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0화 혈맹 (6)
쿠당탕탕!
랑데르크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핏물을 토하다가 앞으로 쓰러졌다. 식탁에 놓여 있는 음식과 술이 사방으로 쏟아졌다.
“끄윽, 큽…… 이런…… 웁, 우웨에엑!”
토혈에 내장 조각이 조금 섞였다.
체내가 엉망이다.
이 빠진 단검으로 장기를 헤집어도 이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손발이 덜덜 떨린다.
대체 얼마 만인가?
이런 고통을 느낀 건.
주검의 영광에 거두어져 죽음을 향한 두려움이 사라진 이후로는 한낱 육체적인 아픔 따위는 영영 잊고 있었는데.
흑마법사라는 이유로 저잣거리에 매달려 고문을 받았던 과거가 떠오를 지경이다.
“이거, 도리어 의문만 깊어졌군……!”
공간 계열 마도에 한없이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방금 전 그것은 일반적인 원소계 마도와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었다.
본질을 손상시키는 마도라니.
패도적이다.
지금까지 신성이 보여 준 과격한 행보와 어딘가 닮긴 했으나, 그렇다고 그런 종류의 길을 개척했을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쿨럭, 쿨럭!! 끄읍, 하…… 불합리하구나.”
모든 원소 계열에 적성을 갖고 있는 데다가 그걸 응용할 수단이 있고, 심지어는 대륙 각지에 남아 있는 백이 조금 넘는 분열체를 한꺼번에 없애 버릴 수 있는 마도까지 있다니.
예측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신성. 역시 그자는 이 시대를 주관하는 주역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시대의 주역이란 각각의 시대마다 존재하는 일종의 저항선이다. 그들이 있는 한 시대를 장악할 수 없다.
옛 왕.
랑데르크는 본 적이 없는…… 첫 번째 하인과 두 번째 하인이 충성하는 고대의 초월자가 군림하려면 필연적으로 작금의 대륙에 군림한 모든 강자들을 무릎 꿇려야 한다.
말인즉슨 과거의 주역들과 현재의 주역들이 충돌하는 것이다.
……쿵!
랑데르크가 테이블 모서리를 잡고 일어나다가 벽에 몸을 기댔다. 심호흡을 하며 발작하는 신경을 최대한 억눌렀다.
‘내 역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성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정신력을 희생해 마도 개방을 억지로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병원체를 없앤 탓에, 당장 활동 중에 있던 병원체가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다.
피울음 역병이 힘을 다하기 직전이다. 더 이상 혈맹을 통제할 수 없다.
참으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애초에 혈맹이야 적당히 쓰고 버리려고 했으니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이런 식으로 루아스교의 끈질긴 추적을 지연시키기 위한 교란책이 파훼될 줄이야.
물론 그렇다고 해도 가만히 앉아 죽음을 맞이할 생각은 없다.
“그러고 보니, 진짜로 죽어 보는 건 처음인가.”
랑데르크는 입가에 묻은 피를 훔치며 걸음을 옮겼다. 한차례 쉬었다가, 비틀거리며 숲속의 작은 오두막을 나섰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정보를 수집한다.
위대한 주검을 위해서.
갈등 없는 세상을 위해서.
끌끌끌끌…….
그 숭고한 뜻과는 다르게, 역병을 퍼뜨려 대륙에 어마어마한 희생자를 발생시킨 흑마도사는 모순적인 자신을 관조하며 웃었다.
* * *
중앙 대륙 남서쪽.
유니아가 테르네티아 연방에 도착했다.
피울음 역병에 특히나 큰 타격을 입은 국가 중 하나인 연방의 도시들은 대부분 성문을 봉쇄한 채로 사태의 종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시가 그럴진대 변방 마을은 오죽할까.
텅 비어 버린 마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지역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의 살풍경이었다.
녹슨 경첩이 끼익거리고.
포도밭 여기저기에 난 잡초들이 스산한 바람에 흔들거린다.
유니아가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분위기 한번 끝내주네. 그나저나 이런 곳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니, 안 봐도 취미가 얼마나 고약한지 알 것 같아.”
“어린 나이에 화산섬의 마탑 장로를 마법전에서 이겼다더니, 듣던 대로 건방지군.”
마을 중앙의 긴 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혈맹의 최고 간부───흑법의 자크란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깊은, 음영 짙은 냉혹한 얼굴이 유니아를 직시했다.
“혼자 왔는가?”
“보면 몰라?”
“흠.”
자크란이 눈을 감았다.
