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84

1184화 제6사도 (8)

적룡 사르칸드라에게 패배한 탓에 목숨과 영혼을 빼앗겼고, 시체와 영혼은 가공돼 사룡 네크바엘이라는 존재로 변질됐다.
사도의 위를 거절하자 노예로 전락했고, 제6사도의 사명을 위한 살육 기계로 쓰였다. 패자의 비참함에는 바닥이 없었다.

[크롸아아아아!]

운명이고, 저항자고 전부 다 죽길 바란다. 세상이 멸망해도 좋다. 자신이 죽고 난 뒤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끝없는 증오를 잠시라도 해소할 수만 있다면…….

콰아아아앙!

초월자들의 무지막지한 공세가 네크바엘의 비늘을 깨뜨렸다. 용언조차 그들을 해하지 못했다. 메이아가 앞날을 예측하면 데우스 위덴이 철저하게 용의 언어를 차단했다.
그들의 조화로운 마법은 사룡으로부터 세계 연합의 최고 전력을 보호했다.

‘전력을 온존하려는가.’

저항자들.

제6사도의 전쟁은 필연의 과정에 불과하다. 결국 운명전의 준비 중 하나. ‘당신’도, 올다르크도 최후를 염두에 두고 있으니 불필요한 인력 손실은 최소화하고 싶겠지.
여기서 초월자가 많이 죽을수록 올다르크는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반젤리스의 마법을 날개로 방어, 꼬리로는 수왕을 후려치고, 숨결로 토벌자들을 물리친 뒤 교황이 부른 천사를 머리로 들이받았다.

모든 빛의 신인이 모이니 네크바엘로 인한 자연의 죽음이 지연되었다. 마렌 왕국의 악몽은 이 결전지에 재현되지 못했다.

그때 성녀와 마의 공포가 내지른 창이 각각 용안과 용골을 부수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네크바엘이 끔찍한 사기로 가득한 용혈을 쏟아 내며 웃었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고통이 커질수록 세상이 참으로 어처구니없게 느껴졌다.

보아라.

결국 인형극이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사라졌어도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다. 절대자들의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등장인물들만 있을 뿐이다.

지성체들은 주체를 가진 것처럼 날뛰다가 무대에서 내려오면 실이 끊어진 인형같이 쓰러지리라. 그리고 재활용되거나 소각되거나…… 둘 중 하나의 운명으로 귀결되겠지.

콰지직.

리반데일 대공의 파동에 보조를 받은 성검이 이미 깨진 비늘을 파고들었다.

‘……잿빛이여.’

아직 해츨링일 때 인간 세상으로 유희를 나간 적이 있었다. 사룡 네크바엘이 아닌 청룡 탈리시아. 그때는 혼자가 아니었다.
태초의 용과 함께 어느 고대 도시에서 당시 유명한 연극을 관람했다. 주연, 조연, 단역이 연기하는 전쟁의 서사.

───[이렇게 지루한 걸 보면서 인간들은 어떻게 웃고 떠드는 걸까요?]

───[인간들은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는 생동감에 몰입한다. 그렇게 자신 또한 서사의 일원이 된 듯한 그 착각을 소비하지.]

───[그런 착각을 즐긴다니…… 같잖습니다.]

───[그렇긴 하지. 뭐 어쨌든 본인들이 좋다는데 아무렴 어떨까. 그들도 저마다의 연약한 삶 속에서는 주인공일 텐데. 우리가 우리만을 생각하듯이.]

강대한 드래곤과 저열한 인간의 관점을 동일시하는 듯한 그분의 발언에 큰 거부감이 들었지만, 죽어서야 이를 진정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탈리시아 자신조차도 그런 무대의 인형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주체란 무엇인가.’

애초에 주관이란 허황된 것일지도 몰랐다.

네크바엘은 객관적으로 그 ‘당신’이 승리할 거라고 보았다. 그녀가 옳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또, 그녀는 이미 승자였다.
무대도 각본도 이미 그녀의 것. 올다르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무대와 그 각본’에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을 터였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재건된다.
그건 이미 이번 전쟁으로 정해졌다.

