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화 세계 회의 (6)
용검, 마그라스.
늙은 드워프가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대량의 용골을 전부 소진해 창조했다는, 드래곤으로 만든 최초의 검.
천 년 이전의 역사는 훼손되고 또 훼손된 누더기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해 내려온 역사에는 용검의 기록이 남아 있다.
특별한 기술력을 탐한 드워프와 강력한 힘을 원한 인간과 수인, 그 셋은 한동안 용검을 둘러싼 경쟁을 반복했다.
그리고 용검은 약 800년 전에 역사에서 완전히 실종되고 말았다.
역시나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으나, 초월자 전쟁에 휩쓸려 자취를 감췄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여겨졌다.
여기까지가 세간에 알려진 용검, 마그라스의 행방이다.
더 깊이 들어가서 루아스 교국이 말살한 기록에 의하면 크세리온 황제가 용검을 소유했다고 하지만. 그 이후에 어디로 갔는지는 초월자 전쟁의 당사자인 초대 네크로맨서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 용검이 하필이면 지금 발견됐다고?’
베르덴이 눈앞을 아른거리는 잿빛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겼다.
너무나 공교롭다.
옛 왕의 신체 부위가 각각 루아스 교국과 주검의 영광의 수중에 들어간 시점에서 옛 왕의 무기까지 거론된 것이니.
‘혹시 이데라트 연맹장이 주검의 영광과 모종의 관계를…… 아니, 그럴 거면 처음부터 정보를 공개할 일도 없었겠군. 아무도 몰래 용검을 손에 넣는 편이 가장 유리하니까.’
마냥 우연이라고 치부하고 싶지는 않지만, 당장 의심스러운 정황은 없다.
단서를 끌어모아 추측해 봐도 이데라트 연맹국과 주검의 영광 사이의 이렇다 할 교차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루아스 교국과 다크워튼 마탑이 진즉 움직였을 터였다.
뒤에서 움직이던 초대 네크로맨서도 따로 언질이 없었다.
‘일단 뭐라고 하는지 들어 볼 수밖에.’
상원과 하원 곳곳에서 이데라트 연맹장을 향한 질문이 쏟아졌다.
혹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용검의 소재를 알아냈다니.”
“마, 마그라스? 그게 무엇인지……?”
“아니, 그 전설이 실제였단 말입니까?”
“헤에.”
“800년 전에 사라진 검이라.”
“…….”
용검에 대해 아는 사람도 꽤 많았지만, 그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무려 800년이란 세월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깊게 관심을 가지려 하겠나.
현실만을 중시했던 이들은 주변의 열띤 반응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루아스 교국과 다크워튼 마탑은 담담한 반응을 보였으나, 베르덴과 아드리안은 그들이 애써 숨기지 못한 관심을 눈치챘다.
섭리자가 나서지 않았는데도 분위기는 스스로 잠잠해졌다.
참석자들도 이미 세계 회의에 적응했다.
“앞서 말했듯이 아직 용검, 마그라스를 확보한 건 아닙니다. 실물도 본 적이 없지요. 그랬다면 구태여 공공연하게 드러내지 않았을 겁니다, 허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타당한 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데라트 연맹장이 입구로 시선을 던졌다.
“참고인을 모시겠습니다.”
세계 회의 주최자에게 미리 고지하면 소의제와 대의제와 관련해서 참고인을 데려와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다.
본 회의장의 문이 열린다.
지팡이로 몸을 지탱하며 걸어 들어오는 세련된 복장을 갖춘 노인. 고상한 안경에 걸린 체인이 찰랑거렸다.
베르덴은 처음 보는 인물이었는데 그 외견적 특징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유명인에 해박한 사람은 한눈에 그가 누군지 알아봤다.
마법주, 셀레스터 레븐과 마법도시 비렌테의 마법 협회장, 오더스 에벤드라가 놀란듯 눈을 크게 떴다.
“레논 버나드…….”
“저자가 이런 곳에 오다니.”
그제야 베르덴도 노인의 정체를 알아챘다.
‘과연, 저 노인이 세계적인 감정사인가.’
베르덴이 역천을 이룩하는 데 사용한, 보헤미른 마탑의 인공 아티팩트 [두 번째 회로]에 대한 평가를 남긴 마법계의 인물.
그 [두 번째 회로]의 보관함 오른쪽 아래에 놓인 레논 버나드의 전문적인 설명과 친필 사인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마법 물품과 아티팩트만이 아니라 고고학에도 견줄 자가 없다고 명성이 자자하던데. 게다가 한곳에 머무르는 법 없이 언제나 떠돌아다녀서 찾고 싶다고 해서 찾을 수 있는 기인이 아니라고도.’