“하긴, 처음부터 이상했지. 혈맹의 급습이 반대로 에온의 기습으로 탈바꿈한 순간부터…… 설마 시작도 하기 전부터 정보가 줄줄 샐 줄이야. 과연 뒷세계의 인간들이 급조한 집단답달까.”
자크란은 그래도 촘촘한 보안을 유지했던 기밀이 발각되는 걸 보곤, 누가 내통자인지 나름대로 실험을 해 보았다.
오직 혈맹의 윗선만이 알도록 조직을 테르네티아 연방으로 옮기고, 자신의 위치를 기밀 중의 기밀로 취급해 감춘 것이다.
만약 들킨다면 윗선의 일부가 에온의 끄나풀이란 뜻이고, 만약 들키지 않는다면 그 윗선만큼은 믿어 볼 수 있다는 의미일 테니까.
그리고 정답은 전자였다.
자크란이 혈맹의 창립에 관련된 자들의 면면을 떠올리고는, 그중에서 직감이 가리키는 인물을 하나 골랐다.
“혈맹의 후원자. 그자가 내통자인가?”
혈맹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거물.
딱히 증거는 없다.
그런데도 후원자를 범인으로 지목한 건 단순히 낯설기 때문이었다. 그건 혼잡한 뒷세계 터줏대감의 감이었다.
유니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나야 모르지.”
“흠, 에온의 간부 중에서도 제법 순위가 높다고 들었는데. 역시 경험이 일천하다는 이유로 정보를 제대로 공유받지 못하는가. 그나저나.”
자크란이 몸을 일으켰다.
“내가 여기에 있는 줄 알면서도 혼자 찾아와?”
“당연한 거 아니야?”
유니아가 코웃음 쳤다.
“연방에 있는 네 조직은 레바나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그리고 너는 나한테 죽는 거고. 이게 여러모로 효율적이잖아?”
“하하하.”
자크란이 무표정한 얼굴로 웃음소리만 냈다.
“그동안 음지에서 오래 살았더니 내가 누군지 잘 전해지지 않았나 보군. 그래도 아주 훌륭한 만용이야. 덕분에 암살 목록에서 한 사람을 지울 수 있는 기회가 굴러왔으니.”
“으, 웃는 것도 기분 나쁘네.”
“에온이 초월자 세력으로서 강대한 전력을 갖고 있다는 건 인정하네. 하지만 드래곤의 등에 탔다고 해서 고블린이 드래곤이 되는 일은 없지. 음, 자네를 실험체로 만들어서 에온으로 보내면 그 신성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군.”
초월자 세력과 척을 진 이상 끝까지 살아남는 건 어렵다. 하물며 자크란은 신성의 3계명에 완벽하게 저촉된다.
어차피 갈등을 해소할 수 없으니, 그 갈등을 더욱 키워 볼 수밖에.
자크란은 기왕이면 죽기 전에 초월자의 표정을 일그러뜨려 보고 싶었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흑마법을 전공하고, 여기 뒷세계에서만 대략 40년을 넘게 살아온 자크란의 사고방식은 그야말로 통상적인 마법사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이 지긋하게 먹은 늙은 마도사답게 자신감이 넘치네. 그런데 여기엔 의문 안 가져봤어? 내통자가 누구인지 추론할 만한 단서가 너에게 주어진 이유 같은 거.”
“이유라고?”
“그건 아마 네가 알아냈든 알아내지 못했든 간에 상관없다는 뜻일 거야.”
유니아가 손에 쥔 [울티마]를 기울이며 자세를 잡았다.
“어차피 여기서 죽을 테니까.”
자크란이 섬뜩한 안광을 빛냈다.
“자기 과신이 심해. 혈맹이 보낸 암살자를 마주한 에온의 간부들도 하나같이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군.”
“아, 그러니까!”
유니아가 성질을 부렸다.
“네 걱정이나 하라니까?”
콰아아아앙!
원소 마법과 물질계 흑마법이 충돌하며 폭음이 터져 나왔다. 연방의 변방 마을을 무대로 마도사들의 일대일 마법전이 시작됐다.
흑마법 계열 6위계 상위, 흑법의 자크란.
‘저 정도면 선배한테 내세울 만한 목이야.’
에온의 다섯 번째 위상, 유니아가 한껏 송곳니를 드러냈다.
상대는 최고위 마도사.
지금의 그녀가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딱 알맞은 강적이었다.
* * *
쩌어엉!
