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08

1008화 네 번째 주빈 (1)

3대 전설: 그링 아르카넘(Gring Arcanum).

지식을 탐하는 세계 금서는 아르카디옴의 초대장 따위가 아니었다.
베르덴이 최초의 마탑에서 손에 넣은 책은 현실 세상에서 완전히 실전된 기록마저 되살리는 지식의 보고였다.

지식을 기록한 존재의 영혼을 불러낼 수 있는데 어찌 지식이 망각되겠는가?

‘이것이 그링 아르카넘의 실체.’

왜 3대 전설인지 비로소 이해했다.

탁.

베르덴이 호스트의 손을 쳐 냈다. 알파와 베타를 어깨에 올려 둔 채로 진각을 밟았다. 마수를 뻗쳐 오는 드라벤을 정면으로 상대했다.

‘인위적인 몸에 영혼이 들어갔군. 경지는 생전과 그리 차이가 없는 건가.’

초위 마법 연계를 통해 고대 초월자들의 영혼을 쓰지 않는 드라벤 본인도 수백 년 동안 루아스 교국의 추적을 떨치며 세력을 키운 강자.

다만 드라벤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명한 감정에 의존하고 있다. 평정이 흔들렸다. 그 불안정한 내면이 행동으로 이어졌다.
하물며 베르덴의 경지는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에 있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으니.

‘드라벤, 너는 더 이상 내 상대가 아니다.’

인영(人影)이 교차했다.

쩍!

드라벤이 고유 마법을 발동하기도 전에 베르덴이 손바닥이 그의 가슴 정중앙을 타격했다. 마력회로와 심장이 동시에 진탕했다.

베르덴의 종합 신체 능력은 8위계에 더불어 신적 존재가 되면서 더 강해졌으니, 7위계의 베르덴에 적응한 드라벤은 순간적으로 가속한 그의 움직임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끅───”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한 드라벤은 마도를 개척한 마검사로서 몸을 비틀었다. 대항하려고 했지만 헛된 발버둥이다.
그래 봤자 통상적인 마법계 초월자의 신체 능력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마도를 활용할 여유도 없이 좁혀진 거리.

드라벤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사지로 달려온 꼴이었다.

쿠우우우웅!

연이어 육신의 급소들을 가격당한 직후에 시야가 뒤집혔다. 어떻게 대응할 새도 없다. 강인한 손아귀에 목을 붙잡힌 드라벤은 만찬회장의 바닥에 뒤통수부터 내리꽂혔다.

[구속합니다.]

베타가 프레임의 무게로 그의 왼팔을 짓누르고, 베르덴은 냉정한 눈빛으로 그의 오른 손목을 짓밟은 다음 손날을 곧게 폈다.

미간을 꿰뚫는 살수(殺手).

{아르카디옴에서는 물리적인 살생이 금지되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촉수가 마침 베르덴의 팔을 잡지 않았다면 드라벤 르마르크는 다시 죽음을 맞이했으리라.

{기대 이상의 반응이로군.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가차 없고. 네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줄지도 모르는 중요한 존재인데 단숨에 죽이려 하다니.}

“호스트.”

베르덴이 자기 어깨 뒤쪽으로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나보다는 네게 더 중요한 것 같은데.”

호스트가 직접 나서서 드라벤을 죽이지 못하도록 막았다. 특별 손님으로 소개된 모종의 이유가 있다는 증거였다.
그걸 확실하게 밝히기 위해서 베르덴은 진심으로 살의를 내비친 것이다.

‘그토록 기대해도 좋다고 장담하더니. 드라벤의 영혼을 데려오기 위해서 아르카디옴의 개최를 미룬 거였군.’

옛 왕에 대한 상세한 정보.

베르덴에게 드라벤의 지식은 가치가 있었지만, 호스트에게 드라벤의 존재는 대체 어떤 의미가 있단 말인가.

심해의 의문은 더 깊어진다.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해 두지.}

“…….”