레논 버나드는 이데라트 연맹장과 무슨 인연이 있길래 참고인으로 나온 걸까.
용검 외에도 궁금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스윽.
중심에 선 레논 버나드가 제자리에서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았다. 안경 너머에 눈동자가 하원과 상원의 참석자들을 담았다.
“처음 보는 이도 있고, 오랜만에 보는 이도 있군. 초월자, 인간, 엘프, 수인, 드워프. 모두 반갑네. 용검, 마그라스의 참고인으로 온 레논 버나드일세. 평생 감정(鑑定)을 업으로 삼고 있지.”
“놀랍군. 당신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다니.”
오스테아 마탑주, 메드란트 케덴의 오른쪽 눈을 메운 의안을 본 레논 버나드가 웃으며, 목덜미까지 내려온 수염을 쓸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면 어디서든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이번 내용은 오스테아 마탑의 입맛에 아주 잘 맞을 걸세……. 자, 그럼 이제 세계 회의를 향해 발언해도 되겠소?”
“그리하라.”
섭리자가 긍정했다.
보기보다 성격이 급한 건지, 아니면 시간 낭비를 싫어하는 건지 레논 버나드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수년 전, 나는 이데라트 연맹국에서 고대 문서를 해독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 있네. 고대어 중에서도 난해한 문자로 이루어진 데다가 여기저기 손상되고 변형되어 넝마나 다름없었지.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해석에 성공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묻겠네.”
레논 버나드는 품속에서 아주 낡은 종이를 꺼내 들었다.
“자네들은 예언을 믿는가?”
* * *
“예언?”
서약자는 반갑지 않은 단어에 인상을 썼다.
예언이란 무엇인가?
통상적으로 모든 것의 인과가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 바로 운명론의 요지고, 바로 그 운명을 엿보는 것이 바로 예언이다.
별을 보는 점성술이나 여러 기기묘묘한 방법으로 앞날을 예측하는 점술도 예언의 갈래다.
그리고 서약자, 유리온은 운명론을 믿지 않는다. 초월자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개척자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에 ‘바아렌 모루’라는 시인이자 선지자가 있었네. 아마 대부분은 모를 걸세. 예지자로서의 능력은 뛰어났으나 수인과 인간 진영을 넘나드느라 바쁘기도 했고, 나이가 겨우 서른을 넘기 전 요절하고 말았다고 하니.”
“아, 바아렌 모루. 오랜만에 들어 보는 이름이군.”
수왕이 늑대의 턱을 쓸었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레논 버나드가 헛웃음을 지었다.
“수왕은 역시 알고 있는가.”
“선왕의 설화로 접한 적 있다. 바아렌 모루라는 젊은 인간이 수인을 위해 놀라운 예지력을 발휘해 여러 위험을 피하게 해 주었다고. 그것도 시를 지어서 말이다. 심지어는 100년 뒤에 일어날 종족 전쟁을 예견하기까지 했지.”
수왕이 씨익 웃었다.
“그래서 선왕에게 죽었다. 조언도 조언 나름인데 도를 넘었거든. 결국 어떤 인간 출신의 존재에 의해서 수인족이 굴복한다 뭐라나.”
“…….”
“놈의 시체는 그 예지력을 탐한 일부 수인끼리 나누어 먹었다고 하더군. 뭐, 당연하게도 피와 살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그런 능력을 얻을 수 있을 리가 없었지만.”
먼 과거 극소수의 수인은 식인을 일삼기도 했다.
이제는 사라진 풍습이다.
수인 사이에선 인간을 죽이는 것은 환영하지만, 인간을 먹는 것은 혐오하는 정서가 일반적이다.
“…….”
세계수의 관리자, 세렌디아가 고운 미간을 조금 찡그렸다. 엘프는 수인의 야성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먼 종족이다.
수왕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결국 최초의 모험가란 초월자에게 종족 전쟁은 막을 내렸지. 그렇게 생각하면 바아렌 모루의 예지력이 뛰어난 게 드러난 셈인가. 그런데 그렇게 죽은 놈을 네가 어떻게 아는 거지? 어느 날 사라졌단 소문만 무성할 텐데.”
“난 마법의 감정사이자 역사의 탐구자네. 기록과 설화가 남아 있는 한 몰라도 이상할 것이 없고 알아도 이상할 것이 없지. 여기 있는 바아렌 모루의 시집이자 예언서처럼.”
레논 버나드가 이데라트 연맹국이 해석을 의뢰한 예언서를 펼쳐 보였다.
