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31

1031화 지적 충돌 (5)

아가리.

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

인간 사회에선 일반적으로 짐승의 입을 아가리나 주둥아리로 지칭하기도 하며, 일종의 욕설의 의미로 쓰기도 한다.

평범한 인간의 관점으로는 드래곤이 인간보다는 짐승에 한없이 가까우니, 드래곤의 아가리란 어쩌면 올바른 용어일지도 몰랐다.
어디까지나 세간의 입으로 말한다면 말이다.

[……아가리?]

블러디아가 멍하니 되뇌었다. 제대로 들은 건지 의심하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주 오랜만에 모욕을 준 상대가 운명 파괴자도 아니고 올다르크의 제자도 아닌 인공 골렘이었으니까.

[아가리?]

올다르크는 ‘당신’과 같이, ‘당신’이 진정한 신이 되기 전부터 절대적 존재였다.

만약 이상을 가진 ‘당신’이 만반의 준비를 갖추지 않고 운명의 전쟁을 시작했다면 승자는 올다르크였을 것이다. 올다르크의 위상은 블러디아를 포함한 모든 사도가 경외하며 인정한다.

하지만 올다르크의 골렘은 아니었다.

블러디아에게는 특히.

드래곤은 자연적으로 태어난 초월적인 종족이고, 올다르크의 인공 골렘은 인위적으로 탄생한 ‘물건’에 불과하므로.

근본이 완전히 다를진대 어찌 존중하겠는가.

거짓된 개체다.

그래서 블러디아는 알파와 베타를 경멸하다 못해 무시했다. 두 번째 게임에서 알파에게 악신의 잔재를 빼앗긴 것도 그런 이유였다. 알파를 경계할 존재로도 취급하지 않은 것이다.

태고의 모험극에서는 운명 파괴자와 사투를 벌인 뒤였으니 허를 찔려도 어이없었을 뿐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생명이 뭔지도 모르는 무생물이 현 드래곤의 정점들을 모욕했다.

고작 인공 골렘 따위가.
한낱 피조물 따위가.

[지금, 뭐라고.]

[귀 막힘?]

알파는 여행을 하며 보고 들은 욕설 중에서 가장 상황에 적합한 단어를 채택했다.

[도마뱀. 아가리. 닥쳐.]

베르덴과 데우스도 경악할 정도의 어휘였다.

[────────────!!!]

블러디아가 포효했다. 강력한 생명력의 태동에 폴리모프로 유지하고 있던 인간 여인의 형상이 일부 무너졌다.

붉은 동공이 정확히 세로로 갈라지고, 등에서는 두 개의 날개가 뻗어 나온다. 길게 찢어진 입가에서는 무엇이든 부술 것처럼 이빨들이 날카로워졌다.

반인반룡으로 변한 용인 레그리트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컸다.

차원이 다른 폭력성.

초월종에서 손꼽히는 고룡의 존재감이 삽시간에 확산했다. 아니…… 사도‘들’이라는 말마따나 그것은 고룡‘들’이었다.
4대 고룡 중 몇이나 섞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데우스와 베르덴 일행을 위협하는 존재감은 좌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포악한 울음소리에 공간이 떨렸다.

[널리고 널린 벌레보다도 하찮은 골렘이 못 하는 말이 없구나. 그저 올다르크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 주제에, 목적이 되는 주인이 없으면 존재 가치도 없는 것이!]

블러디아가 핏발 선 눈으로 멸시가 섞인 분노를 토해 냈다. 그리고 인공 골렘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고스란히 내보였다.

심판으로서 과도한 도발을 차단해야 할 셸브론의 몸이 굳었으나, 그는 애써 입을 열어 주빈과 귀빈의 대립에 개입했다.

“저, 도, 도발의 수위가 높으니 부디 진정을─”

데우스가 가볍게 손을 저었다. 격동하던 공간이 안팎으로 분리됐다. 밖과 지적 충동을 둘러싼 무대가 분리됐다.

세 번째 주빈의 고유 권한 – 밀실.

