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89

1089화 영혼 – 3

서대륙 남부───바림티엘 협국의 도시, 로버턴의 골목에 파리가 들끓고 있다. 여름은 빈민가에 있어서 악취와 부패의 계절이다.

왜앵…… 왱…….

뱃가죽이 붙고, 피부 위로 뼈가 훤히 드러난 소녀가 앉아 있다. 오랫동안 씻지 못해서 억지로 범할 매력도, 뒷세계에서 푼돈만큼의 상품 가치조차도 없는 하찮은 고아였다.

골목 밖의 거리가 시끌벅적한 어느 날이었다.

소녀는 버려진 음식과 벌레를 주워 먹다가 지나가는 불한당들에게 심심풀이로 매질을 당했다.
그렇게 상처가 덧나고 먹을 걸 구하지 못해 조용히 아사(餓死)했다.

누군가에게 죽음은 이렇게 가볍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나, 살아 있어…….’

소녀는 배가 고프고 몸이 욱신거렸지만 아직 숨을 쉬고 있었다. 이상했다. 눈이 감기기 전에 호흡이 멎는 걸 느꼈는데 말이다.
전신에 힘이 하나도 없었지만 이상하게 팔다리는 움직일 수 있었다.

혹시 죽어서 꾸는 꿈 같은 걸까?

소녀는 팔다리를 늘어뜨린 채 골목 너머로 보이는 화창한 거리를 응시했다. 소녀에겐 대낮에 감히 넘볼 수 없는 세상이다. 양지는 보호받아 본 적이 없는 고아를 반기지 않는다.

이렇게 타인의 일상을 동경하고 질투하며 평범해지는 꿈을 꾸는 것이 소녀의 낙이었다.

돌벽에 머리를 댔다.
시선을 높였다.

좁은 건물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새하얀 구름이 느긋하게 흘러가고, 그 틈새로 태양이 보이는 화창한 하늘이었다.

“에…….”

목이 말라서인지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비가 쏟아질 일도 없는데. 소녀의 눈은 구름에 깔린 태양의 그림자를 쫓았고, 소녀의 입은 영원할 것 같은 허기에 헐떡거렸다.

이윽고 수십 분 동안 멍하니 창공을 올려다보고 있을 무렵이었다.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체에 빙의되었어야 했는데 살아 있는 몸에 들어왔다라. 죽었는데도 영혼이 떠나지 않은 상태였던 건가? 아, 과연.

“어?”

───너, 특이형질이구나?

소녀가 황급히 두리번거렸지만 역시나 곁에 아무도 없었다.
골목에 놓인 소녀는 언제나처럼 혼자였다.

───특이형질이지만 마력회로를 깨우치지 못해 자각하지 못한 케이스. 좋아. 시체 빙의보다는 낫겠어. 뭐, 우연이긴 해도 ‘내가 봉인한 기억을 해금’한 걸 보면 궁합도 좋을 것 같고.

“누, 누구세요? 귀신?”

───초월자.

한 줄기 번뜩임이 정수리를 관통했다.

───네 구차한 인생을 바꿔 줄 존재.

소녀가 쓰러졌다.

수분이 없어 메마른 눈, 코, 입에서 이내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시야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어지러움이 가라앉고, 가까스로 일어설 수 있게 된 것은 태양이 조금 기울고 난 뒤의 일이었다.

───궁핍한 신체라 1위계가 고작이네. 이건 나중에 영양을 보충하면 되니 해결될 문제이니 넘어가고.

“읏……!”

───넌 이제 내 하인이야.

소녀의 체내에서 마력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가 시키는 것만 이행하면 돼. 위험하지만 가치는 있지. 그것만으로도 너의 위계와 영혼의 격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테니. 일종의 고용 계약이라고 이해하렴. 하지만…… 네 주인으로서 특별히 제안할 기회를 줄게.

달콤한 속삭임.

───원하는 걸 말해.

소녀는 정신이 몹시 혼미했다. 볼에 달라붙은 눈물을 문지를 겨를도 없었다. 여자 귀신의 음성은 머리를 아주 아프게 했고, 굶주림은 안 그래도 약한 정신을 혼란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저벅, 저벅, 저벅.

골목 어귀에 그림자가 졌다.
다수의 발소리.
소녀가 그쪽으로 고개를 향했다.

골목의 불한당들이 소녀가 있는 골목을 지나려 하고 있다. 신체의 테두리와 인원수. 빛을 등지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소녀는 그들이 누군지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무자비한 구타로 소녀를 다치게 하고 끝내 굶어 죽게 만든 사내들이었기에.

