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45

1045화 붉은 길 (2)

어마어마한 마력이 지하, 아마도 세르노흐 요새의 비밀 지하 통로에서 용솟음친다. 단텔은 직감에 따라서 이용하지 않은 탈출구였다.

‘이건 흑해……! 광범위한 초위 마법이야. 그런 만큼 직접적인 파괴력은 약하겠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기를 최대로 끌어냈을 때의 얘기……!’

단텔은 고도의 은신을 유지하느라 방어에 전념할 수 없다. 은폐를 해제하면 끝장이다.
8위계급 초월자는 그가 여덟 번째 사도의 권능을 하사받지 않는 이상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정면으로 상대할 수 없다.
운명 파괴자의 마도는 특히나 위험하다.

하물며 운명 파괴자의 곁에는 7위계급 초월자가 함께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발각당하는 순간 운명은 결정된다.

‘버틴다……!’

온몸으로 감당해야 한다.

단텔은 몸을 낮춘 채로 지금부터 시작될 재해에 대비했다. 그리고 잠시 후 산산이 갈라진 대지의 틈새 전체에서 일제히 물줄기가 폭발했다.

시시각각 땅이 들리기 시작했다.

단텔은 기척도 없이 조각난 지면을 연이어 밟아 토사에 깔리는 걸 피했으나, 곧 사방에서 미쳐 날뛰는 파도들을 마주해야 했다.

초위 마법.

광해(狂海)의 섬박.

<운다바르크(Undavark)>

성난 해일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분리와 합일을 반복한다. 시야가 물바다로 가득 찼다. 화염 운석으로 인한 크레이터도 일거에 삼켜졌다.

이곳은 바다가 아니라 최대이자 최고의 위력은 아니었으나, 주변에 물이 없다고 해도 일개 지역을 아예 뒤엎어 버리는 것쯤은 테아렐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천 년 역사의 초월자 중에서 그녀의 초위 마법은 ‘범위’가 가장 넓었으므로.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태해의 파도가 나무들을 뿌리째로 뽑다 못해서 으스러뜨리고, 산을 깎아 물리적으로 평지로 만들며, 약해진 지반을 가라앉혔다.
온전히 피할 곳이 없어진 단텔은 양팔을 교차해 충격을 감쇄했다.

으드득……! 으드드득……!

테아렐의 마도 개념에는 심해의 수압이 깃들어 있다. 평범한 인간이 그녀의 본 영역에 몸을 담근다면 한순간에 압착된다.

파도에 덮쳐진 단텔의 턱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숨이 막히는 것은 둘째치고, 몸 곳곳이 어긋나는 소리가 들렸다. 폐를 비롯한 장기가 강하게 눌린 탓에 내부가 진탕됐다.
입을 벌려선 안 된다.
이만한 압력이 담긴 바닷물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치명상을 피할 수 없다.

쾅! 콰아앙! 콰아아아앙!

단텔은 항거할 수 없는 수류에 휩쓸려 몇 번이고 잔해와 충돌했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우주의 영역의 가장자리에서 몸을 반쯤 빼낼 수 있었다.
전신을 관조해 보니 중상을 입긴 했으나 심하게 무리가 가지는 않았다.

‘물이 없는 땅에서 이 정도…… 이래서 바다에서 흑해를 상대하지 말라는 거구나. 무투계는 급습하지 않으면 접근조차 어렵겠어.’

그래도 은신을 풀지는 않았기에 단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그나마 선방한 셈이었다.

여전히 기도를 철저하게 감춘 상태에서, 바다에 하반신이 빠진 모습으로 깎여 나간 언덕 위에 앞으로 엎어졌다.

하지만…… 마법 재해는 끝나지 않았다.

단텔이 어깨를 움찔 떨었다.
오싹했다.
예민한 감각이 비명을 지르는 대로 곧장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절멸했던 별들이 이전보다 눈부시게 발광하며 나타났다.

무수한 성신(星辰)이 쏟아졌다.

유성 폭우.

세 번째 별인 영성 알헤나의 흐르는 별들이 지정 범위를 타격하는 유성우의 상위 마법. 보르간투아의 범위인 2km가 잿빛으로 물들었다.

