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99

899화 마도 축제 (2) [3부 – 3장: 옛 왕]

정체 모를 유적을 발견한 탐사단은 루아스 교국만이 아니었다. 섬 각지에서 아득한 지하로 이어진 입구가 발견되었다.

“바깥에서 깊이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해. 별다른 냄새도 나지 않았고. 내가 이런데, 너희 인간들이 다시 살펴봐도 뭘 찾을 수 있겠어?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전부 헛수고일걸? 킥킥.”

고양이 수인──캐버렛 부족의 장(將)인 ‘묘왕’이 손등을 핥으며 비웃었다.
그녀는 대륙의 모든 수인 중에서 가장 강한 여섯 부족장 중 하나인 영왕의 직속 수하로, 탐지 능력이 매우 우수한 수인이었다.

완벽한 모험가, 작금의 현대에서 리디안이라는 가명을 내세운 카스티안 리니게아 타인 크세리온이 이에 동의했다.

“저희 모두는 섬에 들어오고 나서 어떤 동물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식물만 관찰할 게 아니라면 결국 지하로 들어가야 할 겁니다.”
“음, 감수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큰데.”
“일단 상부에 보고하고 판단을 기다리는 게 좋지 않겠소?”

디아문 마탑의 르온 장로와 브라디우스 장로가 우려를 표했다. 전자는 알버트를, 후자는 반타룬을 지지하는 인물이었다.

아직 디아문 마탑주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기에 두 파벌에서 각각 장로급 인사를 차출해 탐사대에 넣은 것이다.
능구렁이 같은 중립 파벌을 움직이려면 더 많은 실적은 필요 불가결했다.

“저희 모두 각 세력의 전권을 갖고 있습니다. 이 섬에 대해 보고한 이상 매번 본토에서 명령이 오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요.”
“하나…….”
“지금은 모험을 할 때입니다.”

모험가 길드에서 이렇게 나오니 반대 의견은 곧 사라졌다. 계속 망설였다가는 다른 탐사대에 밀릴 게 뻔했다.

알더니스가 말했다.

“탐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을지, 모험가 길드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머릿수가 많을수록 안전하지만 아시다시피 모든 탐사대가 한곳에 집중할 수는 없습니다. 과할뿐더러 돌발 상황에서 서로 손이 맞지 않거나 반목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그러니 본래 합의한 대로 세력별로 분산해서 탐사를 속행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히아레마르 내해 탐사 1번 조약.

개별 탐사가 원칙이다.

말인즉슨 모든 탐사대가 동의하지 않으면 공동 탐사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저들끼리 결탁하면 불이익을 받는 세력은 반드시 생긴다.
물론 몰래 야합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지만 사방에서 보는 눈이 한둘이 아니니 행동에 제약이 걸리는 것이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탐사.

경쟁은 당연하니 마찰이 있을 수 있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가령 살인이라든가.

허튼수작을 부리다가 흔적을 전부 지우지 못한 채 발각되면 국제 사회가 책임을 묻는다. 이는 세계 회의에서 결정 난 사안이므로.

여러 강자가 투입된 모든 탐사단의 이목을 속일 자신이 없다면,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 편이 신상에 이로우리라.

“모험가 길드의 생각은 이러한데, 반대 의사나 다른 의견 있으십니까?”
“…….”

탐사대장들이 침묵으로 답했다.

언령의 기사단의 부단장인 격진의 레오나가 먼저 일어나서 천막을 나섰다. 빗물이 섞인 바람이 내부로 들어왔다.
바깥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하를 탐사하겠다. 전원 무장하도록.

레그리트가 피식 웃었다.

“하이랜디아도 의욕이 충만하군. 제국이 뒤처질 수는 없지.”
“선두는 마도국의 것이다.”

이로써 탐사의 향방이 결정됐다.

쿵!

루아스 교국의 탐사대장을 맡은 삼정의 추기경, 정의의 그레고르반이 양 주먹을 부딪치며 모든 이의 주목을 받았다.

“탐사에 대한 열의도 좋지만 이것 하나만은 절대 잊지 말게. 용검의 소재에 대해 들은 세력은 우리만이 아니라는 것.”

세계 회의에서는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었다.
어쩌면 그들이 이 섬에 있을지도 모른다.

“주검의 영광. 혹여라도 놈들의 흔적을 발견하면 지체하지 말고 루아스교를 찾게.”

* * *

쏴아아아아───우르릉, 콰광.

섬의 머리를 덮은 폭풍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에서 간헐적으로 쏟아진 비로 인해 숲은 조금도 마르지 않았다.
이따금 귓가를 파고드는 우렛소리가 빗소리를 지겹지 않게 했다.

탐사대의 손길이 닿지 않은 또 다른 지하 입구가 입을 벌리고 있다. 아무리 살펴봐도 구조물의 연식은 알 수 없었다.

