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95

1095화 앞마당 전투 (2)

로아프라에서 주인 없는 땅으로 연결된 대륙 간 공간 이동진이 가동되었다.

“지고한 승전을 기원하겠나이다!”

대륙 간 공간 이동진은 국제 사회가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전략 무기인 터라 비대칭 전력들이 오지 않는 한 웬만해서는 쉽게 돌파당하지 않도록 병기와 인력을 배치했다.

에온의 일원과 그 하위 세력에 속한 빈테르트 등이 베르덴에게 진심 어린 경외심을 담아 충성과 복종의 예를 갖추었다.
적잖은 도시가 화상 골렘을 통해서 폴테인 평야의 개전을 지켜본 영향 중 하나였다.

키이이이이잉.

델하룬 사문을 폐쇄한 베르덴이 동대륙에서 다시 중앙 대륙으로 복귀한다. 특유의 보라색 빛이 주변을 밝히고, 베르덴의 신체가 그 고정된 두 개의 공간 좌표 사이를 이동했다.

베르덴이 연합 본부로 향했다.
베르덴의 마법적 분신이.

‘……좋아, 순조롭게 교체됐군.’

베르덴이 [투영의 관]을 벗었다. <환영> 마법으로 만든 분신에 시전자의 의식을 투영해 조작할 수 있는 특수한 마법 물품.
물리적인 거리에 한계가 있어 타 대륙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지만, 이 단점은 이그나시아와 함께 미리 만들어 숨겨 둔 정신체로 보완했다.

동대륙의 로아프라에서 사라진 베르덴의 분신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주인 없는 땅에서 대기하고 있는 베르덴의 정신체가 이어받았다.

이로써 베르덴의 활동 영역이 대폭 확장됐다.

계외(界外)의 마도 정신체는 다중 마법 연산과 같은 원리로, 본체로 모든 활동을 지속하면서 원격 조종이 가능하므로.
심지어는…… 예전 개미들의 미궁 경매 때와는 달리 그녀가 전력으로 구현한 정신체이기에 최대 7위계급의 힘까지 발휘할 수 있다.

‘이 책략을 쓰는 건 조금 나중이 될 줄 알았는데.’

최전선에서 지휘하는 7위계 베르덴.
세외(世外)에서 전장을 설계하는 8위계 베르덴.

아칸드의 갑작스러운 내습으로 인하여 모든 대륙이 언데드에게 위협당하게 된 대신 베르덴은 기밀 전략을 사용할 기회를 얻었다.

서로가 강수를 두었기에 다음 과감한 수를 쓰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 상황인 터라 베르덴의 본체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강대강 충돌은 지금 당장 벌어지지 않을 것이니, 정신체를 활용한 양동 작전으로 암약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형국.

기만책은 아군마저 기망하는 것이 전제다.

크세리온 제국을 완벽하게 농락하려면 세계 연합도 속여야 했다.
델하룬에서 아칸드의 공격을 막아낸 뒤 세계 연합 본부로 복귀하는 지금이야말로────기만책을 꺼낼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다 내 덕분이지.

통신 장치에서 특유의 반짝반짝거리는 듯한 음성이 들려온다.

────정신체를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도 처음인데, 그 주도권을 타인에게 아예 넘기는 건 나도 처음이거든? 그래서 정확한 정도는 알 수 없지만, 내 마도 없이 네 정신력만으로 정신체를 유지해야 하니까 지금은 괜찮아도 시간이 지나면 정신적 피로가 상당할 거야. 아무리 너라고 해도.

“감당할 수 있다.”

────아하하핫, 초월자가 아닐 때나 초월자일 때나 자신감 넘치는 건 여전하네. 그래, 그래야 도와준 보람이 있지.

이그나시아가 깔깔 웃다가 이내 진지하게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전쟁에 돌입했어. 낌새를 보아하니 조만간 나도 움직여야겠는걸. 히, 이런 식으로 전면에 나서는 건 처음인데……!

진지해진 것도 잠시, 이그나시아는 격한 흥분에 찬 목소리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녀는 진심으로 평화가 저문 시대를 즐기고 있었다.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아서 잘하렴. 실망시키지 말고. 통신 끝!

베르덴의 기만책이 뭔지 제대로 묻지도 않고 힘을 보탠 이그나시아는 다른 즐길거리가 우선이라는 듯 냉큼 연락을 끊었다.

