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53

1053화 정상 회의: 수립 (1)

“내부……? 사문에 들어가 봤다고?”

라인델이 혼자서 죽음의 문에 진입했음을 이해한 반젤리스가 눈을 끔뻑였다.

7대 마도왕으로선 엄두도 못낼 과감함이었다.

그였다면 충성스러운 신하들이 목숨을 거는 한이 있더라도 악착같이 막았을 터였다. 위대한 혈통을 이어받았을 때부터 반젤리스의 목숨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으므로.

“시발, 내 권역에 사문이 있어?”
“호호호, 역시 라인델 님이시군요. 그 행동력은 마법사의 귀감입니다.”
“제가 신열을 앓는 사이에…….”

주변이 어수선했지만, 라인델은 타인의 반응에 관심이 없었다. 그가 진심으로 주목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에온에서 공개했다시피 주검의 영광과 약속을 맺은 초월자 셋이 부활했다. 여제와 광명의 대재해는 동대륙 남부에서 각각 사문을 하나씩 열었고, 대제는 델하룬에 사문을 개방해 약속의 대가를 지불했지.”

쿠웅!

권역에 문제가 생겼음을 그제야 깨달은 가레스 시릴리아드가 소리쳤다.

“그걸 왜 이제 말하는 거냐!”
“뭐가 문제지?”
“진즉 알았다면 당장 쳐부술…….”

하마터면 델하룬이 로니아 왕국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격노하기는 했지만, 생각해 보니 할 말이 없었다.
사문을 없앨 방법도 알지 못하는 데다, 라인델이 굳이 인심 좋게 그에게 사문의 위험을 경고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감정이 극히 옅은 눈동자.

라인델은 교국을 도와주거나 타국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단언컨대 전 인류가 멸종한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위인이다.
생명을 생명으로 보지 않는 미친놈에게 따져 봤자 입만 아플 뿐이다.

“칫.”

가레스가 휙 고개를 돌렸다.

화산섬의 마탑주 – 벨트로아가 물었다.

“그럼 대제의 행방은 어떻습니까? 혹시…… 직접 처단한 겁니까?”
“델하룬 북부로 향했다.”

왜 대제를 놓아줬냐고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과거의 일이니까.
지금 이 자리에선 미래를 논하는 게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다.

“대제의 협조를 받아 사문을 철저히 통제했기에 언데드는 일절 발생하지 않았다. 사문 특유의 영향력 또한 마찬가지. 해당 입구는 봉인해 두었기에, 안에서 무언가가 기어 나오지는 않을 거다. 당장은.”
“당장이라면, 시간이 지나면 필히 문제가 되다는 뜻이겠군요.”
“그렇다. 사문은 일종의 진영 거점과 같다. 각각 본진하고 이어진 ‘일방통행’의 길이라고 생각해도 좋겠지.”

라인델이 [마테리아스]로 자신이 구축한 사문의 형태를 더욱 확대했다. 그리고, 사문에 내부가 어떤지 기억 속 장면을 재현했다.

“저것이 사문의 내부인가.”
“마치…… 자그마한 세계 같구나.”

3차원의 지도는 푸른색 마력으로 형성되어 있어 다른 색채를 구현하지 못하나, 형상만으로도 심부의 기괴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막, 숲, 황야 등이 복잡하게 뒤섞인 지형.
대지에서 불규칙하게 솟아난 거대한 유리 파편 같은 기둥들.
작은 백작령에 필적하는 규모.

그 중심에는 ‘역원뿔의 수정’이 자리했다.

스스로 작은 세상의 중심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여러모로 돋보이는 형태. 그저 모양만 잡았을 뿐인데 묘한 불길함이 느껴졌다.

“사문의 근원체.”

라인델은 정확히 역원뿔의 수정을 가리켰다.

“모든 언데드 군단은 가히 권능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은 옛 왕의 힘에서 기인하고, 사문의 수정은 그 힘을 가공하여 언데드를 만들어내며 고유 기능을 활성화한다.”
“즉, 사문은 매개체인 거군요. 크세리온 제국을 지탱하는 옛 왕의 통치 및 군사 기관…….”

젠티르 마탑주 – 시그릴이 검지를 비비며 핵심을 짚었다.