관람객들이 있기에 시야를 차단할 수 없었지만, 이제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됐다. 어떤 말이 오가는지 셸브론은 알 수 없다.
물리적인 충돌이 아니면 심판은 이들을 제재할 수 없다.

블러디아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네 녀석은 기생충보다 못한 창조물이다.]

“감히…….”

이에 베르덴의 심사가 뒤틀리려 할 때쯤 알파가 외눈을 번뜩였다.

[도마뱀. 강약약강.]

[……뭐?]

[드래곤 특. 매사에 오만함. 그런데 막상 감당할 수 없으면 고개도 못 듦.]

알파에게 힘줄이란 것이 존재했다면 툭 불거졌을 것이고, 턱과 어금니가 있었다면 소리가 날 만큼 이를 꽉 깨물었을 것이다.
베르덴은 그렇게 느꼈다. 알파는 그 어느 때보다 분노를 표출했다.

[마도왕 폐하. 최후의 저항자. 아케나드 마도국은 명백한 운명의 적. 하지만 건국 이후 멸망할 낌새조차 없었음. 실제 국가 존망 위기? 없음. 안전.]

알파는 처음부터 희미하게 감정을 품을 줄 알고 있었고, 골렘 연구 시설을 벗어난 뒤 세상에서 경험을 쌓으며 감정의 힘이 아주 조금씩 강해졌다.
마력이 없어 소멸한 줄 알았던 관리자와 침묵의 사막에서 재회했을 때는 문장 끝에 느낌표까지 붙을 정도로 감정을 깊이 이해했다.

[500년. 5세기 동안 운명의 추종자는 마도국에 수작을 부리지 않음. 서약자의 계약으로 루아스교를 공격한 배신자 색출. 마도국은 에온처럼 배신자가 단 한 명도 발견된 적 없음.]

알파가 지적 충돌의 전장을 내려다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베르덴 폐하, 알파, 베타의 수읽기에 블러디아와 데우스는 공략당하고 있었다. 지금은 비등해 보여도 수백 턴이 지나면 일방적인 전개가 될 터였다.

실제 전장과 같이 상대가 보이지 않으면 모를까, 지적 충돌은 체스처럼 상대방의 진영이 훤히 보이니 연산에 특화된 그들의 승산이 확연히 높았다.

하지만…… 수십 턴이 지난 현재 확장한 영역은 극도로 축소되었고, 두 개의 진영은 베르덴 폐하의 진영을 좌우에서 포위하며 압박했다.
전장을 휘저어야 할 역천 진영의 기물들은 손해 없는 반격만을 노리며 방어에 전념했다.

그래서인지 단신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방어선을 빠져나와 운명 진영의 기사 기물을 하나 파괴한 알파 기물이 특히나 눈에 띄었다.

[왜?]

블러디아와 데우스가 베르덴 폐하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찔렀다. 호스트는 바로 이런 상황을 유도하기 위해 개량된 지적 게임을 준비했다.
그 어떤 때에도 물러서지 않았던 베르덴 폐하는 알파와 베타를 포함해 지키고자 하는 존재들 앞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베르덴 폐하는 그런 존재였다.

베르덴 폐하가 무의식적으로 초월을 주저했던 이유는, 이상으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곁에 있는 이들을 잃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적은 바로 그 연약한 속살 같은 부분을 거침없이 물어뜯었다.

골렘적으로 말하자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간적으로 표현하자면 짜증이 치밀었다.
‘알파’적으로 서술하자면 화가 났다.

베르덴 폐하를 감히 대놓고 조롱하는 블러디아가 미웠고.
베르덴 폐하가 곤혹스러워하며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을 즐겁게 관전하고 있을 호스트가 싫었고.
베르덴 폐하를 먼저 승리에서 배제시키기 위해서 블러디아의 공세에 차분히 손을 얹는 데우스 위덴이 불쾌했다.

[블러디아. 운명의 사도. 마도왕 폐하. 공포.]

