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788

788화 혈맹 (4)

드워프는 인간처럼 다면적이지도 않고, 엘프처럼 자연 마력을 다룰 수도 없으며, 수인처럼 신체 능력이 막강한 것도 아니다.

특출난 건 손재주 하나뿐이다.

그하룬이나 제라딘처럼 아주 극히 드물게 별종이 태어나기도 하지만, 드워프가 전반적으로 경계해야 할 존재로 평가되는 건 그들의 손에서 무슨 물건이 탄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속과 창작의 종족으로 일컬어지는 드워프에게는 이런 격언이 아주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다.

난쟁이가 기다리고 있으면.
당장 도망쳐라.

퍼어어어어어엉!

거대한 발리스타가 쏘아 올린 창이 언데드 군세를 강타하고는 폭발했다. 방어 마법을 시전했던 리치는 대지와 함께 초토화됐다.
한발 늦게 땅울림이 전해지며 어레인의 성벽이 흔들렸다.

“껄껄껄껄! 역시 내가 설계한 발리스타가 최고야!”
“대단하기는 하지만, 내 발리스타가 더 위력적일 것 같은데? 잘 보게!”

퍼어어어엉!

드워프들이 도심에 설치한 발리스타를 너 나 할 것 없이 발사하고 있다. 발리스타는 각자 다른 외형과 성능을 자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드워프는 동족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도구를 양산하지 않는 것이 규율이자 정통이기에.

하물며 정통 드워프 중에서도 정통 드워프인 그하룬이 보고 있는 이상 드워프산 양산품은 절대 금물이다.
시대의 변화에 발을 맞춰 양산해야 한다는 붉은 화산 클랜장의 주장을 짓이겨 버릴 만큼 그하룬의 의지는 확고했다.

[꽈드드드득.]

언데드 군세 중앙에서 뼛조각과 뒤엉킨 살점으로 이루어진 체고 6미터에 육박하는 커다란 시체 곤충이 튀어 나왔다.
카다베론.
놈이 근처에 있던 좀비들을 입으로 크게 쓸어 담아 잘근잘근 씹고는, 마치 발사대처럼 꽉 오무린 아가리로 어레인을 겨냥했다.

투확!

시체 공성탄이 직선에 가까운 궤도로 어레인의 성문을 강타했다. 묵직한 금속의 진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어지간한 공성 병기 못지않은 충격…… 그런데 성문은 보란 듯이 멀쩡했다.

그하룬이 수염을 쓸었다.

“대충 보강해도 저딴 걸로는 안 뚫리지.”

성문을 비롯한 성문 일부는 주인 없는 땅의 복합 광산에서 살고 있는 드워프들이 파견을 나와 간단히 손을 봤다.
드워프의 고유 기술력이 조금이라도 가미된 이상 저항력은 전과 비할 수 없다.

한때 검은 화산의 무저갱 속에서 어둠과, 추위와, 배고픔과, 공포와 평생 싸워 왔던 드워프들은 이제 제 몫을 하는 드워프가 되었다.

사체 공성탄이 날아온다.
이번엔 조금 위로.

터엉!

그하룬이 거대 망치 마르쿠아브로 공성탄을 후려쳤다. 강인한 완력을 이기지 못한 그것이 바닥과 충돌해 터졌다.

“어딜 감히. 어이, 귀쟁이들. 시체 놈들 올라오기 전에 처리해라.”
“누구한테 감히 명령이야? 늙은 드워프답게 무식하긴.”

메르퀴엔이 세계수의 가지로 만든 활로 정면을 겨냥했다.

다수의 카다베론과 엘더 리치가 시체 공성탄과 위계 마법의 궤적을 보다 위로 설정해 성벽 너머에 있는 도심지를 노렸다.

바로 그 순간 어레인 외곽에서 대기하고 있던 엘프들이 화살을 일제히 쏘아 보내 상대 투사체들을 공중에서 요격했다.
더 나아가 마력이 담긴 화살들이 빗발치듯 쏟아져 언데드를 꿰뚫었다.

메르퀴엔이 활시위를 잡은 손끝에 힘을 풀었다.

“프리마.”

후웅.

