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50

950화 황금 비고 (1)

베르덴이 모은 세 개의 황금 유골로부터 부활한 언데드───황금의 죄인은 현재 에온에 적을 두고, 생전의 보물 창고에서 되찾은 고대 액세서리로 대륙 사교계를 휘어잡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실패 없는 투자와 효율적인 재정 관리까지.

에온의 막대한 자금력은, 황금의 죄인이 있는 에온의 재무 부문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역시 세계의 사교계에는 아주 가치 있는 정보가 수두룩하군요. 이와 같이 귀한 재물은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다, 이것이 돈의 마법입니다. 로베르트는 제게 배운 자금 운용법으로 거액을 다루고 있지만, 이따금 숫자가 아니라 실물을 접해 보는 걸 추천합니다. 아! 이게 황금이구나! 그렇게 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있답니다. 기분 전환도 되고요!]

황금의 죄인이 툭, 하고 한쪽 팔을 떼어 가볍게 던졌다.
뼈와 황금, 그리고 흑마법이 가미된 뼈였기에 순수한 금덩이는 아니었지만, 금보다도 가치가 있는 팔뼈였다.

[만져도 전혀 닳지 않으니까 사양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후호홋.]

“아…… 네.”

로아프라를 관리하는 빈테르트의 간부, 검은손, 로베르트가 얼굴을 움찔거리며 반짝거리는 그의 팔을 어쩔 수 없이 어루만졌다.

[이건 조금 전에 베타 님께서 요청한 자료입니다. ‘로니아 왕국’의 고위 귀족 자료이니 페르네 님에게 전달하세요.]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좋습니다. 적극적인 행동력이야말로 상인의 기본 원칙이죠. 황금의 팔은 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로베르트가 원한다면 인형처럼 가지고 다녀도 된답니다, 후호홋.]

“제가 죽어서 언데드가 되면 고려해 보겠습니다.”

로베르트는 냉큼 황금의 팔을 넘기고 자료들을 품에 안았다. 황금의 죄인이 손을 흔든다. 로베르트는 등을 돌리며 내심 확신했다.

‘평소의 익살맞은 태도와는 달라. 일부러 유쾌한 모습을 가장하는 것 같은…… 최근에 기이한 행동을 몇 번 보이더니, 미지의 섬 사태를 기점으로 확실히 변했어.’

이유는 모른다.

로베르트는 황금의 죄인의 제자이기는 하지만, 황금의 죄인의 내력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듣자 하니, 루아스 교국조차도 어쩌지 못한 그 옛 왕이란 존재를 베르덴 님이 직접 저지하신 모양이던데. 이로써 에온의 명성은 드높은 하늘을 찌를 터. 절호의 기회야. 나도 여기서 어떻게 해서든 활약해야 해.’

세력이 비대해지면 필연적으로 자리도 많아지는 법이다.

‘에온의 위상, 로베르트.’

로베르트는 에온의 재무 부문 담당자에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다른 위상에 비해 강함이야 떨어져도 다른 능력만 있으면 오를 수 있다.
그녀의 지독한 출세욕은 군림자와 쌍벽을 이룰 정도였다.

베르덴 걱정?

안 한다.

로베르트는 그간의 경험으로 베르덴이 죽거나 할 리가 없을 거라고 단정했다.
빈테르트의 수장이었고, 무시무시한 암흑가의 왕이었던 그론드가 베르덴에게 목숨을 구걸하다가 살해당하는 광경은 여전히 생생하다.

동아줄은 이미 잡았다.
발은 공중에 떴다.
동아줄이 끊어지든 말든 놓는 순간 추락해 죽을 뿐이니, 피부가 벗겨져도 악착같이 잡고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로베르트는 에온에, 베르덴에게 자신의 일생을 베팅한 것이다.

언젠가 에온의 수뇌부 행렬에 서게 될지도 모를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 그녀는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머금고 문고리를 잡으려 했다.

벌컥.

먼저 문이 열렸다.

“……! 아드리안 님을 뵙습니다.”
“나갈 거면 나가라.”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로베르트는 아드리안의 뒤에 있는 유니아에게도 목례를 하고는 재무실을 빠져나왔다.

“저 로베르트라는 사람, 볼 때마다 눈에 독기가 가득 차 있는 느낌이라니까. 안 그래?”
“관심 없다. 제 할 일만 잘하면.”

마지막으로 들어온 유니아가 문을 잠갔다.

달칵!

황금의 죄인이 분리한 팔뼈를 어깨뼈에 맞추고는 고개를 돌렸다. 조명에 반짝거리는 두개골의 어두운 눈구멍이 그들에게 향했다.

[오셨습니까.]

“기억의 봉인이 풀렸다고.”

[옛 왕…… 아칸드 리니게아 타인 크세리온이 부활하자 모든 의문이 풀리더군요.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건만.]

황금의 죄인은 우스꽝스러운 웃음소리조차 내지 않고 깊게 탄식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니아는 약간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 저희도 이러한 최악을 대비해 준비해 왔으니 한탄하면서 좌시하고 있을 여유는 없지요. 베르덴 님께서는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계시는데, 그럼 아드리안 님을 그분의 대행자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주군께서 회복하실 때까지는.”