흐릿하거나 지워진 고대어 위로, 레논 버나드가 여러 방면에서 해석을 시도한 흔적이 보란 듯이 남아 있었다.
“이 안에 담긴 주제는 셋이네. 차례대로 전하도록 하지.”
레논 버나드가 고대의 시를 읊었다.
그림자가 날아온다.
울지 마라.
아이야.
눈부신 숨결은 울음에 담긴 애절함을 불태울 테니.
차라리 웃어라.
용이 웃을 수 있도록.
용의 입이 찢어지도록.
서녘에 걸린 칠흑의 관.
어머니의 차갑고 따스한 품에.
그 웅덩이에.
피를 머금은 용의 전신이 솟으리라.
세상에 귀를 대라.
볼을 대라.
눈을 갖다 대라.
장기를 붙여라.
세계와 하나가 돼라.
그대의 눈앞에 거대한 발이 드리우기 전에.
레논 버나드의 시 낭독이 끝나자마자 뭔지 모를 소름이 끼쳤다.
주변이 고요해졌다.
베르덴도 그 침묵에 함께했다.
‘저게 예언이라면…… 첫 번째 시와 세 번째 시가 몰가른의 미래 벽화와 겹친다.’
첫 번째 시는, 대지를 향해 숨결을 토해 내는 드래곤들을───어쩌면 백 년 전에 몇 개의 도시를 지워 버리고 마경으로 사라진 사르칸드라를 의미할 수도 있다.
세 번째 시는, 거대한 인간들을.
‘하긴 미래 운명을 엿본 선지가가 한둘은 아니니 저런 예언서가 있어도 이상할 건 없다. 그보다 저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가 보군.’
제국 황성 지하에 대악마의 벽화를 보관 중인 제라클 황제와 아르나크의 검이 무거운 눈빛으로 입을 다물고 있다.
보검으로 이어진 혈통으로 프로스티움에 거인을 봉인 중인 방주의 선장, 북부의 감시자, 에레스도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다.
7대 마도왕, 반젤리스가 물었다.
“첫 번째 시는 대략 1세기 전에 인류를 습격하고 자취를 감춘 적룡, 사르칸드라를 말하는 건가?”
“아마도 그럴 걸세. 당시의 풍경과 시가 묘사하는 배경이 매우 흡사한 느낌을 주니.”
“두 번째가 용검일 테고, 세 번째는 무엇이지.”
“세 번째 시는 해석 자체는 했으나 그 뜻까지는 어찌하지 못했네. 하나 두 번째 시는 나름대로 쉬워서 금방 해석을 끝마첬어. 이 시는 총 세 개의 뜻으로 나뉘네. 하나씩 풀어 보도록 하지.”
레논 버나드가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서녘에 걸린 칠흑의 관, 이건 무슨 뜻일 것 같나?”
“금환일식(金環日蝕).”
베르덴이 즉답했다.
성신 마법의 이론을 구축한 하르칸 다제스트는 천문학에 매우 해박했고, 다히트 웨스로엘은 그런 그의 하나뿐인 제자였다.
그리고 베르덴은 다히트가 배운 모든 지식을 기억하고 있다.
“서녘은 태양이 지는 방향을 뜻하고, 칠흑의 관은 그 자체로 어둠을 뜻하니. 태양이 지는 곳을 가리는 암흑이라는 문장이 가리키는 건, 달이 태양을 가리는 금환일식밖에 없지.”
“천체의 움직임에 조예가 깊군. 신성(新星)이란 이명에 별이 괜히 담긴 것이 아닌가. 그렇네. 첫 번째 구절이 말하는 건 금환일식이네. 그렇다면 두 번째 구절은 무엇일까?”
어머니의 차갑고 따스한 품에.
그 웅덩이에.
키퍼, 아세트로 올딘이 곧바로 대륙 전도를 떠올렸다.
“히아레마르 내해.”
서대륙과 중앙 대륙 사이, 차가운 북부의 땅과 침묵의 사막 중간에는 육지로 둘러싸인 바다가 있다. 그걸 히아레마르 내해라고 부른다.
“프로하스는 차가움, 사막은 따스함. 그 품의 웅덩이라면 그것 외에는 없겠지.”
레논 버나드가 작은 박수를 보냈다.
“정답이네, 키퍼. 그리고 마지막 구절의 ‘피를 머금은 용의 전신이 솟으리라’는 수많은 용골로 이루어져 많은 생명을 벤 용검, 마그라스를 의미하지. 내 명예를 걸고 단언할 수 있어. 요약하면 이러하네.”
