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49

949화 신격 – 3

신앙은 부족한 마음을 믿음으로 보완하여 결핍을 충족하는 개념.

신(神)이란 믿음에서 태어난 존재.

그러므로 모든 신은 응당 신앙자를 보살펴 줘야 하나, 인간의 마음이 저마다 다르듯이 신 또한 개성이 천차만별이다.

맹목적인 숭배로 만들어진 거짓된 신은 제멋대로 굴며 자신의 신자를 업신여기기도 하고, 심지어 힘의 제물로 삼기도 한다.

자격을 갖춘 존재에게 진심 어린 신앙이 더해져 이루어진 진정한 신은 자신의 어린 양들을 품에 안고 자유를 구가한다.

대분기에서 양측 진영에는 진정한 신과 거짓된 신이 섞여 있었다.
세상의 혼돈을 꾀하는 신들과 필사적으로 혼란을 막으려는 신들 간의 세계 전쟁이었으나, 거기에 선악 따위는 없었다.

거짓된 신이라고 해서 악하지 않고.
진정한 신이라고 해서 선하지 않다.

누가 옳은가?

모든 것은 옳고 그름의 싸움이다.
모두가 이기적이다.

대표적인 진정한 신이자 엘프 종족의 어머니인 세계수의 따뜻한 품속에는 자연과 엘프만이 들어가 있을 뿐이며.
그녀는 더 많은 것을 지키기 위해서 함께 지켜야 했던 비교적 작은 것을 희생하기도 한다.

대분기에서 패배할 것 같다고 대륙을 파괴하려면 고대 신들을 함정에 빠뜨려 몰살하는 대가로 침묵의 사막을 형성했던 것처럼.

누구도 세계수를 탓할 수 없다.
이겼으니까.
언제나 승자만이 옳다. 불변하는 세상의 진리란 그런 것이다.

침묵의 사막의 관리자실에서 이런 대화가 오간 적이 있다.

───물론 격이란 개념을 심었어도 아무나 초월자가 될 수는 없다. 재능이 받쳐 줘야 하지. 이것이 운명이 오차를 수정하는 과정과 얽히면서 앞으로 초월자가 될 존재가 운명적으로 정해졌으니. 신이든 운명이든 외부의 영향을 받아 초월을 터득한 자. 그게 바로 ‘선택을 받은 초월자’다. 스스로 선택해 초월에 도달하면 ‘선택을 내린 초월자’고. 사실상 이에 해당하는 존재는 그대가 유일하지. 내가 알기로는 말이다.

───…….

───그와 달리 ‘타고난 초월자’는 이상이란 것이 없다. 문자 그대로 태생부터 격을 가졌기에 확고한 의지가 없어도 초월을 감당할 수 있으니.

───초대 마도왕, 세계수, 당신, 드래곤, 대악마 등이 그 예시겠군요.

───정확하다. 타고난 초월자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초월자. 뭐, 방식은 달라도, 스스로 선택해 초월을 이룩했단 점에서 선택을 내린 초월자와 동일하기도 하지.

여기서 베르덴은 하나 의문이 생겼다.

───그럼 타고난 초월자가 확고한 의지를 가진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관리자는 생각해 본 적 없다는 듯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유로움을 버리고 외길을 걷는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특화에 가깝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더 높은 곳이 없는데 하나에 집중해 봤자…… 애초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더 크다. 하나의 이상을 택한다는 것 자체가 선택에 제약을 거는 건…… 으음…….

결론적으로 본체의 기억만으로는 답을 내리기 어려워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아마 자멸에 가까울 거라는 것이 관리자의 추측이었다.

‘하지만 스승님의 상상을 벗어난 더 높은 경지가 있었다. 자유를 버리고, 이상을 택하여 오를 수 있는 드높은 영역이.’

베르덴이 묻는다.

“내가 신격을 얻으면 어떻게 되지?”
“변질된 진정한 신이 된다, 라는 것 외에는 알 수 없어요. 왜냐하면 베르덴의 과정은 누구도 지나온 적 없는 길이거든요. ‘당신’도, 올다르크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탑을 쌓았죠.”

