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43

1143화 마도 폭주 (1)

사문이 폐쇄되기 직전 최후의 한 사람이 가까스로 죽음에서 탈출했다.

“그레고르반 추기경!”

다른 이들처럼 격렬한 전투를 치렀을 그레고르반이 무릎을 꿇고 숨을 헐떡였다. 신성력이 바닥을 드러낸 것인지 신체를 휘감은 특유의 은은한 광채가 무척이나 옅어진 상태였다.

성직자들이 서둘러 그의 몸을 받쳐 주었다.

그 뒤로 균열이 닫혔다.

선택을 속삭여 생명을 타락시키는 세계가 대륙에서 소멸되는 순간이었다.

“추기경 각하, 지금 신성력의 보충을──”
“폐하는.”

형극(荊棘)의 대주교가 기적을 발해 빛을 나누려고 하는 순간, 레오나가 달려들더니 그레고르반 추기경의 멱살을 붙잡았다.

“유리온 폐하는 어떻게 되셨지?”

당장 빛의 검들이 일제히 사방에서 레오나의 목을 겨누었다.
팔라딘이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추기경 각하에게서 손 떼라, 레오나 부단장.”
“네놈한테 묻지 않았다.”

레오나가 핏대를 세웠다. 다른 한 손으로 팔라딘의 손목을 붙잡았다. 악력이 조여들면서 건틀릿이 서서히 찌그러졌다.
마찰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가 곧 움찔거리자 추기경이 입을 열었다.

“나 또한…… 움직일 수 없었기에 자네들이 보았던 광경과 다르지 않았네.”

그레고르반이 괴로워하며 턱을 당겼다.

“미안하네.”
“빌어먹을, 폐하가…….”

레오나는 이내 천천히 팔을 내리고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콰아앙! 콰앙! 콰아앙!

거센 발길질이 바위를 쳐부쉈다. 잔해 하나 멀쩡히 남기지 않았다. 그런 레오나를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말릴 수 없었다.

전장에서 살아남은 언령의 기사단은 격한 감정을 느꼈고, 하이랜디아의 병사들은 감히 감내할 수 없는 상실감과 분노를 동시에 삼켜야만 했다.

“…….”

로안 단장은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무거운 침묵을 유지했다. 인내심이 깊기 때문은 아니었다.
폐하와 친분이 깊은 벤디에가 고개를 저으며 그의 감정을 진정시켰다. 결국 이것은 어디까지나 유리온의 선택이 만든 결과임을 애써 이해하며.

교황 로마누스가 다가왔다.

“여기 있는 모두가…… 유리온 국왕에게 목숨을 빚졌습니다.”
“달리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만.”

로안 단장이 담담히 말했다.

“고산(孤山)의 하이랜디아가 이렇게나 종교적으로 보이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루아스 교국은 빛의 여신을 숭배하며 인류를 위한 세계 종교이지만, 정작 만인을 위해 희생한 것은 빛의 기적을 받지도 못하는 초월자였다.

어째서 그 희생을 종교의 가치 중 하나로 내세우는 너희가 아니라 유리온 폐하께서 사지로 몸을 던지셔야 했는가.
빛의 신인이라고 칭송받는 네놈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길래.

로안 단장은 간접적으로 그렇게 묻고 있었다.

“루아스 여신의 빛을 대변하고자 했으나, 그러지 못한 것은 부덕의 소치…….”

사실상 루아스교에 대한 모욕이었지만 로마누스는 조금도 분노하지 않았다.

“그런 저이기에 유리온의 빛을 우러러보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다름 아닌 교황이 입에 담기에는 과도한 수준의 헌사였다. 하지만 로마누스는 개의치 않았다. 그것이 옳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무엇도 소중한 이를 잃은 것에 대한 슬픔에 비할 수는 없으므로.

……터벅, 터벅.

로안 단장은 더 이상 그를 힐난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 유리온이 부재할 시 그는 하이랜디아 군사의 전권을 대행한다.
언령의 기사단은 감정을 채 삭이지 못한 채 로안의 뒤를 따랐고, 사람들은 옆으로 물러나며 그들을 위한 길을 터주었다.