하지만, 소녀는 그들을 증오하지 않았다.

욕망으로 얼룩진 새까만 눈동자는 불한당들이 손에 들고 있는 종이봉투에 꽂혔다. 노릇노릇한 빵과 고기의 향기가 코를 찔렀다.

꼴깍!

“배…… 고파.”

침샘이 억지로 침을 쥐어짜 냈다.

───원초적이군. 계약은 성립.

소녀의 머리카락이 일순간 솟구쳤다가 가라앉았다.

───네가 꿈도 못 꿀 부귀와 영화를 누리게 해 주지. 허기가 끝없이 가시도록.

소녀가 루네시카처럼 웃으며 빈민가의 쓰레기들에게 손을 뻗었다.
전신의 마력회로가 활성화됐다.

“그나저나 요즘 약 존나 안 팔리네. 우리만 이런 거 아니지? 뭐 들은 거 없어?”
“소문이긴 한데…… 아르나크 제국령에서 뭔 신약이 나왔다고 하더라고. 부작용은 다른 약보다 훨씬 덜하고, 효과는 더 강한, 아, 소문이야. 소문.”
“그래, 그런 약이 어딨어? 좀만 기다려 보자. 전쟁이 발발한 지 얼마 안 됐으니 곧 불티나게 팔리겠지. 전쟁에 자극제는 필수야, 필수.”
“좆 까. 당장 굶어 죽게 생겼는데 무슨…… 엉?”

길거리 청년 마약상들이 섬뜩하게 웃는 소녀를 본 건 그때였다.

“넌…….”

콱!

뒤에 있던 마약상이 조잡한 날붙이를 꺼내서 친구의 뒷목을 찔렀다. 무슨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이를 악물고 척추 사이를 연신 헤집었다.

“뭐, 뭐야!!”
“죽어.”
“끄억…….”
“미친 새끼가! 시발, 안 말리고 뭐 해!”
“내가 왜 말려? 흐.”

푹푹푹푹푹!
콰직! 뻑! 우지직!

정신계 착란에 휩싸인 마약상들이 서로 뒤엉키다가 이내 풀어졌다. 칼과 몽둥이로 엉망이 된 시체 네 구가 미술 조각상처럼 기괴하게 비틀렸다.

“아무리 마법의 주체가 나라고 하지만 특이형질이 대단하긴 하네. 마치 마도를 다루는 것 같아. 그 위력도 저위계에 크게 제한되지 않고.”

소녀가 <염력>을 시전해 아직 핏물에 젖지 않은 종이 봉투를 수거했다.

“먹으렴.”

소녀가 눈을 깜빡였다.

“……!”

잠시 빼앗겼던 몸의 주도권이 돌아왔다. 봉투 안으로 향한 강렬한 눈빛. 소녀는 곧바로 허겁지겁 빵과 고기를 입에 처넣었다.
웁!
도중에 식도가 막히자…… 소녀는 지체없이 마약상의 시체로 가 피 웅덩이에 입술을 박았다.

───호, 악착스러워서 좋네. 더럽지만.

마저 고형물을 섭취하고 피로 목을 적셨다.

게걸스럽고 빈약한 식사였지만, 소녀에겐 그야말로 만찬이었다.

“푸하…….”

소녀는 피로 범벅이 된 입가를 팔뚝으로 슥슥 문질러 닦으며 물었다.

“저, 저기.”

───생각으로 해도 들려.

“아…… 그, 시키는 대로만 하면요. 정말…… 앞으로도 먹을 게 생기나요……?”

소녀는 생각으로 대화를 나누는 법이 낯설어 입술을 달싹거렸다.

“저를 보호해…… 주시나요……?”

일찍이 혼자서는 오랫동안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달은 소녀의 물음이었다.

───뭐, 하인으로서 확실히 쓸모가 생길 때까지는 그래야겠지.

“아……!”

소녀는 양손을 꼭 모았다. 여태껏 꿈꿔왔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지만…… 거리의 소년소녀들처럼 부모의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에 애써 소녀 자신을 투영했다.

소녀의 상상이 루네시카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지만 그녀는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소녀를 좀 모자라다고 평가할 뿐. 그래도 귀신이라고 기겁하며 말할 때마다 연신 호들갑 떨어 대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았다.

───목적지는 옛 크세리온 제국의 의식장. 주검의 왕과 호흡을 맞추려면 최대한 서둘러야 하니까 채비가 갖춰지는 대로 도시를 떠날 거야.