‘구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모든 드래곤의 어버이시여.’

태초의 드래곤은 죽지 않으므로 ‘당신’이 어딘가에 유폐시켰다.
영원히 그분을 만나지 못하겠지.

쿠구구구궁……!

네크바엘이 4대 고룡급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전세를 역전시킬 수 없다.
눈앞의 초월자들을 상대로 이길 수도 없다.
군단의 대악마인 몰가른도 그렇게 죽었다. 자신도 그렇게 죽을 것이다.

‘그전에 한 명이라도 길동무로 삼아 주마.’

네크바엘은 용언과 숨결을 토해 내지 않고 체내에 축적했다.
데우스가 즉각 반응했다. 폭발의 규모를 축소시킬 작정이겠지만 과연 뜻대로 될까. 통하지 않아도 딱히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죽은 뒤의 일이니.

‘내게 다음은 없다.’

네크바엘이 발광(發光)했다. 비늘 너머로 암녹색의 광채가 뻗어 나갔다. 동시에 존재감이 증폭되어 하늘에 변화를 일으켰다.

“자폭……?!”
“호오, 직격하면 흔적도 안 남겠군.”
“모두 내 뒤로 와라!”
“루아스시여!”

7대 마도왕, 성자, 성녀가 전력으로 마도와 기적을 전개했다.

쿠구구구……!

네크바엘은 첨예한 이빨을 드러냈다. 지역 전체를 날려버릴 심산으로 과도한 힘을 집중시켰다. 장기가 터지는 감각이 선명했다.
심장에도 균열이 발생하면서 피와 함께 용의 힘이 바깥으로 흘러넘쳤다.

지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네크바엘이 소리 없이 포효하면서 주인 없는 땅의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올렸다.

‘내게 다음은…….’

그 순간 눈을 부릅떴다.

완전한 암녹색으로 물들었던 그의 동공에 미세한 잿빛이 반사됐다. 시타델을 바라보자 끝없이 커져가던 존재감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후후후…….]

이윽고 약해지는 광채.
잦아드는 징조.

네크바엘이 갑자기 낮게 웃더니 당황한 초월자들을 노려보았다.

[다음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처음으로───그리고 아주 잠시나마 운명이 심은 분노와 증오를 주체적으로 억누른 그가 정말 오랜만에 홀가분하게 토로했다.

[널 인정하마.]

그때 마의 공포가 굽이쳤다.

쩌억!

드래곤을 소재로 만든 거대한 창이 상처 입은 비늘 속에 완전히 잠겼다. 자루조차 보이지 않는 깊이에서 네크바엘의 심장이 관통됐다.

용혈이 쏟아졌다.

마의 공포의 갑옷에서 연기가 피어올랐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용혈을 만끽하자 흥분이 극에 달한 듯 거의 고룡에 필적하는 힘으로 단번에 창을 뽑아낸 뒤 목을 베어 갈랐고.
그대로 진각을 밟아 대지를 쳐부수면서 투창으로 거대한 두개골을 꿰뚫었다. 이상하게도 네크바엘은 저항하지 않았다.

네크바엘의 하나 남은 눈동자에 빛이 꺼지는 순간 아직 사라지지 않고 몸속에 남아 있던 용언이 통제력을 잃었다.

데우스가 안광을 번뜩이며 손을 뻗었다.

콰아아아앙──────!

죽음의 기운이 일대를 집어삼켰다.

“큿…….”
“으읏…….”

약화된 폭발임에도 보호막 너머로 강력한 부하가 느껴졌다.
곧 죽음이 가라앉았다.

“……죽은 건가?”
“……아무래도.”

네크바엘은 파편이 되어 여기저기 뿌려졌다. 다만 커다란 몸체는 일부 남아 있었다.

콰득! 콰드득! 콰지직!

마의 공포는 네크바엘이었던 것을 찌르고, 부수고, 또 으깼다. 불완전한 자폭에 직격당해 갑옷이 손상된 상태. 깨진 투구 너머로 그의 입가가 일부 드러났다. 그는 증오와 함께 웃고 있었다.