‘당신’은 처음부터 진정한 신으로서 신의 경지의 종점에 다다른 뒤에 천생의 자유를 버려, 이상을 가진 신이 되었고.
올다르크는 애초에 경지를 완성한 상태에서 훗날 자유를 놓고, 진정한 신의 격을 얻어 이상을 추구하는 신이 되었다.

완전한 신에서 자유를 포기해 변질되었다.
무결한 존재에서 자유를 단념한 신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둘은 동급의 영역에 도달했지만, 그 순서의 차이가 각 근본을 기반으로 한 고유한 성질로 이어졌다.
서로의 유일한 공통점은 완벽(完璧)에 도달한 채 자유를 버렸다는 것이다.

“반면에 지금의 베르덴은 위계의 궁극에도 닿지 못했어요. 그 격차를 좁히지 않는 한 그들과 똑같은 높이에 도달할 수 없지만…… 또한 그렇기에 그들과는 다른 단계를 밟을 수 있는 거죠. 자유를 버린 진정한 신이 되었으나, 성장을 끝마치지 않은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그리고.

“신격과 위계는 별개로 존재해요. 신격을 얻어도, 8위계의 상승 과정을 체득해야 하죠. 그 모든 변화가 한 몸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는 창조 이래 처음인 터라, ‘가능성’이 무수하게 많아서 저조차도 결과가 어떨지 감히 단정할 수 없어요.”

히안테의 눈동자가 흐릿하게 빛난다.

“무한(無限).”
“…….”
“그게 베르덴의 길이니까요.”

그녀가 등을 돌렸다.

“진정한 신격을 손에 넣는 방법은 간단해요. 바로 신성력을 자각하는 거죠.”
“내 신앙자가 깨우쳤다는 그 신성력 말인가.”
“본래 신이 가장 먼저 신성력을 다루고, 그다음에 신자에게 신성력이 깃드는 것이 순리예요. 베르덴의 경우에는 앞뒤가 바뀌었죠. 그러니 이 역리(逆理)를 뒤집을 필요가 있어요.”

히안테가 거목을 가리켰다.

“내면과 하나가 되어 자신의 존재와 연결된 모든 걸 지각하세요.”

경지를 ‘정비’하라.
히안테는 그렇게 조언했다.

털썩.

베르덴은 일단 거목에 기대어 앉았다. 이 내면이 베르덴의 본질이듯, 이 거대한 나무는 베르덴이기도 했다.
거목에 닿자, 스스로에 대한 인지력이 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신의 초입에 다다르면 신성력을 이용해 고유의 권능을 발현할 수 있어요. 신으로 성장하면 신앙자의 기도를 들을 수 있고, 존재를 느낄 수 있으며, 권능을 하사할 수 있죠.”
“이슈르처럼 말이군.”
“사막의 신은 강함과는 별개로 완성에 가까운 신이었어요. 물론 계획대로 완성됐다고 해도 한계는 명확했지만요.”

베르덴은 이슈르와 이슈르의 신앙자들과 전투를 벌였던 기억을 되살렸다. 신앙의 원리 자체는 다르지 않을 테니, 당시에 느꼈던 감각을 참고하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한 것이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렸다.

“알파, 무슨 일이지?”

아까부터 알파가 조용했다.

알파는 히안테를 빤히 바라보는 눈길을 거두고는 베르덴을 향해 몸을 저었다.

[아무 일 없음. 베르덴 폐하, 명상?]

“그럴 생각이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른다. 굳이 히안테에게 묻지도 않았다.
어차피 베르덴의 역량에 달려 있을 테니까.

“기다려 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알파가 제 작은 몸체를 두드렸다.

[베르덴 폐하는 알파가 지키겠습니다.]

“그래…….”

베르덴은 진심으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내 침잠하는 정신.

“너만 믿으마.”

베르덴이 집중하기 시작하자, 그의 내면은 마치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바람마저 불지 않는 숲은 그 자체로 침묵이 되었다.

* * *

정적이 내려앉았다.

……톡.

베르덴이 정말로 명상에 들었는지 확인한 알파가 로브를 타고 내려왔다. 땅에 발을 디딘 녀석이 시선을 옮겼다.

[히안테.]

“네, 알파.”