“누가 들으면 전쟁광인 줄 알겠군.”

이그나시아는 가르간트에 있지만 최전선에 있기도 하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경계 밖의 초월자. 어찌 보면 그녀는 가장 자유로운 존재였다.

어쨌든.

이그나시아의 마도 덕에 베르덴은 세계 연합장으로서 공작원을 겸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베르덴의 소재를 알고 있는 지성체는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세계 연합의 수뇌를 자처하긴 했지만 역시 단독 행동이 어울린다, 베르덴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여유가 생겼다. 분열 계획에 직접 개입할 수 있겠어.’

표면에 드러나서는 안 되는 베르덴 본체가 해야 할 임무는 정해져 있었다. [아인베르]의 <신비>로 거짓된 형상을 갖추고, <베일>로 존재감을 지운 그가 신속히 자리를 벗어났다.

대륙 곳곳에 존재하는 사령계의 건축물──제1차 초월자 전쟁에서 실제로 사용됐던 옛 크세리온 제국의 의식장을 향해.

주검의 왕이 움직였다.

* * *

백금 등급 모험가, ‘요렌’.

‘나는 모험가다.’

벨디른 공화국 출신이나 모험가 길드에 가입한 건 리비안트 공국이었다.
이십 대란 젊은 나이로 올해 금 등급을 벗어났으니 무투계의 재능은 충만했다. 아직 이명은 없지만 그는 언젠가 모험가로서 명성을 떨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콰아아아아앙!

귀가 먹먹하다. 고막을 울리는 삐──소리가 뇌를 저미는 것 같다. 피와 땀, 그리고 시취에 후각은 이미 제 기능을 잃었다.

“좌측!”

누군가가 소리쳤다.

요렌의 몸이 절로 반응해 달려오는 언데드 기병의 다리를 절단했다. 뼈로 이루어진 말이 쓰러져 산산이 박살 났다.
전장에 처박혀 허우적거리는 해골 기수의 머리가 칼날에 으깨졌다.

이곳은 동대륙 남부의 갈기 구릉 동쪽.

“허억, 헉……!”

얼마나 잡은 걸까.

50마리까지는 대충 셌는데 그 이후로 시간이 제법 지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 번의 전장조차도 끝나지 않고 있었다.

수만이 얽힌 전쟁의 피로는 요렌의 각오를 가볍게 웃돌았다.

위험도가 금 등급 아래인 언데드 개체들은 그에게 별 난적이 아니었다. 혼자서도 그 정도 무리는 어렵지 않게 토벌할 수 있다.

하지만 몇 번이고 검을 휘둘러도 끝이 보이지 않는 전투의 막막함과 언데드 군단 곳곳에서 날뛰는 상위 개체들의 위협이 요렌의 체력과 정신력을 빠른 속도로 소모시켰다.

부여 마법과 빛의 기적으로 신체와 정신이 강화된 상태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나마 높은 언덕에서 남쪽을 바라보니 시야에 닿은 모든 곳이 새까많게 물들어 있다.

전장에서 미친 듯이 치솟는 흥분.
죽음이 피부를 핥는다.

요렌은 그런 전장 한복판에 있었다.

‘나는, 모험가…….’

쿵! 쿵! 쿵! 쿵! 쿵!

육체가 부패한 트리플 헤드 오우거가 굉음을 내며 전진한다. 오우거의 희귀한 상위종. 거체의 위험도는 미스릴 등급.
급소가 없는 좀비가 되었으니 그 위험도는 조금 더 높아진다.

원소 마법을 맨몸으로 받아 내는 녀석은 여섯 개의 팔을 무자비하게 휘둘러 경로에 있던 공국 기사들을 쓸어버렸다.

마법적 방어구와 버프 덕에 겨우 즉사는 면했지만 치유의 기적이 없으면 이 난장판 속에서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상황.

루아스교의 빛이 언데드를 약화하고 있다고 해도 숫자가 너무 많다.

마침 쓰러진 기사 한 명이 짓밟혀 아작 났다.

“───하아아아아아!”

요렌이 어깨로 언데드 무리를 밀어내며 전속력으로 달렸다. 소리를 내지르자 몸통에 붙은 세 개의 머리가 그를 향했다.
원소 마법에 적중되어 손상된 부패한 몸뚱이.
벨 수 있다.
최대한 빨리 거리를 좁히기 위해 낮게 뛰어오르며 허리를 힘껏 비튼 순간…… 다른 모험가가 바로 옆에서 뛰어들어 요렌을 낚아챘다.