{애셔.}

베르덴은 대답 없이 베타와 함께 드라벤에게서 떨어졌다.

으득.

그제야 숨통이 트인 드라벤이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바닥 타일을 소리 내 짚고는 상반신만 겨우 일으켰다.
그는 베르덴을 노려보다가 뒤쪽에 있는 호스트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라……!”

{지식의 망령들 사이에 던져 넣어 생생한 감정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내면의 제어가 능숙하지 않군.}

호스트가 뒷짐을 지며 베르덴에게 말했다.

{애셔, 그 섬에서 너는 하인의 존재를 내외적으로 파괴했다. 하지만 파멸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소멸로 이어지지는 않았지. 당시 너는 영혼의 형태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르덴의 초위 마법인 <멸절>은 두 명의 하인의 목숨을 앗아 갔다.
그중에서 루네시카는 옛 왕의 힘으로 부활했지만 그녀의 영혼은 조각난 탓에 현재 발작 증세를 보이며 초월을 잃어 가고 있다.

{루네시카는 영혼이 깨지자마자 다시 몸을 얻은 덕분에 존재를 유지했다. 부작용이 심하지만 어쨌든 생존했지. 즉, 영혼만큼은 멸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이 하인도 옛 왕의 권능으로 되살아나야 하나…… 그는 옛 왕의 봉인을 마저 푸는 대가로 부활의 기회를 저버렸다.}

여기까지는 베르덴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루네시카와 옛 왕의 대화에서 드라벤이 부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오간 적 있었으므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스스로도 놀랍고도 흥미로운 발상을 떠올리고 말았다. 하여 행동했다.}

호스트가 움직였다.

{육신조차 없어 그대로 흩어지고 만 영혼의 모든 파편을 하나씩 모았고…… 그렇게 파멸에 산산조각 난 영혼을 한 땀 한 땀 이어 붙인 다음에 현실에 머물 수 있도록 임시 육체를 제공했지. 이 아르카디옴에 특별 손님이자 최고의 재료를 들이기 위해서.}

회백색으로 뒤덮인 문어 머리의 눈동자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이렇게나 품을 들인 것은 운명전 이후로 처음이다. 그러니 아르카디옴이 개최되기 전에 내가 했던 말을 절대 잊지 마라, 하인. 네 영혼은 네 것이 아니다.}

드라벤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감히 누구에게……!”

{현 상태에서 그릇이 강제로 깨지면 영혼은 다시 조각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나도 더는 방법이 없지. 영멸(永滅)의 공포를 모르는 자에게 더 말해 봤자 입만 아프겠지만. 어쨌든.}

어느새 발목까지 차오른 바닷물 속에서 촉수들이 솟구쳤다.

{조용히 기다려라.}

촉수에 뒤덮인 드라벤의 모습과 존재감이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

“…….”

가면을 쓴 근엄한 세 번째 주빈.

[…….]

어느새 만찬회 한편에 자리한, 새빨간 드레스와 가면을 쓴 장신의 첫 번째 귀빈.

둘은 좌측과 우측의 갤러리 난간에 서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성가시게 됐다는 그들의 눈빛이 호스트의 머리에 꽂혔다. 그러거나 말거나 호스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탐욕스러운 지식인들이여.}

호스트가 재차 주목을 받았다.

{보았다시피 특별 손님은 초월자의 영혼이다. 또 들었다시피 지식의 만찬회의 종막을 장식할 최고의 성찬이기도 하지.}

귀빈들이 웅성거린다.

“성찬이라면…….”
“설마?”

{그렇다.}

호스트가 모두의 추측을 긍정했다.

{이번 아르카디옴의 ‘끝’에 도달한 지식인에게는 초월자의 영혼을 선사하겠다. 원한다면 이 내가 직접 요리하도록 하지.}

저택이 크게 술렁였다.

테아렐과 첫 번째 귀빈을 제외한 모든 귀빈이 전율했다.
하객들과 집사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대의 초월자.