[베르덴 님에게는 은혜를 입었습니다.]

황금의 죄인이 기립했다.

[루아스교의 봉인이 깨졌는데도 옛 왕은 아직도 잠잠합니다. 불사의 의식을 치른 옛 왕의 몸에 상처를 입히다니…… 레프라기움 마탑주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고, 어째서 히아레마르 내해의 바닥에서 옛 왕이 거대한 나무뿌리에 갇혀 있는지 모르겠지만. 베르덴 님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옛 왕이 진정 멀쩡했다면 전쟁은 이미 시작됐을 것이다. 그러지 않는 걸 보면 옛 왕도 당장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는 뜻.

불행 중 다행이다.
최악의 국면에서의 최선의 상황이다.

[목적지는 정해졌습니다. 제 이야기는 도착하고 나서 하도록 하지요.]

황금의 죄인의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전에 망국의 죄인이 정체를 드러내며 베르덴에게 주었고, 베르덴이 다시 황금의 죄인에게 넘겼던 황금 열쇠가 나타났다.

[갑시다. ‘아노니움 은행’으로.]

유니아가 눈을 깜빡거렸다.

“아노니움 은행? 아노니움 은행에 엄청난 보물이 있다는 얘기야? 지금?”

[엄청난 보물이라…… 틀린 말은 아니지요. 분명 그곳에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죽음의 죄인이 3대의 은행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 리 없으니까요.]

황금의 죄인이 낮게 웃었다.

아드리안이 말했다.

“동행자가 더 있다. 세 시간 뒤에 출발하도록 하지. 초대 네크로맨서와 다른 죄인들을 부를 필요는 없나?”

유니아도 주검의 영광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그에 관한 정보를 공유받았다. 에온의 간부들은 대략 내막을 파악하고 있다.
초대 네크로맨서가 언데드로서 부활해 주인 없는 땅에 머물고 있다는 것 또한…… 물론 만나 볼 기회는 아직까지 없었다.

[괜찮습니다. 이 열쇠만 있으면 황금 비고는 저 혼자서도 열 수 있고, 애초에 황금의 길을 개방하는 게 제가 맡은 의무니까요. 오랫동안 우려한 상황이 현실이 되었으니 그들도 지금쯤 바삐 움직이고 있을 거고요. 동행자분들만 데려오시면 됩니다.]

“알겠다.”

대전당의 재무실을 나서려던 아드리안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하나 묻지.”

[예.]

“이름이 뭐냐.”

초대 네크로맨서, 망국의 죄인, 죽음의 죄인은 본명을 밝혔으나 기억을 봉인한 탓에 황금의 죄인의 이름을 들은 적이 없었다.

───황금의 죄인은 창고에 쌓은 재산만큼이나 적이 많았소. 과거 암상인 출신이었던 그는 나처럼 가명을 즐겨 썼는데, 대상인 ‘막시스’로 이름이 굳어진 한편 가족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소. 그 친구의 유일한 약점이었기에. 그러니 안 그래도 우리 같은 것들에겐 관심도 없었던 옛 왕의 하인들인 기억할 턱이 없지. 아예 들어 본 적도 없을 테니까.

죽음의 죄인이 언급했던 막시스란 가명 이외에는 말이다.

[여러 이름을 쓰다가, 세간에서 대상인 막시스로 알려졌으나…… 부모가 지어 주고, 가족들이 불러 주던 저의 실명은 이렇습니다.]

황금의 죄인이 나지막이 자신을 소개했다.

[마그누스.]

과거에 쓰던 고대어를 대륙 공용어로 번역했을 때 3대 은행 중 하나인 마그누스 은행명과 철자가 완벽하게 같았다.
마그누스의 아내였던 다이에니아의 애칭을 딴 다이나 은행처럼.

* * *

“놓쳤다…… 라.”

죽음의 죄인, 레지날프가 아케나드 마도국의 최북단에 자리한 어느 도시에서 초점 없이 거리를 내려다봤다.
텅 빈 건물 안에 홀로 서 있는 그의 눈엔 근심이 서려 있었다.

‘레논 버나드, 그리고 테리웬이 세상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고. 이 정도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이데라트 연맹장인 테리웬은 깨끗했기에 감시를 붙이지 않았지만, 레논 버나드에겐 끈질기게 미행을 시도했다.
레논 버나드의 경력을 조사하던 일부 인원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실종됐다는 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미지의 섬 사태 직후…….

레지날프는 그 즉시 레논 버나드를 생포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놈은 어느샌가 포위를 뚫고 사라진 상태였다.
레지날프가 엄선해 배후에서 조종하는 조직들을 투입했는데도 말이다.

‘정황상 레논 버나드의 뒷배가 테리웬의 뒷배일 가능성이 높다. 기정사실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하나 문제는 테리웬에겐 분명히 의심할 만한 과거가 전혀 없었다는 것.’

우드득.

레지날프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도대체 누구냐. 군중에 섞여 옛 왕을 부활시킨 자들이.”

