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94

894화 여섯 번째 (7)

베르덴의 추적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난 감마가 아크보다 더 높은 장소, 우주를 등지고 장대한 대륙과 바다, 하얀 구름을 응시했다.

[마력만이 마법 분석 능력도 계측 불가. 그보다는 개념적으로 마법 이해력이 기형이라고 봐야 하나. 왜 이걸 말 안 해? 하마터면 마주칠 뻔했잖아.]

───분명 특이점이라고 했을 텐데. 발각될 일 없다고 으스댄 건 너다.

감마가 구현하는 모든 마법은 창조주의 힘에서 비롯됐다. 골렘의 한계를 벗어나 고유 마법도 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녀가 마음먹고 마법 흔적을 은폐하려 든다면 초월자도 알아차릴 수 없다.

그런데 들켜 버렸다.

아주 쉽게.

다시 말해서…… 베르덴의 마법적 능력 중 ‘마법 이해’가, 말도 안 되지만 창조주와 거의 동급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내가 이런 소리를 하면 안 되지만, ‘당신’이 왜 운명을 창조해서 세상을 통제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가긴 하네. 저런 존재가 갑자기 탄생하면 뭐가 됐든 성가시겠지. 여기서 더 성장한 베르덴이 창조주를 돕는다면 승산은 확실하겠어. 뭐, 운명전의 승패는 나와 무관하지만.]

감마가 허공에 드러눕듯이 앉은 채로 매끄러운 다리를 꼬았다.

[그런데 운명전에 방주가 참전한다면 어떻게 할 거야? 안 그래도 확률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조금은 있었는데, 원래 계획에는 없었던 여섯 번째 선장이 생겨 버렸잖아. 베르덴이란 변수가 너무 커서 지금은 계산이 무의미해. 나름 판단은 했는데, 넌 생각해 놓은 거 있어?]

───중요한 건 결과다.

섭리자가 대답했다.

───방주의 전력이 얼마나 손상되든 아크만 무사하면 차질은 없다. 결국에 루가르트가 현 방주의 지도자 자리를 계속 맡으면 되겠지.

[그러니까 베르덴이 지도자만 안 된다면 된다는 거잖아? 나와 결론이 같네. 내가 동면한 사이에 공부 좀 했나 봐?]

───거동에 주의나 하도록.

섭리자가 통신을 끊었다.

[쯧쯧. 성격만 보면, 딱 효율만 추구하는 저급한 골렘이라니까. 근데 계획이 틀어지면서 좀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감마가 밝게 명멸하나 공허한 별자리를 배경으로 삼아 세상을 굽어봤다.

[흐음…….]

당장 마주치진 않았지만 이미 감마는 베르덴에게 발각됐다.
오메가와 대화를 나눴으니 인공 골렘이 총 셋이 아니라 넷이라는 건 들었을 테고, 유선형 관에 새겨진 개체명도 발견했을 테니까.

언젠가는 조우할 수밖에 없다.

창조주급 재능을 가진 젊은 마법사와 미완성된 인공 골렘.
완벽해진 창조주와 완성된 인공 골렘.

[과연 어떨까.]

감마는 미래 계산을 연속으로 실패하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부드러운 관절처럼 아크를 수호하라는 임무는 순조로울 것이다.
그걸로 감마의 존재 의의는 증명된다.

하지만…….

창조주 앞에서 화려하게 활약하고 싶은 마음이 적지는 않았다.
얼마나 강한지 보여 주고 싶다!
최후의 안배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도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운명의 사도의 대적자로서 창조됐어도 좋았으리라.

창조주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되는 것.

이는 피조물의 본능이었다.

* * *

백금발이 나부낀다.

“아무리 봐도 믿기지 않는 풍경이네요…….”

실리스 리벤 디 에스티리아.

에스티리아 왕국 제1왕녀, 아니 세계 회의에서 사실상 공식적으로 왕위를 인정받은 에스티리아의 여왕이 하늘섬의 정경을 눈에 담았다.
그녀는 방주의 일원으로서 선장 즉위식의 참석 자격을 얻었다.

아세트로 올딘이 말했다.

“평생 익숙해질 수 없는 풍경일 거다. 나 또한 아크에 방문할 때마다 매번 같은 기분을 느끼고는 하니.”
“그, 갑자기 추락하지는 않겠죠?”
“절대로 그럴 리는 없지만 추락해도 너무 억울할 건 없다. 이만한 질량이 이 높이에서 대륙에 떨어지면 세계 멸망이니까. 너 혼자 안 죽는다.”
“헉.”

대륙이 산산조각 나는 상상을 한 실리스가 몸을 떨었다.

아세트로는 일정 반경을 넘어가지 않는 선에서 실리스 곁을 지켰다.
이그나시아의 정신 간섭을 사전에도, 사후에도 차단하려면 그녀가 아크에서 나갈 때까지 룬 마법을 유지해야 했으므로.

‘성가신 쾌락주의자.’

아예 제자로 삼았는지 서로의 정신계에 교집합을 만들어 놨다.