“도시를…… 네.”

소녀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 없이 따르는 것.
소녀는 제법 하인의 자질이 있었다.

루네시카가 묻는다.

───너, 이름은?

“없는데…….”

───그럴 줄 알았어. 행색이 그러니까. 네 이름은 앞으로 ‘루시’야.

루네시카의 글자를 따서 루시.

간단한 작명이었으나 소녀, 루시에게는 처음 생긴 아름다운 이름이었다.

“루시. 네, 저는 루시예요, 귀신님.”

───주인님.

“주인님.”

마약상의 피로 물든 루시가 배시시 웃었다.

영혼이 고통받지 않은 세상을 바라는 주검의 영광에 새로운 흑마법사가 들어왔다.

* * *

사문의 경계는 곧 영혼의 통로.

영혼의 이끌림을 따라 육체도 이동하는 것이 사문의 기능적 특징이다.

“…….”

최후의 사문을 통해 시타델로 복귀한 아칸드가 깊게 숨결을 내뱉었다.

티아즈라 모튼이 귀환을 환영하기 위해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동공이 크게 확장했다.

“폐, 폐하의 옥체가……!”
“무의미한 우려다.”

아칸드가 갑옷을 어둠으로 흩었다. 크세리온 황제의 의복이 그의 전신을 장식했다. 가슴에 남은 작은 상처가 서서히 채워졌다.

으득.

티아즈라가 턱에 힘줄을 세우며 제국의 사령관들을 노려봤다. 대체 어떻게 보필했길래 죽음을 극복한 황제 폘하의 육체가 손상되었냐는 눈빛이었다.

주검의 영광의 초월자와 여섯 번째 사도의 권속들이 시선만으로 대립했다.

이는 필연적인 갈등이었다.

산 자는 죽은 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죽은 자는 산 자를 이해할 필요가 없으므로.

쿵.

아칸드가 라크디온에게서 용검을 받아 권좌 옆에 걸쳐 두었다.
그 육중한 무게에 알현실이 작게 진동했다.

“루네시카는.”
“약 2할 정도 회복되었습니다. 다만 아직 의식을 되찾기에는 요원한 상태입니다.”
“영혼실로 가지.”
“예, 폐하.”

티아즈라는 묵시록의 언데드들을 속으로 비웃으며 아칸드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라크디온과 사르카논은 마치 무지몽매한 자를 대하듯 무시하고는 각자의 역할을 위해 움직였다.

빛이 없어 어두운 복도.

티아즈라가 아칸드에게 보고했다.

“하인들은 대륙 각지에 존재하는 크세리온 제국의 의식장으로 보냈습니다. 루아스교의 술수로 그간 파괴된 의식장이 많지만, 그 공백은 델하룬 사문 붕괴로 확산한 언데드 군단으로 채운다면, 황제 폐하의 뜻에 따라 세계 연합은 혼란에 휩싸일 것입니다.”

주검의 영광은 공작을 맡았다.
그들은 인간이기에 언데드 군단과 달리 인간 사회에 스며들 수 있다.

“내부 분열 또한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작은 것부터 도모하도록.”
“하오나…… 그렇게 되면 대도시들을 점령할 전력이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세계 연합의 전력을 약화하는 데 지장이…….”
“일반적인 전쟁에서는 그렇겠지.”

아칸드가 걸음을 멈췄다.

“세계 연합의 수장은 베르덴이다.”
“……뜻을 받들겠습니다.”

티아즈라는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영혼실이 개방됐다.

아칸드는 그대로 벽을 통과하고는 6대 전설의 필두가 있는 영혼실에 입성했다. 암흑 공간 중간에서 명멸하는 영혼의 빛이 그를 비추었다.

아니무스.

루네시카의 영혼 조각은 그 안에서 천천히 수복되는 중이었다. 왼다리의 절반, 오른팔의 일부분, 우측 어깨, 좌측 옆구리, 그리고 오른쪽 얼굴.
현재 수복을 마친 영혼 부위들은 그 정도였다.

다소 자원이 소모되기는 하지만 루네시카의 역할은 지대하다. 현 주검의 영광을 완전히 지배하려면 두 번째 하인이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
중간 관리자.
마치 사도처럼 말이다.

“유한한 세상에서 무한을 바라는 ‘당신’은 이단이자 혁명가. 영혼은 무한을 위한 위대한 축복.”

아칸드가 기도문을 외듯이 중얼거리고는 아니무스를 직시했다.
그 안에 담긴 영혼들이 눈동자에 반사됐다.