─────────!
─────────!
─────────!
─────────!
─────────!

테아렐의 바다와 격돌해 거센 물결처럼 충격파가 확산했다. 그럴수록 심해의 수압이 날뛰었다. 그녀와 베르덴의 마법 연계였다.
안 그래도 유린당한 운명의 아성이 괴멸을 넘어 와해되었다.

청각이 터져 버릴 것 같은 굉음과 폭음이 얼마나 지속됐을까.

어느새 어둠이 걷히고, 본래의 시간에 걸맞은 새파란 하늘이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지상을 보듬었다.

흙이 들썩였다.

파악!

단텔의 손이 신선한 공기를 맞이했다. 팔꿈치로 지면을 짚었다. 그렇게 바깥으로 나온 그가 옆으로 쓰러졌다.

“허억…… 헉…….”

왼팔을 보니 근섬유가 너덜거리고 있다. 뼈까지 훤히 보였다. 은신을 지속하며 테아렐의 초위 마법을 감당하느라 약해졌던 신체가 유성에 맞아 반쯤 터진 것이다.
왼팔을 희생하지 않았더라면 목 부근이 날아갔을 터였다.

오른쪽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안구는 남아 있었으나 제법 손상되었는지 통증이 느껴졌다. 팔과 눈 외에도 그의 전신은 만신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울컥, 울컥.

위장에 고인 선혈을 토해 냈다. 슬쩍 복부를 보니 피부색이 일부 변해 있었다. 충격에 생체 조직이 크게 파괴된 모양이었다.

그래도 살아남았다.

광범위 폭격이었기에 살 수 있었다.

베르덴과 테아렐의 존재감은 더 이상 감지되지 않았다. 적잖은 피를 흘리며, 단텔은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최상급 포션을 써도 별로 소용은 없을 것 같다. 이래서야…… 또 요양해야겠는걸. 지금이 아마도 꽤 중요한 때인데, 한동안 임무는 받을 수 없어.’

문득 실험체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에 단텔에게 같은 처지인 실험체들이 있었다. 말하자면 친구이자 동료였다.
하지만 보다시피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것은 오직 단텔뿐이었다.

운명의 초월자.

단텔을 지칭하는 이명이다. 운명의 선택을 받은 그는 자아와 관계없이 선택을 받들어야 한다. 그것이 단텔이 만들어진 이유였다.

그래서일까.

주어진 선택을 따라야함에도 몸이 온전하지 않아 움직일 수 없으니, 잠시 선택에서 벗어난 지금은 모든 것이 홀가분하게 느껴졌다.

운명을 위해.
운명을 위해.
운명을 위해.

상부에서 원하는 초월자가 되지 못해서 처분당한 실험체들이 그리 속삭이는 듯했다. 자신들의 운명을 단텔이 전부 뺏어 갔다는 말투로 말이다.

단텔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좆 까.”

이런 삶, 원한 적 없다.

* * *

지식의 만찬회가 종료된 이후 호스트의 저택은 한산했다. 집사들은 뒷정리하여 저택을 깔끔하게 청소했다.
세 번째 게임까지 살아남은 지식인들은 평소에 거주하는 심해 어딘가로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까지 아르카디옴에 남은 귀빈은 오직 루자크 팔테인뿐이었다.
그는 호스트에게 용건이 있었다.

똑똑.

무언의 허가를 받고 호스트의 서재로 들어섰다.
루자크도 처음 오는 방이었다.
높이를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책장 사이를 지났다. 호스트는 장작 없이도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근처에 앉아 있었다.

“호스트.”

{앉아라.}

“귀하께 도전하러 왔소.”

루자크가 대뜸 선언했다. 호스트의 눈치를 보던 귀빈 때와는 달랐다. 생전의 자신을 일부 되찾은 그의 눈에 지식욕이 희미했다.

{귀빈의 껍질을 벗어던진, 샛별에 은혜를 갚은 기사여. 네가 무슨 뜻으로 나를 찾아왔는지는 알고 있다. 그러니 앉아라.}

그제야 루자크가 의자에 몸을 기댔다.