여러 척의 비행정이 난잡하게 어우러지며 교전이 이루어졌다.
“하하하, 피의 경비대라고 했나? 제법 놀 줄 아는구만.”
용병왕이 비행정을 지휘하며 피의 경비대를 상대했다.
군림자 휘하의 정예 부대가 전쟁을 치르듯이 전략적으로 상대의 압박에 능숙하게 대응하며, 또 반격한다.
“으아아아앗…….”
취재사 카시네는 겁에 잔뜩 질린 채 구석에 숨어 있으면서 눈동자와 펜대를 굴리며, 일련의 광경을 샅샅이 기록했다.
그리고.
혈맹 소속 비행정의 갑판 위에서 대장끼리 맞붙었다. 검과 검, 검과 방패가 충돌하여 연이어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군림자, 라테온 오프니엘.
피의 경비대 수장, 피드락.
중무장으로 적을 정면에서 처부수는 게 특기인 두 사람이 근거리와 지근거리를 오가면서 진득한 살기를 내비쳤다.
“전쟁 무구라고 하던가? 어디서 제법 쓸 만한 고철을 들고 왔구나……!”
“고철이 아니라 걸작이다.”
라테온은 늙은 드워프가 제작한 무구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전쟁 무구는 뒷세계 쓰레기 따위가 폄하할 것이 아니었다.
라테온이 앞발을 뒤로 보냈다가, 그대로 힘을 실어 전진했다. 방패로 놈의 시야를 가린 다음 검으로 발등을 노렸다.
덩치에 안 맞게 잽싸게 다리를 뺀 피드락이 체중을 실어 라테온의 손목을 내리누르며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쿠웅!
비행정의 난간을 바로 뒤에 두고 힘 싸움이 벌어졌다. 갑옷을 착용하고 있음에도 험악한 근육이 쥐어짜지는 게 보이는 듯했다.
그 순간 피드락이 무릎으로 바닥을 쓸며 몸을 단단히 붙였다. 거의 온몸으로 라테온의 한쪽 다리를 잡은 것이다.
“하아아아아아!”
공중에 뜬 라테온이 바닥에 처박혔다.
갑판이 무너졌다.
갑판 아래층으로 떨어지면서 나무 파편이 튀고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굉벽轟劈
피드락의 극도로 무거운 기예의 검격이 대기를 가로질렀다. 츠카카칵! 전쟁 무구와 스치며 불꽃이 튀었다.
그 찰나의 틈새를 파고든 라테온이 방패를 앞세웠다.
───쾅! 쾅! 쾅! 쾅! 쾅!
방패 돌격이 비행정의 벽을 차례로 부수고, 또 부쉈다. 방패에 밀리고 있는 피드락이 어금니에 꽉 힘을 주어 가까스로 멈춰 섰다.
“무식…….”
뻑!
얼굴이 시큰하다.
투구를 이용한 박치기에 맞은 피드락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뒤이은 라테온의 검격을 막아 낸 그가 말을 이었다.
“무식하긴.”
라테온이 대답했다.
“진짜 무식한 게 뭔지 보여 주지.”
“뭐?”
라테온이 방패를 써서 피드락의 시야를 속이곤 옆으로 빠져나갔다.
어딜 가는 거지?
또 부하를 죽이려는 건가?
피드락이 의문을 품으며 뒤쫓았다. 불행하게도 그 의문은 금방 풀리고 말았다. 멍하니 있던 그가 눈을 부릅떴다.
“이런 미친 새끼가!!!”
콰아앙!
비행정의 동력실에 무단 침입한 라테온이 기운을 끌어모았다.
칼날에 맺힌 강인한 검기가 비행정의 심장과 연결되어 있는 모든 마법적인 혈관 중 절반가량을 갈라 버렸다.
훅, 비행정이 반쯤 뒤집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벽이 바닥이 되면서 균형이 어질러졌다. 하나 균형 감각이 뛰어난 라테온은 금방 중심을 잡고는 피드락이 보는 앞에서 남은 마법진을 부숴 버렸다.
“정신 나간─이, 씨발!!!!!”
비행정이 회전하면서 추락한다.
갑판에 있던 선원 전원은 이미 나가떨어진 지 오래였다.
라테온이 당황한 피드락에게 연속으로 검기를 날리고는, 직후 방패를 최대한 몸에 붙이면서 기막을 펼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비행정이 박살 났다.
어마어마한 충격에 근방의 숲이 망가졌으나, 그만한 소란에도 비행정의 동력원은 터지지 않아 폭발이 발생하진 않았다.