그렇게 연합군과 어느 정도 멀어지자 로안 단장이 말했다.

“우리 각자가 폐하와 맺은 서약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폐하께선 살아 계신다.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둠 속에 갇혀 계실 뿐.”

유리온은 목숨을 건 것은 사실이나 생명을 잃지는 않았다. 로안 단장의 언어에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특유의 힘이 감돌았다.
그게 곧 증거.
그래서 언령의 기사단은 이런 상황에 분개할지언정 상실감을 느끼지 않았다.

레오나는 어느샌가 평소의 차가운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저희 힘으로는 수색조차 어렵습니다.”
“대륙에서 가장 공간에 능한 자들의 조언과 조력이 필요하다. 전쟁이 종식되는 대로 초월자들에게 직접 도움을 청하도록 하지.”
“예, 단장.”

유리온은 사교력이 뛰어나기에 초월자들과의 연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을 만큼 공고했다.
작금의 마법계에서는 에온이 가장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리라.

투둑, 투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기가 섞이지 않은 깨끗한 비였다.

그러나 세계 연합이 흘린 피는 전혀 씻겨 내려가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 자연이 위대하다고 한들 공허한 슬픔을 채울 수는 없었다.

“……카인, 유니아.”

오스가르는 정신을 잃은 유니아와 사망한 카인을 끌어안고 있었다. 이런 빗속에서도 그가 흘린 눈물은 선명하게 보였다.
에온의 마법사단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묵념만을 이어 갔다.

“보고는, 내가 하겠소.”

알데반은 참담한 심정으로 통신 장치를 작동했다. 차라리 자신이 죽었어야 했다. 그게 위대한 신성께서 덜 고통스러워할 길이었으므로.
카인과의 연은 그리 길지 않았으나 알데반은 진즉 그를 신뢰할 수 있는 동료라고 여겼다.

승리에 대한 기쁨.
생존에 대한 안도감.
상실에 대한 비애.

온갖 생각이 난잡하게 뒤얽힌 그곳에서 벤디에가 고개를 들었다.

‘타락의 사문이 공략되자 대륙에서 습격해 오던 언데드 군단이 퇴각. 아직 동대륙 남부에서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서쪽에 사문이 하나 더 있다.

타락의 영향력은 소멸하였으니 정신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최대 숫자에 연연할 이유는 없다.
규모의 제한은 사라졌다.
이제 연합에 지원을 요청해서 대공세를 퍼부어야 한다. 지치고 다친 남부의 토벌군단을 다시금 전장에 밀어 넣어야 한다.

잠깐의 휴식은 그다음을 위함이다.

쏴아아아아───

세차게 내리는 소나기 속에서 말발굽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다. 에스퍼렌사 가문을 비롯하여 에스티리아 왕국이 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칼리아! 대답하거라!!”

에스퍼렌사 공작이 두리번거리며 생존자들 사이를 누볐으나 아무리 찾아도 검붉은 머리카락은 보이지 않았다.
칼리아가 타고 있는 거대한 흑마까지도.

설마…….

그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며 수색에 박차를 가했다.

“칼리아!!!!”

칼리아의 기척이 이곳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말을 이그나시아에게서 들은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칼리아 드 에스퍼렌사가 대륙에서 실종됐다.

* * *

재앙은 길을 잇고.
불운은 서로를 부른다.

악재는 홀로 오지 않는다.

* * *

프로하스 사문.

쩌적.

에레스 아인드겔 프로하스가 봉인해 두었던 죽음의 문이 갑자기 일렁이더니, 그것을 뒤덮고 있던 두터운 얼음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병사 소집해.”
“본부에 보고하겠습니다.”

에레스 군단장이 복귀해서 공략을 명령할 때까지 사문의 감시를 담당한 연합군이 집결해 숨을 죽이며 시선을 한데 모았다.

콱!

