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18

1118화 제물의 무게 (1)

펜드렌호 토벌군단의 총 사망자는 2할에 가까웠고 부상자는 4할에 육박했다. 당장 가동할 수 있는 함대는 전체의 27%밖에 되지 않는다.
격렬한 운용 탓에 동력 부분이 과열되는 등 정비를 하지 않으면 안전성이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다수의 국가급 전력이 돌아오지 못했다. 대주교가 사망했고, 마탑 장로들도 그러했다. 각국의 강자들과 최고위 모험가들도 꽤 전사했다.

총 전력의 손실은 숫자로 보이는 것 이상…….

오직 손실률만으로 따지면 교리적으로는 궤멸급의 피해다.

그래도 승리했다.
그렇게 살아남았다.

베르덴이 몰래 갑판 위로 테아렐을 옮기자 그녀를 발견한 군단 전체가 격하게 반응했다. 모험가 길드가 특히 그러했다.
테아렐의 동료들은 서둘러 그녀를 데리고 치료실로 이동했다. 네르가는 테아렐의 피부에 숨어 철저하게 존재를 감추었다.

에온의 위상과 제국의 로드 등 중상자는 다행히도 치료에 차도가 있었다. 은휘의 대주교가 사르카논의 사기에 노출된 이들을 위해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도 않고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사문이 폐쇄되고 난 이후 펜드렌호 곳곳에 있었던 이형체들도 사라졌다. 델하룬과 경과가 다른 걸 보면 아마 이곳 사문의 특성일 것이다.

당연히 다행이 아닐 수 없지만…… 베르덴은 그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소울 트리.’

초대 마도왕은 대수림에서 연구를 거듭해 세계수의 특성을 소울 트리에 부여한 다음에, 이를 반영구적인 동력원을 구축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베르덴은 지금까지 세상을 주유하며 소울 트리를 여러 번 접했다.

리비안트 공국에서.
검은 화산 지대에서.
사문에서.

소울 트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운명과 저항 양측에서 발견되었다.
도대체 그 나무가 무엇이길래?

* * *

리비안트 공국에 출현한 소울 트리는 성장을 마친 것도 아니었으니 달리 인상적인 특징은 없었으나…… 화산 지대의 그 개체는 아니었다.

검은 화산의 클랜장이자 황금 모루라 칭송받았던 드워프 우구마르.
그는 초대 마도왕의 명령을 받고 검은 화산 자체를 소울 트리의 양분으로 바쳤고, 그 결과로 검은 화산은 멸망을 맞이했다.
우구마르는 뜻하지 않게 소울 트리와 하나가 되어 수백 년을 연명했으며 이후에 베르덴 일행에게 발견된 끝에 그하룬의 망치에 명을 달리했다.

‘초대 마도왕은 소울 트리와 우구마르를 이용해서 어떤 ‘개념’을 창조했다.’

검은 화산 지대가 아주 붕괴되기 몇백 년 전에 초대 마도왕은 대수림에 있었다. 그곳에서 베타를 만들었고 베타와 함께 반영구적인 동력원을 연구했다.
해당 연구 과정에서 양분을 ‘흡수’하는 소울 트리의 이형성을 확장하려고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그 ‘개념’이 현 10대 마탑의 동력원이라는 가설이 유력한 상태…….’

베르덴은 고요한 펜드렌 호수를 굽어봤다.

사문이 폐쇄되자 이형체 전부가 사라졌다. 사문의 근원체를 감싸고 있던 죽음의 소울 트리가 없어지면서 그것들은 흔적도 없이 소거되었다.

이는 소울 트리의 특징이다.

백색 눈동자들.

소울 트리는 흡수한 생명체를 소환해 뜻대로 다룰 수 있는 개체다. 놈들은 하나같이 하얀 피부와 하얗게 물든 눈동자를 지니고 있다.

펜드렌 호수의 이형체는 그런 백색 눈동자와 사뭇 달랐지만, 정황을 보아 사문 내의 소울 트리를 뿌리로 두고 있음이 자명했다.
모험가식으로 표현하자면 소울 트리의 변종, 혹은 아종인 셈이다.

‘초대 마도왕은 소울 트리에 세계수가 가진 특성을 부여하고자 했고, 분명 성공했다. 그럼 종종 세계수로 착각당하는 나도…… 그런 이형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건가?’

내면에 몰두해 보아도 달리 깨닫는 부분은 없었지만 베르덴은 소울 트리의 특이성을 계속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무시하기엔 운명과 저항과 깊게 연관된 특수 개체였으니.

초대 마도왕은 소울 트리를 대체 어찌 개량했길래 이렇게나 다변적인 형태를 보일 수 있는 걸까. 양분을 어디까지 흡수할 수 있는 걸까.

정보가 충분치 않으니 공회전만 계속될 뿐이었다.

‘나중에 소울 트리를 심기라도 해야 하나.’

