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32

1032화 지적 충돌 (6)

[마도왕 폐하께서 알파와 베타를 창조할 때 데우스 위덴도 있었습니까?]

데우스 위덴은 처음으로 태초의 마법사를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최초의 마탑에서 키론다르의 연구 대상이 되어, 태초의 마법사의 본 의도대로 최초의 위계 마법사가 되었던 기억.
아직 운명의 실이 자리 잡지 않았기에 선택권이 있었음에도 영생을 위해서…… 마력회로를 형성하는 마력 연공법을 왜곡시킨 대가로 키론다르가 최초의 마탑째로 지하에 봉인되었던 기억.
오메가가 탄생한 기억.
태초의 마법사가 기억의 일부를 바탕으로 독립된 분신을 만든 기억.
태초의 마법사에게서 세계를 배우고, 마법적인 이론을 가르침 받고, 명상과 단련을 거듭한 끝에 초월자로 각성한 기억.
알파와 골렘 연구 시설을 구축한 기억.
베타가 태초의 마법사의 동력원 형성 실험을 조력했던 기억.
감마가 완성된 기억.
…….

천 년을 넘는 기억의 장면들이 뇌리를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며 낯선 두통이 일었다.

‘오메가, 알파, 베타.’

데우스 위덴은 기물을 움직이지 못하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했다. 베르덴 곁에 있는 자그마한 골렘들의 외눈은 그로 하여금 많은 잡념에 사로잡히게 했다.

만약 베르덴이란 존재가 없었다면 그들과 재회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원래 예정대로 말이다.

‘이미 몇 번이고 봤으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자신을 알고 있었냐고 묻는 골렘들을 대면하니 평정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 비록 녀석들이 과거의 데우스를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쿵.

데우스는 고위 마법사 기물을 후방에 배치하여 방어선을 덧대었다.

“대답할 의무는 없다.”

베타의 질문을 외면한 데우스는 운명의 진영으로 향하는 병력에 집중했다.
간접적인 압박으로 상대를 위축시키고, 언제든지 요충지를 점령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그의 전략이었다.

초월자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감정을 갈무리하는 것쯤은 간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결국 초월자도 감정적인 존재다.

분노, 쾌락, 슬픔, 기쁨, 공포, 혐오, 경악, 기대, 동경, 호기심 등 때론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더 강한 감정의 색채를 내비치기도 하며.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관조하고, 남을 통찰하는 능력이 뛰어난 초월자일수록 말이다.

‘연민……? 동정?’

데우스가 일순간 멈칫한 것에서, 베르덴은 그런 감정을 느꼈다. 그처럼 8위계가 아니었다면 감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데우스는 분명히 베타의 질문에 정신이 뿌리부터 흔들렸다.

왜 데우스는 알파와 베타를 가엾게 여기는가.

‘어쩌면, 아니, 어쩌면이 아니군. 데우스 위덴은 어째서 초대 마도왕이 알파와 베타를 버렸는지 알고 있다.’

침묵의 사막 밑에서 신들의 파편과 키론다르를 관리한 오메가(Omega).

골렘 연구 시설을 총괄한 알파(Alpha).

대수림의 중심지인 생명의 숲에서 동력원 연구에 사용된 베타(Beta).

방주가 거주하는 하늘섬 아크 어딘가에 숨어 있는 감마(Gamma).

인공 골렘의 역사는 오메가로 시작해 알파, 베타, 그리고 감마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서 초대 마도왕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
인공 골렘의 탄생 목적은 그의 이상과 직결되어 있다. 그리고 데우스는 저항자들이 바라는 이상향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쥐고 있다.

‘이 지적 충돌에서 승리하면 상급 질문권을 얻어, 운명을 이루는 원천이나 초대 마도왕의 목적을 알 수 있다…….’

호스트가 던진 미끼는 유혹적이었다.

세계의 비밀을 푸는 전율.

호스트에게 질문한 순간 금기에 얽매여 답답했던 마음은 해방을 맞이하리라. 역천의 마법진을 창조한 마법사로서 그 기분이 얼마나 달콤한지 그는 모르지 않았다.