지식인 중에 그런 존재를 음미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초월자의 역사는 짧다. 고작 천 년을 조금 더 넘어갈 정도니.
각성을 통해 고유한 이상을 갖고 초월적 경지에 도달하는 체계는 다름 아닌 태초의 마법사가 구축한 것이다.

……꿀꺽.

루자크가 군침을 삼켰다.

상류 귀빈들이 있기에 게임에서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러나 과분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욕심과 충동이 일었다.

누구도 먹어 본 적 없는 미지의 진미를 처음으로 먹는다는 것.

최초의 타이틀.

심지어 호스트가 요리해 준다니!

지식인으로서 놓칠 수 없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죽음이 두려워 새로운 지식을 갈구하지 않는다면 그자는 지식인이 아니다.

사방에서 식탐이 흘러넘친다.

곰치 얼굴의 귀빈이 침을 뚝뚝 흘린다. 집사들이 그의 타액을 닦아 주었다. 테아렐은 모험가로서 토벌 충동을 억눌렀다.

{네 번째 주빈이 느긋한 만찬을 선호하지 않으니 주빈의 뜻을 존중하여 바로 게임을 시작하겠다. 그런 뜻에서 첫 번째 게임의 주제는 네 번째 주빈이 직접 뽑는 걸로 하지.}

게임은 총 세 단계로 진행된다.
주제는 무작위.
호스트는 변수를 둬 예상치 못한 인과의 흐름을 일으키곤 한다. 승패에 집착하는 지식인들이 저마다 잘하는 분야에만 매몰되면 그만큼 뻔하고 재미없는 것도 없다.

{동의하겠는가?}

호스트가 베르덴에게 묻는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베르덴은 테아렐의 의사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하지.”

{좋다.}

저택 안쪽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는, 대충 사람의 머리만 한 입방체를 점잖은 오징어 집사가 예를 갖춰 가져왔다.
입방체 안에 손을 넣어서 특정 주제가 적힌 공을 잡는 구조였다.

{주제가 정해진 순간에 너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여기 이 자리에서 해당 게임을 치러야 한다. 개막의 신호인 셈이지.}

“알고 있으니 설명할 것 없다.”

망설임 없이 손을 뻗으려 하던 베르덴이 옆쪽에서 시선을 느꼈다.

“그래, 네가 해라.”

[확인.]

알파가 어깨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와 베르덴의 손등에 안착했다.
녀석의 몸집에 맞춰 입방체가 작아졌다.

우우우우웅.

자그마한 팔로 입방체 내부를 뒤적거리다가 이내 공 하나를 뽑았다. 호스트가 그걸 받아서 직접 주제를 확인했다.

{흠.}

호스트가 잠깐 곤란하다는 기색을 보이다가 공을 높이 들었다. 지식인들의 관심이 호스트의 손안에 쏠렸다.

{첫 번째 게임은 마법적 이해력 문제다.}

* * *

마법은 곧 지식의 학문.

자부심이 가득한 일부 지식인이 호기로운 표정을 지었다.
마법의 깊이는 살아온 시간에 비례한다.
설령 네 번째 주빈이라고 해도 새파랗게 젊으니 초고도의 마법 문제를 논함에 있어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마법계 초월자?

상관없다.

아르카디옴에서는 일신의 무력이 게임에 영향을 주지 못하니까. 세월. 지식인들은 베르덴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지식을 쌓아 왔다.

호스트가 묻는다.

{누가 가장 먼저 응하겠는가.}

아르카디옴의 규칙상 게임을 개막한 지식인에게 도전할 수 있는 지식인은 최대 세 명까지.

지식인이 없으면 바로 본 게임이 시작된다.

네 번째 주빈에게 당장 도전할 수 있기에 대부분 관심을 보였다. 그때 상류 귀빈에 가장 가까운 존재가 손을 들었다.

“이 몸이 도전하겠소.”

{열 번째 귀빈 ‘오르토’. 앞으로.}

오르토는 대륙에서 볼 법한 인간 노인의 형상을 취한 귀빈이다. 그는 베르덴을 향해 마법적인 면모를 뽐냈다.