원초의 정령에게서 힘을 받은 메르퀴엔의 녹색 눈동자가 명멸했다. 자연 마력. 이것이야말로 엘프의 마법이었다.

<실피에리아>

활시위를 떠난 나무 화살이 날카로운 폭풍으로 변화되어, 또 갈라졌다.

투화아아아아아악!

정확히 미간부터 꼬리까지 관통당하며 체내가 갈갈이 찢긴 카다베론 무리가 몸부림치지도 못한 채 당장 침묵했다.

“어때. 이제 알겠지? 난쟁이들 장난감 따위보다 대자연이 훨씬 우월한 거.”
“전혀 모르겠다. 그 전에 너희 위대한 어머니한테 가서 예절이나 배우고 와라. 이 어린 귀쟁이가 싸가지 없게.”
“하, 기껏해야 150살도 못 사는 난쟁이 주제에 누구보고 어리다는 거야? 수염 덥수룩하게 나야 늙은 것 같아? 엘프 처음 봐? 귀엽네. 대체 몇 살이길래 연상도 제대로 못 알아보고 그렇게 싸가지 없게 구는 거니?”
“내년에 285세다. 버르장머리 없는 귀쟁아.”
“?”

드워프의 평균 수명은 대충 120년 정도일 텐데.
그 두 배를 넘게 살았다고?

“거, 거짓말.”
“오래 산 드워프 처음 봐? 넌 몇 살이냐?”
“…….”

메르퀴엔의 나이는 해가 넘어가도 200살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처음으로 타 종족에게 연차에서 밀린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그하룬이 혀를 찼다.

“쯧쯧쯧, 애송아. 긴 귀 계속 쫑긋거리지 말고 시체 놈들한테 화살이나 쏴라.”
“……키는 나보다 한참 작은 게.”

메르퀴엔과 그하룬이 서로를 종족으로 차별하는 사이───전장만을 주시하고 있던 주인 없는 땅 북부의 치안대장, 레스터 로드하트가 진심으로 감탄을 드러냈다.

‘물리 저항력이 높은 고위 언데드를 저렇게 간단히……. 푸른 공포 바리건트, 군림자, 검은 야수를 포함한 현 중앙 대륙 4강 중에서 대수림의 눈의 무력이 수위를 다툰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진짜였던 모양이야.’

그보다 인간을 경멸하고 배척하는 엘프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다.
과연.
어째서 과거의 인간들이 엘프 종족을 그렇게나 노예로 삼으려고 했는지 알 수 있는, 그야말로 급이 다른 아름다움이다.

‘그런데 이 드워프 어르신은 누구지?’

레스터조차 정면으로 받아 내는 건 자살행위인 시체 공성탄을 가볍게 쳐 냈다. 완력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뭔가 다른 드워프와는 완전히 차별적인 존재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엘프와 동맹을 맺고.
드워프의 지원을 받는다.

전력으로 삼을 만한 수인만 없다 뿐이지 인간종이 죄다 모인 셈이다.

용맹한 도망자의 단장 출신인 레스터는 여태껏 숱한 전쟁을 경험해 왔지만, 이처럼 기묘한 전장은 무척 생소했다.

그때, 하늘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아아아아아…….]

[끼야아아악!]

콰과과과과과과광!

어레인 근처에 상시 대기 중인 에온의 비행정이 마법 폭격을 시전했다.
드워프의 병기와 엘프의 화살 세례를 넘어온 언데드 무리 1파와 2파의 태반 이상이 성벽 부근에서 궤멸되었다.

비행정 갑판에 서서 현재 전황을 관찰하고 있던 에온의 열두 번째 위상, 알데반이 골렘 의수를 찬 손을 까딱거렸다.

“이 숫자와 구조…… 설마 7위계 상위 흑마법인 <사자의 군대>인가?”

7위계 마법에 대한 정보는 마법계의 기밀이나, 그중에서도 흑마법 계열은 블랙 아워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다.
이는 멜라드 타스티엔이 젊은 시절에 모아 온 정보였다.

블랙 아워 최초의 구성원이 연구한 모든 것은 대전당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영속의 모래시계]에 기록되어 있다.

