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화 지적 충돌 (4)
개정된 지적 충돌의 기물은 총 열 종류다.
시민 기물.
보병 기물.
궁수 기물.
마법사 기물.
고위 마법사 기물.
현인 기물.
기사 기물.
암살자 기물.
귀족 기물.
왕 기물.
지휘관 기물의 자리는 귀족 기물이 대신했다.
지휘관 기물 → 삭제.
귀족 기물 → 추가.
암살자 기물 → 추가.
암살자 기물은 은폐 및 기습에 특화됐으며, 귀족 기물은 지휘관 능력을 발휘하며 진영의 핵심 구역을 점령하는 새로운 승리 조건을 수행하는, 말 그대로 특수한 병종이었다.
이 중에서 시민, 보병, 궁수, 마법사는 하나하나가 집단으로 이루어진 기물이고…….
고위 마법사, 현인, 기사, 암살자, 귀족, 왕은 고급 병종으로 각 단일 개체이면서 일부는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아드리안 기물은 기사 병과에 속하며, 세 번째 공격마다 모든 상태를 무시하고 상대 기물을 즉사시킨다.
귀족으로 분류된 리엄 어레인 기물은 사방 5타일 이내의 전투 병과를 강화한다. 턴마다 한 타일 더 움직일 수 있게 하고, 낮은 확률로 공격과 방어를 보조하는 것이다.
이처럼…….
에온의 기물들은 베르덴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의 형태를 모조했다. 기물의 특별한 능력은 실제 능력과 관련이 깊었다.
그것들은 살아 있는 사람처럼 움직였다. 본래의 지적 충돌보다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관절이 삐걱거리지 않았다. 부자연스럽지도 않았다. 몸체가 유연하고 부드러웠다.
‘실제 전장을 축소화해서 지휘하는 기분이군.’
이제 열 개의 병과로 구성된 수십 개의 기물로 운명과 저항을 대표한 블러디아와 데우스에게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시작부터 공격이냐, 방어냐.
베르덴은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염두에 둔 통합 전략을 채택했다.
‘보병 기물과 마법사 기물로 두 진영의 기물들을 견제하고, 궁수 기물과 암살자 기물을 마법과 특수한 능력으로 은폐시켜 측면 기습에 대비.’
턴이 돌아올 때마다 기물이 거침없이 이동한다.
‘귀족 기물의 영역 효과를 받으며, 고위 마법사의 지원을 받는 기사 기물을 요충지에 보내 중앙을 계속 압박한다.’
중심지를 장악하려고 하면 양측에서 거센 저항을 받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사리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굳건하게 진입한다.
알파가 앞날을 내다보듯 지적 충돌에서 루자크를 압도했던 것처럼, 베르덴도 수십 수를 훤히 내다보며 게임을 속행했다.
후웅, 콰과광!
블랙 아워의 일원들로 이루어진 마법사 기물이 타일을 폭염으로 불태운다. 궁수를 맡은 엘프 기물이 숲 타일을 일제사격.
타일 효과로 숨어 있던 블러디아의 궁수 기물이 타격을 받고 두 칸 밀려났다.
카앙, 카앙, 콰지직!
북쪽에서 블러디아와 데우스의 정찰대가 교전을 치른다. 기사 기물이 다른 타일에 올라가서 보병들을 베어 넘긴다.
단순히 죽는 게 아니었다.
공격당한 기물은 진짜 목숨이라도 있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검이 깨지고 몸이 절단되어도 악을 써 댔다.
죽은 보병들이 쓰러졌다. 그 외 보병들은 한 칸 밀려나며 도주했다.
시체는 사라지지 않은 채 계속 타일에 남았다.
‘블러디아는 과감하고, 데우스는 치밀하다.’
운명 진영은 희생이 커도 전진을 거듭해 현시점 가장 많은 지역을 장악했다. 지배 영역이 넓어져 기준치를 넘어설 때마다 한 턴에 조종할 수 있는 기물이 늘어난다.
저항 진영은 베르덴을 주시하면서도 블러디아의 대담한 확장 전략의 허점들을 공략한 뒤 피해를 보지 않고 후퇴했다.
역천 진영은 둘의 대립을 지켜보면서 남쪽에서 조금씩 치고 올라갔다.
‘마치 현실처럼…….’
베르덴이 게임에 몰입했다. 피와 비극이 낭자한 세상이 보였다. 무고한 자들의 비명과 함성이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폐하?]
베타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베르덴이 상념에서 깨어났다.
“음, 잠깐 생각을 정리했다.”