고위급으로 보이는 언데드의 잔해가 날아와선 얼음 안쪽에 박혔다.
오싹함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거대한 얼굴이 균열을 비집고 나와 천천히 얼음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언데드였다. 다만 모험가 길드와 루아스교가 익히 알고 있는 언데드와는 겉모습부터가 차원이 달랐다.

거인(巨人).

거인 언데드가 대륙을 보며 히죽 웃었다.

* * *

당장 도망쳐.

묘왕의 절박한 절규가 울려 퍼졌다. 워낙 날카로워 졸음마저 흩어졌다.
병사들이 전투 태세를 갖추고는 당장 집합했다.

“전군 집결 중입니다!”
“모이지 말고 튀라고!!!!! 아, 아, 나, 난 몰라. 나는 경고했어. 경고했다고! 나는 할 일 다 했으니까 이제는 내 책임 아니야!!!!!!!!”
“묘왕님?! 묘왕님!!”

묘왕은 그 짧은 시간조차 기다리지 못하고 선두로 도주했다.
여느 때보다 겁에 질린 모습. 그녀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듯했다.

대체 무엇이 오길래…….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이윽고 지축이 떨리기 시작하며 어둑해진 하늘에 새빨간 형체가 떠올랐다.
미확인 비행체는 마경에서 오고 있었다.

[우습구나. 운명의 재건을 대신한다고 ‘당신’이라도 된 듯이 감히 명령이라니. 애써 미사여구를 덧붙여도, 결국에 쓰다 버릴 기물 주제에.]

가장 흉포한 눈동자가 지상을 향했다.
연합군이 그녀를 올려다봤다.

[내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크흐하핫.]

붉은 섬광이 번뜩였다.

광선이 지평선을 휩쓸었다. 직후에 폭발이 솟구쳐 화염의 장벽이 만들어졌다. 마경 밖에 주둔하고 있던 연합군이 심대한 피해를 입었다.

쿠웅!!!

‘당신’의 네 번째 사도, 그 일각이 불타는 대지에 내려앉았다.

잿더미가 된 생명들.
간접 폭발에 터져 나간 육편들.
기분 좋은 비명들.
분수를 모르고 저항하려고 하는 하등 생물들.

“드래곤……?”

[네 전쟁이 어디에 있느냐? 육사도.]

적룡 사르칸드라.

약 1세기 전에 난데없이 대륙을 습격했던 끝없이 타오르는 재해.
진홍의 악몽이 도래했다.

“어서, 어서 본부에 전해! 어서!!!!!”
“퇴각해! 최악의 사태다! 맞서지 말고 퇴각해라!!”
“아, 아아, 아아아아아악!”

사르칸드라는 마법과 기예를 아무렇지 않게 맞으며 발톱으로 인간을 꾹 눌렀다. 가슴과 복부는 저항 없이 짓이겨져 몸이 반으로 찢어졌다.

하등한 피식자를 향한 포식자의 가학적인 웃음이 울려 퍼졌다.

“크흡……!!”

중앙 대륙 4강의 바리건트가 전신 화상을 입은 채 간신히 잔해에서 빠져나왔다. 폭심지 근처에서 간신히 마도로 방어한 덕에 즉사를 면할 수 있었다.
그는 격렬한 고통에 정신이 아찔한 와중에 적룡을 노려보았다.

‘마경의 심부에 적룡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혹 마경으로 들어간 토벌대와 조우한 것인가.’

바리건트가 이내 적룡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그렇다면 토벌군단은 어떻게 된 거지?’

적룡을 추격하는 사람의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마경은 어둡고 고요했다.

* * *

“크어, 헉…….”

아칸드의 손아귀에 잡힌 이데라트 연맹국의 귀족이 버둥거렸다. 그들 주위에는 시체와 피가 바다를 이룬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다, ‘당신’을 위해…… 사도, 시여……! 전, 운명의 추종자입니다! 결코, 적이 아닌……!”
“네 번째 사도가 과도하게 개입함으로써 사도 간의 불가침은 의미를 잃었다. 나의 역할은 ‘죽음’이자 다섯 번째 세계로의 ‘인도’.”