“잘 부탁드리오. 하지만 원망은 받지 않겠소, 네 번째 주빈.”

오르토는 하류와 상류의 격을 분단하는 경계선에 자리했다. 한 자릿수의 귀빈까지 코앞이니 자존감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저번 아르카디옴에서 그는 놀라운 활약을 선보여 하류 귀빈 두 명을 먹어 치웠다.

“…….”

베르덴은 무언으로 응대했다.

{아르카디옴의 본격적인 시작인 만큼 이 문제는 내가 내도록 하지.}

호스트가 손을 저었다. 끝없이 이어진 양피지가 베르덴과 오르토에게 주어졌다. 또한 마르지 않는 만년필까지도 말이다.
아주 복잡한 마법 수식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도구였다.

화아아악.

호스트의 발밑에서 천천히 솟아난 파도가 서판의 역할을 대신했다. 손가락을 필기도구로 삼아 파도에 글씨를 새기며 설명했다.

{본 문제는 기본 마력의 준안정 상태를 기술하는 표준 이론군 중 비가시 항만을 이용해 산출되는 마력 효율 지수의 판별을 요구한다. 각 이론의 전제, 정의, 유도 과정은 이미 공유된 것으로 간주하므로 본문엔 기재하지 않겠다.}

감탄이 나올 만큼 유려한 고대의 글씨체.

{관측 대상은 다음 다섯 개의 이론 조건을 동시에 만족한다.}

1. 마력 분포는 리프라이마 잔존 가설이 유효한 영역에 속한다.
2. 흐름 정렬은 솔루타 경로 정식이 완전 성립한 상태다.
3. 항 간 중첩은 노에디아 간섭 모형에 따라 자연 수렴을 보인다.
4. 전체 순환은 폐합점 되감김 원리가 적용된다.
5. 관측 개입은 단일 프레임 가정을 벗어나지 않는다.

{기록된 정량 정보는 다음과 같다.}

– 리프라이마 잔존 가설하에서 유효 항의 수: 8
– 솔루타 경로 정식에 따른 순환 계수: 4.5
– 노에디아 간섭 모형이 산출한 평균 잔존 계수: 3.75
– 순환 종료 후 적용되는 잔차 감산율: 0.12
– 폐합점 되감김 원리에 따른 미세 불일치 반영 계수: 0.08

{순환 계수가 정수가 아닐 경우, 리프라이마 잔존 항은 예외 없이 노에디아 간섭 이전 단계에서 분할 처리된다──부기된 단서 조항은 이 한 문장뿐이다.}

호스트가 문장을 마무리했다.

{위 조건과 이론 명제가 모두 유효하다고 가정할 때 해당 기본 마력 상태에서 ‘최종 유효 지수’는 얼마인가?}

마법계 초월자인 테아렐은 생각했다.

‘……뭐라는 거야?’

그녀도 마법사인 만큼 리프라이마 잔존 가설이나 솔루타 경로 정식 등의 이론 등은 알고 있다. 고대와 현대의 기초 마력학.
전공은 아니어도 대충 설명은 가능한 정도다.

하지만 두 개 이상의 이론을 저렇게 엮어 버리면 답이 없다.

하물며 다섯 개 이론의 결합?

저런 말도 안 되고 흉악한 문제 따위 마법계에서 보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아무리 시간을 줘도 문제를 풀 자신이 없었다.

“과연 호스트…….”
“설명을 최소화한 문제. 난해하구려…….”
“음, 계산식을 이렇게 해야…….”

관전자들도 지식인을 자처하는 이들답게 문제를 보자마자 끙끙 앓으며 풀려고 한다.
테아렐은 자기 혼자만 어렵다고 느낀 게 아니라 내심 안도했다.

{문제 풀이에 주어진 시간은 60분.}

아르카디옴에선 무려 며칠이나 소모되는 문제가 있다는 걸 고려하면 아주 적은 시간이었다. 하객들이 깊이 탄식을 내뱉었다.
아무리 그래도 1시간은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겼다……!’

