인 검의 흔적과 공간을 집어삼킨 검기의 폭풍이 삽시간에 흩어진 순간이었다.

아드리안 첸버스가 광검을 앞세워 직선을 꿰뚫고 지나갔다.

“다음.”

크세리온 제국의 제9사령관이 반으로 쪼개졌다.

* * *

단말마의 비명조차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그럴 시간도 없었다.

제9사령관은 자신의 죽음을 자각하지 못한 것인지 비틀거리며 양팔을 힘겹게 움찔거리다가 이내 좌우로 완벽하게 분리되었다.

쩌엉.

좌반신과 우반신이 쓰러지는 와중 놈이 들고 있던 두 개의 소검과 팔다리에 부착된 여섯 개의 칼날까지 산산조각 났다.

전투가 시작되고 고작 몇 분 지났을까.

초월자급의 전투가 결판나기엔 이른 시간이었으나 현실은 현실이었다. 제국의 힘을 상징하는 사령관 중 하나가 무참하게 토벌되었다.

레이라가 숨을 삼켰다.

‘……전혀 안 보였어.’

악마의 저주로부터 힘을 일부 끌어낸 그녀의 신체 능력은 미스릴 등급의 규격을 벗어났으나, 그럼에도 움직임을 아예 포착하지 못했다.
만약 그녀가 적이었다면 대응할 새도 없이 찰나에 목이 달아났으리라.

그런 상상을 하며 직전의 전투를 평가하자면───

압도적이다.

출혈은 있을지언정 아드리안의 전력이 약화될 만한 부상은 없었다. 손실 없이 초월자를 한 명 잡아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적군의 총지휘관을 도발하여 최고 전력과의 일대일 대결을 유도해, 참살.

망나니 시절의 아드리안을 아는 트리톤과 대주교 등은 경악을 금하지 못했다.
초월적인 강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고도의 심리전으로 적을 도발하여 확실한 이득을 취하다니?’

베르덴에게 충성을 바치면 지능이 높아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과거의 악명에 어울리지 않는 계산적인, 또 과감한 전략이었다.

선발 부대의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경지를 이룩해 남부럽지 않은 명성을 자랑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여러 방면에서 아드리안에게 압도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레온하르트는 직전 전투가 얼마나 수준이 높았는지 느끼며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정상 회의에서는 많이 봐주셨군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요.”
“그 정도가 적당했으니까.”

아드리안이 짧게 대답하고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제2사령관을 노려봤다. 제9사령관에게 그러했듯이 광검을 놈에게 겨누었다.

“다음이라고 했을 텐데. 나와라.”

[시체 하나 베어 낸 걸로 자만하는군. 하나 상정했던 것과 괴리가 있는 건 사실. 그러니 그에 걸맞게 대우해 주도록 하마.]

기류가 정지한 것처럼 느껴졌다.

[여흥은 여기까지다.]

언데드 정예군이 움직였다.

“도발에 걸려 사령관 하나를 잃더니, 이제 와서는 내게 죽을까 봐 두려워졌나?”

[여흥이란, 무엇을 하든 간에 운명이 바뀌지 않으니 여흥이다. 제9사령관이 있든 없든 결과가 달라질 일은 없지.]

여섯 번째 사도의 권속이 몸을 일으켰다.

[나, 크세리온 제국 제2사령관. 정복의 묵시록, 라크디온.]

라크디온이 정복(역병)의 검을 뽑아들었다. 냉기가 흘러내렸다. 그것은 북부의 한기보다도 차가운 죽음의 또 다른 형태였다.

[너희를 토막 내면 운명 파괴자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시체 새끼가 누구를.”

아드리안이 관자놀이에 핏대를 세웠지만 그렇다고 달려들지는 않았다.
그는 군단장의 역할을 우선했다.

“나와 레온하르트가 놈을 상대한다. 나머지는 모든 아티팩트와 매직 아이템을 사용해 사문 주변에 영역을 구축하도록.”
“예, 군단장.”
“내 간격에서 벗어나지 마라, 레온하르트.”

아드리안이 광검을 옆으로 뻗었다.

“실수하면 죽는다.”

실수하면 아드리안에게 맞아 죽는 건지, 사령관에게 죽는 건지 순간 헷갈렸지만, 어쨌든 레온하르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성검을 수직으로 세웠다.

“루아스시여.”

언데드 군단이 점차 속도를 높였다.

“무구한 광명을 위해.”

라크디온이 언데드 괴수를 박차고 도약하여 그들을 향해 쇄도했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압박감이 일대에 전해졌다.

쩌어엉───!

아드리안과 라크디온이 이내 허공에서 정면으로 격돌했고, 아드리안을 뒤따르는 레온하르트의 성검이 라크디온을 겨누었다.

지상에서는 곧 폭음이 번졌다.

테르네티아 연방 사문 내부에서 전쟁이 시작됐다.

* * *

동대륙의 다크워튼 마탑.

“…….”

라인델 넥스레온이 눈을 감고서 대륙에서 발생하는 모든 죽음을 감지했다. 벌써 며칠째. 그는 거의 죽음의 개념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이윽고 그의 눈꺼풀이 꿈틀거리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그곳이었군.”

라인델이 통신 장치를 켰다. 굳이 남한테 말하지는 않았으나, 그는 변화를 아주 선호하기 때문에 에온이 발명한 신문물을 좋아했다.

“베르덴, 사룡의 위치를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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