호스트가 물었다.

{형식상 묻겠다. 도전할 종목은?}

“지적 충돌.”

{무엇을 걸겠나.}

“나.”

루자크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내가 이기면 나를 해방해 주시오.”

루자크는 세 번째 게임이 끝나고 다른 지식인을 먹은 지식인들을 처단했다. 아르카디옴에서 살생을 벌였다.
그런데도 처벌받지 않았다.
자아를 깨달은 루자크는 더 이상 호스트의 뜻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결국 벗어날 수 없어도 스스로 대항하고 싶었다.

───책장을 넘기는 것도 행동에서 비롯되니, 행동은 곧 지식의 양식이다.

루자크는 지금도 그 아르카디옴의 격언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행동에 나섰다. 그는 영멸할지언정 지식인으로는 남기 싫었다.

호스트가 말했다.

{해방의 의미를 아나?}

“가야 할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겠소.”

{그렇다. 그 거짓된 육체에서 빠져나와서 오로지 영혼만이 남으면 너는 필연적으로 ‘다섯 번째 세계’로 가게 되지.}

루자크가 바다코끼리를 닮은 코를 씰룩였다.

“다섯 번째 세계……?”

{영혼의 세계를 이르는 다른 명칭이다.}

호스트가 손수 지적 충돌의 자리를 마련했다. 베르덴과 드라벤이 얘기를 나누었던 그 테이블 위로 보드판이 전개됐다.

{두렵지 않은가? 영혼의 땅에 어떤 미지가 도사리고 있을지.}

“두렵소. 하지만 귀하의 장난감 처지보다는 낫지 않겠소.”

{용기는 무지의 표본이다. 이를 만용이라고 하고, 또 어리석음이라고 하기도 하지. 기사여, 기회는 오직 한 번뿐이다. 일생일대의 선택을 내리면 대개 돌이킬 수 없다.}

“일생일대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소. 난 이미 죽었으니까. 지레 겁먹고 돌아갈 거라면 애초에 오지도 않았소.”

{후회를 자처하는군.}

루자크가 웃었다.

“도전을 수락할지 말지 대답이나 하시오.”

{수락하지. 지적 충돌에서 네가 승리하면 너의 영혼은 해방된다.}

루자크의 과감한 언사에도 호스트는 불쾌하다는 감정을 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극히 흥미롭다는 눈빛만 번들거렸다.

{선수를 양보하겠다.}

“음? 잠깐. 귀하께서 이기면 무엇을 받을지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

{중요하지 않다, 결과는 다르지 않을 테니.}

호스트는 고고하게 다리를 꼬고 무릎 위에 깍지 낀 양손을 올렸다. 패배는 없다, 루자크는 호스트가 그렇게 판단했다고 보았다.

그것이 옳다.

지적 충돌에서 루자크가 이길 확률은 없다. 물론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지적 충돌은 기물을 움직이기라도 하는 등 미약한 발버둥이라도 칠 수 있다는 것이다.

루자크가 곧바로 기물을 움직이기 직전에 궁금한 게 있어 입을 열었다. 아르카디옴의 규칙상 무상으로 지식을 넘길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규율에는 예외가 있다.

한쪽이 다른 한쪽의 지식을 전부 가지고 있다면 대가 없는 지식의 교환이 가능하다…… 지금 루자크의 뇌리에 그런 문구가 떠올랐다.

이는 호스트의 뜻이었다.

“……질문이 있소. 어떻게 호스트께서는 영혼을 그렇게 마음대로 다루는 것이 가능한 거요? 귀하께선 대체 어떤 존재이길래?”

{간단한 이유지.}

호스트가 대답했다.

{내가 다섯 번째 세계의 창조에 관여했으니까.}

운명의 원천은 다섯 번째 세계에 있다.

깜짝 놀란 루자크의 반응을 뒤로하고, 호스트가 고개를 틀었다. 그는 드라벤과의 대화를 떠올리면서 낮게 중얼거렸다.

{지금쯤 도착했겠군.}

* * *

“……!”