가면을 쓰고 아군을 가장하는, 미증유의 힘을 가진 세력이 있다.
레지날프는 그를 확실히 인지했다.

“…….”

그 모습을 레프라기움 마탑의 마법사가 조용히 지켜보았다.

* * *

전투의 여파로 쓰러진 카스티안은 모험가 길드 본부로 곧장 이송되어 치료를 받으나, 육체에 스며든 베르덴의 마력 때문에 갖은 방법에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사경을 헤매던 그가 갑자기 깨어났다.

흑요 등급 모험가, 이닉토르가 물었다.

“괜찮으십──”
“괜찮습니다. 다만 정신이 없어서 그러니 한동안 혼자 있고 싶군요.”

방금까지 혼수 상태였던 사람치곤 너무도 멀쩡해 보였다. 게다가 옷으로 가려졌지만 육체의 부상까지 거의 사라진 듯했다.
모험가 중에는 그처럼 남다른 비밀이 있는 자들이 더러 있다.

대표적으로 마의 공포가 그러했다.

“알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감사합니다, 이닉토르.”

이닉토르는 캐묻지 않고, 그의 요청대로 자신을 포함해서 사람들을 물렸다. 혼자가 된 카스티안이 침대에서 내려왔다.

‘……영혼이 조금 줄었구나.’

카스티안이 수백 년 동안 살아 있을 수 있고, 기를 깨우치지 않았음에도 강자인 건 가슴 정중앙에 박힌 아티팩트 덕분이다.
그 안에는 옛 왕에 의해 희생당한 크세리온 제국 사람들의 영혼이 가득 담겨 있다.

영혼들을 전부 소모하거나.
영혼들의 원한을 갚아 주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면 카스티안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저벅, 저벅.

카스티안은 구름의 그늘이 드리운 창가에 서서 바깥을 응시했다. 모험가 길드 본부가 설립된 거대한 섬의 풍경이 눈동자에 비쳤다.
그는 멍하니…… 의식을 잃었을 때 꾸었던 ‘꿈’을 상기했다.

“단 하나의 창.”

평범한 듯 보이면서도 어딘가 고풍스러운 듯한 그런 ‘창’을 든 카스티안.
정면에서 용검을 휘두르는 옛 왕.

이윽고 카스티안이 내던진 창은 옛 왕의 존재를 꿰뚫었다.
그런 꿈을 꾸었다.

“그냥 나의 바람일까…….”

카스티안은 약간 떨리는 손끝을 억누르며 주먹을 쥐었다.

“아니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길몽인가.
흉몽인가.
무의미한 몽상인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꿈에서 보았던 창의 모습이 카스티안의 뇌리에서 잊히지 않았다.
몰두하고 말았다.
그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초대 네크로맨서와 다른 죄인과 베르덴을 떠올리지 못하고 선 채로 반나절을 보냈을 정도로.

* * *

“흐음, 그래서 나도 데리고 가고 싶다는 거냐.”
“싫으면 거절해도 좋다.”
“잠깐 생각 좀 하게 기다려 봐라.”

아드리안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그하룬이 수염을 쓸며 고민하다가, 불과 십수 초도 되지 않아서 답을 해 주었다.

“대륙 전쟁을 대비해 수백 년 동안 준비한 뭔가가 있다, 꽤 흥미가 생기는군. 좋다, 황금 비고, 보고인지 뭔지 하는 곳으로 동행하도록 하지.”

황금의 죄인은 어디까지나 열쇠의 역할인 터라 아노니움 은행에 뭐가 보관되어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그곳에 수많은 무구가 있다는 것은 이미 죽음의 죄인이 밝힌 바 있다.

연금술에 리토 바르슬란이 있다면.
무구에는 드워프, 그하룬이 있다.

초월자를 포함해 그에 관해서는 그하룬의 안목을 따라올 존재가 에온 내에는 없다. 그래서 아드리안은 그하룬을 동행자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오, 용인술이야, 뭐야. 머리 좀 쓰는데?”
“……? 당연한 판단일 텐데.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어…… 지적이지는 않지? 아무래도 돌격대장 느낌?”

그하룬이 말했다.

“너보고 무식한 새끼라는군.”
“닥쳐.”

아드리안은 평소에 관심도 없었던 자신의 평판이 어떤 상태인지 진지하게 생각했다. 베타도 그렇고, 유니아도 그렇고…….

‘케이렐 때문인가?’

기회가 되면 수습을 위해서 손을 한번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럼 이제 출발이지?”
“다른 녀석들이 더 있다.”
“한 명만 더 동행한다며.”
“그건 에온에 속한 인원이고. 에온에 속하지 않은 녀석들도 데려가야 한다.”

아드리안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주군의 약속이니까.”

그렇게 주인 없는 땅의 어레인에 도착했다.

어레인에서 머물고 있던 모험가 갈리아크 파티와 대면했다.
황금 유골을 하나 획득한 대가로, 훗날 황금의 길이 개방되면 데려가 주기로 베르덴에게서 언질을 받은 그들이었다.

그때, 도살자 갈리아크가 물었다.

“그래서 애셔, 그 자식 없이 간다고?”
“……그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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