객관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마녀의 혈통을 잇는 실리스에게 계외는 나름대로 훌륭한 인도자가 될 터였다. 정신계 초월자 중에서도 특별한 마도를 개척했으니.
실제로 실리스의 정신 마법은 세계 회의 이후로 변화를 겪고 있었다.

누구를 스승으로 삼든 자유다.
개인이 무엇을 하든 자유다.

방주는 대륙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에 집단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글러트니처럼 인류를 위한 사명을 어기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다만 아무리 개인이 숭고하다 해도 타인이 있는 한 절대적일 수는 없다.

균형의 조율자를 계승한 선장의 의무 중 하나는, 바로 타의에 의해서 아크가 세상 밖에 드러나지 않게 차단하는 것.

실리스에게서 이그나시아의 영향을 일시적으로 지우는 조치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기에, 귀찮다는 감정은 일절 없었다.
그저 이그나시아와 성격적으로 맞지 않아 조금 거슬릴 뿐이었다.

삐비빅.

그때, 시계 알람이 울렸다.

“시간이 된 거예요!”
“준비가 끝난 거예요!”

아세트로와 함께 살고 있는 두 꼬마, 얀과 욘이 손목시계를 최대한 높이 들었다. 아세트로가 직접 만들어 준 매직 아이템이었다.

“세르나디움(Cernadium)에 입회하겠다.”
“아, 네!”
“입회하는 거예요!”
“참석하는 거예요!”

얀과 욘이 힘껏 소리치며 좌우에서 아세트로의 바지춤을 꼬집었다. 아세트로는 녀석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보폭을 조절했다.

실리스가 살짝 입을 벌렸다.

‘저 분위기로는 되게 가정적인 모습…….’

역시 인류를 위한 세력이라는 걸까.

인간이, 피로 이어진 가족조차 얼마나 추악하고 잔혹해질 수 있는지 경험한 그녀로서는 그런 방주의 일면이 마음에 들었다.
과거 에스티리아 왕국을 인체 실험장으로 만든 글러트니가 방주에 뿌리를 두고 있다니, 방주에 대해 알면 알수록 믿기 어려웠다.

───!

엑소디움의 내부 광장, 세르나디움이 조율자를 환영했다. 그를 뒤따른 실리스가 침을 삼키며 시선을 기울였다.

세르나디움은 4층계로 구성되었다.

1층계는 방주의 일원과 선장 후보.
2층계는 선장 직속 부대와 아크의 대원.
3층계는 다섯 선장과 그 최측근.
4층계는 방주의 지도자.

위에선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지만, 아래에선 위를 볼 수 없는 구조였다.

실리스는 3층계에 자리했다.

아세트로와 멀리 떨어지면 안 된다는 특수성을 고려한 배석이었다. 슬쩍 밑을 바라봤다. 아는 얼굴이 눈에 띄었다.
리비안트 공국의 제2왕자 벨폰스와 라비슈른 후작은 1계층에 있었다.

‘저 사람들도 방주에 소속되어 있었다니.’

1계층과 2계층에서 그녀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인물이 여럿 확인됐다. 세계 회의에서 처음 본 면면을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겉모습과 세간의 평판으로는 전혀 인류를 위할 것 같지 않은데.

방주가 얼마나 강대하고 비밀스러운 세력인지 새삼 깨달았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 여러분!”

아드리안, 이자벨라, 알파, 베타도 물론 3층계에 배정되었다.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자 실리스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크에 방문한 게 처음이라 경황이 없어서 일찍 찾아뵙지 못했네요.”
“신경 마세요, 실리스. 정신이 없는 건 저희도 마찬가지거든요.”

실리스와 이자벨라는 친구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베르덴의 도움을 받아 복수를 이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안녕한 거예요!”
“반가운 거예요!”

[안녕. 확인.]

[반갑습니다.]

얀과 욘은 천진난만하게 알파와 베타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너희들은 저기 앉으면 된다.”
“시작은 언제 하지?”
“1계층과 2계층은 전부 참석했다. 선장들은 10분 이내로 전원 착석할 테니, 약 15분 정도면 즉위식이 진행되겠지.”
“그렇군.”

아드리안과 아세트로는 담백하게 용건만 주고받았다. 망나니 출신 초월자와 세력을 일구지 않는 초월자.
면식 있는 사람과 만났다고 해서 살갑게 인사할 성격이 아니었다.

아세트로의 말대로 곧 남은 자리도 채워졌다.

“뭐랄까. 이렇게 모이니 세계 회의를 한 번 더 하는 기분입니다.”

북부의 감시자, 에레스 아인드겔 프로하스.

“하핫, 정말 그랬으면 좋겠군. 초월자들이 날뛰는 게 참 재미었는데. 침묵의 사막에서처럼 나도 낄 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미지의 탐색자, 레그리트 나르실리아.

“…….”

재액의 토벌자, 마의 공포.

“후후, 드디어 제가 열심히 작명한 선장명이 공식화되겠네요.”

세계의 주시자, 다리시아 스텔라.

방주의 교류전보다 더한 규모로 방주의 전력이 세르다니움에 총집결했다. 4계층에서는 희미하나 분명하고 압도적인 기척이 감지됐다.

