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791

791화 혈맹 (7)

동대륙 연합군 지휘부의 천막 안에서 두 사람이 만남을 가졌다.

“벨디른 공화국에서 함께 유골룡을 토벌한 이후 직접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군요. 음, 이제는 그대를 애셔가 아니라 베르덴이라고 부르려니, 아예 새로운 사람을 만난 기분입니다.”
“편한대로 부르시죠, 조제프 대주교.”

베르덴이 가볍게 와인잔을 들어 보였다.

이전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가 된 그를 마주하며, 조제프 대주교도 마주 건배를 하듯 술잔을 들었다.

“아주 급한 용무가 있어 일찍이 자리를 비웠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한데 이렇게 다시금 공공연히 움직이고 있다는 건, 그 볼일을 끝마쳤다고 생각해도 되겠는지요?”
“다시는 같은 용건으로 자리를 비우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거 다행입니다.”

두 사람이 목을 축였다

“그나저나 상정했던 기간을 넘지 않았는데, 제가 없는 그사이에 세상이 많이 시끄러워졌더군요. 대륙 구분할 것 없이.”
“그래도 여신의 보살핌 아래 이 세계는 하나 되어 싸우고 있습니다. 에온도 그렇습니다. 식별 골렘과 피울음 역병 완화제, 그 덕분에 인류의 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위의 대주교의 찬사는 당사자들에게 그대로 전해 주겠습니다.”

사실 식별 골렘을 비롯한 골렘 부대를 제작한 알파와 베타는 [아인베르]의 목덜미 안쪽에서 듣고 있었지만, 굳이 기척을 내지는 않았다.

베르덴이 당장 동대륙 연합군 야영지에 방문한 건 여유롭게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었으므로.

“하지만 불온한 세력이 여전히 암약하고 있는 이상 작금의 사태는 다시금 되풀이될 터. 저희에게 필요한 건 대책이 아니라 예방입니다.”
“물론입니다. 그렇기에 저희 루아스교는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책은 곧 예방으로 이어질 겁니다. 불온한 세력이 드러나면 드러난 만큼 깎여 나갈 테니 말입니다.”

주검의 영광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루아스교를 감당키는 어렵다, 조제프 대주교는 그런 확신을 품고 있었다.

타당한 자신감이다.

루아스 교국은 결국 피해를 감수하고 크세리온 제국을 멸망시켰을 뿐만 아니라 군단의 대악마까지 토벌한 역사가 있으니까.
세계 종교로서 가진 저력은 인류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래서 한편으로 궁금하다.’

과연 루아스 교국의 총 전력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 과거에 끝을 맺지 못한 주검의 영광에 어떻게 종지부를 찍을지 말이다.

베르덴이 물었다.

“그럼 루아스교에는 ‘옛 왕’의 부활을 막을 방법이 있다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

조제프 대주교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다.
에스티리아 왕국 수도에서 베르덴이 다크워튼 마탑주에게 당당히 마력 유형화로 도전을 청했을 때 보았던 그것이었다.

“허.”

──벌컥!

조제프 대주교가 뒤늦게 레드 와인을 단숨에 털어 넣고는 주변을 확인했다. 천막 주변은 팔라딘이 지키고 있다.
내부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는 확실히 새어 나가지 않는다.

“그 ‘악명’을…… 도대체 어디서 들으신 겁니까? 혹시 다크워튼 마탑, 아니, 그쪽에서 루아스교와의 약속을 깰 리가 없을 터인데.”
“출처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에온에도 특별한 정보력이 있다고만 알아 두십시오.”
“……이것만 말씀해 주십시오. 진정 그 역사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는 겁니까?”

베르덴이 손수 와인병을 기울여 대주교의 술잔을 채워 주었다.

“800년. 초월자 전쟁, 크세리온 황제, 옛 왕의 여섯 조각, 기록 삭제와 망각에 의한 영구적인 봉인. 이거라면 충분한 대답이 되겠습니까?”
“허허허.”

조제프 대주교는 식은 땀방울이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걸 느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베르덴…… 이거 참 못 본 사이 많이 위험한 분이 되셨습니다.”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앞서 한 질문이 상당히 곤란하다면, 가벼운 질의부터 하겠습니다. 당연하지만 대답해 주실 의무는 없으니 편하게 들어 주십시오.”

베르덴이 물었다.

“피울음 역병 사태를 최대한 빠르게 종식시키기 위해 루아스교가 아드리안을 비롯한 다른 초월자에게 협력을 요청했다고 하던데. 예상했던 것만큼 도움이 됐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피해는 훨씬 더 컸겠지요.”
“그렇게나 활약했다면 지금쯤 주검의 영광의 세 번째 하인, 만연의 랑데르크의 병원체 대부분이 소거됐을 터. 이제 거의 본체만 남았을 텐데, 놈을 외부인의 손에 맡겨 처리할 생각인 겁니까? 루아스 교국은?”