“저놈도 제정신이 아니군.”

수왕은 피식 웃었다.

“하아, 하아……!”
“이런.”

성녀는 옛 왕에게 입은 상처가 급격하게 악화되어 쓰러졌고, 이를 교황이 다급히 부축했다. 성자는 이제 겨우 걷는 게 고작이었다.

“더 이상 움직이지 마십시오, 성녀. 나머진 저희가 해결하겠습니다.”
“부탁을…… 어……?”

성녀가 바닥에 누운 채로 위를 가리켰다.

“교황…… 섬이, 시타델이…….”
“시타델?”

그제야 시선들이 위로 향했다.

처음보다 훨씬 더 높은 고도까지 올라간 하늘섬이 기울고 있다. 표정이 점차 경악으로 물들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추락의 전조였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저만한 질량이 저 높이에서 떨어지면 세계 연합의 생사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 지역, 아니 이곳 주인 없는 땅 전체가 완전히 초토화된다……!’

반젤리스는 충격량을 계산했다.

수왕은 손을 깍지 껴 뒤통수에 올린 채로 태연히 상황을 주시했다.

“초위 마법으로 요격 못 하나?”
“마법으로 그런 게 가능한 존재는 나의 시조밖에 없을 거다……!”
“빌어먹을…… 사문에 있던 토벌군단까지 이곳으로 집결하게 하더니. 옛 왕은 처음부터 패배를 상정하고 이럴 작정이었나.”
“성녀? 이, 이 신성함은 대체…….”

초월기는 물론이거니와 초위 마법으로도 엄두도 낼 수 없는 섬의 규모. 모두가 힘을 합쳐도 물리적으로는 반의반의반의반도 깎아낼 수 없다.

반젤리스가 고개를 돌렸다.

“레프라기움 마탑주! 방법이 있는가!”
“…….”

메이아가 슬쩍 흘겨봤다.

데우스 위덴은 그저 섬의 종말을 지켜보고 있었다. 본래 카스티안을 이용하여 [루기나 혼]으로 제6사도를 단번에 죽여 방지하려고 했던 그 광경을 말이다.
물론 시타델이 추락하는 걸 저지할 방법은 진즉에 마련해 두었다.

하지만 가급적 나설 생각은 없었다.

‘네가 책임져라, 베르덴.’

베르덴의 선택이니까.

* * *

쿠우…….

아칸드는 시타델을 드러내어 세계 연합의 총전력을 주인 없는 땅으로 끌어모았다.
제6사도의 사명을 이해하니 그 의중이 선명했다.

‘시타델의 추락은 급조한 계획이 아니다.’

아칸드는 800년 전부터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고작 사도 한 명이 감당하기에 대륙의 힘은 강대했으니까.
세계적으로 제법 피해를 줄 수는 있을지언정 결국 그가 처단당하는 미래는 불변했다.

그 결과 자멸을 대가로 하여 세계 연합을 궤멸시켜 대량의 영혼을 수거하는 것.

‘시작부터 결정된 전쟁의 대미(大尾).’

초위 마법으로는 파괴할 수 없다.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보다는 작지만 밀도가 차원이 다르다. 시타델은 다름 아닌 ‘당신’의 권능에서 비롯된 형상이다.

“너로선 신이 아니면 막을 수 없다. 자…… 어떤가, 베르덴.”

아칸드가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모두의 신이 될 수 있겠나.”

베르덴이 대응하지 않는다고 해도 시타델이 모두를 절멸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저항자들이 관망하지 않을 테니까. 필시 수가 있겠지.

하지만 단언하건대 지금 이 순간, 그들이 개입하는 일은 없다.

<신성(神性): 강림>

잿빛이 확산했다.

|당연히|

언젠가 드러낼 진실이다. 베르덴은 신의 존재감을 여지없이 내보였다. 이제 태도를 결정하는 것은 그가 아니라 루아스 교국이다.

그들이 대성전을 일으킨다면 베르덴 또한 성전으로 대립하리라.