모험가 길드 전체를 고용하면 아직 성장하지 않은 소울 트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나, 사실상 기약이 없는 일이다.

베르덴은 불쾌한 여운을 해소하지 못한 채 펜드렌 호수를 뒤로했다.

목적지는 중앙 대륙이었다.

통신 장치를 몇 번이고 조작했지만 상대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사룡 네크바엘을 상대하기로 했던 모든 이에게서 연락이 두절됐다.

* * *

서대륙의 발데라 왕국───라스카벨 마을.

전 대륙에 몰아친 피울음 역병 사태에도 직접적인 피해는 거의 없었으나, 마을에서는 평소보다 인기척을 찾기 어려웠다.

세계 연합의 대피령 때문이었다.

라스카벨 마을은 타운급에 필적하는 규모라서 인구 수는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타운(Town)이 아니라 마을(Village)로 분류된 거주 지역.

마을을 둘러싼 벽은 제대로 된 성벽에 비하면 한낱 돌담에 불과하다. 마법계 언데드의 침공에 취약하기에 대피 장소로 선정될 수 없는 터라 마을 사람들은 근처 도시로 이주해야만 했다.

물론 전부는 아니었다.
애석하게도.
대피는 강제가 아닌 권고다. 응하지 않아도 제재는 없다. 대피를 거부하는 사람들까지 억지로 끌고 가기에 세계 연합은 여유롭지 않았다.

잔존을 택한 사람들은 상당수가 노인이었다.

“세계 전쟁? 쯧쯧,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피울음 역병도 결국 코빼기도 안 보이지 않았나! 어! 뜬소문에 식량 문제만 생기고 말이야!”
“집도, 농장도 다 내 것인데! 내가 없는 사이 누가 홀라당 가져가면 어떡해욧!”
“이미 늙을 대로 늙었네. 후, 아내도 예전에 떠난 마당에 이대로 더 살아 봤자 뭐 한다고…….”
“다른 도시로 가 봤자 괜히 다른 젊은이들 자리만 차지하는 격이지. 나는 고향에 남겠네.”

작은 전쟁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에 대륙 전역의 전쟁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상상할 수 없는 터라 믿지 않았다.
불신, 탐욕, 그리고 희생과 체념 등 그들이 대피를 거부한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그런 노인들에 동조한 청년들도 있었다.

청년들은 한적한 라스카벨 마을을 마치 제 것인 양 거닐었다. 대피한 사람들이 남기고 간 재산으로 배를 불렸다.
술은 맛있었고 하루는 즐거웠다.
언데드가 나타났으면 긴장이 고조됐겠지만 이상할 정도로 라스카벨 마을은 평화로웠다.

벌컥벌컥.

사내가 바텐더도 없는 주점 구석에 앉은 채 에일을 들이켰다. 그의 친구도 술을 맛보고는 소매로 입술을 닦았다.

“아직도 고아원 때문에 그런 거냐? 그만 좀 해라. 솔직히 어쩔 수 없었잖아. 피울음 역병이 이 마을까지 오지 않았지만, 식량난은 진짜였다고.”
“…….”
“고아원을 내쫓지 않았다면 마을 분위기가 진짜 더 흉흉했을 거야.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시발, 맨날 걷던 길이 얼마나 무섭던지.”

친구가 잔을 채웠다.

“무슨 대단한 마법사들이 찾아와 고아원을 통째로 옮겼다고 하잖아. 마일라 원장님한테 정중하게 인사도 했다고 하고. 우리보다 엄청 잘살고 있을걸? 그러니까 그만 털어 내. 누가 보면 네가 내쫓은 줄 알겠다.”
“방관했지.”
“다들 그랬어. 다.”

안주를 씹으며 친구가 일어섰다. 술기운이 오르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기분 좋게 취했을 때 잠을 자야 하루를 편안히 끝마칠 수 있다.

“우리도 태평하다니까. 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다는 괴소문이 도는데, 이렇게 술이나 마시며 놀고 있으니…… 크큭, 시발. 집 때문에 남았는데 그냥 대피할 걸 그랬나.”

친구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먼저 간다.”라며 주점을 나섰다.

사내는 맥주에서 입을 떼지 않았다.

‘죄송해요, 원장님.’

사내는 라스카벨 고아원 출신이었다.

마일라 원장님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옛날에 마탑의 일꾼이 되겠다며 고아 둘이 남몰래 제 몸값을 남기고 고아원을 떠났을 때 하염없이 울던 원장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할 정도다.
그런 원장님이 있었기에 사내도 남들처럼 살아갈 수 있었다. 어렸을 적 종종 마법을 보여 주었던 월릭 영감님도 곧잘 고아원을 도왔다.

그런데 정작 마을에 식량난이 닥쳤을 때 원장님과 영감님을 외면했다.

사람들이 지금까지 기부했던 걸 내놓으라며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을 때 사내는 나서지 않았다. 마을에서 밉보이면 험난해질 테니까.
손해 보기 싫어 은혜마저 망각하니 참으로 간사한 동물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사과할 수 있을까.