“수정을 파괴하면 사문은 닫히나요?”
“사문을 폐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구체적이고 명료한 공략 방법이 나오자 암울하던 분위기가 밝아졌다. 방향만 정확하다면 나아가는 데 있어 문제는 없으리라.
다만 생각이 깊은 사람들은 오히려 성가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귀찮게 됐군.”
“그러게나 말일세.”

당연한 반응이었다.

수정을 없애는 것이 간단했다면 라인델이 진즉 부숴 버렸을 테니까.

“애로 사항이 무엇입니까?”
“첫째는 숫자, 둘째는 화력, 셋째는 공간이다.”

살베르의 질문에 라인델은 세 개의 손가락을 접었다.

“이 지도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사문의 내부에는 대규모 언데드 군단이 존재한다. 그들을 돌파한 끝에 수정체에 접근하는 것이 선제, 그리고 수정을 부술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 또 선제다.”

성녀 에르세티아가 미간을 좁혔다.

“설마, 당신의 힘으로도 부족하다는 말인가요?”
“군단을 도외시하고 수정에만 집중하면 혼자서도 파괴할 수는 있다. 그 대신 영영 사문 너머의 암흑을 헤매게 되겠지.”

근원이 사라진 순간 죽음의 균열은 급속히 닫혀 대륙과의 연결을 차단한다. 라인델조차도 그 부분은 어찌할 수 없다.
지원군을 대동하지 않으면 델하룬의 사문을 닫은 대가로 라인델을 잃게 되는 셈이다.

논할 가치도 없다.

라인델이라는 전력을 고작 사문 따위에 소모하는 것은 말이 안 됐다. 그를 싫어하는 성녀조차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사문에 진입한 이들을 전부 희생양으로 버리지 않을 거라면, 근원체를 상실한 사문을 유지할 별도의 방도가 필요하다. 고정 개념의 공간적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지.”

사문을 폐문하려면 근원을 박살 내야 하고.
근원을 박살 내려면 언데드의 벽을 넘어야 하며.
탈출하려면 사문의 폐쇄를 늦춰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라인델이 제시한 사문 공략법의 요약이었다.

오스테아 마탑주이자 에온의 열한 번째 위상인 메드란트 케덴이 팔짱을 낀 채 라인델이 답할 수 있는 의문을 던졌다.

“군단의 강함은 어떻지?”
“개개인은 내게 미치지 못할지언정 숫자의 힘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알더군. 델하룬의 사문을 수호하던 그 사령관이란 개체는.”

라인덴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적‘들’은 막강하다.”
“……!”
“개인에 의존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지.”

죽음의 이해자의 충고이자 경고는 초월자들의 뼛속에도 깊게 새겨졌다. 이로써 할 말을 전부 마친 라인델은 시선을 옮겼다.

“도움이 되었나?”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베르덴을 바라볼 땐 라인델의 눈동자에는 생기가 꿈틀거렸다.

호기심? 기대감?

반젤리스는 그 감정의 뿌리가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내심 경계했다. 라인델이 가진 광기가 베르덴에게 큰 해를 끼친다면 직접 나서서 마법전을 벌일 요량이었다.

사실…… 별개로 궁금하기도 했다.

반젤리스 루인 아케나드.
데우스 위덴.
라인델 넥스레온.

사생결단을 벌이게 된다면 8위계 마법계 초월자 셋 중에서 누가 가장 강할까. 베르덴? 가족이니 응당 제외했다.

‘죽음을 이겨 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흠.’

반젤리스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이 라인델은 자리로 돌아갔다.

베르덴이 좌중을 둘러봤다.

아세트로와 라인델처럼 국제 사회가 알지 못한 정보를 가진 참석자는 더 없는지 발언권을 요구하는 손길은 올라오지 않았다.

“이것으로 사문의 정보 공유에 대한 발언권은 회수하겠다. 추후에 질문이 있다면 거수하도록.”
“…….”
“알파, 베타.”

[확인.]

이자벨라가 정상 회의의 테이블에 알파와 베타를 내려놓았다.

도도도도도!

녀석들이 베르덴의 로브를 잡고 [마테리아스]의 모서리에 올라섰다. 그러고는 서로 반대편에 서서 3차원의 지도를 동시 조작했다.

“다크워튼 마탑주의 정보가 더해져 현재 지도에 기록된 사문은 일곱. 남은 두 개 중 하나는 여기 중앙 대륙에 있다.”

침묵의 사막과 가르간트의 중간 부분을 베르덴이 지목했다.

“마렌 왕국.”
“허억……?!”

마렌 국왕이 눈을 부릅떴다.

