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14

814화 권역 대립

건물이 살아 움직인다면 이런 것일까. 부모를 따라 나온 작은 소년은 자신을 덮친 그림자를 멍하니 바라봤다.

쿠웅, 쩌저저적.

지면이 들썩였다.
가도가 으깨졌다.

체고 23미터 베타의 체중은 동일한 크기의 밀도 높은 암석과 비슷하다. 물리적인 측면만 고려한다면 현존하는 마법 공성 무기 중 가장 강력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수왕과 제국이 남긴 발자취가 베타의 족적으로 덮어씌워졌다.

갈리아크가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눈가를 떨었다.

“애셔, 이 자식 회의하러 온 거 맞아……?”

고드와 네리엔도 말문이 막혔다.
군중 대부분이 그러했다.
근처에서 구경 중인 겔톤과 에스퍼렌사 공작가를 따라온 에이든과 샤를로트는 입이 너무 벌어져 침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아카데미 천재 학생인 테오도르와 프로하스에서 온 테라트를 비롯해 군중에 섞인 방주의 후보들은 내심 흥분했다.

아, 저분이야말로 방주의 차기 선장이다.

……꽈악

이리스가 로브의 깃을 세게 부여잡으며 시선을 최대한 높였다. 불어오는 바람에 하늘색 머리카락이 찰랑거린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 주었던 찰나의 인연이 이제는 하늘에 닿았다.

이리스는 도대체 이 기분이 무엇인지 형용할 수 없었다. 그저 잿빛 머리카락과 벽안을 다시 보니 마음이 벅차올랐다.

“애셔 선배님.”

쿠웅.

마법계 총회의에서 엄청난 마력량으로 충격적인 등장을 선사했던 베르덴이었지만 이번에는 마력과 격을 크게 개방하지 않았다.
겁화의 균형을 제어하느라 전력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데도 새파란 하늘은 반응해 잿빛의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태양이 모습을 감췄다.

직전까지 활력으로 가득했던 분위기가 고요히 침잠했다. 회색빛 구름에서 가끔식 큼지막한 번개가 명멸했다.

“…….”

베르덴이 발아래 놓인 대륙의 시선을 무심하게 굽어보았다. 그의 한쪽 어깨에 앉은 알파가 몸체를 슬쩍 돌렸다.
가르간트를 가로지르고 있는 베타의 뒤로 대열이 형성되어 있다.

리비안트 공왕.
라비슈른 후작.
고문 마도사 – 엔드릭.
근위 기사단.
바스티오 기사단.

벨디른 공화국 최고 의원들.
공화국의 처형자들.
수로의 마법사단.

에스티리아 국왕 – 실리스.
왕실 기사단.
에스퍼렌사 공작.
백강 – 칼리아.
역풍 – 에드몬 로드리너.
맹용 – 에네트.
붉은 신념의 기사단.

주인 없는 땅의 통치자 – 리엄 어레인.
북부의 치안대.
용병왕.
서부의 정예 군대.

본 회의장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각 국가 및 세력마다 평균적으로 30~40명만 거느리고 온다.
쓸데없이 모든 전력을 대동했다간 나라와 권역이 무방비해지므로.

그래서 적당히 권세를 보여 줄 정도로만 구색을 갖췄는데, 여러 집단이 한데 모이니 그 숫자가 거뜬히 수백이 되었다.

하지만 베르덴 다음으로 사람들을 경도시킨 건 그들이 아니라, 거대 골렘보다 앞서 최전선을 도맡은 자들이었다.

천검 – 아드리안.
행운의 선율가 – 이자벨라.
천재 쌍둥이 – 유니아.
천재 쌍둥이 – 카인.
중앙 대륙 4강 – 군림자.
블랙 아워 최초의 구성원 – 멜라드.
전대 워 로드 – 오스가르.

에온의 마법사 (소사이어티).
에온의 마법사 (블랙 아워)
골렘 부대.

상위 서열을 포함한 에온의 위상들과 마법사들이 기꺼이 베르덴의 앞길을 열었다. 전쟁터로 출정을 나가는 듯한 광경이다.
이들의 젊음과 늙음은 일견 세대의 전환기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드레드미어에 탄 아드리안이 에온의 선두에서 하늘색 안광을 흘렸다.
칼날 같은 격은 초월적 존재들만 겨냥했다.

전율감이 온몸에 휩싸였다.

방금까지 베타의 크기에 압도당해 있던 사람들이 목울대를 꿀렁거렸다. 침묵이 계속되다가 하나둘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거대 도시의 대중은 심장의 두근거림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아아, 저분들이 신성과 천검……! 과연. 소문 이상이시다……!”
“믿기지 않는군. 이렇게나 거대한 골렘이 존재할 수 있는 거야?”
“에온의 권역은 에스티리아 왕국과 주인 없는 땅이 전부일 텐데. 도시 연합을 제외한 동대륙 중앙 국가들이 에온에 충성을 바치다시피 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던 건가……!”
“여, 여전히 에온은 신생 세력인데. 아무리 블랙 아워를 흡수했다고 하지만 고작 1년 남짓한 사이에 저만한 전력을 구축하다니……?!”
“이걸로 명백해졌네. 마법계만이 아니라 대륙 세력의 평형이 깨졌어.”
“말도 안 돼. 뭐야, 저 정신 나간 미친 마력은…… 윽, 우웁!!!”