옛 왕에 맞선 대륙 연합이 강할까.
현 방주가 더 강할까.

아드리안은 아주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런 상상을 해 보았다. 누가 더 강한지 가늠하는 건 전사로서 당연한 본능이었다.
그러던 도중 초월자의 존재감이 세르다니움을 장악했다.

‘바로 본론인가.’

아세트로가 언급한 15분이 정확히 지났다.

* * *

공간의 뒤틀림.

어느새 무대 위에는 세 명의 장로가 일렬로 서 있었다. 그 사실을 방주의 후보들이 뒤늦게 인식한 순간이었다.

쿵!

세르다니움의 중심에 올라선 렌 발하그 장로가 발을 굴렸다. 묵직한 진동이 퍼져 나가며 자그마한 소음까지 사라졌다.
안 그래도 어두운 조명이 더욱 어두워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전방위에서 날아오는 수많은 시선이 모두 한곳에 꽂혔다.

렌 발하그 장로는 한때 자신이 선장이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인간은 나약했다.”

방주의 기원을 읊으며.

“인간은 지성을 가진 어떤 종족보다도 많았지만 결국 약자였다. 그래서 먼 옛날부터 인간은 빼앗기고 착취당하는 약소 종족으로 인식됐지. 수인은 강했고, 드워프는 뛰어났으며, 엘프는 조화로웠으니. 서로를 배신하며 믿지 못하는 인간은 감히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정적은 잠깐이었다.

“하지만!”

렌 발하그 장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인간이 가진 특이성은 모든 생명체 중에서 가장 우월했다. 수천 명 중에서, 수만 명 중에서, 수십 명 중에서. 또 10년에 한 번, 100년 한 번. 불규칙적으로 궤를 달리하는 인간은 탄생했고, 그런 그들이 이끄는 인간은 약자가 아니었다. 더 이상 누구의 먹이나 노예 따위가 아닌 비로소 인류였지.”

그가 흰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채 강인한 주먹을 말아 쥐었다. 난관을 극복하며 단련된 손은 흉터로 가득했다.

“선장은 지휘하고, 선원은 따른다. 그것이야말로 인류의 행보이며 방주의 탄생 배경이니. 오늘, 우리는 그 결실을 함께 맞이하겠다.”

기원이 그러하듯이, 방주의 궁극적인 목적은 숱한 시련을 넘어 인류를 이끌 선장의 재목을 찾아 육성하는 것.

“차기 선장은 앞으로.”

베르덴이 세르다니움 중심으로 이어진 길을 홀로 거닐었다. 1계층에 자리한 선장 후보들이 선망 어린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

베르덴의 즉위식은 의미가 컸다.

대륙에 군림하는 초월자가 방주 전체에 선장임을 공표하는 자리였기에. 베르덴은 정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선장과 달리 이 시대에서 방주의 대표성을 갖게 되는 셈이었다.

턱.

베르덴이 세 명의 장로와 마주했다. 장로의 바로 뒤에는 4계층이, 마치 하늘처럼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애셔. 신성. 블랙 아워의 3대 지도자. 주인 없는 땅의 대군주. 에스티리아의 절대자. 방주의 장로들이, 여러 이름으로 일컬어지는 에온의 베르덴에게 선장의 맹세를 묻겠다. 이에 차기 선장은 천명하라.”

글러트니 출신의 장로가 말했다.
시선이 교차했다.

“어떤 순간에서도 결코 인류를 버리지 않겠다고 맹세하겠는가?”

베르덴이 즉답했다.

“맹세하겠습니다.”

다시 그 장로가 말했다.

“방주는 인간의 수호자가 아니라 인류라는 종을 위한 집단이다. 과도한 개입으로 인간을 도태시키지 않겠다고 맹세하겠나?”

다시 베르덴이 즉답했다.

“맹세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선장으로서 가련한 인류를 무엇으로 이끌 것인가.”

베르덴은 장로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군중을 향해 말했다. 블랙 아워의 대전당에서 에온의 창설을 천명했을 때처럼.

“힘에 의한 자유로.”

……!

방주의 선장이 추구해야 할 마음치고는 다분히 광포한 선언이었다. 장로들이 조금 당황했다. 그때 멀리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4계층에서.
방주의 지도자가 베르덴이 지향하는 바를 인정한 것이다. 세르다니움에 있는 방주 전체가 그 지고한 뜻을 이해했다.

이윽고 갈채가 쏟아졌다.

테온과 로크, 그리고 리스너가 열렬히 손뼉을 마주쳤다.
레이라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규모는 장대했으나 즉위 절차는 짧았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마침표를 찍는 건 쉐오른 장로의 몫이었다.

“이로써 인류는 새로운 희망을 또 품에 안으니.”

장로들이 나지막이 선언했다.

“여섯 번째 선장. 그 인류를 위한 지도와 헌신에 무한한 경의를.”

북부의 감시자.
셰계의 주시자.
미지의 탐색자.
재액의 토벌자.
균형의 조율자.

그리고.

경이(驚異)의 답파자.

그것이 초대 마도왕의 무덤을 극복하고 침묵의 사막을 정복한 베르덴의 새로운 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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