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20

1120화 제물의 무게 (3)

레그리트, 힐라, 페르윅에게 전해 듣긴 했지만, 사막 국가의 풍경은 쉐오른 장로의 마음에 아주 거센 불을 지폈다.
침묵의 사막이라는 혹독한 미개척 지대에 인간들의 나라가 있을 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방주의 지도자께서도 과거 이곳을 횡단했을 당시 어떠한 문명의 흔적도 찾지 못했다.

‘흙벽이 두껍군. 일교차가 워낙 크니 건물 내 온도 변화를 늦추기 위함일 테지. 문화적인 양식은 역시나 태양을 묘사한 것이 많고.’

쉐오른 장로는 천천히 누하라에 접근하며 건물들을 관찰했다. 지상을 달리는 선박은 아공간에 수납했다. 지역 주민들이 놀라면 안 되니.

사박─

그러다가 모래가 아닌 땅에 발을 디뎠다.

쉐오른 장로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푸른 자연이 있었다.
싱그러운 초원의 잔디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고는 시선을 높였다. 상식적으로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한 사막에서 성장할 수 없는 초목이 그의 동그란 안경에 반사됐다.

“경이로울 만큼 거대한 나무…… 과연 저것이 나를 여기까지 인도했단 말인가. 이 삭막한 사막에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수목(樹木)이라니…….”

투하르의 신(新) 수도에 자리 잡은 거목이 고고하게 사막을 굽어보았다. 베르덴이 선물한 작은 나뭇가지를 손에 들었다.
이것은 저 거목의 일부가 틀림없을 터.

외부에서 투하르로 진입하려면 두 개의 신기루를 통과해야 한다.

첫 번째 신기루는 폐쇄된 채 불규칙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두 번째 신기루는 특정 시간대마다 잠시 자취를 감춘다.

그 관문들을 넘어야만 침묵의 사막의 심부를 넘어 투하르에 도달할 수 있다.

과거 베르덴은 첫 번째 신기루를 공간째로 강제로 부쉈다. 쉐오른 장로가 가르쳤다. 투하르는 베르덴이 그의 공간 마법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튼.

쉐오른이 소유한 나뭇가지는 모든 신기루를 무시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실제로 이동 중에 어떤 애로사항도 없었다. 이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이르게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베르덴은 내게 무엇을 깨닫게 하기 위해 사막으로 보냈는가.’

쉐오른 장로는 잠시 제자리에 서서 생명의 거목을 바라보았다. 뭔가 베르덴의 마력이 거목에서 느껴지는 듯했지만 단정하기는 애매했다.

누군가가 접근했다.

이미 공간으로 인식하긴 했지만 먼저 아는 체하지 않았다. 제법 기백이 있다. 아무래도 투하르를 지키는 수호자인 모양이었다.

“어이.”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허리춤에 장검을 찬 채 모래 언덕 위로 등장했다. 사막에 어울리는 구릿빛 피부가 특징이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대륙에서 온 듯한데. 신기루를 어떻게 넘은 거야? 누하라에는 무슨 볼일이지?”
“아탈란. 대사막의 영웅이로군.”

대사막의 영웅──아탈란.

투하르 신조에 맞섰던 배교자 세력의 최고 실력자. 그의 내면은 명성에 비해 추악했지만 그럼에도 영웅은 영웅이었다.
아탈란에 대한 인적 사항은 이미 방주의 도서관에 기록되었기에 쉐오른 장로는 단번에 수호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아탈란이 미간을 좁혔다.

“날 안다고? 설마.”
“레그리트와 이곳에서 애셔라는 가명을 사용했던 베르덴과 한패지. 만나서 반갑네. 당장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점은 양해를 부탁하네.”

쉐오른 장로는 본명을 감췄다. 밖에서 그는 사망한 초월자였으니까. 국제 사회와 분리된 투하르라고 해도 조심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냥 노인이라고 불러 주게.”
“…….”

아탈란의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베르덴과 레그리트.

투하르 신조를 무너뜨린 새로운 태양신과 전장의 여신…… 아탈란과 다르게 자기 자신을 꾸며 낼 필요가 없는 진정한 영웅들.
아탈란은 그들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질시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타고난 그릇이 다르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게다가 이 노인도 무지막지하게 강하다.’

최근 단련을 통해 예민해진 감각이 쉐오른 장로의 존재감을 일부 감지했다. 지금의 아탈란이면 반란 때 자신이 패배한 투하르 신조 서열 3위의 검은뱀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각을 보려고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시발.
대륙에는 괴물이 왜 이렇게 많은 거지? 슬슬 다른 놈들처럼 바깥으로 나가 볼 생각도 해 봤는데 훈련을 더 해야 하나?

“그 둘, 아니 두 분이…… 그래서 용건이 뭐요?”
“베르덴이 초대했네.”