드라벤은 초원의 언덕에서 눈을 떴다. 최근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베르덴에게 자신의 인생에 대해 알려 주고, 명운의 마도를 넘기고, 그가 가는 길에 이상을 남겼다.

그리고.

베르덴이 소유물로 삼지 않고 해방한 드라벤의 영혼은 가야 할 곳으로 사라졌다. 그렇다. 천국이 없는 사후의 세계로.

“이곳이 죽음 너머…….”

아니무스를 통해서 일부밖에 관측하지 못했던 기이한 공간과는 사뭇 달랐다. 영혼이 되어 직접 와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멀리서 무언가가 보였다.

사람의 팔다리가 무수히 매달린 구체의 존재가 굴러온다. 팔다리 사이에서 수십 개의 얼굴이 보였다. 그것들은 드라벤을 향해서 강렬한 적의를 뿜어 대고 있었다.

“그야말로 지옥이군.”

수백 년 전에 죽은 어린 제자들도 이곳 어딘가에 있을까. 아니무스로 본 것은 제자들의 영혼이 뭔가에 의해 고통을 받는 광경뿐이었다.

이곳에 제자들의 영혼이 있다면.
마땅히 찾아야 하리라.

마도 <명운>

드라벤은 영혼에 세세히 각인된 초월적인 경지를 발현했다. 베르덴 덕분에 손상된 그의 영혼은 완전히 회복되었다.

“──────!”

포효에 가까운 함성을 내지른 드라벤이 끔찍한 인간 구체 괴물과 격돌했다.

언덕이 망가졌다.

이윽고 수천만을 넘어 수억, 그 이상의 괴물들이 몰려들었다. 그것들은 괴성과 비명, 또한 해석할 수 없는 언어로 이루어진 문장을 나열했다.

아, 이곳은 다섯 번째 세계.

영혼의 세계.

* * *

프로하스의 극지 요새, 노르드발트에 전 대륙의 정상들이 집결했다. 그 어느 때보다 도시의 거리는 강자들로 북적거렸다.

입김이 피어올랐다.

성자 레온하르트는 회의장이 아니라 바깥에서 베르덴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황이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애초에 에온의 위상들이 붙잡은 로니아 국왕을 죽인 것은 레온하르트였다.

누가 뭐래도 자신이 책임져야 했다.

의식을 되찾은 성녀가 조금 전에 이곳에 왔다고 해도 말이다.

‘이제 회의까지 8분…….’

레온하르트는 이미 몇 번이고 남몰래 에온이 머무는 곳을 찾아갔지만, 베르덴은 노르드발트에 도착하지 않아 만날 수 없었다.
심지어 오늘까지도.
아드리안과 이자벨라에게 말했지만 그들은 그저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흑해도 오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레온하르트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회의장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던 순간 상공에서 강력한 공간 파장이 발생했다.
이변을 감지한 각 대륙의 전력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에온의 정점이 도착했다.

베르덴이 거리의 중심에 착지했다. 그의 어깨엔 알파와 베타가 있었고, 한 걸음 뒤로 흑해 테아렐이 따르고 있었다.
이윽고 수많은 시선이 베르덴의 오른쪽 손으로 떨어졌다.

“머, 머리?”

인간의 머리가 보란 듯이 들려 있다. 기괴하게 일그러진 표정. 얼어붙은 상태였지만, 목의 단면에선 핏방울이 간헐적으로 떨어졌다.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이데라트…… 연맹장.”
“테리웬…….”

인류를 배신한 자는 참수당해 머리만 남은 채로 국제 사회를 마주했다. 프로하스의 거친 강자들조차 할 말을 잃고 베르덴을 주목했다.

욱신.

레온하르트는 가슴이 불편했다. 베르덴을 보니 뭔가 이상했다. 몹시 불쾌하면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압도감이 느껴졌다.

사박, 사박, 사박.

베르덴이 회의장을 향해 걸었다. 연맹장에게서 떨어진 핏방울이 새하얀 눈길을 적셨다. 눈에 스며든 피가 곧 그의 족적에 닿았다.

피의 길.

그것은 긴급 정상 회의의 파란을 예고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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