[저항자 진영이 남동쪽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
베르덴은 시시각각 상황에 맞춰 세부적인 전력을 조금씩 수정했다. 변화의 화신과도 같다. 제자리에서 굴러가기만 하는 쳇바퀴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구체였다.
그가 도대체 어디로 튈지 블러디아와 데우스가 예측할 수 없었다.
[…….]
알파는 진심으로 임하는 베르덴을 조용히 보다가 다시 지적 충돌에 눈길을 두었다.
쿠우우우우웅!
수십 턴이 지났다.
마침내 충돌이 본격화됐다.
블러디아가 무작위 타일에 감춰진 태고의 지식을 하나 발견한 것이다.
태고의 지식 세 개 중에서 두 개를 현인 기물에게 전달하면 승리하고.
태고의 지식을 품은 기물로 어딘가의 특정 타일 다섯 개 중에서 세 개를 거치는 순간 절대자 기물이 탄생하여 게임이 끝나 버린다.
쿵!
데우스는, 고위 마법사인 데우스 기물을 필두로 서쪽으로 진군했다. 태고의 지식을 가진 블러디아의 보병 기물의 이동 경로를 막았다.
이에 블러디아가 기사 병종으로 판정되는 빛으로 이루어진 존재와 드래곤 기물을 파견했다. 그것은 첫 번째 사도와 네 번째 사도였다.
[혼자서 사도 둘을 상대하겠다?]
“충분하다.”
[크흐흐핫. 역시 올다르크를 따르는 마법사답게 오만하기 짝이 없구나.]
블러디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네놈은 어떤 모습으로 죽을까.]
첫 번째 사도와 데우스가 격돌했다. 빛과 마법이 부딪치며 무대가 진동했다. 데우스의 특수 능력으로 피해가 무효화되면서 두 기물이 다섯 타일을 사이에 두고 강제 이동되었다.
일정 이상 영역을 보유해 한 턴에 기물 두 개를 움직일 수 있는 블러디아가 손짓했다.
네 번째 사도가 브레스를 내뱉었다.
메이아 기물과, 베르덴이 정체를 파악하지 못해 인식할 수 없는 저항 진영의 기사 기물이 미리 준비한 마법으로 공격을 방어했다.
북쪽이 이러하듯 남쪽도 일촉즉발이었다.
현실에서 베르덴이 처단한 사막의 신───일곱 번째 사도 기물이 혹독한 사막 타일을 가로질러 역천 진영을 노린다.
여섯 번째 사도인 옛 왕은 타일에 남은 시체에 사기를 흩뿌려 언데드 기물을 만들었고, 이를 전력에 투입했다.
‘거인과 호스트…… 남은 사도의 기물은 본진에서 대기하고 있다. 광범위한 영역을 차지해 블러디아가 앞서가고 있지만, 남쪽의 사도들을 저지하면 전세는 역전된다.’
베르덴의 눈앞에 43턴 뒤의 결과가 그려졌다.
칼리아 기물로 전선을 강화.
유니아 기물로 포격.
그레이브 기물이 일곱 번째 사도 기물을 지키는 기사 기물을 암살.
이자벨라 기물이 하위 병종을 즉사시키는 특수한 마법 능력을 발현.
[…….]
북쪽과 남쪽에서 전쟁 하는 블러디아의 눈동자가 쉬지 않고 굴러간다. 베르덴이 구축한 남쪽 전선을 어떻게 뚫을지 고민하는 기색.
옛 왕 기물이 접근한다.
거대한 용검 [마그라스]를 어깨에 짊어진 죽음의 군주가 타일을 오염시킨다. 그의 영향권 이내에 있는 시체들이 완전히 부활했다.
‘예상대로.’
베르덴이 옛 왕에 맞서기 위해 아드리안 기물을 전진 배치하려던 그때였다. 일절 망설임이 없던 그의 손이 도중에 멈췄다.
‘17수, 29수, 30수, 49수, 73수, 77수…….’
아드리안 기물을 놓음으로써 발생하는 변수들과 전개되는 상황이 뇌리를 스쳤다. 불안감에서 비롯된 본능의 발로였다.
갑자기 지적 충돌의 흐름이 끊기자 블러디아와 데우스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고, 그러는 동안에 베르덴의 동공이 움찔거렸다.
‘데우스가 방해를 해도 483수 뒤에는 블러디아를 끝장낼 수 있다. 그리고 798수 뒤에는 데우스의 핵심 구역을 점령할 수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두 개의 태고의 지식이 변수이긴 하나, 오차는 많아도 50수를 넘지 않을 터.’