쉐오른 장로가 거목의 나뭇가지를 보여 줬다.

아탈란은 자신이 깊게 관여할 건수가 아니라는 걸 인지하자마자 등을 돌렸다. 다만 이 노인을 누구에게 안내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따라오쇼.”
“고맙네.”

아탈란은 곧장 생명의 거목으로 향했다.

쉐오른 장로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초목과 사막이 조화를 이룬 경관을 눈에 담으면서 느긋하게 아탈란을 뒤따라갔다.

그들은 머지않아 나무 앞에 당도했다.

누하라 전역이 훤히 보였다.

밑동 아래로 보이는 나무뿌리는 그가 보아온 어떤 식물보다 두꺼웠다. 혹시 대수림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엘프와 관련되지 않았다면 자연이 이렇게나 범람할 리 없었으니.

“손님 데려왔소. 누가 보냈는지는 말 안 해도 알고 있겠지만.”
“그렇긴 하지.”

거목 뒤편에서 낯선 음성이 들렸다.

‘……마법사?’

쉐오른 장로는 초월적인 공간 감각으로 상대방의 형태를 파악하며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거목 뒤에서 목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쉐오른 장로는 하늘섬 아크를 처음 보았을 때보다 더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쉐오른 장로님께서 지금도 마법사로서 미지를 추구하고 계신다면, 이 작은 나뭇가지가 길을 안내할 겁니다.

베르덴이 귀띔한 미지가 무엇인지 피부로, 머리로 이해했다. 정수리에 번개가 내려친 것 같았다.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초, 초대…….”

쉐오른 장로가 비틀거리다가 발이 서로 엇갈리면서 주저앉았다.

“초대 마도왕……!!!!”
“본체를 곧바로 알아보는군.”

아케나드 마도국에서 묘사한 백색의 마법사가 그를 향해 미소 지었다.

“공간의 초월자인가.”
“이 노인도 초월자란 말이오?”

초대 마도왕의 독립적인 분신──관리자가 뒷짐을 지고 다가왔다. 그가 쉐오른 장로가 떨어뜨린 거목의 일부를 집어 들었다.

“……베르덴.”

관리자가 살짝 고개를 틀었다.

“깨달았겠지만, 나는 본체가 아니다. 한낱 분신에 불과하지. 기대하게 했다면 미안하군.”
“……아니지 않습니까.”

쉐오른 장로가 존대했다.

“당신은 한낱 분신이 아닙니다.”

쉐오른 장로는 마법적 분신이 가질 수 없는 지성과 이성을 느꼈다.
단언할 수 있다.
눈앞의 존재가 초대 마도왕으로, 심지어는 마력의 신으로 칭송받는 올다르크 루인 아케나드는 아니어도 그의 본질을 이어받았을 것이다.

관리자가 물었다.

“베르덴이 그대에게 무슨 말을 남겼는가.”
“마법사로서 지금도 미지를 추구하고 있다면, 그 나뭇가지가 길을 안내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렇군.”

관리자가 손을 내밀었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처럼 다시 돌이킬 수 없기에 선택이다. 그럼에도 가르침 받고 싶은가? 그대가 알지 못하는 그 미지를.”

쉐오른 케르노든 방주의 장로이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방주의 도서관인 라이브러리의 주인임에도 무지했다.
방주의 지도자께서 말씀하시지 않았기에 아크의 기원조차도 모르니. 아마 베르덴이 가진 비밀도 그에 못지않게 중대하리라.

베르덴과 레그리트는 침묵의 사막에서 있었던 일을 일부 함구했다. 그들의 판단을 신뢰하기에 추궁은커녕 의심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먼저 둘이 관여한 투하르 신조의 몰락부터 자세히, 그리고 명확히 알고 싶었다.

쉐오른 장로가 공손히 두 손으로 관리자의 손을 받들었다.

“기꺼이 배우겠습니다……!”

운명이 관여할 수 없는 일생일대의 선택이었다.

* * *

하늘섬 아크.

세계의 주시자───다리시아 스텔라가 긴장감에 짓눌렸다.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마음을 애써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견뎌냈다.

방주의 지도자가 말했다.

“착오는…… 없나.”
“전부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극히 일부의 언데드는 과거에 죽은 존재들과 동일한 존재예요.”

다리시아가 재차 보고했다.

“유리온 하이로스가 토벌한 크세리온 제국의 제6사령관은…….”
“더 말하지 않아도 좋다. 이해했으니.”

방주의 지도자는 등을 돌리고 있지만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다리시아에게 보였다. 그녀는 주시자의 의무를 짊어진 선장이므로.

“사문의 분석은 얼마나 남았지?”
“진행은 되고 있으나,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결과도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에 있어 끝까지 가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의미하게 진척되면 즉시 보고하라 이르도록.”