전혀 가볍지 않은 질문이다.

대체 랑데르크의 죽음이 목전에 다다랐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루아스교도 그자의 남은 병원체가 갑작스럽게 상당수 사라졌다는 걸 알아챈 게 바로 직전이었는데 말이다.

‘설마 베르덴이 랑데르크의 비정상적인 상태에 관여한 것인가?’

대륙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일백이 넘는 병원체를 일시에 타격할 수단이 있다니. 그건 그것대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몇 마디 말로도 다른 이의 폐부를 찌르는 힘이 강하군요. 이리도 상대의 심장을 뛰게 만드니, 국제사회도 긴장해야겠습니다.”

조제프 대주교는 다시 채워진 와인을 머금으며 속을 가라앉혔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 그는 평정을 되찾았다.

“만연의 랑데르크는 루아스 교국에서 처단할 예정입니다. 그저 예기치 않은 아주 좋은 이변이 있어 협력자들에게 미리 연락하지 못한 것뿐이지요.”
“확실한 전력이 온다는 거군요.”
“알다시피 주검의 영광을 이끄는 하인들은 무척 까다로운 존재들입니다. 분명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필시 후회하기 마련이지요. 그러니 랑데르크가 무슨 수를 쓴다한들 탈출할 가망조차 없도록 만드는 건, 당연한 조치입니다. 그대도 알 겁니다.”
“예, 경험한 적이 있으니.”

베르덴은 죽음을 피하는 대가로 노화하는 마도를 개척한 네 번째 하인, 케실루스의 최후를 떠올리며 붉은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루아스교와 협력을 맺은 초월자들이 랑데르크의 포위망을 좁히고 있으며, 그 봉쇄선은 시시각각 0을 향해 수렴하고 있다. 초월자라고 해도 벗어날 수 있는 각은 없어.’

랑데르크는 결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정해진 결론이다.
다만, 문제는 그 사실을 주검의 영광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란 사실이다.

베르덴은 초대 네크로맨서에게 들은 정보를 토대로 문답을 거듭했다.

“주검의 영광이 이토록 대담하게 움직였다는 건 마지막 남은 옛 왕의 신체 조각의 행방을 찾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텐데. 협력자로서 대책은 뭔지 묻고 싶습니다.”
“허허허, 신생 세력임에도 불구하고 에온의 정보력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군요. 그게 아니면 그대의 개인적인 정보력인지. 둘 중 뭐가 됐든 결국엔 같은 말이겠지요. 이래서는 뒤로 물러서기가 마땅치 않게 됐습니다. 어쩔 수 없겠지요.”

조제프 대주교가 술잔을 내려놓았다.

“7인의 대주교로서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은 이것뿐입니다. 랑데르크를 찾으십시오. 그럼 전부 알게 될 겁니다. 주검의 영광의 궁극적인 활동에 대한 예방책과 대책이 무엇인지.”

베르덴은 그에 숨겨진 말뜻을 곧장 이해하며 고개를 당겼다.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자리는 이만 파하도록 하지요. 바로 움직여야 할 테니.”

베르덴과 조제프 대주교가 연합군 천막을 빠져나갔다.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팔라딘들과 각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허리를 세웠다.

“신성한 빛 아래에서, 여러분의 노고가 있어 악한 언데드로부터 수많은 삶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제 며칠 이내로 언데드 사태는 끝날 것입니다. 저 무구한 광명으로.”

조제프 대주교가 성호를 긋자, 베르덴을 제외한 모두가 기도를 올렸다. 이윽고 황금빛 정십자가에서 시선이 거두어질 때였다.

“벨디른 공화국의 최고 의원들, 리비안트 공왕, 그리고 에스티리아 국왕에게 전하라.”

베르덴이 연합군의 지휘관들에게, 그중 칼리아와 좀 더 멀리 있는 로벨린에게 조금 더 시선을 오래 두며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 회의에서 보자고.”
“절대자의 명을 받듭니다.”
“예! 그리 전하겠습니다!”
“살펴 가시옵소서!!”

각국의 정상이 일제히 대답한다.

“두 사람은 계속 호위를 부탁하지. 일단은.”
“예, 선배.”
“알겠습니다.”

카인과 에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는 가르간트에서 뵙겠습니다, 조제프 대주교. 보헤미른 임시 마탑주에게는 따로 연락을 보내도록 하겠다.”
“조심히 가시길.”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베르덴이 <전이>를 시전하며 연합군 야영지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 찰나의 시간 동안 칼리아는 몰래 은글슬쩍 손을 흔들었다.

“…….”