꽈아아앙!

베타가 직접 움직인 베타 기물이 데우스의 보병 기물을 물리친다.

운명은 적의 멸절을 바라고.
저항도 적의 멸망을 원한다.

적어도 이 게임에서 베르덴이 내려야 할 올바른 선택은 하나밖에 없었다.

* * *

───전선 후퇴!

───역천 진영의 왕 기물이 최전선에서 운명 진영을 밀어냅니다! 왕을 잡아 네 번째 주빈을 단번에 탈락시킬 것인가! 전력을 깎고, 또 깎아서 장기전에 대비할 것인가! 태고의 지식을 최대한 활용할 것인가! 첫 번째 귀빈께서 혼란에 빠지신 듯합니다!

───저항 진영에서 역천 진영의 기물을 격퇴! 하나 아직 기물은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직후 네 번째 주빈께서 숨긴 암살자 기물이 세 번째 주빈의 마법사 기물을 처단합니다!

───역천 진영에서 영토 규모 기준 충족! 이제 네 번째 주빈께서는 한 턴에 기물을 하나 더 움직이실 수 있습니다! 두 전장의 동시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역천 진영에서 잃은 기물은 여전히 하나도 없습니다!

───세 번째 주빈께서 태고의 지식을 발견!

아르카디옴의 27번째 집사인 셸브론의 설명이 점점 더 뜨거워진다. 처음 보는 지적 충돌의 삼파전의 열기는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세 번째 주빈.
네 번째 주빈.
첫 번째 귀빈.

자신의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거침없이 기물을 움직인다. 앞날을 염두에 둔 수싸움은 피 튀기는 실제 전장보다도 치열했다.
고민하는 시간은 길어 봤자 고작 몇 초였다. 제한 시간이 아예 필요 없을 지경이었다.

단체 극장.

“…….”

두 번째 게임에서 과업을 완수하지는 못했으나, 다행히 지식의 망령으로 전락하지 않은 지식인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귀빈과 하객, 너 나 할 것 없었다.

어떤 근거로 저 수를 두었는지 생각해 볼 간극도 없으니, 그들은 멍하니 초월적인 지식인들의 혈투를 관람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마치 제 취향에 따라서 편을 가르기 시작했다.

“그래, 그거요! 기사 격파!”
“네 번째 주빈께서 지적 충돌을 지배하신다!”
“역천! 역천! 역천!”
“세 번째 주빈께서 태고의 지식을 가져가려고 하시는군. 허, 어찌 저렇게 고도의 수를……!”
“끝까지 가면 첫 번째 귀빈께서 다 이기신다.”

응원하는 진영이 생기며 자연스럽게 의견 충돌도 발생했다.

“그래도 왕을 가장 앞에 내세우다니…… 저러다가 실수 한 번 하시면 바로 끝인데…… 객관적으로 보면 세 번째 주빈께서 가장 유리하신 것 아닌가?”
“맞소. 세 번째 주빈께서 힘을 모으시는 것 다들 안 보이나? 삼파전이네, 삼파전! 전력을 최대한 많이 비축한 진영의 승산이 높다, 이 말이지!”
“솔직히 네 번째 주빈께선 한 분이 아니라 세 분 아닙니까? 이건 좀 공평하지 않은 듯한데요.”
“불공평? 지금 감히 호스트를 모욕한 건가! 이런 하객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그리고 객관적으로 보면 세 번째 주빈께서 유리해? 그 눈은 식재료로도 쓰지 못하겠군!”
“뭐? 자네, 지식의 매립지에 던져 줄까! 망령으로 전락하고 싶어!”
“끝까지 가면 첫 번째 귀빈께서 다 이기신다.”

단체 극장은 어느새 지식인들의 언쟁과 감정으로 얼룩졌다.
집중력이 우수한 존재들이기에 옆에서 싸우든 말든 간에, 지적 충돌이 중요한 이는 조용히 화면에 빠져들었다.

개인을 위한 극장에서도 여러 반응이 일었다.

‘대단하긴 하네. 방어만 집중했었는데 134턴 만에 분위기가 반전됐어.’