“……폐하의 머리를 준비했다더니. 설마 이런 곳이었다니.”

운명은 어디에나 있다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인 사내. 그 뒤에 있는 세력이 당최 뭔 세력인지 도저히 예상할 수 없다.

히아레마르 내해에서 용검의 소재가 밝혀지는 대신에 이런 섬이 갑자기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심히 불쾌하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놈들이니 언젠가는 처분하는 게 좋을 터였다.
비공식 초월자가 한 명 있다는 것 외에는 전력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상관없다. 크세리온 제국이 다시 군림하게 되면 적수는 없다.

‘그 전까지만 놀아나 줄게. 네놈들이 준비한 무대 위에서.’

지하로 향하는 나지막한 발소리.

이미 대륙의 탐사대와 함께 섬에 침입한 상태인 주검의 영광의 두 번째 하인, 루네시카 안테르노아가 계단을 내려갔다.

옛 왕의 부활을 위해서.

* * *

“다른 초월자들도 들어온 건 분명할 텐데, 전혀 느껴지지 않는군요.”
“기척을 아예 감추기로 작정하고 외부 수단까지 사용하면, 같은 초월자라고 해도 웬만큼 가깝지 않은 이상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그게 저에게도 통용되니 다행입니다.”

섬의 지하 입구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초월자를 조우하게 되면 상대에 따라 시간을 벌 수단을 강구하고, 그들과 피치 못할 교전이 발생하면 대제자가 대응합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스승님.”

템플의 대제자가 검을 검집째로 들어 제 가슴에 갖다 대었다.

“신념을 이루시길.”

신념.

단 하나의 신념을 마음에 세워 평생토록 지키고 숭상하며 살아가는 것이, 템플의 제자들이 추구하는 길이었다.

“제자들은 신념을 지키시길.”

템플의 대스승.

마스터, 벤디에 카에나르가 정보가 일절 없는 섬의 지저로 향했다.
단신으로.
그녀의 직감이 섬의 밑바닥에 무언가가 있다고 판단했다.

* * *

탐사대의 비행정 함대가 상륙한 장소, 그 반대편.

폭풍우를 뚫고 들어온 평범한 나룻배가 절벽에 닿았다.
거친 파도에 나룻배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낮은 지대까지 끌어 올리고는, 조금 높게 솟아오른 바위에 밧줄을 걸었다.

“…….”

비공식 초월자───단텔이 섬 안쪽을 향해 눈길을 향했다.

주검의 영광에 지상 최악의 난쟁이와 대학살의 수인의 시체를 넘겼지만 모든 걸 주검의 영광 손에 맡길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무너졌고.
변수는 더 많아졌으니까.

옛 왕의 마지막 신체 부위를 이 섬에 가져다 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아마도. 그들조차도 이제 미래는 확정되지 않은 정보의 파편에 불과했다.

“모든 건 운명을 위해.”

단텔이 각오를 굳혔다.

“그리고, ‘당신’을 위해.”

히아레마르 내해의 탐사 조약을 무시하고 섬에 들어온 초월자들.
그들이 단텔의 표적이었다.

* * *

가르간트의 아카데미.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데일 교수가 이리스와 테오도르의 손을 붙잡고 빙글빙글 원을 돌았다.

“우리가 초반부의 마지막 차례라니! 초반부의 종막을 맡다니……! 더할 나위 없는 순서야, 기다린 보람이 있어!”

축제의 중반부와 후반부 내의 순서는 무작위로 결정되지만, 초반부의 차례는 논의를 거쳐 임의로 정해진다.

마도 축제에서는 발표 순서 중 처음과 마지막이 가장 큰 파급력을 지닌다. 마법계에서는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통념이 강했다.
초반부의 마지막은 중반부의 마탑과 엇비슷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아카데미 학생 따위가 설 무대가 아니었다.

“분명 에온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할 걸 테지. 그래, 이보다 좋은 무대는 없다. 실수만 안 하면 우리가 마법계의 화젯거리가 되는 거야. 잘 알아들었지? 알아들었나?!”
“꺄아악!”
“아, 알겠어요, 교수님!”

데일 교수가 충혈된 눈으로 소리치자 두 사람이 기겁했다. 겨우 그의 손길에서 벗어난 그들이 놀란 가슴을 가라앉혔다.

테오도르가 침을 삼켰다.

‘드디어 소환 마법을 발표할 수 있는 건가. 이 마법계에.’

날짜가 확실히 정해지니 마법을 연설해야 한다는 현실이 실감 났다.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호흡이 답답해질 정도의 긴장감에 식은땀이 조금 흘렀다.

자신의 힘이 아닌 외부의 도움을 받아 아주 좋은 자리를 얻게 되었다. 조금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건 치기일 것이다.
마도 축제에 뭔가를 발표하는 이들에 뒷배 없는 사람은 없다.

무엇보다도 테오도르를 지원하는 사람은 에온의 신성이다.