로벨린은 뒷짐을 진 채 공연히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 * *

동대륙의 북쪽과 중앙을 나누는, 델하룬 남부와 미들로스 자치령 사이의 경계선 위에는 여러 개의 큰 섬이 존재한다.
인간이 굳이 자리 잡기에는 여러모로 이점이 없는 터라 대부분 무인도다.

그나마 나은 게 있다면 꽤 넓다는 것 정도.

다시 말해 규모가 큰 교전이 벌어져도 피해가 생길 염려도, 의도치 않은 외부의 간섭이 문제될 걱정도 없는 장소인 셈이다.

───!

아드리안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강 위를 질주했다. 뒤늦게 수면이 갈라지면서 생긴 그의 발자취가 곧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때, 혼탁한 수면 아래에서 수많은 그림자가 일렁였다. 비늘이 벗겨지고, 살점이 크게 떨어져 나가고, 장기가 일부 없는 사체 물고기───드레드핀(Dread Fin)이었다.

쩍.

광검 [실렌다르]가 번뜩였다.

일순간 군집 형태로 몰려다니는 포식 언데드에게 죄다 자색의 선이 그어지더니, 뭐라 반응할 새도 없이 반으로 갈라졌다.

워낙 처리하기 까다로워 모험가 길드에서 미스릴 등급 위험도로 책정해 놓은 이형종도, 초월자에게는 우스운 수준이었다.

촤아아아악!

아드리안이 속도에 제동을 걸며 관성을 이용해 높이 뛰어 올랐다. 목표로 하던 섬에 착지한 그가 숲을 가로질렀다.

언데드가 보인다.
죄다 일격에 베어 버렸다.

나뭇가지 사이로 새어 나온 햇살이 무너진 사체를 비추었다. 그렇게 거슬리는 방해물을 죄다 치워 버린 아드리안 재빠르게 멈춰 섰다.

랑데르크가 있다.

역시 통신 장치로 전해 들은 대로 멀쩡하지 않은 몰골이었다.

“주군께 크게 당했다고 하더니, 당장이라도 죽을 얼굴이군.”
“하마터면 죽을 뻔하긴 했지. 그래도 그리 심한 건 아니네.”

랑데르크는 전과 달리 혈색이 거의 없이 얼굴이 창백했다. 이제까지의 놈의 그 태도를 떠올려 보면 조소가 나올 지경이다.

“목숨에 여분이 있는 것처럼 병원체만 믿고 같잖게 굴더니.”
“부끄러운 사실을 이렇게 남에게 들으니 뼈가 아프군. 확실히 이건 감히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네. 아무리 생각해도 운이 좋지 않았어.”

랑데르크가 나무에 뒤통수를 기댄 채로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나저나 속도에 특화된 초월자라서 그런지, 생각대로 자네가 가장 먼저 날 찾게 되었군. 한 100년 전 쯤에도 자네와 비슷한 초월자가 있었네. 진연이란 이명이 붙은 산디르 파엔이라고. 이상을 이루려다가 마스터에게 잘못 걸리는 바람에 항상성마저 깨져 버린 불운한 초월자였지.”

핏.

목 위쪽으로 날아온 검기가 미리 준비한 방어계 흑마법과 충돌했다.

“닥쳐. 안 궁금해.”
“자네를 그리 오래 보지 못했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알겠네. 자네는 붙임성이 없어. 가차 없기도 하고. 하지만, 아무리 나라고 해서 아무렇지 않게 죽을 생각은 없네.”

마도 <재역(災疫)>

“아드리안 첸버스, 자네에게 보여 줄 최후의 한 수 정도는 있지. 이래 봬도 극점을 죽인 것이니 얕보지는 않는 게 좋을 걸세.”

랑데르크가 전신에서 기분 나뿐 마력을 내뿜으며 안광을 빛냈다. 대륙을 피로 울린 사악한 마도사다운 기세였다.

슥.

아드리안이 자세를 잡았다.

좁힐 수 없는 경지의 차이가 있다고 한들 방심은 하지 않았다. 그따위 마음가짐은 주군과 함께 다니며 조금씩 고쳐 나갔다.

‘일격에 죽인다.’

랑데르크가 미세한 움직임을 보이는 순간이 바로 적기다. 그때라면 모든 수단을 원천 봉쇄 하며 단칼에 숨을 끊을 수 있다.

랑데르크는 당연하게도 근접전에 특화되지 않은 흑마도사. 아드리안의 기민한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반사 신경은 없다.

‘음?’

그때, 아드리안이 잊기 어려운 아주 인상적인 존재감을 감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랑데르크도 어깨를 흠칫 떨고는 옆을 바라봤다. 그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 탓에 여러모로 동선이 꼬여 버렸군.”
“당신이 본체군요.”

어깨까지 자라 있는 흑발과 회색의 눈동자를 지닌 수려한 여인───템플의 마스터(Master)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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