테아렐은 뭐라고 하는지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알파와 블러디아가 싸운 뒤로, 갑자기 왕을 앞세우는 베르덴의 새로운 전략에 감탄했다.

‘이대로 가면 베르덴의 승리.’

만족한 듯 작게 고개를 주억거린 그녀가 옆쪽을 힐끗거렸다.

알파가 독단적인 반격을 행했을 때 박수를 치며 기립한 호스트는 다소곳이 앉아 지적 충돌의 전장을 지켜보았다.
보고 싶은 거 다 본 거 아닌가?
어째서 나가지 않고 그녀의 방에 머물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테아렐은 생각으로만 끝내지 않고 입을 열었다.

“너, 왜 안 가?”

{기왕 함께 자리했으니, 극이 끝날 때까지는 같이 관람하는 것이 예의다.}

“우리가 예의 따질 사이는 아니잖아.”

테아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내가 네 대적자라며.”

모험극에서 테아렐은 자기 이상에 초대 마도왕의 의지가 개입했다는 것을 인식했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이상을 바꿀 수도 없다.
살의가 일렁인다.
여전히 그녀의 목적은 바다의 두려움인 호스트의 죽음이다.

{정해진 운명은 존재하지 않으니, 앞날은 모르는 법이지.}

호스트는 의미심장한 웃음소리를 냈다.

{지식의 과업으로 얻은 책은 확인했나?}

“안 열렸어.”

테아렐은 소파 팔걸이에 올려 둔 표지 없는 책을 두드렸다.

청람(淸覽).

모험 게임을 관리하는 탈라칸이 그녀에게 남긴 책이었다. 호스트로부터 독립된 영혼이었다고 하니, 본질적으로 따지면 호스트가 직접 준 것이라고 해석해도 좋으리라.

{청람은 태고의 산물로 분류되는 보물이다. 소위 고대 아티팩트인 셈이지. 네가 알고 있는 것과는 급이 다르지만. 언젠가 네게 자격이 생기면 청람의 책장이 열릴 거다.}

“그래서 무슨 물건인데?”

{운명의 개념이 탄생하기도 전에, 신들이 전쟁을 벌이기도 전에. 이 세계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 내가 사용했던 물건이다. 그때는 하루하루 모든 것이 새로웠었지.}

호스트는 과거를 떠올리며 촉수를 꿈틀거렸다.

{청람의 내용이 정 궁금하면 애셔에게 소유권을 넘겨라. 마기온에게 줘도 좋고, 뭣하면 블러디아에게 던져라. 그들은 자격이 있으니까.}

“…….”

테아렐은 화면 속의 세 명에게 눈길을 향한 다음 청람을 꼭 쥐었다. 어째서 저들에게는 자격이 있고, 자신에게는 자격이 없는지 생각하며.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내 거니까.”

{결정하지 않고 여지를 남기는 것은 망설임이나 후회를 낳으나, 때로는 과거의 선택지보다도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는 길이 되기도 하지.}

호스트가 턱을 괴었다.

{결정(決定)은 완고한 것.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아 곧고, 거침이 없으며 편협하기에 막강하다. 그에 반해…….}

“…….”

{미정(未定)은 유연한 것.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아 부드럽고, 제자리에서 주저해도 개방적이기에 개선적이다. 그래, 예로부터 우린 이를 가능성이라고 불렀다.}

그가 즐거운 듯 눈가를 씰룩였다.

{이 이야기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어떤 신도 알 수 없다. 아무도 알 수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누구도.}

호스트는 먼 옛날 ‘당신’과 올다르크가 심해에서 체스를 두는 광경을 회상했다.
그건 운명전을 주제로 삼은 지적 충돌을 만들기 전의 일이었으며, 호스트가 지적 충돌을 창조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으니.

{하지만 이번 게임으로 히안테처럼 추측은 해 볼 수 있지.}

“히안테?”

처음 듣는 이름에 테아렐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시간의 개념 – 히안테.

베르덴을 세계의 틈새로 인도한, 그렇게 새로운 신격을 자각하게 해 준 그녀가 테아렐의 인식 밖에 존재했다.