오르토는 입꼬리를 당겼다.

이러한 복잡한 마법 계산 문제는 그의 특기였기 때문이었다. 만년필을 부드럽게 쥐고는 양피지의 첫머리를 겨누었다.
새로운 주빈을 이긴 귀빈이라는 명성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호스트가 뒷짐을 졌다.

{값을 구했다면 답하라.}

“486.72.”
“하핫, 이런 문제쯤이야 1시간이나 갈 것도 없이 한 53분 정도면…….”

공기가 경직됐다.

오르토가 양피지에 펜촉을 미처 갖다 대기도 전에 멈칫했다. 미소 띤 얼굴 그대로 굳어 버린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예……?”

{486.72. 정답이다.}

문제는 나오자마자 해결됐다.

{네 번째 주빈인 애셔가 열 번째 귀빈인 오르토를 상대로 승리했다. 새로운 규칙으로 상대방의 지식을 거부한 애셔는 하급 질문권을 획득했다. 하나 패배한 지식인이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는 건 아르카디옴의 방향성에 위배되지.}

“잠깐만요.”

{패배자는 패배에 걸맞은 합당한 대가를 치른다. 끌고 가라.}

“호, 호스트시여.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저걸 어떻게 단번에…… 분명 뭔가 착오가……!!!!! 뭔가 착오가……!!! 호스트시여, 호스트시여!!!”

아르카디옴의 집사들이 오르토를 양팔을 붙들고 저택 안으로 향했다. 오르토의 절규가 만찬회장에서 곧 사라졌다.

반전 없는 결과였다.

베르덴의 바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불가해한 마법적 이해력이다. 이에 대한 재능만은 올다르크와 동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운의 알파.]

다시 말해 첫 번째 게임은 명실상부한 베르덴의 무대였다.

{도전의 기회는 아직 두 번 남았다. 누가 게임에 응하겠는가?}

호스트가 파도를 변형하여 고대 문어의 문양이 새겨진 문을 만들었다. 만찬회장 중심에 문 하나가 떡하니 자리했다.

{게임에 응하지 않겠다면 이 문을 지나 본 무대로 이동하도록.}

…….

침묵이 내려앉았다.

당장 움직이는 지식인은 없었다. 베르덴과 맞설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먼저 떠났다가 누군가가 주빈에게 도전하는 광경을 놓쳐 버리면 평생의 손해인 탓이다.

‘호스트가 낸 문제를 즉시 풀어 버리는 압도적인 지식의 위상…….’

베르덴이 어째서 네 번째 주빈으로 선정되었는지 증명하자, 지식인들은 경외에 한없이 가까운 시선을 쏟아 냈다.

‘도전은 자살이다.’

상류 귀빈들이 정적을 자처했다. 주빈의 지식을 탐하던 아홉 번째 귀빈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싹 다물었다.

누가 마법적 이해력으로 도전하겠는가?

저 형용할 수 없는 괴물에게.

그때였다.

터벅, 터벅, 터벅.

2층에서 세 번째 주빈이 일정한 보폭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인간형. 가면으로 얼굴을 완전히 감춘 그가 베르덴에게 다가갔다.

“세 번째 주빈께서 나서셨다.”
“주, 주빈과 주빈의 지식 대립이라니……!”

귀빈들이 경악하면서도 마치 어린 소녀처럼 눈을 빛냈다. 첫 번째 귀빈도 눈을 떼지 못했다. 기대감이 한껏 증폭한 순간이었다.

벌컥.

아무렇지 않게 베르덴 옆을 스쳐 지나간 세 번째 주빈은, 호스트가 직접 준비한 문을 열고 그 너머로 사라졌다.

{세 번째 주빈, 마기온이 첫 번째 게임의 무대로 이동했다.}

만찬회장이 고요해졌다.

테아렐이 중얼거렸다.

“……도망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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