‘주검의 영광 하인들의 경지는 차치하고, 분명 초월자가 직접 나서지 않았는데도 7위계 이상의 마법이 발동됐다. 800년이라는 명맥에서 온 기술인 듯한데.’

에온이 되살린 골렘 기술과 같이 고대에 실전된 마법적 기술이 있다.
가령 스크롤이라든가.

하지만 저 언데드 군세만으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어레인을 함락시킬 수 없다.
절대로.
저곳은 블랙 아워 대전당을 제외한 에온의 권역 심장부니까.

초월자가 나서지 않는 이상 정면으로 이렇다 할 피해를 줄 수 없다는 것쯤은 주검의 영광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도 자원을 소모했다는 건 역시 시선을 분산하기 위함이겠지.’

지금 혈맹은 각지에서 활동 중인 에온의 간부를 노리고 있다. 군림자의 경우는 혈맹의 최고 전력 중 하나와 충돌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인 없는 땅에는 없을까?
천만에.
언데드로 시선을 끌어 놓고 몰래 후방을 노리려 할 것이다. 어레인 성채에는 혈맹의 암살 표적이 여럿 있으니.

하지만, 그리 예상하면서도 알데반은 도우러 가지 않았다. 그가 담당하고 있는 지역은 어레인 바깥이기에.
군림자가 벨마이르 왕국으로 향했듯 성채를 담당하는 간부는 따로 있다.

통신 장치.
골렘 부대.
베르덴 님께서 속성으로 가르쳐 주신 다종다양한 마법진…….

블랙 아워와 보헤미른 마탑을 침몰시킨 마법계 초월자가 새로 구축한 에온의 대처 능력은, 유기적인 걸 넘어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

* * *

에온의 수장, 베르덴은 침묵의 사막으로 향했다.

첫 번째 위상, 아드리안 첸버스는 동대륙에서 루아스교의 조력을 받아 주검의 영광 세 번째 하인을 토벌하고 있다.

두 번째 위상, 이자벨라 데이로스는 피울음 역병 완화제 및 엘프 동맹 체결이라는 위업을 이루고 침묵의 사막으로 넘어갔다.

세 번째 위상, 오스가르 파르건은 디아문 마탑에 있다.

다섯 번째 위상, 유니아는 죽음의 죄인이 가장 최근에 보낸 정보를 따라 테르네티아 연방으로 이동 중이다.

여섯 번째 위상, 레바나는 유니아와 동행하고 있다.

일곱 번째 위상, 그레이브 러드워스는 혼자 있는 오스가르를 지원하기 위해서 디아문 마탑으로 파견되었다.

아홉 번째 위상, 카인은 에스티리아 왕국에서 칼리아 드 에스퍼렌사를 호위하고 있다.

열 번째 위상, 라테온 오프니엘은 벨마이르 왕국으로 가던 도중 혈맹의 습격을 받고 피의 경비대 수장과 교전을 시작했다.

열한 번째 위상, 메드란트 케덴은 오스테아 마탑주로서 중요 정보를 수집하거나 대륙 각지의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열두 번째 위상, 알데반은 언데드 군세의 침입을 차단하고 있다.

“…….”

에온 간부들의 현재 상황을 머릿속으로 재확인한 멜라드가 눈을 떴다. 위 목록에 없는 두 사람의 담당 지역은 권역의 중심이었다.

네 번째 위상, 멜라드 타스티엔은 어레인 성채를 지키고 있다.

여덟 번째 위상, 알더니스는 멜라드와 함께하고 있다.

“당신이 그 주검의 영광의 세 번째 하인, 만연의 랑데르크인가 보군요.”
“정확히는 병원체 중 하나지. 한눈에 알아봐 줘서 고맙네.”

멜라드가 휠체어에 앉은 채로 복도 반대편을 응시했다. 은은한 빛 속으로 피부가 좋은 노인이 걸어 나왔다.

“자네 이름이 분명 멜라드 타스티엔이었지.”
“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블랙 아워를 거론하면 빠질 수 없는 이름이지 않나. 초월자가 된 제자에게 불구가 된 채로 내쫓긴 가련한 흑마도사…… 쉽게 잊기 어려울 만큼 인상적인 내력이지.”