세계 자체가 향해 오는 듯한 거대한 악의.

만인이 두려워할지언정 알파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전혀 무섭지 않았으니까. 베르덴 폐하가 곁에 있는 한 알파는 ‘무적’이다.

[운명과 저항자의 물밑 수싸움? 부정. 근본적인 이유는 생존. 운명의 사도는 여태까지 마도왕 폐하가 무서워 마도국에 접근 불가. 자칫 ‘당신’이 깨어나기 전에 마도왕 폐하에게 살해당할 가능성. 블러디아는 배제 불가능. 겁쟁이.]

그래서 알파는 참지 않았다.

[알파의 가설. 오류?]

베르덴 폐하가 이상과 신념 그리고 책임감으로 자신보다 모두를 위한다면, 알파는 순수한 진심으로 자신보다 베르덴 폐하를 비호했다.

누구도 베르덴 폐하의 마음을 비웃을 수 없다.

설령 알파, 베타, 감마, 오메가를 창조한 마도왕 폐하라고 할지라도.

[오류? 대답.]

콰아앙!

블러디아가 진각을 밟았다. 그녀가 딛고 있던 발판에 금이 갔다. 격노를 넘어선 살의가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진정…… 죽고 싶은 거냐?]

[오류? 대답.]

[올다르크의 피조물!!]

[뭐.]

알파가 소리쳤다.

[뭐!!]

……!

알파의 일갈에 블러디아가 흠칫했다. 데우스도 눈을 크게 떴다. 명백히 인공 골렘이 낼 수 있는 감정 표현이 실시간으로 한계를 넘어섰다.

진화?
골렘이?

강철이 오랜 세월 동안 굳건해도 미스릴은 될 수 없다. 물질적인 한계가 있으니까. 인공적인 개체들도 마찬가지다.
뭔가가 물리적으로 더해지는 별도의 공정이 없는 한 설계도가 정한 상한선을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순리이자 섭리였다.

데우스가 당황했다.

‘어떻게…….’

태초의 마법사의 지성을 일부 물려받은 알파와 베타 등의 경우 정신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인간이 드래곤이 될 수 없듯이 당연한 상한선이 존재했다.

무형의 영역이라 어림잡을 수 없지만…….

적어도 알파가 지금 보여 주는 모습은 골렘 연구 시설의 총괄 책임자로서 창조된 골렘의 역할을 완전히 탈피한 것이었다.

뭐, 어쩔 건데. 게임 중인데 때릴 거야, 뭐 할 거야. 사도고 뭐고, 네가 뭐 어쩔 수 있는데. 규칙 무시하고 달려들다가 추방당할 거야? 죽여? 죽여 봐. 뭐, 뭐. 뭐 어쩌라고─── 알파는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똑바로 블러디아를 노려봤다.

[…….]

블러디아는 말문이 막힌 채 눈가를 떨었다.
적합한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실제로 아케나드 마도국에 미처 손을 쓰지 못한 건 올다르크가 무슨 기상천외한 수를 준비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운명의 추종자에게 있어 그곳은 저항자의 본진에 준했다.

정적이 내려앉았다.

베타는 감탄하며 알파를 바라봤다.
과연 형이다.
계산을 벗어난 감정의 수위로 블러디아를 대화로 압도했다. 베타는 동생으로서 알파의 위세를 똑똑히 기억했다.

‘알파.’

베르덴은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알파가 이렇게 분노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자신의 손바닥보다 작은 녀석이 4대 고룡들의 말문을 닫게 만드는 광경은 베르덴에게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충격을 안겨 주었다.

[베르덴 폐하. 베타.]

데우스가 방금 전에 이곳을 밀실로 만들었기에 본명을 입에 담아도 아르카디옴의 규칙에 저촉되지 않는다.

[블러디아. 알파가 혼냄.]

베르덴은 익숙하게 알파의 머리를 쓸었다.

“그래, 잘했다.”

[멋집니다.]

[엣헴.]