시간은 어디에나 있다.

호스트의 왼쪽에는 테아렐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히안테가 있었다. 그는 오직 베르덴 일행만 쳐다보는 히안테에게 찰나 시선을 던지곤 그녀와 함께 화면에 몰두했다.

{슬슬 끝이 다가오는군.}

───첫 번째 귀빈께서 가까스로 태고의 지식을 현인 기물에게 전달! 이어 세 번째 주빈께서도 태고의 지식을 현인에게 전달했습니다!

───이로써 운명과 저항 진영은 마지막 태고의 지식을 확보한 뒤 현인 기물에게 전달하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아!!!! 이 순간! 네 번째 주빈께서 태고의 지식을 발견! 그런데 주변 일대는 이미 역천 진영에서 장악한 상태입니다! 막을 수 없습니다. 두 진영에서 강한 압력을 가했으나, 태고의 지식은 역천 진영의 현인 기물에게 계속 가까워집니다!

───역천 진영이 태고의 지식을 현인 기물에게 전달했습니다!

───상대 진영의 현인 기물을 처단하지 않으면 태고의 지식 승리 조건이 달성 불가능!

───태고의 지식을 가진 현인 기물로 절대자 타일을 다섯 개 중 세 개를 지나면 절대자를 소환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 * *

‘계획대로 태고의 지식 하나는 확보.’

베르덴의 벽안이 시시각각 움직인다. 수천 개의 타일로 이루어진 전쟁의 앞날을 예측하고, 상대방의 대응을 추측하며 노련하게 두 진영의 기물을 하나씩 끊어 먹었다.

역천 진영에서 완전히 사망한 기물은 없다.

그러나 피해는 있다.

보병 기물과 마법사 기물은 지친 기색을 보이며 숨을 헐떡이고 있다.
다른 진영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다수로 이루어진 기물들은 피해를 입으면 부상자는 생겨도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말이다.

‘호스트가 궁지에 몰린 내가 끝에 어떤 선택을 내릴지 예상하고 있었군. 타인의 희생을 거부하는 내가 뭘 할지.’

역시나 다소 창백한 문어 대가리가 그렇듯 기분 나쁜 놈이다.

어쨌든.

‘블러디아나 데우스나 개인 승리 요건을 수행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게 발각될 위험을 감수하기 싫다는 건가. 데우스는 예상했는데, 과연 블러디아도 상당히 조심스럽군.’

블러디아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면 모든 것을 내보였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패배할 경우를 생각했다는 뜻.

고룡들은 극도로 오만하되 지성에 기반한 판단을 내린다, 베르덴은 그렇게 사도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으며 수를 두었다.

쿵! 쿵! 쿵! 쿵! 쿵!

톱니바퀴가 맞물리듯이 베르덴의 기물이 사방을 휘어잡았다.

상대 기물이 하나둘 쓰러진다.

부상을 당한 아드리안 기물이 이내 한쪽 무릎을 꿇었으나 금방 다시 일어났다. 두 진영의 기물의 수를 줄인 대가로 역천의 기물들은 대부분 한 대만 맞아도 죽을 상황에 놓였다.

거듭되는 차례.

블러디아가 입술을 짓씹었다.

데우스도 흘러가는 상황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또한 무언가를 짐작했는지 손끝을 움찔거렸다.

‘지적 충돌의 승리 요건이 봉쇄되고 있다……?’

데우스가 기물을 마저 전진시키는 것과 동시에 베르덴 쪽으로 고개를 향했다.
그는 흔들림 없이 지적 충돌을 지휘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이상한 점은 없었다.

다만…….

알파와 베타는 아주 조금씩 베르덴에게 가까이 붙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베르덴의 품에 들어갈 듯이 가깝게 말이다.

‘거의 다 왔군.’

베르덴은 모르는 척 알파와 베타를 팔 안쪽에 두었다. 당장이라도 품에 넣을 수 있게.
그는 진작에 데우스와 블러디아와 다른 승리를 노리고 있었다.

‘알파, 베타. 전투 준비.’

아르카디옴의 끝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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