[베르덴 폐하. 마도왕 폐하.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없음?]

히안테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올다르크의 이상을, 베르덴이 이해한다면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끼기기기기긱.

금기의 사슬들이 격하게 비틀린다.

히안테는 너무도 많은 걸 알고 있기에 남들보다 제약이 심했다.
올다르크는 미쳤다.
베르덴과 알파가 이미 알고 있는 그 정보를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로.

[금기의 제약. 정보 제한. 인정.]

알파는 계속 히안테를 응시했다.

[히안테는 일단 아군으로 판단. 그렇다면 약속.]

“약속이라면.”

[훗날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 때 알파의 의문에 솔직하게 대답해 줄 것.]

알파는 지금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해 히안테에게 제안했다. 시간의 개념인 그녀가 가진 지식과 시야가 나중에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당장 확약을 받으려는 것이었다.

“일종의 거래군요. 그런데 거래에는 보통 대가가 따르지 않나요?”

[대가. 있음.]

알파가 당당히 말했다.

[아이샤에게 맛있는 케이크. 선물.]

아이샤는 달콤한 크림으로 덮인 케이크를 정말로 좋아한다. 케이크를 먹는 날이 되면 온종일 콧노래를 부를 만큼 말이다.

히안테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자그맣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아이샤가 좋아하겠네요. 네…… 정말로 좋아하겠어요.”

[거래. 성립?]

“좋아요, 거래를 맺죠.”

알파가 팔을 뻗었다.
히안테는 쪼그려 앉으며 손을 내밀었다.

“다만 조건이 있어요. 꼭 아주 맛있는 케이크여야 해요?”

[물론. 그런데 알파도 조건이 있음.]

알파가 덧붙였다.

[이 약속은 베르덴 폐하가 알지 못해야 함.]

“베르덴이……?”

[비밀. 확인?]

어째서 알파가 약속을 감추려는지 히안테도 당장 짐작할 수 없었다. 다만 알파가 베르덴에게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자명했다.
그녀는 시간이란 게 그러하듯이 눈앞의 흐름에 순응했다.

“네, 약속할게요. 비밀로 하겠다고 ”

[약속.]

그렇게 인공 골렘과 시간의 손가락이 얽혔다.

* * *

테르네티아 연방의 도시 브라델에서 출발한 마차가, 대륙을 통틀어 두 번째로 높은 푸른 산맥의 초입에서 멀어져 간다.

저벅, 저벅.

호세는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로 오랜만에 산을 올랐다. 오를 때나, 내려갈 때나…… 그는 혼자였으나, 이번에는 아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푸른 산맥을 등반하는 일은 쉽지 않단다. 지금이라도 마차를 다시 부를 수 있으니 브라델로 돌아가는 건 어떻니.”
“절대로 싫어요!”
“저도요!”

레나르와 페이가 소리쳤다.

“저도 아저씨처럼 신님을 모시고 싶어요!”
“성직자가 되고 싶어요! 아저씨처럼요!”

피울음 역병 사태 당시…… 도시의 방역을 피해 하수도로 달아난 이 남매는 호세 덕분에 방역당하지 않았으며.
여동생 페이의 경우에는 죽음의 문턱에서 피울음 역병을 치유받았다.

공기가 차갑다.
푸른 산맥의 한기였다.

레나르와 페이는 마법적으로 보온이 되는 두꺼운 의복을 입었다. 처음으로 도시 바깥으로, 게다가 푸른 산맥에 처음 가 보는 녀석들은 목소리의 힘을 조절할 수 없을 만큼 흥분한 상태였다.

푸른 산맥이 혹독하고 위험하단 것쯤은 알지만, 호세가 있기에 남매는 어떤 두려움도 없이 힘차게 발을 내디뎠다.

“못 말리겠구나…… 아가씨께서 설득해 주신다면 좋겠습니다만.”
“죄송하지만, 이번만큼은 호세 님의 부탁을 들어드리기 어렵습니다.”

도시 브라델을 다스리는, 또한 테르네티아 연방 실세 귀족 중 하나인 바나흐 백작의 딸──하에넬이 양손을 모았다.
그녀의 손안에는 호세가 제작한 작은 조각상이 놓여 있었다.