중앙 대륙으로 떠났다고 듣긴 했는데 아마 앞으로 만날 수 없겠지. 다른 나라도 아니고 다른 대륙. 일개 소시민에 불과한 사내에겐 금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여정이다.

‘그렇다고 해도…….’

사내는 죄송하다는 그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한 것이 응어리로 남았다. 에일 몇 병을 더 비우고 비틀거리며 주점을 나갔다.

어느새 어둑해진 거리.

“…….”

새빨간 피로 물든 친구의 옷자락이 건물 벽에 걸려 있다. 허구한 날 근거도 없는 소문이 라스카벨 마을을 위협한다며 비난을 일삼던 노인이 무언가에게 붙잡힌 채 찢어발겨졌다.
노인과 함께 다니던 사람들은 머리와 신체 일부가 사라진 상태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술에 취해서 맡지 못했던 피비린내가 뒤늦게 후각을 자극했다.

라스카벨 마을 중심에 생겨난 어둑한 균열이 그를 응시했다. 허공에서 갈기갈기 조각난 노인을 삼키고는 침묵했다.

그것은 제국의 사령관이었다.

펜드렌 호수에서 사문을 개방한 선발대였으나 그걸 사내가 알 턱이 없었다. 사내는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뒷걸음질쳤다.
술기운이 확 달아나 버린 그가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무수한 팔이 균열을 비집고 나왔다.

그 사령관은 전쟁이 개시되고 움직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세계 연합의 정보력 밖에서 조용히 준동하고 있었다.

“원장님! 마일라 원장님! 잘못했어요, 살려 줘요! 살려 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다시! 아아, 원장님! 영감님! 이런 거 싫어……! 싫어! 싫어어어어어! 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악! 아가가, 그가가각가가가가가가, 가끄각가각.”

라스카벨 마을에 남기로 한 사람들은 이윽고 전원 실종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대륙에서 사라졌다.

크세리온 제국 제5사령관은 아르나크 제국으로 향했다.

* * *

중앙 대륙───테르네티아 연방.

제국군과 연합군의 본대가 충돌한 뒤로 그 흐름은 느려지기는커녕 시시각각 가속했다. 죽은 이들을 살필 여유는 없다.
마법에 맞아 잿더미가 된 동료의 시체를 밟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을 위해 흘릴 눈물조차 지금은 사치였다.

“드디어 사문이 눈앞이다!”
“전진!! 전진!!!!!!!”
“어서 선발 부대에 합류해라!”

엘프 측의 거대한 나무가 길을 만든 덕에 개미 떼를 압도하는 수의 언데드를 뚫고, 겨우 그 안쪽으로 넘어올 수 있었다.

아르보르의 생목은 언데드의 영역을 점차 장악해 사기의 보호막을 일부 지워 버렸고, 그 사이로 비행정 폭격이 떨어졌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아르나크 제국을 대표하는 레기온의 로드가 맨 앞에 섰다. 벼락 같은 도끼질에 언데드가 갈려나갔고, 끝내 본대가 사문에 도달했다.

와아아아─────!

로드를 따라 수많은 병사가 아주 거침없이 사문에 진입했다.

미스릴 등급의 모험가 파티인 ‘만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에스티리아 왕국에서 베르덴과 함께 토벌 의뢰를 맡은 적이 있는 이들이었다.

리더, 스칼드.
방패 전사, 버민.
성직자, 케디언.
궁수, 루비나.

그리고.

베르덴에게 다중 연속성 이론을 가르침 받은 마법사 겔톤 로드니까지.

그롬멜 그롬파르가 도시를 날려버리면서 대부분은 신체 일부가 결손됐지만 에온의 골렘 의체 덕에 감히 참전할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의 모험은 여기서 끝날지도 모른다.’

겔톤보다 강한 사람들도 낙엽처럼 쓸려 나가는 그런 전장이다. 지금 당장 고위계 마법에 맞아 전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멀리서 베르덴(이그나시아의 정신체)이 활약하는 광경을 바라본 겔톤은 두려움을 이겨 내고 되레 죽음을 향해 달려나갔다.
마치 불나방과 같았지만 그것이야말로 마법사와 모험가의 본질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

겔톤도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이내 동료들과 함께 사문에 들어섰다. 영혼 같은 게 울렁이는 듯한 감각은 곧바로 사라졌다.

내부는 바깥보다 더한 전쟁의 현장이었다.

겔톤은 어떻게든 그 분위기에 적응하려고 애쓰다가 문득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언데드로 가득한 공간에 큰 공백이 있었다.
그곳에서 무시무시한 언데드 기사를 상대하고 있는 연합군이 있었다. 그 순간 보랏빛의 기운이 폭발하며 모두의 이목을 빼앗았다.

아드리안이 광검에 초월기를 실었다.

계열界裂

세계를 가르는 참격이 작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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