그림을 완성했는데도 베르덴은 주저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 진영도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주요 기물을 제물로 삼아야만 저 둘의 주 전력을 제거할 수 있다.’
그는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아드리안이…… 반드시 희생돼야 한다.’
카인, 라테온, 유니아, 그레이브, 오스가르, 리엄, 멜라드, 칼리아 등의 죽음이 전제된다.
이자벨라와 메드란트, 알더니스, 레바나 등은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 변수에 따라 전멸할 수도 있고 전부 살 수도 있다.
알파와 베타도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가까스로 승리할 수 있다.
종극에 상처 하나 없이 무사한 것은 오직 베르덴 기물 하나뿐이다. 다른 방법을 구상해 봤지만 이보다 좋은 선택은 없었다.
두 개의 태고의 지식을 현인 기물에게 전달하는 것은?
악수(惡手)다.
오히려 그 방법이야말로 희생이 극대화된다.
태고의 지식으로 절대자를 불러낸다?
또한 악수(惡手)다.
태고의 지식을 지키는 것도 문제고, 절대자 타일 세 개가 전부 드러나지도 않은 이상 계산에 포함할 수 없다.
운명과 저항자의 진영 승리 요건을 차단함으로써 역천의 진영 승리 요건을 충족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수다.
지금 저 둘의 승리 조건에 대한 단서가 단 하나도 없으므로.
베르덴이 주먹을 쥐었다.
이런 게임에서 말을 희생하는 것쯤이야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다. 여기서 그 어떤 것도 내주지 않고 승리할 수는 없다. 보드판은 세상보다 좁았고, 서로의 기물은 한정됐다.
지적 충돌은 게임에 불과하다고, 베르덴은 자기 자신을 채찍질했지만 미처 아드리안 기물에게 앞으로 가라고 의지를 보내지 못했다.
이유가 있었다.
‘이건 게임 따위가 아니니까.’
지켜야 할 것들을 포기하면서까지 승리를 거머쥘 것인가, 책임감에 억눌려 지키기만 하다가 이도 저도 못 하고 패배할 것인가.
베르덴 앞에 펼쳐진 지적 충돌의 세계는 그렇게 묻고 있었다.
히안테의 말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당신’도, 올다르크도 베르덴과 비슷한 종류의 자기희생을 논했어요. 하지만 그 희생은 결국 변질되고 말았죠. 그게 그들만의 좌절을 극복한 끝에 얻은 결론이었어요.
───대분기에서 운명전, 운명전에서 현재. 필멸자는 감히 상상조차 못 할 정도로 수많은 세월이 흘렀어요. 세계조차도 변하는데 그 위의 무수한 생명이 어떻게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수명이 없을지언정 영원히 불변할 수는 없어요.
베르덴은 자신이 ‘당신’과 초대 마도왕과 무엇이 다른지 진정 이해했다. 둘은 희생의 일선을 넘었으며, 베르덴은 자기희생에 갇혔다.
이게…… 호스트가 마지막 게임으로 지적 충돌의 삼파전을 결정한 의도였다. 베르덴에게 그들과 같이 선을 넘으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불공평한 게임은 아니다.
모든 조건은 동일했다. 기물들의 총합 능력치도 같았다. 오직 차이는 베르덴의 개인적인 사상이었을 뿐이다. 베르덴이 결단을 내리면 주관적으로 세 개의 진영은 공평해진다.
베르덴은 식은땀을 흘리며 자문했다.
‘나는 선을 넘을 수 있는가. 이상을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가.’
마음속으로도 대답하지 못한 베르덴은 행동으로 답을 대신했다. 손에 의지가 실렸다. 아드리안 기물이 ‘후퇴’했다.
베르덴은 차마 깜짝 놀란 알파와 베타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럴 수 없다.’
손에 쥔 것을 버릴 수 없다는 욕심.
베르덴의 약점을 깨달은 블러디아가 가학적으로 비웃었다. 전선이 바뀐다. 곧 운명의 전력들이 남쪽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데우스는 내심 고개를 저으면서도…… 남쪽으로 병력을 이동시켰다.
중요한 것은 승패.
삼파전이라면 하나부터 완전히 없애는 것이 기본 병법이다.
* * *
───우, 운명의 진영과 저항자 진영이 역천의 진영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주빈께선 완벽에 가까운 방어 진영을 구축하고 계시기에 어떤 기물도 잃지 않으셨지만…… 이대로 가다간 패색만 짙어질 뿐인데…… 어떤 계략이 있으신 걸까요?
셸브론이 사회자로서 지적 충돌에서 생긴 이변을 중계한다. 판도가 달라졌다. 영역이 축소된 베르덴의 진영은 절반 이상 포위됐다.