“저, 저, 저희 왕국에 사문이?”
“옛 왕이 군세를 거두었기에 참사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뿐이지. 게다가 인류의 배신자들이 마렌 왕국의 서쪽에 숨어 있더군. 테리웬도 거기서 발견됐다.”
“내가 찾았어.”
“아…….”

자기 나라에 배신자들과 사문이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마렌 국왕은 눈앞이 아찔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기절하고 싶을 정도.

“저와, 마, 마렌 왕실은 기필코 배신에 가담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있다. 그랬다면 유리온이 처형했겠지. 다만 아까 말했다시피 놈들이 서약과 이단 심문을 우회할 방법을 찾은 것 같지만.”
“그럼 마렌 왕국은, 어떻게 해야…….”
“분열을 낳을 틈도 주지 않으면 된다. 배신자들도 흐름에 거스를 수는 없다. 수를 쓴다고 해도 결국에는 휩쓸릴 뿐이지.”

베르덴이 마렌 국왕을 굽어봤다.

“연합이 대비할 테니 기다리도록.”
“뜨, 뜻에 따르겠습니다.”

마렌 국왕은 고개 숙이며 불안이 섞인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로서는 안팎의 적들에게 혼자서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 출범한 세계 연합을 신뢰하는 것이 유일한 발버둥이었다.

“그리고, 남은 하나의 위치는 정해져 있지 않다.”

붉은 화산 클랜장 – 아르쿨이 덥수룩한 수염을 더듬었다.

“그 말은, 움직인단 말이오?”
“정확하다. 옛 왕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사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지.”

살아 움직이는 사문.

심지어 옛 왕.

그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하나였다. 머리가 좋지 않더라도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기는 어렵지 않으리라.

“사문에는 각각의 영향력이 있다. 서대륙 남부의 펜드렌 호에서는 생명체를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괴생명체로 변이시키고. 마경에서는 시체를 언데드로 탄생시키고, 동대륙 남부에서는 배신의 선택으로 산 자를 단번에 언데드로 종족을 바꾼 것처럼. 그리고 이 전부를 총 아홉 명의 사령관이 관리하고 있지.”

베르덴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옛 왕의 권능은 깊이를 알 수 없다. 그를 뿌리로 삼은 사문들에서 얼마나 많은 언데드가 출몰할지는 예측 불가능한 영역.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세계 연합이다.”

후우우우우웅.

직후에 [마테리아스]에 기록된 사문들의 지점이 붉게 물들었다. 인공 골렘들의 외눈에 그 붉은빛이 반사됐다.

“방어전은 필패.”

베르덴이 한 팔을 펼쳤다.

“결국 우리가 침공해야 한다.”

* * *

사문이라는 거점을 파괴하지 않으면 적의 공세는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상식적으로 상대도 한계는 있겠지만, 그보다 세계 연합이 전력이 모조리 소모될 터였다.

베르덴은 확신했다.

옛 왕의 권능은 ‘당신’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베르덴은 장기전에는 답이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반드시 먼저 움직이야 한다.’

세계 연합이 가장 강력할 때.
최대이자 최고의 전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적어도 여섯 개의 사문을 닫아 크레시온 제국의 군세를 약화시키고, 최정예 토벌대를 구성해 옛 왕을 파멸시켜야 한다.

“현 제국 측에는 다수의 초월자가 있으며 사문의 사령관들도 그에 못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800년 전 혼자서 다수의 초월자들을 상대하고 무승부에 가까운 결과를 낸 옛 왕 본인. 놈은 죽음을 극복해 그때보다 더 강해졌지.”

베르덴은 창밖을 응시했다.

“그러니 우리는 과거와 편견을 잠시 접어 두고서 외부의 강자를 끌어들어야 한다. 설령 동대륙 남부를 초토화시킨 관련자라고 할지라도.”
“동대륙 남부라면, 혹시.”
“그만 지켜보고 나오도록.”

우르릉.

인드렌의 시야에 천둥 번개가 쳤다. 일순간 정상 회의장이 벽력 소리와 섬광으로 물들더니 아주 낯선 인물이 베르덴의 좌석에 앉아 있었다.

“원체 감각이 뛰어나니 숨어 있을 수도 없군.”

광명의 대재해.
8위계 마법계 초월자.

“만나서 반갑네. 과거 초월자 전쟁에서 활약한 반토레온 로든 타라니스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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