방주의 새로운 선장님!

아크의 즉위식에 참석했을 때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는지…….

테오도르에게는 상상만 해도 부담감에 쓰러질 것 같은 무대였는데.
만인 앞에 서서 보란 듯이 선장의 맹세를 하는 베르덴의 모습은 그야말로 테오도르가 그려 왔던 이상적인 마법사였다.

‘언젠가는…… 나도.’

베르덴을 동경하는 테오도르는 위대한 사람이 된 자신을 떠올렸다. 그런 꿈에 비하면 마도 축제의 무대 따위 아무것도 아니다.

짝!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세게 쳤다.
뺨이 얼얼했다.
천재 학생치고는 무식한 방법이지만 조금이나마 긴장이 완화되었다.

테오도르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바로하자, 그를 지긋이 바라보는 데일 교수와 이리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 크흠. 그게, 긴장할 때는 충격요법이 좋다고 들어서…… 응?”

자세히 보니 눈길이 다른 곳에 향해 있다.

테오도르도 뒤를 돌아봤다.

창문 너머로 아카데미의 부지가 훤히 보였는데,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학생들과 교수들. 그 중심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이곳 아카데미의 교장님이었고, 다른 한 명은…….

“시, 신성께서!”

데일 교수가 다시 둘의 팔을 붙들었다.

“분명 아카데미 강의 건으로 오셨을 거다. 가서 인사드리자. 뭉기적거리면 결례다!”

아무래도 데일 교수는 베르덴을 평생의 은인으로 삼을 생각인 듯하다. 그의 눈빛에서 벌써 충성심 같은 게 보일 지경이었다.

“네, 네!!”

그렇게 데일 교수에게 이끌려 건물 바깥으로 나갔다. 갑자기 힘껏 달리느라 테오도르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와 달리 모험가로서 활동한 적 있는 이리스는 멀쩡했다.

“데일이, 에온의 정점을 뵙습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 마침 잘 왔군요. 신성, 이쪽은 종합 이론학을 담당한 데일 교수입니다.”

아카데미의 교장, 일마리온이 한달음에 달려온 데일 교수를 베르덴에게 소개했다. 이쪽으로 오라는 손짓에 테오도르도 다가갔다.
이리스는 무심코 따라가려다가 곧바로 걸음을 멈췄다.

‘난…… 그냥 조교잖아.’

소환 마법 체계를 구축한 마법사는 테오도르와 데일 교수다. 이리스는 도중에 종합 이론학 조교로서 관여한 게 전부였다.

저들 사이에 그녀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베르덴 선배님이 자신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두려웠다. 그녀는 모험가를 포기하고 아카데미로 돌아온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해 왔다.

그때였다.

바닥을 보는 이리스의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점차 커졌다. 뒤늦게 천천히 고개를 들자 과거의 연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오랜만이다, 이리스.”

베르덴이 손을 내밀었다.

“안 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군.”

리비안트 공국에서 갱도의 언데드를 토벌한 이후 도시 마르테스로 돌아가는 마차에서 나누었던 작별의 인사가 떠올랐다.

───다음에 보자.

───다음에 봐요, 선배님.

이리스는 저도 모르게 그때의 기억에 이끌려 손을 내밀었다. 그것이 아카데미로 돌아온 모험가와 초월자가 된 마법사의 두 번째 악수였다.

“……선배님도요.”

약 4년 만의 재회였다.

* * *

4년 주기로 개최되는 마도 축제는 비단 마법계를 위한 행사가 아니다. 세계적인 날인 만큼 루아스교도 분주하게 활동한다.

7인의 대주교 중───성위(聖爲)의 대주교인 조제프가 사람들을 위해서 빛의 가르침을 설파하러 세계를 전전했다.

대주교의 연설을 들으려고 그의 발길을 따라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

도시 골드힐.

그리고 오늘 연설 장소는, 수확철마다 황금으로 물드는 밀밭의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답기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빛의 경전을 읊고.
기도하고.
사람들의 믿음을 북돋우고.

조제프 대주교가 지나온 도시와 마을에는 신실한 믿음이 충만해지고, 축제에 걸맞은 행복한 분위기가 삶을 빛낸다.

골드힐에서도 그럴 것이다.

그래야 했다.

“조, 조제프 대주교님?”

레나 주교는 길바닥에 넘어진 채로 멍하니 그의 이름을 불렀다. 팔라딘들과 빛의 신자들의 눈동자가 서서히 커졌다.

뚝…… 뚝…….

핏방울이 거리에 떨어졌다.

“크윽, 끅…….”

조제프 대주교가 고통스럽게 신음하며 신성력을 끌어모았다. 등에서 복부로, 그의 몸을 관통한 팔이 붉게 물들었다.

“제법.”

대학살의 수인이 입가를 비틀었다.

“세계 종교의 일원답게 감이 좋구나.”

다른 축제의 시작이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