아칸드가 말했다.

“영혼이 되어 운명에 일조하라. 그 또한 ‘당신’을 위한 길이니.”
“아, 안 돼─”

목이 압착돼 머리가 분리된 추종자가 시체의 산과 하나가 되었다. 영혼은 세계의 틈새를 지나 다섯 번째 세계로 향했다.

죽음의 권능.

아칸드가 전 대륙으로 확산한 언데드 군단에 내린 명령을 수정했다.

“만인에게 평등한 죽음을.”

전장에 관여하지 않는 조건에서 운명의 추종자들은 대상에서 제외했었지만.
이제 크세리온 제국에 예외는 없었다.

후웅.

아칸드는 귀족 시체에서 노획한 세계 연합의 통신 장치를 조작했다.
미숙했지만 대충 익혔다.
물론 연합 내의 암호를 몰라서 금방 발각될 터이고, 연합의 고위직들이 사용하는 채널도 알지 못해 기밀을 빼앗을 수도 없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애초부터 그럴 생각도 없었으므로.

전쟁의 중반부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오고 있다.

* * *

쿠웅.

에스티리아 왕국을 침입한 초월자 인형이 언데드와 함께 침묵했다.

에온의 네 번째 위상, 멜라드 타스티엔.
중앙 대륙의 4강, 검은 야수.
맹용, 에네트.
델하룬의 근위사단장, 미라셀.

그들을 필두로 한 동대륙의 방어 전력이 초월자의 육신에서 탄생한 언데드를 토벌했다. 격전의 흥분에 차올랐던 호흡이 점차 진정되었다.

치익.

에온에 고용된 검은 야수는 수제 연초를 피우며 초월자 인형을 짓밟았다.
대부족을 떠났지만 수왕의 자식으로서 그 혈통이 어디 가지 않은 것인지 사냥의 여운이 제법 기분이 좋았다.

“통신 장치는 여전히 먹통인가요?”
“잡음이 심해 통신이 불가능합니다. 적의 공작일 텐데,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다시 대륙 간 공간 이동진으로 넘어가 보고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수고스럽겠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륙 너머와 소통하는 것은 제한적인 수단으로만 가능했는데, 통신 장치에 익숙해진 지 얼마나 됐다고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연락의 지연이 곧 인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
“……!”

그 순간 모두가 기척을 감지했다.

쿠웅.

순식간에 하늘에서 날아온 베르덴이 그들 눈앞에 착지했다.

“폐하를 뵙습니다.”
“신성! 한데 그 몰골은…… 사룡의 짓이군요.”
“사룡은 다른 공간에 격리해 두었다. 당장 전장으로 돌아오지는 못하겠지.”

베르덴은 참혹하게 토벌당한 초월자 인형을 유심히 관찰했다.

“무사해서 다행이군.”
“호호, 그건 저희가 할 말이 같군요.”

베르덴은 그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초월자 인형에서 느껴지는 사기의 흔적을 포착했다.

“그런데 이건…….”
“베르덴 님!!!!!!!!!!!!!!”

막 떠났던 에네트가 돌아오고 있다. 베르덴을 부른 것은 그녀가 아니라 페르네였다. 페르네는 에스티리아 왕국에서 정보를 담당하고 있었다.

“기, 긴급 보고드릴게요. 다른 전장에서…….”

말을 타고 다급하게, 그리고 직접 온 페르네가 곧 베르덴에게 대륙의 상황을 전달했다.

카인 사망.
칼리아 실종.
유리온 실종.
적룡의 출몰.
이자벨라 등 생사불명.

검은 야수가 눈을 부릅뜨더니 곧 반사적으로 크게 물러났다. 수왕, 아니, 그 이상의 농밀한 살기에 털이 바짝 섰다.

“지금 뭐라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베르덴이 알아들었음에도 되물었다.
페르네가 본 것 중 가장 무서운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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