다른 진영들이 베르덴의 기물을 조금씩 깎아 내고 있다.
{애셔가 희생을 전제한 수법을 쓰지 못하는 것을 깨닫자마자 과감하게 공격해 오는군. 그러나, 애셔의 방어진도 완벽하다. 운명과 저항이 연합한다고 해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겠지.}
호스트가 지적 충돌의 창시자로서 섬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결국 길어도 493수 내에 역천의 전선이 붕괴할 것이고, 643수에 핵심 지역이 점령당하거나 888수에 애셔 기물이 사로잡힐 거다.}
테아렐이 묻는다.
“애셔가 이길 방법은?”
{아군의 희생을 두려워하는 왕이 승리하는 걸 본 적이 있나? 위험은 대가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원대한 목적을 이룰 수 없지. 초월자의 이상이라면 더욱. 애셔의 이상이라면 더더욱. 저 방어선으로 상대 진영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약화시킬 수는 있으나 승리와는 거리가 멀다.}
이대로는 베르덴이 질 수밖에 없다.
지적 충돌의 규칙만 아는 테아렐도 화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인데, 허점이 저렇게 있는데도 과감하게 반격하지 못하는 베르덴의 모습이 낯설었다.
‘아군의 희생이 곧 베르덴의 약점. 호스트가 이걸 노린 거겠지. 지적 충돌을 마지막 게임으로 삼은 건 호스트니까. 베르덴을 함정에 빠뜨렸어.’
관람객에 불과한 테아렐이 베르덴을 도울 방법은 없다. 호스트를 공격할까? 의미 없다. 이 문어 대가리 인간은 본체가 아니다.
‘그런데…….’
머리가 복잡해지는 와중 테아렐의 마음 한편에 의문이 떠올랐다.
‘대체 뭘 기대하는 거야?’
베르덴의 패배가 거의 확실시되었는데 호스트는 여전히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떤 장면도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이윽고 호스트는 기다란 손끝을 서로 두드리면서 기대감을 표출했다.
“또 무슨 수를…….”
{쉿.}
호스트가 침묵을 강요했다. 화면에서 셸브론이 떠들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베르덴의 표정이 화면에 잡혔다.
호스트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던 테아렐이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아……! 운명 진영의 기사 기물이 기습에 파괴됐습니다! 드디어 네 번째 주빈께서 대대적인 반격을 선택하신 모양입니다!
완전한 방어 전선에서 나온 알파 기물이 진작에 피해를 한 번 받은 기사 기물을 끝냈다. 기사 기물은 두 번까지만 공격을 견딜 수 있다.
‘어?’
베르덴이 마음을 먹은 건가 싶었지만…… 그 또한 당황스러운 듯한 반응으로 시선을 내렸다. 베르덴을 대신해서 알파가 손을 뻗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
호스트가 손뼉을 마주치며 기립했다.
{그래, 이거다. 내가 보고 싶은 장면이.}
네 번째 주빈은 셋이서 하나.
호스트는 왜 그런 고유 권한을 준 것일까. 바로 이 광경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베르덴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는 인공 골렘들의 결단이.
‘올다르크, 올다르크, 올다르크.’
호스트는 확신하며 진심으로 웃었다.
‘네가 미처 처리하지 못한 피조물들이 변수가 될 것이다. 베르덴이 선택하게 될 운명도, 저항도 아닌 세 번째 선택지의 변수가.’
새로운 지식의 탄생이 확정됐다.
* * *
베르덴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알파 기물이 전선을 나갔다. 적절한 한 수이긴 했으나, 자칫하면 녀석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알파?”
[애셔 폐하.]
알파도 네 번째 주빈으로서 차례가 오면 기물을 움직일 수 있다. 알파는 베르덴을 격려하듯이 그의 손등을 토닥였다.
[알파 기물은 알파. 알파가 움직임. 애셔 폐하의 탓 아님.]
[그렇습니다.]
알파가 자신의 기물을 움직였으니 설령 희생돼도 베르덴 탓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베타도 동의하면서 다음 차례에 베타 기물을 움직일 준비를 갖췄다.
허를 찔린 탓에 기사 기물을 상실한 블러디아가 코웃음 쳤다.
[이제는 그런 보잘것없는 존재들에게 보호받는 건가? 그러고도 운명 파괴자라니. 우습지도 않…….]
[블러디아.]
알파는 베르덴과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단어를 하나 선정했다. 아드리안과 라테온 등이 입에 담은 적이 있는 말이었다.
[아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