자줏빛 눈동자 위로 푸른 고리가 떠오른 어느 아카데미 여학생이 재빨리 입을 틀어막고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그런 여학생에게 어깨를 부딪친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에온을 보며 대화를 나눴다.

세계 회의에 큰일이 벌어질 것 같다.
델하룬에 왕이 나타났다던데.
에온은 여기서 권역을 더 확장하려 할까?
대륙 정세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여기저기서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서약자가 자신의 허벅지를 팍팍 두들기며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 과연, 과연. 듣던 대로 화끈하긴 하군! 완전히 무력시위가 따로 없잖아? 마울러가 상당히 자극받겠는데.”
“…….”
“반젤리스? 어이, 7대 마도왕.”

반젤리스는 대답할 겨를도 없이 오직 베르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고유한 청금색의 눈동자에 경악과 호기심이 반씩 섞였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마법계 총회의에서 봤을 때보다 베르덴의 마력이 상당히 불안정했다. 그리고 그 틈새로 경지가 느껴졌다.

‘……위계가.’

반젤리스는 경험을 떠올렸다.

자신이 지나온 높이와 현재 베르덴이 올라선 높이를 갖다 대어 비교했다.

나와 남이 똑같지 않듯 자세하게 따지면 동일한 경지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력이 다르고, 마력회로가 다르고, 연산력이 다르고, 정신력이 다르고, 집중력이 다르고, 평생 쌓아 온 지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지의 구분은 단순한 기준일 뿐이다.

그래서 경지의 차이가 거의 없을 때 동일하다는 말 대신 동급이라고 뭉뚱그리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베르덴의 경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가늠할 수는 있었다.

반젤리스의 통찰력이 직감했다.

‘7위계 상위!’

순간 평정을 잃었다.

초월자로 각성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마도사가 벌써 8위계에 임박했다. 아직 힘을 온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시간문제일 터.
베르덴은 젊다.
성장력만 비교하면 초대 마도왕의 재림이라는 반젤리스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마음속 동요가 커졌다.

다만…….

그 감정은 천하에 다시 없을 마법적 재능에 대한 질투도, 분노도, 탐욕도 아니었다.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지는 순간의 희열이었다.

쿠웅.

에온이 세계 회의장 앞에 도달했다.
베타가 몸을 낮췄다.
베르덴은 무릎을 굽히지도 않은 채 알파와 함께 지상에 착지했다.

“반젤리스. 그리고 서약자인가.”

언령의 기사단과 마도국의 근위 마도사들이 몸을 움찔거렸다.

언령의 기사단장은 감춰진 듯 감춰져 있지 않은 베르덴의 힘을 경계했다. 레오나는 검은 화산에서의 전투 열기가 되살아나는 듯해 공연히 손가락을 힘을 주었다.

근위 마도사들은 거대하고도 음험하며 위협적인 마력을 일부나마 감지하면서 저도 모르게 마력회로를 활성화했다.

베르덴의 무미건조한 인사에 서약자가 힘차게 말에서 내렸다.

“하이랜디아 국왕, 유리온 하이로스다. 대륙에서 명성이 자자한 유명인을 만나니 기쁜데. 최근에는 혈맹을 아작 냈다지?”
“대단할 것 없는 일이 거기까지 들렸나.”

[안녕.]

“오, 네가 소문의 인공 골렘이군. 저기 거대한 친구도 그렇고. 알파와 베타라지?”

서약자가 선뜻 악수를 권하길래 베르덴도 손을 맞잡았다.
알파도 그렇게 했다.

‘마스터와 친분이 깊다고 했었지.’

아드리안에게서 들은 대로 가벼운 성격을 지닌 초월자였다. 그 이면엔 얼마나 차갑고 진중한 면모가 숨겨져 있는진 모르겠지만.

반젤리스도 다가왔다.

“마법계 총회의 이후로 처음이군, 베르덴. 잠시 소식이 끊겼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크게 문제시되는 일은 없었던 모양이야.”
“……? 뭐, 그렇지.”

베르덴은 속으로 미간을 좁혔다.

‘뭐지?’

태도가 묘하다.

비렌테에서 반젤리스는 베르덴을 계속 신성이라 불렀는데, 이제는 별 어색함도 없이 그의 본명을 입에 담았다.
그냥 흘려 넘길 수도 있는 부분이었으나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다.

왠지 모르게 반젤리스의 눈빛이 스승님의 그것과 비슷했기에…….