곧이어 라테온이 잔해 더미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보란 듯이 가볍게 목을 풀었다.
상공에서 비행정에 탑승한 채로 수직에 가깝게 떨어졌음에도 별 피해는 없었다. 비행정이 터졌다고 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이게 걸작이고, 이게 전쟁 무구지.’
무구에 대한 신뢰.
라테온이 과거 여러 전쟁터를 전전하며 얻은 첫 번째 믿음이었다. 제 손에 쥔 것도 믿지 못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후두두둑.
피드락이 무거운 잔해를 힘으로 넘기며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경지가 높은 만큼 목숨에 지장은 전혀 없었다.
그저 길게 찢어진 좌측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릴 뿐이었다.
“거기서, 비행정을 떨어뜨린다고? 너, 시발. 뭐 하는 새끼냐?”
“무대를 바꿨을 뿐이다.”
“병신이…….”
피드락은 순간 눈가를 움찔거리더니, 품속에서 매직 아이템을 꺼내 작동시켰다.
하늘에서 붉은 연막이 터졌다.
“지원군이라도 부르는 건가?”
“흥이 깨졌다.”
피드락이 피가 섞인 침을 뱉으며 왼쪽 손을 교묘하게 가렸다.
‘시발, 손등에 금이 갔다.’
차라리 허공에서 추락한 거였다면 괜찮았을 텐데 비행정 안에 있었던 터라 정확한 타이밍에 충격을 상쇄하지 못했다.
거기다가 도중에 놈이 날린 검기 때문에 신경이 분산된 탓이다.
‘이 상태로 군림자와 부딪치면 반드시 부러진다. 저 좆같은 중앙 대륙 4강 새끼가……!’
피드락이 순간 울컥했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견뎌 냈다. 부상을 숨기고, 전쟁 상인인 버논 맥프리가 보낸 병력으로 몰아붙여 죽이는 게 가장 쉬운 길일 테니까.
많은 기척이 접근하고 있다.
“…….”
라테온은 아무렇지 않게 전투를 이어 나갈 준비를 갖췄다. 치열한 전쟁. 그것이야말로 라테온이 실력을 증명할 길이었다.
그 순간.
“도와줄까?”
갑자기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에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작은 절벽 위에 낯익은 마도사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피드락이 움찔 떨었다.
라테온이 물었다.
“당신이 여기에 있다는 건, 그분이 돌아오셨다고 보면 되는 건가?”
“어, 맞아.”
이자벨라가 대답했다
“가주가 복귀했어.”
라테온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럼 끝났군.”
* * *
대규모 언데드의 출몰을 경계하고 있는 동대륙 국가 연합 전선.
조제프 대주교의 도움을 받아 전장을 뒤덮은 죽음의 기운을 정화한 연합군은 군사 야영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주사위로 내기를 하거나, 잠을 자거나, 무구를 닦는 등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소중한 휴식을 만끽했다.
댕──! 댕──! 댕──!
경계용 매직 아이템이 종을 울린다.
각국의 지휘관과 기사들이 외곽에 모여 멀리 있는 초원을 바라봤다. 망원경으로 확대된 시야에 언데드 군세가 비쳤다.
“숫자는 대략 수천입니다.”
“그렇게 많지는 않군.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전원, 전투 태세.”
“예, 전원! 전투───”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무지막지한 화염 폭격이 언데드 군세를 일거에 쓸어버렸다. 어찌나 화력이 강했는지 멀리 있는 야영지까지 열기가 닿을 정도였다.
그건 마법이었지만, 명백히 일반적인 마법과는 차원이 달랐다.
공화국의 기사와 공국의 기사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뭐지, 방금 그건? 마법인가?”
“다른 마탑에서 지원이 왔나?”
“……아니.”
에스티리아 왕국의 기사가 검으로 땅을 짚으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분이 오셨다.”
탁.
베르덴이 야영지 중앙에 내려섰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등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는데, 에스티리아 왕국의 기사들만이 금방 감정을 추스르고 최대한의 예를 갖췄다.
카인과 에네트를 곁에 둔 칼리아가 왕국 대표로 나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여긴 공식적인 자리다.
“언데드 토벌 동대륙 연합군 소속 에스티리아 왕국의 지휘관이자, 에스퍼렌사 공작가의 칼리아 드 에스퍼렌사. 에스티리아의 절대자를 뵙습니다.”
“그래.”
베르덴이 손짓했다.
에스티리아 왕국의 기사들이 일제히 기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