쿠우우우우…….

잔해들이 부유한다.
시타델이 중력에 끌려 내려간다.

베르덴은 중력 마법으로 신체를 고정하며 지면을 꿰뚫어봤다.

‘아칸드는 사도를 포기했지만, 아직 권능의 잔재가 시타델 전역을 감싸고 있다. 권능을 거둬 내지 않으면 내 권능은 온전히 닿지 않는다.’

시타델을 파괴하려면 베르덴도 신기를 해방해야 한다. 일격에 끝내야 한다. 기회를 두 번으로 나눠서도 안 된다.
시타델의 파편이 일정 규모 이상 축소되지 않으면 요격이 불가능할 테니.

‘그렇다면…….’

베르덴은 여태껏 써 본 적 없는 수를 쓰기로 했다. 고작 한 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가능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제 그는 진정한 신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자격이 충분했다.

제7사도 예정자───이슈르───그 사막의 신이 그랬던 것처럼 제자리에서 왼손과 오른손의 각 손가락 첫마디를 겹쳤다.

|금기 제정|

세계가 선언을 기다렸다.

|외신(外神)의 권능을 금지한다|

지정 장소는 시타델.

당연하게도 ‘당신’에게 신격으로 맞설 수 없겠지만 크세리온 제국의 황성을 보호하는 것은 권능의 잔재에 불과하다.

버려진 자들의 신이 직접 제정한 율법에 세계가 화답했다.

살아 있는 힘이 죽은 힘을 압도했다.

시타델을 감싸고 있던 <안식의 권능>이 바깥으로 밀려나더니 허공에서 소멸했다. 확! 아칸드에게 꽂혀 있던 스태프를 원격으로 회수했다.

|개벽하라, 인테리스|

오브에서 잿빛이 찬란하게 광명한다.

<신기 해방>

베르덴이라는 존재를 이루는 마력, 마도, 신성력이 조화롭게 융합해 창조된 <무허의 권능>이 주변 일대를 회색으로 물들였다.

콰드득!

주저 없이 [인테리스]를 시타델에 꽂았다.

시타델의 모든 지역에 수많은 균열이 떠올랐다. 그 안에서 뻗어 나온 빛이 순식간에 시타델을 근원까지도 잠식하기 시작했다.

아칸드는 인간으로서 신을 보았다.

“나는 판단할 자격이 없기에 단정할 수 없다…… 베르덴.”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과연…… 당신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세계의 틈새를 분단시켜 악마의 성지를 만들었던 기적이 완성됐다.
시타델 자체가 거세게 발광했다.

<명계(冥界)>

개벽하는 하늘.

──────────!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혜성처럼 추락하고 있던 시타델이 산산조각 났다.

* * *

딛고 있던 땅이 붕괴됐다.

‘주군의 기적……!’

아드리안과 이자벨라가 바닥을 짚고 다가온 충격을 견뎌 냈다. 기적은 그들을 다치게 하지 않았지만 섬은 붕괴되었다.
그들은 떨어지는 파편 위에서 베르덴을 찾으려고 안력을 높였다.

[떨어짐.]

[알파가 떨어집니다.]

거대화 베타에게 꼭 붙어 있던 알파가 균형을 잃고 떨어졌다. 충분히 잡을 수 있었지만 녀석을 잡은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알파가 외눈을 빛냈다.

[베르덴 폐하!]

“오랜만이군, 모두.”
“가주……!”
“주군!”

베르덴이 능숙하게 알파를 챙기면서 아드리안, 이자벨라, 베타를 맞이했다. 그는 거꾸로 떨어지는 섬의 파편 위에 서서 미소 지었다.

“우리가 이겼다.”
“……!!”
“하지만 보다시피 시타델의 파편이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파편의 규모는 최소화했지만 최대한 처리하지 않으면 피해가 클 거다. 아드리안, 이자벨라.”

연합장으로서 마지막 명령.

“전부 요격하라.”

아드리안이 [실렌다르]를 단단히 쥐고, 이자벨라가 [엘데론]을 마력으로 빛냈다.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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