축객령에 다리시아가 예를 갖추며 물러났다.

공허함이 감돌았다.

방주의 지도자───루가르트는 마른세수를 하며 의자에 앉았다. 주저앉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의 감정이 흔들렸다.

“……알렉스. 네가 어째서.”

최초의 모험가라 불리기 전에 그에게는 동료들이 있었다. 한 명은 친구였고, 한 명은 형제였으며, 한 명은 연인이었다.
그들은 약 3세기 전의 이종족 전쟁에서 전사했다. 루가르트가 없는 전장에서.

알렉스는 친구였다.

육중한 할버드를 휘두르며 전위를 맡았던 모습이 지금도 선했다. 고향에서 함께 자랐을 때 작은 모험에 나섰던 추억까지도.

그런 알렉스는 드워프에게 살해당했다.

루가르트는 가장 고통스러운 슬픔을 애써 마음에 묻은 지 오래였다. 그런데 시체도 남지 않았을 친구가 현대에 이르러 언데드로 재구성되었고, 다시금 죽음을 맞이했다.

크세리온 제국은 무엇을 했는가.
사문은 도대체 무엇인가.
옛 왕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인가.

콰드드드득……!

손잡이가 으깨졌다.

루가르트는 지금 당장이라도 지상에 내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인내했다. 감정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됐다.

‘내가 그래서는 안 된다.’

방주는 인류의 존속을 위한 집단이다. 인류 자체에 위기가 오지 않으면 나서지 않는다. 이 두 번째 초월자 전쟁에서 그런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루가르트는 이미 방주의 일부.

기본 규칙은 절대적이다.

사적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애초에 그런 길을 걸었다면 엘프, 수인, 드워프를 몰살해 복수를 마쳤을 것이다.

……툭.

루가르트는 힘없이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명분이 필요했다.
전쟁에 참전할 수 있는 명분이.

방주의 지도자로서는 인류의 안녕을 바라지만, 루가르트 개인으로서는 인류의 위기가 도래해 나설 순간을 갈망한다.

지독한 모순이었다.

한편으로 그는 둘 중 하나를 직접 선택하지 않아도 됐기에 안도했다.

감정과 인류.

무엇을 제물로 선택하든 대가는 참혹할 테니까.

* * *

[이제 셈이 맞군.]

테르네티아 연방의 사문 내부에서 연합과 제국이 부딪치는 현장, 그 중심에서 하나둘씩 전력들이 직접 제2사령관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레이라.
트리톤 마르투스.
산왕.
라테온 오프니엘.
성율성단의 부단장.

선발 부대에 속한 최고 중의 최고들이 아드리안과 레온하르트 곁에 섰다. 이 중 레이라를 제외한 전원이 극점에 도달했거나 일부 근접했다.

“……하아.”

온몸이 서늘했다.

레이라의 순수 실력만으로는 이들과 감히 함께할 수 없었지만, 대악마의 이능을…… 최대한 끌어낸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벨디른 공화국에서 세븐 호른과 유골룡을 상대할 때 이상으로. 교국의 신인이 있으니 이성을 유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드리안의 숨결에 서리가 꼈다.

‘한기가 점차 짙어지는군.’

라크디온의 능력은 필시 광범위할 것이다. 그래서 셈을 논했을 터. 수십 명을 죽일 수 있는 힘을 둘에게 쏟아붓기에는 비효율적이니.
그것은 라크디온이 모종의 이능을 계속해서 발휘할 수 없다는 걸 의미했다.

‘허나 연합군을 전멸시키고 싶었다면 네놈은 다른 사문으로 갔어야 했다.’

라크디온을 토벌할 전력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본대의 강자들이 합류했다.

“저게 델하룬 진영에서 날뛰었다는 예의 비대칭 전력이군요.”

완벽한 모험가이자 옛 왕의 친동생───망국의 죄인, 카스티안 리니게아 타인 크세리온.

“인간 따위보다 못한 언데드가 감히.”

세계수로부터 힘을 받은 가디언 엘프───카란스.

“이거 웃음기가 싹 가시는데.”

레기온의 로드───그리즈월.

세 명이 각자의 무기를 쥔 채로 라크디온을 넓게 포위했다. 라크디온은 그들을 주시하다가 곧 사문으로 눈길을 향했다.

사아아…….

다른 냉기가 흘러들어 왔다.

사문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 야만적인 정예 전사들 사이에서 금발이 나부꼈다. 혹한의 기운을 흩날리는 보검이 은은하게 명멸했다.

북부의 왕이자 북부의 감시자.
프로하스 토벌군단장.

“……이곳도 상당히 서늘하군요.”

에레스 아인드겔 프로하스이 라크디온과 시선을 부딪쳤다. 냉기를 다루는 것이라면 에레스에게도 일가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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