“본래 존재하지 말아야 할 운명 파괴자를 설득하려고 하는 ‘당신’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받은 사명은 전쟁이다. 그러니 개입하지 마라. 나를 도우려고 하지 마라.”

아칸드는 사도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강경하게 발언했다.
그는 델하룬에서 ‘당신’이 그를 통해서 베르덴에게 접촉했음을 인지했다. 그 광경을 볼 수는 없었다. 사실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관심도 없었다.

“전쟁은 나의 고행(苦行)이다.”

아칸드가 ‘당신’이 하사한 권능을 내세웠다. 그것은 외부의 힘이었지만, 아칸드가 자처해 손에 넣은 위대한 힘이기도 했다.

“그러니 기다려라.”

오랜 역사에서 가장 많은 인명을 학살한 초월자가 단언했다.

“내가, ‘당신’을 위해 모든 생명을 멸절할 때까지.”

800년 전에는 대륙 절반을 불태우는 데 그쳤다.

지금은 그걸로 만족하지 않는다.

인간만이 아니라 수인, 엘프, 드워프. 그들 인간종과 이형종, 심지어 아인종까지 아칸드는 남김없이 절멸시킬 작정이었으니.

영원한 운명에 앞서 생명을 바치리라.

* * *

델하룬의 사문이 완전히 폐쇄되었음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옛 왕이 떠나고 남은 언데드 군단은 연합의 전면 궤멸 진형에 전멸했다.

현재 토벌군단은 뒷수습을 진행 중이다.

“……토벌군단의 총 사상자는 약 7할이나 사망자의 비중은 많이 적다. 사기에 신체가 오염되거나 정신계가 손상된 부상자가 대부분이니. 시간만 주어지면 군단은 다시 기능할 거다.”
“감사 인사는?
“비대칭 전력이 적절한 때에 투입한 결과다. 시발.”
“감사 인사는 됐다.”

안티아스는 능청스럽게 가레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군단장으로서 베르덴에게 직접 보고한 가레스가 그의 팔을 쳐 냈다.

라인델이 말했다.

“전선이 확대되기는 했지만 이 정도 피해로 사문을 닫았으니 우위를 점했군.”
“작은 승리에 불과합니다.”

베르덴이 긍정하면서도 여지를 두었다.

사문의 근원체에 입력된 좌표를 반전시켜서 대륙 각 도시로의 직접 <전이>를 차단했다.
결과 인명 피해는 최소화했지만, 대륙 전체가 전장이 되었다.

남은 사문은 여덟 개.

아칸드를 제외하면 일곱 개.

델하룬 토벌군단이 가진 전력을 거의 온전히 다른 데 투입할 수 있게 되었으나…… 그 대가로 대륙 곳곳에서는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다.

‘이걸 이해득실만으로 따질 수 있을까.’

완벽한 승리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완벽에 가까운 승리를 바라는 베르덴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베르덴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이 아칸드의 목적이라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니 최대한 대응한다.’

베르덴은 전 대륙에서 발호하는 언데드들을 어떻게 상대할지 전략의 골자를 세웠다. 알파와 베타도 그와 같은 생각에 닿았을 것이다.

히지만, 그전에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다.

“잠시 자리를 비워 주실 수 있으십니까?”

라인델에게 향하는 말이면서도 안티아스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라인델이 대답했다.

“방금 네가 행한 생태의 재구성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겠다고 한다면.”

라인델은 세계수의 권능에 관심이 깊은 모양이었다. 베르덴도 그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바깥에서 기다리지.”

라인델이 천막을 나섰다.

안티아스는 베르덴보다는 가레스에게 강한 호기심을 보이고는 군말 없이 라인델을 뒤따랐다.

동시에 공간이 마법적으로 봉쇄됐다.

이로써 베르덴과 가레스만 델하룬 군단장의 천막에 남게 되었다.

“나는 악마에 대한 편견은 일절 없다. 그 대악마의 계약자라고 해도 루아스교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발광할 생각도 없고.”
“……그래서.”
“이페아카른을 꺼내라.”

베르덴은 가레스를 통하지 않고 이페아카른과 직접 대화를 나눌 심산이었다. 그는 차가운 찻물을 들이키며 대답을 기다렸다.

“…….”

가레스가 즉답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베르덴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고민하는군.”
“……”
“싫으면 죽든가.”

보다시피 손을 먼저 내민 것은 베르덴이다.

그런데 아예 무시한다?

그럼 베르덴도 인내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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