후웅.

직후 요렌이 머물던 허공을 우악스러운 손아귀가 잡아 뜯었다.

모험가들이 진창을 굴렀다.

“큭,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바르델 씨!”
“본분을 잊지 마라!”
“하지만 기사들이…….”
“요렌! 구하지도 못하고 죽는 건 의미 없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투사(鬪士), 바르델.

다양한 격전을 경험한 리비안트 공국의 백금 등급 모험가. 4년 전에 도시 로리엔이 소울 트리의 습격을 받았을 때 베르덴에게 구출된 사내.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면 살아남아 하나라도 더 토벌해라!”

상공에서 뜨거운 빛이 가까워졌다.

콰아앙!
퍼엉!
콰아아앙!

리치들이 시전한 3위계급 <화염구>가 전장의 극히 일부분에 폭발을 일으켰다.

간신히 낙법을 취한 바르델이 사방에서 날아드는 창칼을 쳐냈다.
백골의 쐐기가 얼굴과 팔을 스쳤다. 뼈들이 뭉쳐 생겨난 거체 언데드, 무덤 파수꾼(Grave Guard)들이 기괴한 뼛소리를 내고 있다.
단칼에 죽이기에는 수가 너무 많다.

“빌어먹을…….”

바르델과 떨어져버린 요렌은 숨을 토하며 더듬더듬 떨어진 검을 다시 잡았다. 트리플 헤드 오우거 좀비가 그런 요렌을 포착했다.
엿 같은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요렌이 몸을 일으키며 대응하려던 찰나 등 뒤에서 그림자가 드리웠다.

데스 나이트.

일반적인 백금 등급 모험가 단독으로는 토벌할 수 없는 상위 언데드. 죽음의 기사는 보는 이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오라를 뿜으며 양손으로 츠바이핸더를 쥐었다.

‘아, 죽는다.’

요렌은 죽음을 직감했다. 동시에 약해진 마음속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생명에 대한 배신과 타락을 종용하는 영혼의 속삭임이었다.

그때였다.

강렬한 마력의 검기가, 부패한 머리가 세 개나 달린 오우거를 반토막 냈다. 푸른 잔상이 이어졌다. 죽음의 기사의 검격을 정면으로 쳐 낸 마도사가 갑옷 정중앙을 마검으로 관통했다.
그렇게 몸을 비틀어 팔을 올려치자 죽음의 기사의 상반신이 쩍 갈라졌다.

‘단, 단 일격에……?’

요렌은 주저앉은 채 보랏빛이 감도는 은발의 젊은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창천(蒼天)의 카인.

에온의 아홉 번째 위상은 곧바로 <비행>을 시전해 토벌군단에 피해를 주고 있는 상위종들만을 특정하여 참살하기 시작했다.

국가급 전력들이 지상 곳곳을 누비고 있다.

‘그 말은…….’

군단 상층부에 여력이 생겼다는 뜻.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우중충한 하늘에서 연쇄 폭발이 발생했다. 어찌나 화력이 강한지 그 열기가 지상까지 닿아 요렌이 순간 얼굴을 가릴 정도였다.
최고위 화염계의 빛이 제국의 언데드 공중 전력을 모조리 집어삼킨 것이다.

화산섬의 마탑주의 목소리가 마력을 타고 전장에 울려 퍼졌다. 그는 그의 마탑 장로회인 안드라노브를 곁에 두고 있었다.

“화산섬의 마탑이 아크 리치 셋과 언데드 와이번 무리를 격멸해 제공권을 되찾았다. 더는 방해가 없을 테니 마음 놓고 폭격해도 좋다.”

이에 다른 비행정에서 화답했다.

“확인! 당장 동쪽 폭격해!”

크세리온 제국의 상공이 열리자마자 함대에서 재차 마법이 쏟아졌다.
지축이 무겁게 흔들린다.
마도 <무아>로 강화된 중력의 구체가 폭풍에 실려 수직으로 낙하했으니, 강렬한 충격파가 확산해 남쪽의 언덕이 쑥대밭이 되었다.

샛별의 유니아.

에온의 다섯 번째 위상이 한 번의 마법으로 일만이 넘는 언데드를 가루로 만들었다. 상위와 하위의 구분 따위 없이 말이다.
어느 정도 밀집되어 있었다고 하나 요렌은 상상도 못 할 파괴력이었다.