관리자는 초대 마도왕의 분신이고, 반젤리스는 초대 마도왕의 후손이니 닮은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느낀 걸지도 모른다.
특유의 청금색 눈동자는 초대 마도왕 혈통의 대표적인 상징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도 너무 친근하게 구는 것 같은데.’

반젤리스의 머릿속을 확인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베르덴은 의문만 마음 한편에 두었다. 자신과 관련된 것이라면 나중에 알아볼 수 있을 테니.

그러거나 말거나 반젤리스는 짧은 수염을 쓸며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서약자가 팔을 흔들었다.

“아드리안, 거기서 뭐 해? 이쪽으로 안 오고.”
“됐다.”
“낯 가리긴.”

아드리안은 드레드미어 위에서 가만히 베르덴의 명령을 기다렸다.
성격이야 모난 부분이 좀 있어도, 에온에 있어서, 그리고 베르덴에게 있어서 그보다 충성스러운 사람은 없었다.

“이번에 힘을 제대로 과시했더군. 분명 마울러를 경계해서겠지? 초월자 둘에다가 고위 마도사 다수, 그리고 군사력과 지배력까지. 이 정도면 마울러도 좀 위협은 느꼈을 거야. 그게 세계 회의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할지는 의문이지만.”
“경계?”

베르덴이 단호하게 말했다.

“누가 누구를.”

───!

멀리서 초월자의 격이 격동했다.
뒤늦게 압력이 퍼졌다.
사람들의 머리보다 높은 건물 층 일부에 실금이 새겨졌다. 수왕과는 다른 의미에서 폭력적인 기세가 다가오고 있다.

마울러 – 가레스 시릴리아드.
델하룬의 제후들.
그림낙스의 수장을 포함한 근위사단.

로니아 국왕.
오엔 기사단.
제2 정예 전투병단.

도시 연합 카일리언스 시장.
도시의 수호자들.
선별 기사단.

수십 년 만에 귀환한 무투계 초월자가 동대륙의 델하룬 남부와 델하룬 북부를 통일하고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로니아 왕국과 도시 연합 카일리언스를 대동한 채로 말이다.

거칠게 뒤로 넘긴 어두운 머리카락.
짧고, 광범위한 수염.
투구를 제외한 전신 갑주가 감싸고 있는 거대한 근육.
무겁고 둔탁한 격.

마울러는 초월자 미만인 하찮은 것들의 눈길을 무시한 채 성큼성큼 대로를 걸었다. 자애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눈동자다.
수많은 사람이 아까와는 다른 의미에서 소리를 최대한 죽였다.

베르덴이 손짓했다.

리비안트 공왕, 에스티리아 국왕, 벨디른 공화국 최고 의원, 주인 없는 땅의 통치자가 좌우로 군사를 물려 길을 터 주었다.
아무렇지 않게 그 중앙을 지나온 마울러가 걸음을 멈췄다.

에온이 델하룬을 마주했고.
세계 회의장 앞에서 7대 마도왕, 서약자, 신성, 천검, 마울러가 마주했다.

하지만 마울러의 눈은 오직 한 명만을 좇고 있었다.

“듣던 대로 꽤나 요란하게 구는구나. 그래서 이게 무슨 뜻이지?”
“네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경고를 줄 겸 기회를 주는 거다. 특별히.”

베르덴이 세 걸음 전진했다. 마울러와 고작 두 걸음을 사이에 두었다. 상대가 무투계 초월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드리안에게서 들었겠지. 수왕한테서 겨우 지킨 그 목, 오래도록 간수하고 싶으면 적당히 짖으라고.”
“…….”
“세계 회의에서 뭘 하려는 생각은 접어라.”

베르덴의 힘이 실린 목소리가 일대에 울려 퍼졌다.

“그냥 얌전히 처박혀 있어. 델하룬까지 내 권역으로 삼기 전에.”

마울러는 혈맹을 이용해서 에온을 향해 이빨을 보였다. 끝내 물지 못한 건 어디까지나 에온이 선제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만약 혈맹에게 조금이라도 휘둘렸다면 그림낙스 따위가 감히 암살을 실행했을 터.

그렇기에 마울러를 존중할 이유가, 베르덴에게는 없었다.

기류가 아래로 처박혔다.

군중은 사색이 되었다. 초월자가 초월자를 모욕한 상황이다. 반젤리스와 서약자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구경했다.

“…….”

입을 다물고 있던 마울러가 헛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들었다. 세계 회의장 위에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계외가 배를 부여잡은 채 깔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의 마찰이 있어도.
세계 회의 참석을 허가한다.

세계 회의 개최지의 주인이 그런 뜻을 보냈다.

“하.”

마울러의 눈이 살벌해졌다.

“이 초월자 새끼가.”

강력한 풍압이 몰아치며 사람 머리만 한 주먹이 들이닥쳤다. 베르덴은 미동도 없었다.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광검 [실렌다르]가 마울러의 권을 비스듬히 흘려 낸 것이다.

“이 개새끼가.”

아드리안이 격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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