“저도 성직자가 되고 싶은걸요.”

하에넬 또한 피울음 역병으로 사경을 헤맸다가, 호세의 신성력 덕분에 사망자 명단에 오르지 않을 수 있었다.
이렇듯 호세는 브라델의 시민들을 역병으로부터 지켜 냈고, 하에넬을 구명했다.

바나흐 백작은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 여러모로 호세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 그 신성력이 루아스교의 것이 아닌 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하에넬 아가씨, 저희의 의도가 어떻든 이 힘은 이단입니다. 세상이 그렇게 볼 테니까요. 루아스교에 발각되면 그냥 넘어가진 못할 겁니다.”
“제 목숨을 구해 준 존재는 호세 님과 호세 님이 모시는 신입니다. 세상이 이단이라고 할지언정 어찌 제게 이단일까요.”

하에넬은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저는 두렵지 않아요.”
“저도 안 무서워요.”
“신님이 저희를 지켜 주시니까요.”
“…….”

호세는 몇 번 더 설득하려 했으나 결국 그들을 돌려보내지 못했다.

그때, 하에넬이 몰래 속삭였다.

“그런데 호세 님의 신을 뵈려면 주인 없는 땅으로 가야 하지 않나요?”

레나르와 페이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하에넬은 호세의 조각상이 대체 누구를 본뜬 것인지 인지하고 있었다.
가르간트에서 대륙 전체에 퍼뜨린 국제 신문에서 보았다.

“저는 신을 직접 뵈러 가는 게 아닙니다.”

호세는 푸른 산맥 꼭대기를 올려다봤다.

아내와 자식을 잃고 외롭게 홀로 머물렀던 오두막이 있는…… 신과 처음으로 조우하고, 하늘이 개벽하는 광경을 보았던 그 장소를.

“그저 마음을 따라갈 뿐이지요.”

푸른빛의 신성력이 맥동한다.
그리고 속삭인다.

신께서 강림하시니.

신을 위한 ‘신전’을 조각하라.

* * *

“……응?”

유니아가 고개를 돌리며 저도 모르게 목덜미를 긁적거렸다. 대마력의 기반이 되는 마법진이 자리한 바로 그 피부였다.
맨 처음에는 손등에 새겨져 있었으나, 마도 축제 이전에 위치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베르덴에게 부탁해 옮긴 것이다.

“왜 그러지?”
“아니, 갑자기 가려워서.”

유니아가 어깨를 털었다.

“그래서 지금 황금 해골하고 함께 엄청난 보물을 찾으러 갈 예정이라는 거지? 그보다 선배는 괜찮아? 아무 일 없대? 응?”
“하나씩 질문해라.”

아드리안이 말했다.

“먼저 주군의 안위는 문제없다. 침묵의 사막에서 안정을 취하고 계시니 기다리고 있으면 깨어나셔서 대륙으로 복귀하실 거다. 걱정하지 말도록.”
“걱정 안 하는데? 선배니까.”

관리자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에온 내에도 베르덴의 최측근 외에는 없다. 초대 마도왕의 분신이 알려지면 혼란이 일 게 뻔했기에.

아직은 시기상조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니아는 베르덴이 무사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조금 손을 떨며…… 암월과 찬탈전을 벌인 뒤 선배가 입은 부상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유니아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진짜 괜찮은, 아니, 됐다. 크흠, 그런데 왜 나만 데려가는 거야? 카인은 어딨어?”
“너 말고 한 명 더 데려간다. 그리고 카인에게는 임무를 따로 맡길 예정이다.”
“임무? 나는?”
“은밀성을 요하는 중요한 작업이라, 너한테는 적합하지 않다. ”

아드리안이 그녀를 내려다봤다.

“넌 영 시끄러우니까.”
“…….”

유니아는 딱히 아드리안이 편한 건 아니었지만, 같은 세력에 속해 오다 가다 계속 보다 보니 최근엔 자연스럽게 어색함이 줄어 있었다.

감정을 드러낼 정도로.

유니아의 이마에 핏대가 솟았다.

“내가 초월자가 되기만 하면 두고 봐.
“되고나 말해.”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