알파는 자랑스럽게 상체를 앞으로 내밀고는 이내 팔을 들었다. 녀석은 자그마한 오른팔로 블러디아를 가리켰다.

[그래도 부족함. 베르덴 폐하. 도마뱀 참교육. 희망.]

베르덴은 즉시 표정을 가라앉히며 지적 충돌을 관찰했다. 알파 기물을 제외한 모든 기물이 완벽한 방어 진형을 갖췄다.
그러나 나아가지 않으면 결코 이길 수 없다. 지적 충돌은 그런 구조였다.

‘누구도 희생할 수 없다는 일념은 여전하다.’

게임은 게임으로.
현실은 현실로.

게임과 현실을 구분해야 마땅하나 이건 호스트가 직접 짠 판이다. 베르덴은 지적 충돌과 현실을 애써 구분하지 않았다.
여기서 내린 모든 선택이 결국 현실로 이어지는 연장선이라고 믿었기에.

‘그러니 진심으로 현실처럼 대응할 수밖에.’

알파의 전혀 예상하지 못한 활약을 보고 나서야 베르덴은 선택했다.

그렇다.

게임의 틀에 갇혀 승패를 논할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게임을 현실로 대한다. 그러나 현실에 게임의 규칙과 제약은 없다.

‘그래, 이게 내 답이다.’

베르덴이 손을 뻗었다. 알파 기물을 지키기 위해 아드리안 기물이 앞으로 전진했다. 턴이 지날 때마다 방어선이 시시각각 해체됐다.

쿵.

가장 보호받아야 할 진영의 왕─── 베르덴 기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블러디아의 머리가 뜨거워졌다.

알파에게 당한…… 상상하지 못한 모욕에 정신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베르덴의 약점에 몰두한 나머지 진영의 방어가 허술했다.

쿠웅, 콰과광!

콰지직!

방어를 일절 무시하고 무조건 절단하는 아드리안 기물의 세 번째 검격이, 블러디아의 마법사 기물에게 끝을 선사했다.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는 베르덴의 전술은 가히 파도와도 같았다.
쉼 없이 몰아친다.
심지어 베르덴 기물까지 전선에 나와서 날뛰고 있다. 왕 기물은 죽으면 끝이지만, 그렇기에 강력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콰과과과과과과!

사막 타일에서 이슈르 기물이 베르덴 기물에게 파괴됐다.
일곱 번째 사도가 침묵했다.

[큭…….]

그러는 동안에 베르덴 진영의 기물은 단 하나도 죽지 않았다.
일부가 약간의 피해를 보았을 뿐이다.

블러디아는 반격을 최대한 저지하면서 전선을 재정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알파를 향한 분노조차 잠시 고개를 숙였다.

쿵!

데우스는 적당히 간을 보고 있었기에 블러디아처럼 당하지 않았다. 저항자의 진영과 역천의 진영이 서로 대립했다.

‘블러디아가 정신적 피해를 당한 듯합니다.’

블러디아가 약세를 보이는 걸 직관하던 베타가 데우스를 바라봤다. 그럼 알파의 동생으로서 베타는 다른 한 명의 전력을 약화시켜야 마땅했다.

전략은 세웠다.
정보는 충분했다.

[데우스 위덴. 궁금한 게 있습니다.]

“……?”

지적 충돌에 집중하던 데우스가 고개를 들며 눈을 깜빡였다.

[데우스 위덴은 저항자의 세력에 속해 있지만 두 번째 게임에서 베타를 도와주었습니다. 페가수스를 타고 드래곤과 악신의 잔재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베타를 보며 감정의 변화를 보였습니다.]

무슨 감정인지는 당장 몰랐지만, 그것은 분명히 부정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가설을 세웠습니다.]

베타의 가설.

[데우스 위덴은 천 년 이상 마도왕 폐하의 곁에 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알파와 베타의 나이는 약 500살과 300살에 불과하다.

[마도왕 폐하께서 알파와 베타를 창조할 때 데우스 위덴도 있었습니까?]

기물을 움직이려는 데우스의 손이 멈췄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