전장이 정리되고 있다.

붕 뜬 마음과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이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난전에서 혼잡함이 가시며 언데드의 전선이 시시각각 붕괴되었다.

“벌써……? 수가 그렇게 많았는데.”

전장이 마무리되는 듯한 분위기에 요렌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투사를 발견했다. 모험가 선배인 그는 언덕 위에 서서 토벌군의 진로인 남쪽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바르델 씨?”
“그야말로 지고한 힘이로군.”

언데드의 잔해가 가득한 언덕을 올라 바르델 옆에 선 요렌이 고개를 바로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눈을 부릅떴다.

개미 떼처럼 세상을 뒤덮었던 언데드 군단이 궤멸한 광경…… 멀리서 어두운 황금의 광채가 번쩍였다. 기의 충격파가 공간을 떨게 했다.
언령이 깃든 검격이 모험가도 알지 못하는 거대한, 기괴한 뼈의 다리가 스무 개씩 부착된, 마치 지네 같은 언데드를 절단했다.

쿠구우우웅…….

거체가 붕괴하듯 쓰러진다.

광활한 해안이 보이는 고산 지대에 맹약의 국가라 일컬어지는 하이랜디아를 건국한…… 서약자, 유리온 하이로스.
그런 초월자와 서약으로 묶인, 하이랜디아의 최고 전력인 언령의 기사단.

“두 배가 뭐야. 한 네 배는 되는구만.”
“언덕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두 배 이상이라고 했습니다.”
“그거나 저거나.”
“명백히 다릅니다, 폐하.”
“레오나 부단장.”
“……알겠습니다, 단장.”

언령의 기사단 단장이 그만하라는 눈치를 주자, 부단장인 레오나는 불만 섞인 얼굴로 단호한 반박을 거두었다.

유리온이 그걸 보고 웃으며 직전에 처리한 언데드 지네 위에 걸터앉았다.
검으로 그 뼈를 툭툭 두드렸다.

“모험가 길드 기준으로 평하면 특수 개체급은 되는 것 같은데. 벤디에 쪽과 다르게 사령관이라는 녀석은 나타날 기미가 안 보이는군. 간을 보는 건지, 아니면 나를 얕보는 건지.”

벤디에가 제국 사령관 개체와 맞닥뜨렸다는 통신을 받은 유리온이 한쪽 눈을 감았다.
교전이 무탈하게 승리로 끝날 거라고 확신하자마자 은폐에 능한 언령의 기사 한 명을 이탈시켜 전방 정찰을 맡겼다.
맹약의 연결 고리를 따라 유리온은 기사의 시야를 공유받을 수 있었다.

“그저 다수로 군단 전력을 조금씩 깎아 먹겠다…… 단순하나, 효과적인 전술 일로(一路)로군.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언데드에겐 특히. 이러다가 앞마당 장악에 시간을 다 쓰겠어.”

유리온이 정찰 중인 기사에게 복귀를 명령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안 되겠다. 그걸 쓰지.”
“성녀에게 지원을 요청하실 겁니까?”
“성창을 쓰는 건 아깝다. 우리가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유리온도 이 초월자 전쟁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로 작정했다. 이럴 때 아껴서 뭐 하겠는가? 베르덴처럼 화끈하게 갈 것이다.

“고대 아티팩트 준비해. 모조리 갈아 버리게.”

* * *

베르덴은 크세리온 제국의 의식장을 예전에 본 적이 있다.
에스티리아 왕국에서 비올라와 노사를 추격해서 처단했던 장소, 그림리퍼를 소환한 그 공간이 바로 의식장이었다.

드라벤의 일생한 정독하면서 그런 고대 의식장들의 위치도 전부 기억했다.

‘저곳이군.’

머지않아 베르덴은 가장 가까운 의식장에 도착해 고도를 낮추었다.
워낙 험난하고 비좁은 협곡 사이를 지나야 입구가 나오기에 외부에서 접근하거나 알아차리기 상당히 어려웠다.
이러한 부류의 의식장만이 루아스교에 발각되지 않고 잔존할 수 있었다.

그런데…….

‘흑마법사의 기척이 다수.’

선객이 있다.

베르덴이 아닌 주검의 영광의 마법사들이 의식장 입구에서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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