금확일식의 날.
히아레마르 내해에.
용검이 나타난다.
“특정 지역에서의 금환일식 주기는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내 계산에 의하면 히아레마르 내해 위로 금환일식이 돌아오는 주기는 바로 내년이네. 당장 내일부터 예언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지.”
로벨린이 질문했다.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도 알 수 있습니까?”
“그건 지금으로선 알 수 없네. 누군가가 우연히 건져 올리거나, 용검이 박힌 섬이 떠오르거나, 문자 그대로 용검만 홀로 솟구치거나. 예언이니 만큼 뭐라 단정할 수는 없지.”
“그래서 이데라트 연맹국으론 소화할 수 없다고 밝힌 겁니다. 연맹국 하나만으로 히아레마르 내해를 전부 뒤지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 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이 힘을 합친다면 또 모르지요. 그렇기에───”
이데라트 연맹장이 소의제를 발의했다.
“저희 이데라트 연맹국은 세계적인 탐사를 제안합니다.”
용검을 둘러싼 합동 탐사.
“그 예언서, 진정으로 믿을 수 있나?”
“불신한다면 참가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흥, 뭐든 본인 책임이라는 거군.”
과거의 보구에 대한 흥미가 있는 초월자들, 탐구심이 동한 마법사들, 검에 담긴 강력한 힘 자체에 관심이 깊은 자들이 욕망을 드러냈다.
……까득.
로니아 국왕을 호위하는 여인이 습관적으로 작게 손톱을 깨물었다.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은 채.
* * *
참석자들이 저마다 입가를 가린 채 호위, 혹은 정치적 동료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드리안이 입가를 가렸다.
“주군, 탐사에 참여하실 겁니까?”
“글쎄…….”
베르덴은 잠시 고민하더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시기가 절묘하다. 충분한 근거는 없지만 뭔가 불길하군. 하지만 마냥 외면하기에는 꺼림칙하기도 하고.”
“그렇다면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자칫하면 초월자의 규율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 안 들키면 그만이긴 하지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제가 가겠습니다.”
“선배, 나도!”
“난 가주 옆에 있을래.”
아드리안 말고도 유니아와 군림자 또한 열의를 보였다. 에온의 위상들 중에는 개별 활동에 적합한 인재도 많다.
하지만 정보가 전무하기에 무턱대고 탐사를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 할까.’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베르덴은 최악의 최악의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며 생각에 잠겼다.
한편, 섭리자가 손끝을 움직였다.
“탐사에 관련된 소의제는 투표가 의미가 없기에 표결하지 않는다. 만약 해당 예언이 빗나갔을 경우 낭비된 시간과 노력은 본인이 전부 부담한다. 탐사를 희망하는 세력만 5분 후 거수하도록.”
표결이 필요하지 않은 안건들은 논의할 시간이 짧게 주어진다. 그 정도 결단력도 없으면 의사를 표명할 자격도 없었다.
이윽고 5분이 지났다.
여기저기서 손을 들기 시작했다.
마법 자주 연대.
델하룬.
아르나크 제국.
레프라기움 마탑을 제외한 9대 마탑.
루아스 교국.
이데라트 연맹국.
모험가 길드.
아케나드 마도국.
하이랜디아.
수인.
템플.
가르간트.
그리고 에온.
‘불안하면 보충하면 될 뿐이다.’
베르덴이 당장 보유하고 있는 아티팩트는 한둘이 아니다. 그것들을 들려 보낸다면 최악의 상황이 와도 능히 모면할 수 있을 터.
“히아레마르 내해 탐사 세력들이 확정됐다. 그 외 세력은 개입을 불허하며, 자세한 논의는 세계 회의 이후에 갖도록. 레논 버나드는 퇴장하라.”
레논 버나드는 적당히 예를 취하고는 예언서를 갖고 회의장을 나섰다.
“다음 제의자, 딘엘 왕국. 발언하라.”
섭리자에 의해 소의제는 멈추지 않고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첫 번째 소의제를 마치는 표결의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 * *
세계 회의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방주의 지도자와 쉐오른 케르노든은 가르간트를 감시 및 정찰하며, 베르덴을 습격하려고 했던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찾아 헤맸다.
곧바로 합류가 가능했기에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구획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렇게 방주의 지도자가 외딴 골목에 들어섰다.
“누구냐, 너는.”
골목 구석에, 인간의 골격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황금빛 정십자가를 목에 맨, 넝마를 둘러 비루한 거체의 노인이 앉아 있다.
광신자 노인이 말했다.
“자네는 빛을 신앙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