알더니스가 표정을 굳혔다.

“강대한 초월자 집단의 삼인자라고 들었는데, 의외로 언행이 가볍군요.”
“항상 무거우면 언젠가 가라앉는 법이네. 경중을 조절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지.”
“그나저나.”

멜라드가 말을 끊었다.

“이곳은 신성이 직접 작성한 최고위 마법진으로 보호받고 있는데, 그걸 일시적으로 파훼해서 넘어올 줄이야. 로아프라에 침입했던 암살자가 사용한 마법 물품을 보고 긴가민가했는데…… 역시 그 물건인가 봅니다. 나르비아 육악 중 일악, 나르비아 페린의 [무화의 옥].”
“오, 역시 지식이 깊군.”
“분명 나르비아 페린은 젠티르 마탑주가 생포해 처형을 주관했을 텐데. 주검의 영광에겐 루아스교의 부활처럼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해석해도 좋을는지요?”

랑데르크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애초에 삶과 죽음은 ‘상태’에 불과하네. 그건 물이 얼음이 되는 것과, 얼음이 물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지. 나르비아의 경우 완전히 되살난 건 아니지만 말일세.”
“그렇군요.”

멜라드가 시선을 가라앉혔다.

“그래서 여기에 온 목적은?”
“대륙 전역이 이리도 소란스러운데 신성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직접 알아보려고 왔네. 그리고.”

랑데르크 병원체 뒤로 혈맹에서 선별한 암살조가 등장했다. 그들의 흉흉한 눈동자에서 살기와 욕망 가득한 눈빛이 번들거렸다.

“겸사겸사 혈맹의 암살도 이행할 생각이네. 기왕 만든 조직인데 최대한 써먹어야 하지 않겠나? 정신을 좀 만져 놔서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니 상당히 까다로울 걸세. 안팎의 생기(生氣)를 차단했으니 지원이 금방 오지도 않을 테고.”
“저들이 제 상대가 된다고 생각합니까?”
“물론 자네는 내가 맡을 생각이네. 병원체가 많이 줄어서 힘이 꽤 돌아왔거든. 흐음, 자네 왼쪽에 있는 마도사라면 모를까, 오른쪽에 있는 검사는 금방 죽을 것 같군.”

랑데르크의 시선이 닿은 검사…… 주인 없는 땅에 머물고 있는 외로운 늑내, 로메르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기, 질문 좀 하나 해도……?”
“뭔가?”
“왜 내가 혈맹의 암살 명단에 오른 겁니까?”

혈맹이 누굴 노리고 있는지 들었을 때 로메르는 무척 황당했다. 자신이 뭘 했다고 암살 표적이 되었단 말인가?
웬만해서는 가만히 있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묻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네. 암살 명단을 내가 전부 작성한 건 아니거든. 아무래도 혈맹의 최고 간부들이 자네를 에온과 친밀하다고 봤나 보군.”
“……그런 이유로 날 죽이겠다고?”
“말했지 않나. 죽음은 상태에 불과하다고. 딱히 두려워할 건 없네.”
“진짜 씹새끼들이네.”

로메르가 쌍욕을 내뱉었다. 그를 아무렇지 않게 무시한 랑데르크가 다시 멜라드를 쳐다보며 능글맞게 제안했다.

“물론 내게 협조해 준다면 피를 보지 않고 넘어갈 의향이 있네.”
“헛소리를…….”

멜라드가 골렘 의체의 힘을 빌려 휠체어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전신의 마력회로를 활성화하려던 그때였다.
우뚝.
멜라드가 멈칫했다. 알더니스와 로메르도 동시에 얼어붙었다.

랑데르크가 내심 의문을 품으면서도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신성은 어디에 있나?”

멜라드가 말했다.

“……뒤에.”

뒤?

랑데르크가 고개를 돌렸다. 정신을 간섭당하고 있어도 자체적인 사고가 가능한 혈맹의 암살자들도 후방으로 시선을 던졌다.

“…….”

베르덴이 권역에 무단 침입한 랑데르크 일행을 노려보고 있다.
이마에 핏줄이 돋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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